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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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 문학을 한 권씩 읽을 계획으로 고른 첫 번째 소설이다. 에밀 졸라와 도스토옙스키, 플로베르에게 영향력을 준 작가라는 설명에 이끌려서 고른 작품이다. 파리의 도시와 파리 시민들의 관습, 문화들이 사실적으로 전달되면서 그 시대의 결혼 문화와 관습을 엿보게 된다. 딸을 결혼에 필요했던 지참금과 사교문화와 부인들의 영향력이 전해진다. 비밀스러운 연인이 되는 정부가 되는 것을 희망하는 젊은 법대생 청년의 내적 갈등과 선택이 어떤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도 드러낸다.

파리라는 도시에 소외된 장소에 하숙집이라는 건물이 있다. 그곳을 찾는 이들도 다양하고 그들이 지불하는 돈과 방의 크기, 제공되는 서비스도 차별성을 띈다. 하숙집의 주인은 빈방을 가난한 유학생들에게도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이 하숙집에 머무르게 된다.

다양한 하숙인들이 소개되면서 그들이 누구이며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설명된다. 하숙인들 중의 한 명이 고리오 영감이다. 처음에는 그리오 선생님이라고 불렸다가 고리오 영감으로 불리게 된 사연도 전해지면서 재력과 돈의 위력이 얼마나 영향력을 주는지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제면업자였던 고리오 영감의 아내는 일찍 죽게 되고 두 딸을 향한 부성애가 특별하다는 것이 작품 속에서 전해진다. 자신이 가진 재산들을 하나둘씩 가져가는 두 딸의 결혼생활을 엿보게 될수록 영감이 착각하는 사랑의 정의가 무엇인지 되묻게 되는 소설이다.

영감이 법대생 청년에게 이야기하는 돈에 대한 철학과 후회가 전해진다. 이미 망쳐버린 영감의 인생에 두 딸과 돈은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점차적으로 사라진 영감의 돈과 재력은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모두 사라져버렸는지 거침없이 전달하는 사실적 소설이다. 사교문화와 사치, 허영에 물들어서 옷을 치장하는 딸의 모습과 냉정한 사위의 모습도 영감의 마지막 떠나는 무덤 앞에서도 찾을 수가 없는 흐릿한 가족으로 남는다.

영감이 놓쳐버린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짚어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영감이 선택한 두 딸의 결혼과 사위들이다. 그들에게 쥐여준 지참금과 착각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사라져버렸는지도 하숙집의 영감 생활과 비루한 삶에서 남김없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돈의 주인이 되지 못했던 영감이다. 착각하면서 살아온 영감의 사랑은 헛된 신기루가 되어버린다. 죽음이 눈앞에 있지만 두 사위와 두 딸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전해진다. 인생은 마지막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중요해진다.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고 떠난 영감의 모습과 『죽은 자의 집 청소』에세이 내용이 떠오른다.

영감의 죽음과 삶은 큰 영향력을 주는 내용들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과 착각을 영감을 통해서 전해진다. 돈에 대한 철학을 확립해야 노년의 삶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어린 나이의 딸에게 뭐든지 가질 수 있게 해주었던 영감이다. 뒤늦은 후회와 두 딸의 방탕한 삶, 사치와 허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다이아몬드와 황금실이 지닌 의미는 상징적이다. 현대사회에서 던지는 황금을 향한 돌진, 묻지도 않는 투기에 쓰러지는 사람들을 무수히 보게 된다. 영끌과 부채로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지금도 듣는 시대이다. 『환락의 집』 소설의 내용과 인물도 떠올리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던 발자크의 소설이다.

사치와 허영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사랑과 오만이 인생을 망쳐버리는지 보여준 소설이다. 함께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했던 영감의 죽음을 냉정하게 농담하고 눈물조차도 없는 냉정한 하숙인의 모습들과 하숙집 주인과 일하는 여인의 모습, 사위와 딸을 보면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긴 한숨을 쉬게 되었던 소설이다. 사랑이 아닌 사랑을 혼자서 하였던 영감이 사랑했고 신뢰한 사위와 딸은 신기루와 같은 존재들이었음을 보여준다. 잘못된 사랑이었고 혼자만의 사랑이었음을 영감은 죽음을 앞두고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미련과 기대는 끝나지 않는다.

