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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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앞부분을 조금만 읽으면 뒷부분은 안봐도 비디오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내용의 다른 버전이 계속 반복된다. 마치 암기라도 하라는 듯한 저자의 배려는 지독하게 지루하다. 자상하게도 예문까지 번호를 달아 줄줄이 남겨놓았다. 이 책은 아침드라마 대본을 읽는 착각까지도 들게 한다. 남자배역의 대사에 이어 여자배역의 대사가 이어지는데 과연 이 텍스트를 읽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회의감만 머리속에 맴돈다.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며 그에 맞게 배려하자는게 골자. '남자는 신뢰를 원하지만, 여자는 관심을 원한다.' 이 한줄이면 이 책을 다 읽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책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성문제에 관한 세인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며, 관계개선,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기에 점수를 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이 책은 보편성을 가지는가? 나의 대답은 물론 아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과연 이 책은 해답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을까? 해답은 멀리서 찾지 말자.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기에.. 다만 눈여겨 보지 않았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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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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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라다크, 처음 들어보는 낯설은 지역이다. 그런데 익숙하게 느껴진다. 같은 농경문화권이여서 그런지 그들의 삶은 우리들의 시골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아니 박정희식 잘먹고 잘사자 철학이 있기 전의 우리 모습이다. 그들이 변화되어가는 모습조차도 우리와 닮았다. 먼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은 시화호 개발로 바다와 함께 살아왔던 사람들의 문화와 해양생태계를 파괴했던 행정적 과오를 통해서도 알수 있다.

현대화라는 화려한 포장이 남기고 간 자리에 잃어버린게 많아서일까. 자연의 푸르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평안함이 느껴진다. 사람냄새가 나는 그들의 전통과 문화속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생태주의적 미래사회를 꿈꾸어야 할 것같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각자의 가치를 지니고 생태계를 유지해 가듯이, 문화도 그 태생적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발전해 간다면 모두가 바라는 미래를 창조할 것 같다. '한 사회의 복지의 진정한 지표는 국민총생산이 아니라, 국민총행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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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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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얇은 책이라 그냥 술술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어리둥절하다. 좀머 씨는 뭐하는 사람이며, 왜 죽은걸까? 알수 없는 행동과 말들 그리고 마지막. 보통 사람은 아닌 듯하다. 분명히 그에게서는 고독과 외로움이 짙게 베어 있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이 없고, 그의 죽음을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주인공 '나'만이 알고 있는 그에 대한 비밀인가.. 좀머 씨의 최후. 그래서? 좀머씨의 기괴함, 비밀스러움이 주인공의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의 전부일까? 알수 없는 물음표 하나만 남겨준 책. 그래서? 정말 알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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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 개정판
진중권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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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 아니 두권이 저 세사람을 씹어주기 위해 쓰여졌다는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만큼 씹힐만한 건더기를 생산해낸 저 세분의 위대한 꼴통스러움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다. 진중권 글쓰기는 잔인하고 통쾌하게 찌르는데에 있다. 때로는 훅으로, 쨉으로 그러다가 물어뜯는 전투적인 글쓰기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독자에게 선사하는 듯 하다. 진지하게 접근하여 희극적으로 비판하지만 그 이면에 베어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들의 중량감은 꽤나 크다. 이 책이 쓰여진지도 꽤 됐는데도 아직도 극우 파시스트들이 그대로 설치는걸 보면 대수술이 필요한거 같다.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매스로 도려내야 할텐데. 아직은 먼 얘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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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문화유산답사기 1
전유성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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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을 책값 정도의 비용으로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는건 분명히 남는 장사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나에게는 시간때우기용으로 밖에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분명히 내용은 체험이 짙게 베어있는 살아있는 것이였지만, 그 표현과 정보의 질은 동네 아저씨 수다 정도로 신변잡기적이다. 구성은 너무나 산만하고, 내용은 떨어지는 유머와 횡설수설로 뒤죽박죽이다. 비속어는 왜 이렇게 많은지.. 전유성씨 여행 잘했네요. 특별히 이 말 빼곤 할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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