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유년시절의 나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초등학생 때 책에 몰입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상상력에 푹 빠져 행복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기억 때문에 이 나이 돼서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동심을 잃지 않고 인간의 성장과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줄거리 요약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엘라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엘라는 태어나자 마자 루신다라는 요정에게 선물을 받았는데 그 선물이 바로 '복종'이었다. 말을 잘 들으라는 주문이었다. 이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엘라는 사람들이 명령하는 걸 무조건 따라야했다.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엘라의 엄마와 엘라의 보모다. 사실 보모도 요정이지만 마력이 세지 않다. 엘라의 엄마는 엘라에게 명령한다. 절대로 자신의 저주를 발설하지 말 것. 하지만 엘라와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엘라의 이상한 행동을 눈치챌 수 있다. 불행하게도 엘라의 새언니는 바로 엘라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악용한다.
다행히 엘라는 스스로 그 저주를 깬다. 자신이 목숨보다 사랑하는 차르 왕자를 만나면서 그와 결혼하면 자신이 무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결혼을 거절한다. 그 과정에서 드디어 스스로 엘라는 자신의 저주를 깼다.
우리가 잘 아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살짝 비틀면서, 엘라가 수동적인 여성이 아니라 스스로 사랑을 위해 자신의 저주를 깨는 능동적인 여성으로 그렸다.
루신다라는 요정의 역할도 흥미로웠다. 루신다의 주문은 평생 사랑할 것, 절대 서로 떨어지지 말 것과 같은 저주에 가까운 주문을 한다. 그녀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기 위해 엘라의 보모 맨디는 루신다에게 6개월만 복종하는 다람쥐로 살아보라고 한다. 그 결과 루신다는 다시는 주문을 걸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대신 엘라의 저주도 풀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진 빚을 생각해 엘라가 도움이 필요할 때 소소한 마법을 사용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무도회가 있을 때 루신다는 호박 마차와 쥐 하인들을 마법으로 변신시킨다.
엘라와 차르의 사랑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그냥 한눈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엘라가 차르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웃게 만드는 설정이 좋았다. 일 년 정도 서로 떨어저 지내면서 편지를 통해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도 좋았다.
놀랍게도 게일 카슨 레빈 작가는 1947년 생이고 철학 전공을 했으며 27년 동안 공무원으로 생활한다. 1987년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고 9년동안 무명이었다. 1996년 49세에 첫 책 Ella Enchanted가 누베리 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한다. 2004년에 이 책이 영화화되면서 일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살 수 있게 된다.
이렇게 40대에 작가로 데뷔한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르빈 작가의 다른 책들도 다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