법대생 청년이 사교계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빠른 성공을 향한 욕망은 현대사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자와 가난이 대조적으로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소설이다. 가난의 마지막 자락이 무엇인지 남김없이 전하면서 부자의 사치와 허영과 오만, 냉정함도 거침없이 전달된다. 온도 차이가 극명한 이 두 집단의 삶을 법대생 청년과 고리오 영감의 이야기를 통해서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돈의 노예, 돈의 주인은 누구인지 질문을 던지는 멋진 소설이다.




나는 그런 친절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네. '저분은 누구입니까?' 하고 물으면 '돈 많은 장인입니다. 부자이지요.' 401

내 딸들이란 나에겐 악과 같은 존재였고 내 정부와 같았네. 이것이 딸년들일세. 이 애들은 모두 값진 물건과 장신구 같은 것이 필요했네. 403

황금과 보석으로 덮힌 이 더러운 사회는 묘사할 수 없을 걸세. 391



"영감이 죽은 것은 본인에게는 참 다행인 일이에요. 불쌍한 영감은 일생 동안 줄곧 불행했을 테니까요."과부가 말했다. - P425

나는 불쌍한 인간일세. 내가 딸들의 무질서한 행동의 원인이지. 그 애들의 버릇을 망쳐 놓았어. 그 애들은 쾌락을 맛보고 싶어 하네. 그 애들 뜻대로 안 되는 게 하나도 없었지. - P405

나는 여기서 항상 겨울처럼 지내왔다네. 나는 슬픔을 삼켰지. 나는 모욕당하고 경멸 받으려고 살아온 셈이야. 나는 딸들을 지나치게 사랑했기 때문에 - P404

나는 그런 친절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네. ‘저분은 누구입니까?‘ 하고 물으면 ‘돈 많은 장인입니다. 부자이지요.‘ - P401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었네. 하지만 내가 안 것은 나 자신이 이 세상에서 잉여 인간이라는 사실이었어... 나는 내 딸년들 집에서 쫓겨났네. 오! 하나님! 당신은 내가 겪은 가난과 고통... 늙어갔고, 변했고, 녹초가 되었고, 머리가 하얗게 되는 동안에 내가 받은 비수의 공격이 몇 번인지 알고 계십니다. - P402

내 딸들이란 나에겐 악과 같은 존재였고 내 정부와 같았네. 이것이 딸년들일세. 이 애들은 모두 값진 물건과 장신구 같은 것이 필요했네. - P403

황금과 보석으로 덮힌 이 더러운 사회는 묘사할 수 없을 걸세.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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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가까운 적, 성병
엘렌 스퇴켄 달 지음, 이문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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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성병 11가지에 대해 자세하게 전하는 성병학자 전문의의 신간도서이다. 세계적으로 젊은 층에서 성병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매독, 임질, 헤르페스, 클라미디아, 생식기 사마귀, 질편모충염, 사면발니, HPV 관련 자궁 경부암, 미코플라스마, 옴, HIV와 AIDS 등의 성병 원인과 치료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도서이다.



성병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유언비어에 대해서도 제대로 자리잡는 내용들이다. 전 세계 37개국 번역, 50만 부 판매된 『질의응답』라는 책의 저자이다. 성병 관련 의학서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출간된 도서로 쉽게 재미있게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수치심을 느끼고 환자가 병원을 찾기 전에 질병의 증상을 확인할 수 있고 성병 예방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성병의 역사와 남성 중심의 산부인과 의학사까지도 언급된다. 노르웨이 성 건강 전문센터, 성병학과에서 일하면서 생식기 질환에 관한 내용들이 쉽게 설명되는 내용들이다.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을 보면서 알게 된 매독과 원작 소설을 드라마로 시청한 <파친코>에서도 성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여인의 이야기도 등장하며,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소설 『8월은 악마의 달』에서도 성병이 등장하는 만큼 제대로 성병을 이해하는 것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책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세계화되는 문화만큼이나 한국 사회의 젊은 연령층에서도 성병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해 보인다. 쉽게 옮을 수 있는 병명들과 증상들에 대해서도 설명되면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상대방에게도 알려야 하는 이유들이 설명된다. 무지하다는 것과 무책임하다는 것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다는 것을 여러 소설들과 드라마, 방송들을 통해서도 인지할 수 있는 만큼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남기고 태어나는 신생아들에게도 죽음의 병이 되었던 성병들이 무엇이었는지도 인지시켜주는 내용들이다.



