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지의 서울> 드라마에 등장하는 쌍둥이와 모순 소설에 등장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가 시의적절하게 매만져진다. 삶과 죽음을 분리하고 같은 것임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분법적 사고로 이해하는 모순을 이겨내야 하는 이유가 그러하다. 삶과 죽음은 한통속이라는 명징한 사유의 끝자락이 멋들어진 소설이다. 불행하다고 단정 짓지만 그 속에 행복을 발견하는 이는 버티며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반면 타인의 관점에서 행복할 거라 단정짓는 삶에 불행만이 가득한 삶도 존재한다. <미지의 서울> 드라마에서도 모순 소설의 두 자매가 보이기 시작한다. 삶의 커다란 혼돈 속에서 사회적 기준과 잣대에 짓눌려 정체성을 찾지 못한다면 자기 탓으로 몰아넣는 사회적 모순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침몰하는 배가 되어버린다. 미래의 회사 선배와 미래의 회사 생활이 그러했다. 혐오와 차별, 오해와 선입견으로 단죄하며 직장에서의 따돌림, 일거리 주지 않고 무시하는 직장문화에 홀로 희생된 인물들이 삶과 죽음의 한통속에 속아넘어가는 장면들이 생각난다. 미지라는 쌍둥이는 같은 상황들을 다르게 대처하면서 사회가 단단하게 쌓아 올린 문화에 도전한다.

소설의 두 자매의 삶과 죽음의 경계선도 다르지가 않다. 불행과 행복이라는 포장된 사회적 기준은 무의미하였으며 삶과 죽음을 어떤 마음으로 버티고 발견하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단단한 경계를 넘어선 용기, 사회적 기준을 부수고 나를 새롭게 출발하도록 이끈 드라마이며 소설이다. 쉽게 단정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죽음의 신호탄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용기, 자신을 향한 믿음, 꾸준함의 결실을 맞보아야 삶이다. 불행과 행복은 한통속이라는 것, 속지 말아야 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힘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다시 확인한 소설이다. 불행 속에도 행복을 발견하여야 삶이 지속된다. 한순간, 한나절, 하루의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놀라운 삶을 향유해야 한다. 찰나의 발견, 새로운 나를 시작하며 행복을 기억하는 것이 삶임을 확인한 소설이다. 지금 우리가 사유하고 바라보는 것이 삶이다. 그 삶에서 충분히 만끽하는 즐거움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한 작품이다.

고상한 유희보다는 다분히 악의적인 유희를 사람들이 진짜로 즐긴다는 사실도 언급된다. 소설에서 멈추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자신은 어떤 유희를 즐기는 부류에 속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악의적인 유희에 희열을 느끼며 섬뜩한 무리에 속하고 있지 않은지 차분히 살펴보는 것이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진귀한 가치이다. 모순이라는 단어의 깊고 넓은 의미를 삶을 통해서 집요하게 관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탐구하라고 자신의 삶을 잘 관찰하라고 작가는 예리한 문장으로 방점을 찍는다.

순탄하고 평이하게 살아가는 삶이 아니었기에 헤치고 나아간 어리고 젊은 날들의 단단함에 응원을 아끼지 않게 된다. 고단하고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일들을 경험할 때마다 포기하고 도망치지 않았던 날들이 떠오른다. 대지 아래로 깊숙이 파묻혀 들어가는 기분도 경험했지만 모두 지나쳤고 앞으로도 지나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굴곡진 인생의 양감이 지금을 만들어냈음을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다시 확인한다. 삶을 발전시키고 있는 오늘을 더욱 조밀하게 응시하게 한 소설이다.



모순을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291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인생은 ...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 P296

사람들이 진짜로 즐기는 유희는 고상한 것보다는 다분히 악의적인 것들이 훨씬 더 많다. - P13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 - P15

모순을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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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운명에 대해 성찰하는 소설들 중에서 『환락의 집』이라는 민음사 세게문학전집이 있다. 2권으로 구성된 소설로 이디스 워튼의 출세작이며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 수상작가의 작품이다. 19세기말 뉴육의 아름답고 젊은 여성 릴리 바트는 상류 사회의 언저리에서 생활하는 인물로 높은 교양과 고상한 취향을 지녔지만 일찍 부모를 잃고 부유한 남자와 결혼을 통해서 상류층으로 진입하려고 하는 여성이다. 작가는 뉴욕 벼락부자들의 과시적 소비와 경박함을 소설을 통해 폭로하면서 여성이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간 과정을 전하는 소설이다.

현대사회의 언론이 부추기는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으로 제시되는 것들을 떠올린다. 더불어 남성의 아름다움까지도 범벅이 되어버린 현대사회의 양상까지도 둘러보게 된다. 반면 어느 곳에서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의 가치를 발견한 이들도 발견하게 된다. 미의 기준, 아름다움의 상징성을 추앙하는 기준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화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아름다움도 상대성을 띠면서 시대가 제시한 유행, 아름다움에 휘청거리는 무리에 있지 않는지 숙고하게 하는 소설로 이어진다.


칙칙한 여성을 누가 원하겠어요?

사람들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예쁘기를, 잘 차려입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그레이 헤어에 관심을 가지면서 흔들림 없이 지금의 나이듦을 사랑하고 있다. 『문숙의 자연식』이라는 책을 재독하면서 이 소설의 주제와 접목하게 된다.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을 큰 의미이며 삶의 중심점을 찾는 과정이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찾아간 정체성의 실체가 이 소설의 이야기가 된다. 『테트리스 부부』소설에 등장하는 아내의 과시적 소비 성향도 함께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숙고의 시간조차 없이 큰 파도에 휩쓸린 현대인들의 과시적 소비와 경박함이 어떤 파국이 되는지 차분히 생각하게 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망 없는 불행』소설에 등장한 작가의 어머니처럼 여러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성도 존재한다.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이라는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도 떠올리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한번은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은 필요해진다. 그 시간은 결코 무용하지 않으며 성장의 기회로 이어지는 출발선이 되기 때문이다.

