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오금학도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9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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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인물에 강한 개성을 부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였을 것이다.(엑스트라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런면에서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이야기 흐름은 탄탄한 편이다. 그런데 좁게 보면 상당히 산만하다. 난 이외수라는 작가 모른다. 신비적이고, 동양적이라는 얘기 정도만 들어보고 읽어서인지 투박하고, 거칠게 느껴졌다. 이것을 이작가의 개성이라고 부른다면 할말은 없다.

예를들어 한참 이야기를 이끌어가다가 프레온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친절하게' 프레온이란 무엇이다라고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신문, 방송을 유심히 봤는지 그 시대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에 대해서도 필요이상으로 길게 설명한다. 소설인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가령 백화점에는 많은 물건이 있다. 이정도면 충분한데, 백화점에 신발이 있다. 신발 옆에 가방이 있다. 신발 옆에 가방이 있고, 가방 옆에 모자가 있다라는 식의 전개(마치 어린이들이 숙제분량을 늘리기 위해 말을 늘리듯) 또한 어수선하게 만든다. 단어의 나열도 압권이다. 정신적 가치나 우주의 진리, 행복, 인간의 삶에 대한 작가의 고찰은 읽는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데 너무 의도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읽다보면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부분들도 보이긴 한다. 유아적 발상부터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한 초월적인 사상까지 럭비공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튄다. 저자가 기인이라는데, 그런거 같다. 작가의 문체 또한 인상깊다. 짧고 딱딱 끊어지는 문장들은 꽹과리 같다고 해야하나... ~이었다. ~했다. ~였다, ~었다. ~했다. 등등

이작가의 사상, 동양적인 신비주의에 흥미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독자를 빨아들이는 매력은 그리 없다. 중간에 심은하가 나와서 황당했다. 정신세계와 물질세계, 이상과 현실 너무 식상한 이분법적인 구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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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쓴 성이야기
이재경.이경미 지음 / 지성사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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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나 미혼여성이 아닌 남성인 내가 읽어서 그런가 너무 싱겁다. 성의학지식을 독학한 효과(?)가 이제서야 나타났나보다. 성에 관한 아줌마의 담론들이 주내용인데, 솔직히 말해서 여성잡지에 올라와 있는 수준의 글들이다.

단순한 흥미거리로도 만족하기가 좀 부족한 내용들이다. 좀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지 잘못된 의학정보도 있고. 솔직한 내용들이라기 보단 여기저기서 긁어온 내용들 같다. 하긴 주부들을 위해 썼다고 하니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썼겠지만, 거의 상식수준에 머물고 있다. 흔한 여성잡지와의 차별성이 전혀없다. 그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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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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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제공하기 위해 집필했다고 하는데, 경제학적 사고란? 모르겠다. 높은 산 위에서 강과 들녘을 바라본 느낌만 든다. 강은 그렇게 흐르고, 바람은 그렇게 불고,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먼 시선으로 그러나 피부에 와닿는 설명으로 담아낸다. 자연의 진리를 알지 못해도 추상적으로 느낄 수 있듯이, '비과학적인 경제학'을 '글쟁이'다운 글귀로 시원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유시민'이라는 네임벨류를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 문제를 경제학적인 시선으로 해체하는 작업을 보여줌으로써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한껏 던져준다. 즐거운 내용은 없다. 하지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책안에 나를 가두게 한다. 경제학자들을 향해 조롱을 한참 하다가도 측은하다는듯이 다독여주는 다정함(?)은 가끔씩 나를 웃게 만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고등생명체와 너무도 흡사한 것 같다. 어느 한 부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완벽한 제도는 없고,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인간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는 건 바로 '생존 본능의 힘'이 아닐까. 사회와 경제, 그리고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투쟁. 우리 모두가 경제 주체이기에 나는 이 책을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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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기술 1 로버트 그린의 권력술 시리즈 3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마고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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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펼쳐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있다면 정말 시간이 많거나, 자신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기 위하여 또는 자기 수양을 목적으로 하는것이라 생각이 된다. 이 책은 사전이다. 구체적이고, 두껍고, 유혹의 모든걸 담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13년간 집필했다고 써있는데 아니라고 해도 믿을거 같다. 흥미로운 각 장의 주제들과 분류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거 다 읽으면 나도 유혹자가 되는거 아닐까'라는 착각도 하게 된다. 그게 사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대로 난 유혹에 걸려든 것이다.

이 책을 산지 몇개월이 지나서야 마지막장을 넘겼다. 다른 책을 보다가 다시 들쳐보고, 심심하면 들쳐보고, '끝장을 보자'라는 각오로 보고... 그래서 얻은건 '난 반유혹자'라는 깨달음과 유혹자(나쁘게 말하면 난봉꾼)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대중 또는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체워주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데 과연 아무나 할 수 있을까.

좋은 책이다. 하지만 내가 난봉꾼(좋게 말하면 유혹자)들의 일화를 왜 읽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일화가 필요이상으로 많다. 물론 이 책이 '유부녀를 유혹하는 법'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유혹은 쾌락을 위한 것이고, 그것은 본능에 충실한 것임을 충분히 이해했다. 과유불급, 이 책은 도가 지나쳤다. 읽는 사람에게 피로함을 준다. 좋은 글도 많고, 낭만적인 작품들의 수많은 글귀도 인상적이지만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없게 만드는 책이다. 좋은 글귀를 찾고 싶어도 찾기가 힘들다. 너무 두꺼워서.... 사전처럼 책장에 꼽아놓고 언젠가는 사용하게 될 날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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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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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들의 삶에 대한 얉은 지식이 전부인줄 알았기에 이 책에 크게 기대는 안했다. 초반까지만 해도 할아버지의 말에 작은 무가 나름대로 해석하고, 교훈을 얻는 얘기들이 계속 반복되어 조금은 지루했다. 그러나 읽으면서 아이의 독특한 시선과 가치관
이 담긴 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백인과 물질문명, 교회, 정치가에 대한 해학적인 문구들은 정말로 유쾌하다. 모든 잘못을 정치가에 돌리는 할아버지. '그런거 같다' '맞는 말이다' 라는 식의 작은 나무. 독초와 진드기로부터 백인들을 지켜주지(?) 않는 방관자적 태도에서 순수함이 묻어나기에 귀엽고, 잔인하게(?) 재미있기만 하다.

<어느 빈터에 걸었던 꿈들>에서의 상실된 꿈에 대한 허탈함은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윌로 존'의 모습에서는 인디언들의 '한'과 '마지막 자존심'이 느껴진다. 충실한 개들과 자연, 별, 꽃, 나무, 야생동물들에서는 넘치는 생명력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와 반대로 서구문명은 작은 나무가 이해하지 못할 부분으로 가득채워져 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기에 자연과 동화된 인디언들의 삶에서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에 폐허가 된 정신과 영혼을 다시 꿈꾸어 보고싶다. 아름다움을 볼 줄 알고, 자연을 이해할 줄 알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있어서 우리는 작은 나무보다 더 작은 씨앗으로 있는지도 모른다.성장한다는 것은 영혼의 눈을 떠가는 것.
그렇게 우리는. 나는. 작은 나무가 바라보는 늑대별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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