덮고 숨기는 성병이 아닌 증상이 어떻게 어느 부위에서 시작되는지 이해하는 것도 필요해진다. 약의 효과가 좋아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 시대인 만큼 빨리 치료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자는 강조하는 책이다. 매독 등과 같은 성병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책이다. 매독이라는 성병 역사를 알게 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으며 은밀한 질병이지만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려준 저자의 성병 가이드이다. 저자의 다른 도서 『질의 응답』, 『남자 사전』, 『여자 사전』도 관심이 가는 도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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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 GRIT (골드 에디션)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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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에 이르기까지 이끈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사람들은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어떤 비밀스러운 것들이 성공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는지 알고 싶어한다. 심리학자 교수가 연구한 첫 번째 저서이다. 『프레임』 저자는 천재의 정의를 매일, 조금씩, 될 때까지 탁월성을 추구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책을 추천한다. 『아웃라이어』의 저자는 성공하는 사람은 열정과 끈기라고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이 도서를 추천하고 있다. 『콰이어트』의 저자와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의 저자도 추천하는 책이다. 추천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글귀를 하나도 빠짐없이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굵직한 요약문이 된다. 점진적으로 굵어지는 글씨가 분명해지면서 책을 펼치게 한 도서이다.

열정과 끈기가 그릿의 구성요소이다. 더불어 경로 변경도 필요하다고 전한다. 유전이 되는 것인지도 궁금할 것이다. 그릿과 유전, 환경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설명한다. 더불어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릿은 어떤 영향력을 주는지도 알려진다. 그릿을 향상하는 네 가지 방법도 전해진다. 알려주는 네 가지 방법들은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릿은 유전이 되나요? 115

관심사를 분명히 하여야 하는 이유가 전해진다. 흥미로운 일을 하여야 성과도 높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관심이 높은 일을 하여야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열정을 발견하고 성장시켜야 하는 이유들도 설명된다. 열정이 계시처럼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준다. 관심사를 파헤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들이 전해진다. 최고가 되고 싶다면 어떤 연습이 중요한지도 설명되면서 질적으로 다른 연습이 필요한 이유도 이야기된다.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더불어 그릿의 기초가 되는 동기인 이타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타성은 그릿의 중요한 의미로 부각된다. 열정을 쏟는 일이 가져다주는 목적에 이타성이 결합하면서 일어나는 놀라운 성공을 경험하였기에 이 연구 결과에 공감을 하게 된다.

높은 목적의식이 필요한 이유도 설명된다. 가장 좋은 동기부여는 좋아하는 일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목적의식을 가지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해서도 전해진다. 희망을 가지는 것,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경계하라는 것과 성장형 사고방식과 그릿을 강화하는 표현법의 예시 대화법도 알려주는데 매우 요긴한 내용으로 기억에 남는다. 성공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대화법으로 끈기와 열정을 불어넣어야 하는지도 여러 번 반복하면서 배울 수 있는 내용이다.

부모에게도 유용한 부모도서이다. 부모의 이기심을 엄격함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기심에 가득찬 부모에게서 성장한 자녀들을 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을 떠올리면서 읽게 된다. 허용적, 방임적, 독재적, 현명한 양육방식 네 가지를 설명한다. 우리의 부모는 어떤 영역이었으며 우리는 어떤 영역의 부모였고 지금은 어떤 노력을 향하고 있는 부모인지 꾸준히 자문하게 하는 연구결과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우호적인 관계가 되는 노력은 필요해진다. 이기심이 가득해지는 부모에게서는 자녀에게도 좋은 영향력이 미치지는 않게 때문이다.

그릿을 키울 수 있는 두 가지 방법도 마무리 글에서 만나게 된다. 안에서 밖으로 키우는 그릿 성장법, 밖에서 안으로 그릿을 성장시키는 방법이 설명된다. 저자가 자녀와 나눈 대화와 앞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과제들도 언급된다. 지나친 투지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복감을 주는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릿이 성공의 전부가 아님을 강조한다. 성공의 구성요소의 하나인 그릿을 어떻게 활용하고 행복을 맛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연구결과이다. 흥미롭게 읽었던 내용이며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에 답까지도 기다려지게 된다.

