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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얇은 책을 이토록 오래 읽어 본 적이 없다. 한 문장을 읽고, 잠시 의미를 되새기고, 한 페이지를 읽고, 생각을 정리하며, 한 주제를 곱씹으며 다시 소제목을 본다. 간간히 나오는 유머조차도 유머인지 아닌지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할 정도로 진지하고, 진실된 모습에서는 구도자의 모습이 얼핏 보인다.
깊고 굵은 주름살에서 스며나오는 듯, 그가 자연에서 배운 삶의 방식과 철학에서는 나무와 뜰꽃의 은은하고, 자유로운 향이 가득하다. 수유와 제비꽃에게서 인생을 배우고, 풀뿌리와 서설에서 인간의 진리를 탐구하는 그의 자연 친화적 태도와 그가 추구하는 철저한 개성중심의 개인주의에 이웃, 환경, 사회와 연대를 형성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은 우리가 사는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그가 내뱉는 가볍지 않은 주제 뒤에 나오는 충실한 농부로써의 삶은 마치 세상을 비웃는 듯 하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농부는 말한다. '씨가 땅에 묻혀 싹을 틔우듯, 사람의 인격과 삶의 일부도 딴 사람에게 묻혀야 한다' 66page '사람이 착해서만은 안된다. 착함을 지킬 독함을 지녀야 한다' 130page
독한 농부에게서 문명과 물질에서 얻을 수 없는 '인간적 풍요로움'이 한껏 느껴진다. 그의 씨앗이 내 가슴에 뿌리 내리기를, 그리고 다시 내 이웃에 퍼지기를 나는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