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 개정증보판
한국문화인류학회 엮음 / 일조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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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을 전공하는 친구가 추천해줘서 읽게 되었다. 인류학의 베스트셀러라나? 제목만 보아서는 '도플갱어'가 연상되지만, 인류학자들의 논문 모음집이다. 논문하면 어려운 용어들과 딱딱한 서술이 연상되지만,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하여 '사례중심'의 논문만을 모았기에 정말 재미있게 문화인류학에 입문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구성을 보면 아주 흥미롭다. 각 장의 논문들의 앞머리에는 인류학자들의 평과 해석을 달아 더욱 쉽게 읽히도록 해 놓았다. 그리고 첫 논문은 '티브족, 세익스피어를 만나다'인데, 티브족 사람들이 햄릿을 자기들의 문화와 전통에 적용시켜 해석을 함으로써 당연하게도 전혀 다른(엉뚱한) 결론을 도출해 낸다. 즉 이것은 문화 상대주의의 핵심을 지적하며 이 책이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 지향점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또한 다른 흥미로운 논문들을 꼽아 본다면, 사회에서의 남녀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고착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카리브인들의 연애', 그리고 남녀의 차이, 인종의 차이를 불평등으로 승화(?)시킨 '지참금에 죽는 인도 여성', '얼굴이 흴수록 지위가 높은 사회', 사회적 갈등을 노래로 해결하는 '에스키모 사람들의 노래 시합', 마지막으로 환경이 인류에게 던져주는 강한 메세지인 '이스터 섬의 몰락'은 가장 흥미로운 주제였다.

이 책의 마지막장을 읽게 되면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제목 정말 잘 지었다). 익숙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문화와 전통은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며, 또 다른 '나'인 것이다.

문화는 객관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속에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 문화는 그 어떤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으며, '이해'라는 절대적 가치로 바라 보아야 할 것이다.

인용: '다양한 문화들은 삶의 조건에 적응하며 진화해 온 소중한 자산이다. ~ 획일적이고 표준적인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서구적 생활문화와 가치관을 경계해야한다. 획일적 문화 통합과 가치관의 표준화 현상은 인류의 생존의 가능성을 줄여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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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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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제물포'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었다. 이 말은 '제 때문에 물리 포기했어'의 약자이다. 수학만큼 어렵게 물리를 배웠기에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우스갯 소리로 빗대어 선생님을 원망하는 우리들끼리의 언어였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어려운 학문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파인만이 일상생활의 원리로 물리적 현상을 쉽게 설명해준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이 책을 읽고 물리가 재미있어졌다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 복잡스러운 공식을 보면 싸악 없어질테니깐. 그러나 읽고나면 과학의 근원적인 물음과 자연 현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물리 공식에 담긴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노력, 인류의 지적진화의 산물에 대한 숭고함. 그리고 자연과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파인만에 대해서는 얼핏 들은적이 있었지만, 정말 천재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교육자였어도 훌륭한 업적을 남겼을 것 같다. '초인'이란 단어는 그를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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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종교와 죽음 - 도미노총서 3
베르나르 포르 / 영림카디널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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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생이기에 죽음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의식속에서 두려움과 공포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다. 종교는 그러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인간스스로가 만들어낸 자기기만일 수도 있다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인지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 의식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전통적이며, 관습적이고, 종교적인 의식을 통하여 죽음을 간접적으로 가끔씩, 그러나 반드시 접하고 있다. 때로는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나의 존재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책은 우리가 미쳐 모르고 있었던 아시아적 사고를 파고든다. 불교와 힌두교의 기본적인 개념들 뿐만아니라 우리의 전통과 문화, 의식에 어떤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죽음, 시신, 유골, 장례 등에 내재된 의미를 체계적으로 알게 되서 만족스럽다. 인상깊은 내용은 동양의 종교는 죽음을 삶의 연장선으로 보고, 장례를 죽음에 대한 '현상'을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일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인들이 보여주는 죽음에 대한 다양한 태도에는 한결같이 '삶을 지속하려는 끈질간 욕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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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 피와 광기의 세계사
콜린 윌슨 지음, 황종호 옮김 / 하서출판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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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간의 잔인성과 폭력, 살인에 대한 보고서이다. 1부에서는 범죄학, 심리학, 생물학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론들을 접목시켜 인간의 잔인한 파괴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자칫 흥미 위주의 가벼운 내용이 주가 될수도 있는 내용들이기에 1부의 도입부분은 이 책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하며, 다음에 전개될 내용에 대하여 기대하게끔 만든다. 2부에서는 '피의 역사'만 골라서 고대부터 근대까지를 보여준다. 기존의 일반적인 역사책과는 분명히 다른 형식으로 역사를 되짚어보게 한다. 3부에서는 잔인한 사건에 대한 기록들의 나열이 있다.

제목만큼이나 정말로 흥미로운 내용들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방대한 양의 역사를 축소시킨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다 읽고 나면 저자가 밝힌 의도와 목적에는 도달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용이 뒤로 가면 갈수록 단순히 사건의 기록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창조성의 동전의 양면과 같은 파괴성을 살펴 봄으로써 인류의 진정한 모습과 지향점을 발견하려는 시도만 했을 뿐(1부에서) 그 뒤부터는 밋밋했다. 화려한 겉표지와 달리 오타가 많았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책의 내용과 책상태 모두 용두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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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사전
이외수 지음 / 동숭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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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좋게 말하면 언어의 유희, 나쁘게 말하면 말장난. 좋게 말하면 감성의 집합체, 나쁘게 말하면 잡동사니 수거함. 좋게 말하면 여가 활용, 나쁘게 말하면 시간 때우기. 좋게 말하면 좋은 내용들, 나쁘게 말하면 선인들의 사상 울궈먹기. 좋게 말하면 참신한 발상, 나쁘게 말하면 남는 것은 없다. 시간내서 읽으면 허무하고, 훑어보면 맛이 안난다.

내용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울 수도 있고, 한없이 무거울 수도 있다. 이외수의 시각에 때로는 유머를, 은은하게 다가오는 풍취에 취할 수도 있고, 썰렁함을 느낄 수 있다. 아쉬운 것은 한계효용의 법칙에 의하여 뒤로 가면 갈수록 무감각해 진다는 것. 확실한 것은 이 정도의 감성사전은 사랑을 하고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메마른 땅의 단비는 사랑이지, 이외수의 감성사전이 될 수 없다.

불행 -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무 밑에 드리워져 있는 그 나무 만한 크기의 그늘이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그 그늘까지 나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 - 겨울이 오면 유년의 꿈결 속을 떠도는 바람의 혼백이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마른 쑥대풀은 소매 끝을 잡고 흐느끼는데 아이들은 언덕배기에 올라 연을 날린다. 공허한 세월 속으로 소멸의 강이 흐른다. 시어들이 죽고 바람이 분다. 낭만이 죽고 바람이 분다. 사랑이 죽고 바람이 분다. 하늘이 흔들린다. 그리움이 흔들린다. 그리움은 소망의 연이 되어 하늘 끝으로 떠오른다. 하늘 끝으로 떠올라 인연의 줄을 끊고 영원한 설레임의 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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