자신과 타인을 위해 중요한 일을 시도하고 잘해낼 때 느끼는 만족감 354

부모의 이기심을 엄격함으로 착각하지 마라 - P266

허용적 양육방식, 방임적 양육방식, 독재적 양육방식, 현명한 양육방식 - P280

그릿을 구성하는 두 요소는 열정과 끈기다. - P87

어떻게 하면 나을지 이야기해보자. 열심히 배우는구나! 마음에 든다. 더 개선할 부분은 뭐가 있을까? 어려운 거야. 아직 못한다고 상심할 것 없어. - P243

자신과 타인을 위해 중요한 일을 시도하고 잘해낼 때 느끼는 만족감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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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들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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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의 책들의 문장들을 다시 펼쳐볼수록 문장들의 첨예한 예리함을 주워담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SF소설을 쓰는 작가의 집필에 대한 이유들을 읽었기에 이 소설에서의 지옥들을 찾게 된다. 『나는 왜 SF를 쓰는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곳은 전부 지옥이야" (387쪽)라는 문장을 이 소설과 현실에서도 둘러보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삶이 평화로워야 한다는 지대한 목표를 품어 안으면서 살아야 하지만 소란스러운 소음과 잡음들이 무수히 쏟아져내리는 세상이다. 중심에는 과도한 사치와 허기에 허덕이는 인물들이 존재한다.

책의 파장은 대단하다. 허구라는 당위성에 집요하게 짚어내는 사회적 문제들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주어진 삶들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아직 내 삶의 자정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인물의 말에도 쉽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긴 사유의 시간을 가지게 한다. 삶의 곡선들을 지긋하게 떠올리며 어떤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한 걸음의 발자국이 자신의 삶이 되고 천국과 지옥은 사후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현재 삶의 지표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여자가 있다. 나이, 직업,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여자들이 있다. 소설의 여자들은 곧 우리가 되고 우리는 이 사회에서 어떤 여자로 존재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질문으로 남는다. 어떤 위치에서 쓰이는 의미인지 되묻게 하는 소설이다. 권력은 작은 집단에서 큰 집단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곳에서 여자는 어떤 존재로 살다가 사라지게 되는지 아낌없이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시녀이야기』와 『증언들』을 읽었다. 작가의 작품을 읽을수록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더욱 궁금해지면서 『눈먼 암살자』, 『도둑신부』와 <핸드메이즈 테일> 시즌까지도 시청하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들은 계속 출간되고 있고 독서 속도는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소설이 던진 충격은 현실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로 응집된다. 미투로 용기를 내는 여자들이 어떤 고충 속에서 직업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감시와 고발하는 사회가 있다. 폭력과 총기로 무장하고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가 있다. 순종해야 하고 무력함과 수치심을 일으키는 사회에서도 살아남고 버티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전달되는 인물이 등장한다. 새로운 계급과 새로운 사회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소설은 집요하게 파헤친다. 현대사회가 성장과 발전이라고 말하는 포장지에 감추고 있는 비릿한 기체들의 정체들의 발원지가 어떤 집단의 욕망에서 출발한 것인지 함께 떠올리면서 읽은 작품이다.

작품의 인물들과 권력이 대중 앞에서 보이는 모습과 실제 삶의 진실한 모습의 괴리까지도 되짚어보게 하는 소설이다. 허구이지만 현실에서도 남김없이 드러나는 실체적 모습들이 보이는 장면들이다. 낮은 계급인 여자들이 등장한다. 이 여자들이 한국 사회에서도 어른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린되고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처버린 여자도 존재한다. 갈색 옷을 입은 아주머니라는 여성 집단도 예사롭지가 않다. 미소를 머금고 일률적으로 말하는 말들이 건조하기만 하다.

두려움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라 작가의 예리함에 감탄하게 된다. 성경을 한 손에 쥔 사람들이 보이는 폭력과 잔혹함이 드러난다. 역사에 존재한 복종과 순종의 강요, 성의 착취, 권력들의 기괴한 논리와 계급론을 소설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 글에 등장하는 소녀의 죽음이 있다. 무자비하고 잔혹한 여성이 편안한 노후를 위해 계략을 꾸미고 진행하다가 희생된 소녀를 떠올리며 조각된 조각상의 글이 인상적이다. 악의 근원과 폭력성을 이 소설에서도 가해자와 희생된 소녀에게서 보게 된다.


아직 내 삶의 자정은 도래하지 않았다. 252



어째서 너무 늦기 전에 누군가 그 원자력 발전소들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던가? 침몰하는 경제, 실업, 추락하는 출생률 - P99

순종, 굴종, 온순, 이런 미덕이 요구되었지요.417

(책은) 그토록 화르르 불이 붙고? 그토록 파괴적이라니요? - P347

과도한 방종, 물질적 사치에 대한 과도한 허기253

여기는 천국이 아니야. 여기는 뱀과 사다리의 세상이고.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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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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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소수가 다수를 지배한 정치적인 사실이 전해진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은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강조한다. 이타적인 영웅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지금도 목도하고 있기에 이 책은 밀착해서 읽은 내용으로 남는다.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 어떤 나라에서 어떤 정치적 사실들이 민주주의를 위협하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과 태국의 정치적 사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같은 상황적 전개가 아니지만 민주주의가 어떻게 위협받는지 여러 나라 사건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민주주의가 어떤 과정을 통해 무너지는지 여러 나라의 폭동과 관련해서 확인하게 된다. 선거 제도를 무너뜨리는 폭동과 시도가 프랑스, 스페인, 우크라이나, 러시아, 필리핀, 페루, 베네수엘라까지 살펴볼 수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의 퇴보이다. 세계자유지수 ( Global Freedom Index)는 매년 전 세계 국가를 0~100점으로 평가하는 것을 의미하며 100점은 최고의 민주주의를 뜻하는데 2015년 미국은 90점을 받았지만 이후로 꾸준히 하락하면서 2021년 83점을 나타낸다. 이 점수는 서유럽의 모든 기존 민주주의 국가들을 포함하여 아르헨티나, 체코공화국, 타이완 등 고난을 경험한 국가들보다도 낮은 점수를 의미한다.

"우리는...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 주장...

민주주의 자체를 공격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175


두려움은 때로 사회를 독재로 되돌리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52


공포와 분노를 느낀 많은 공화당원은 극단주의를 향해 나아갔다. 174


방콕의 엘리트 집단은 권력과 부, 지위의 균형점이 이동하는 흐름에 점차 분노하고 있었다. 그들은 태국의 정치, 경제, 문화적 수직체계의 꼭대기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부자들은 자녀를 방콕이나 영국 혹은 미국의 대학으로 보냈다. 49

미국의 민주주의가 타격을 받는 이유들과 증오의 표밭이 된 이유들도 설명한다. 백인들의 분노 정치를 깊숙하게 활용한 트럼프에 대해서도 전해지면서 족쇄를 찬 다수가 위협을 받는 미국의 상황들도 전해진다. 우리는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낯설지 않아서 폭력주의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책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애국단, 퇴직한 군인들이 등장하는 내용들도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웠던 내용으로 남는다.

두려움은 독재의 원동력이 된다는 문장이 예사롭지 않았다. 분노가 극단주의를 향한다는 것에 우려를 감추기가 어려워지는 내용들이 된다. 태국의 엘리트 집단은 안정적이고도 폐쇄적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어떤 정치적 상황이었는지도 설명된다. 2001년 이후 불평등이 완화되었던 태국의 상황은 도시 중산층이 소외되는 상황에서 일어난 태국의 독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표준 이하의 민주주의라는 미국의 상황도 설명된다. 한국과 다른 민주주의에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를 여러 사회적, 정치적 상황들을 통해서 분석하게 된다. 민주주의가 퇴보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목소리를 분명하게 전하는 책이다.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위협받는다는 것은 독재와 폭력을 허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우리는...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 주장... 민주주의 자체를 공격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 P175

두려움은 때로 사회를 독재로 되돌리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 P52

공포와 분노를 느낀 많은 공화당원은 극단주의를 향해 나아갔다. - P174

방콕의 엘리트 집단은 권력과 부, 지위의 균형점이 이동하는 흐름에 점차 분노하고 있었다. 그들은 태국의 정치, 경제, 문화적 수직체계의 꼭대기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부자들은 자녀를 방콕이나 영국 혹은 미국의 대학으로 보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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