결혼과 사랑에서 방황한 한 여성의 이야기가 소설로 전해진다. 『순수의 시대』, 『버너 자매』를 읽고 릴레이 독서로 읽은 작가의 작품이다. 관습과 규율, 시대적 아름다움의 기준을 의심하게 된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으로 이어지는 멋진 작품이다.

경박한 사회는 오로지

그 경박함이 파괴하는 것을 통해서만

극적인 의미를 얻을 수 있다. _이디스 워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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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연극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욕설을 서로 겹치게 소리 지르고 있지만 배우들의 시선은 관객에 고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배우들의 욕설 내용과 대상은 누구인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혐오스러운 상판대기들아, 어릿광대들아, 가련한 몰골들아, 뻔뻔스러운 작자들아, 허수아비들아, 멍청하게 서서 구경하는 꼴통들아" (15쪽) 굵직한 의미들이 열거되면서 그들이 누구인지 둘러보게 되는 연극이다.

"헐뜯기 대가들아, 쓸모없는 건달들아, 줏대 없는 꼭두각시들아, 사회의 찌꺼기들아." (60쪽) 배우들의 욕설은 연극에 다시 등장한다. "능력 면에서 모든 걸 능가... 교활하고 왜소한 게르만 종자들아." (59쪽) 문학의 힘은 하나의 대상만을 향하지 않는다. 빈칸 넣기 하듯이 지칭된 대상에 어느 집단, 사회계층, 다양한 대상들을 빈칸에 넣기까지 하면서 배우들이 욕설하는 대상을 찾는 시간으로 연장되는 작품이다.

"항상 거기에 앉아있었다. 성실한 노력, 콧물을 훌쩍이는 너희들. 성공에 큰 몫을 했다. 위대함은 생략을 통해 이루어졌다. 모든 사실을 침묵으로 대변했구나, 허풍쟁이들아." (59쪽) 배우들은 대상을 주시하지 않고 관객을 향했지만 누구도 주시하지 않으면서 욕설이 계속된다. 배우들에게 주어진 규칙은 자세히 관찰할 것, 귀 기울여 들을 것이다. 이 규칙을 먼저 명시하면서 시작된 연극이다. 덕분에 사회가 강요하고 조장하는 흐름에 반하는 고통을 받고 대우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기사들을 읽은 내용은 일상 속에서도 잔상이 남아서 위협적인 속도로 달리는 도로에 뜨거운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한낮에 일당을 받고자 노동하는 신호수와 작업하는 도로 작업자들을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들이 하루 일당을 받고자 도로에서 일하다가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많은 그들의 죽음이 다시 되살아나는 뜨거운 여름의 도로이다.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그들의 노동이 있다. 그들의 지저분한 작업복에는 정당한 수고와 땀이 고스란히 존재한다. 수많은 장소에서 누군가들의 노동과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지우고 감추고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 소회>영화에서 콜센터 직원의 죽음, <미지의 서울> 드라마에서도 연극배우들이 소리치는 욕설의 대상들이 존재한다. 대선 공약에서도 평등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보는 자세히 관찰하기와 귀 기울이기 규칙을 돋보기로 찾는 작업은 필요하다. 총체적으로 구분하고 구별하는 사회적 시스템에서 연극배우가 누구를 향하야 욕설을 쏟아내는지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는 희곡이 된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화면 속에 등장하는 집단은 긴팔의 옷으로 무장하면서 냉방병을 걱정하는 이들과 먼지와 소음, 빨리빨리 일하라고 다그치는 한국 사회에 길들여진 수많은 노동자들의 한숨은 대조된다. 노동을 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없는 사회이다. 그들의 노동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행복하다는 만족감으로 살아가는 한국 사회인지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 규칙이라고 연극은 연극배우들에게 규정한다. 정당함을 잃고 차별적인 사회에서 별들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 희곡에서 발견하게 된다.

번아웃으로 우울한 노동자들이 많은 한국 사회이다. 웃음기를 잃어버린 그들의 노동에 무엇이 작동하면서 그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노동 사회를 자세히 관찰할 것! 귀 기울일 것! 연극배우들에게 규정한 규칙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뜨거운 도시의 도로를 달리면서 신호수를 보면서 아슬아슬한 생과 죽음의 경계를 떠올렸다. 그리고 직장 노동자들의 한숨과 눈물, 부유하는 수많은 감정들로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전문직, 사무직, 노동자들의 다양한 일상들을 떠올린 희곡이다. 반대편에 욕설의 대상자가 된 그들이 자신은 아닌지 살펴보는 힘까지도 불어넣어 주는 희곡이 되기를 희망한 작품이다.

<미지의 서울> 드라마에서도 기업 전략실 엘리트들이 한 명을 왕따시키면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전개되는데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들과 용기를 낸 사람이 어떤 대우를 차별적으로 받는지 보여줄 때 이 희곡의 명대사들이 떠올라서 다시 재독한 희곡이다. 당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빨리빨리를 외치는 분위기이다. 기계를 멈추어야 하는데 기계를 멈추지 않고 사람이 기계 결함을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순간 다시 한 생명이 사라진 산업현장의 노동자 죽음을 또다시 접한 한국 사회이다. 그들이 방만하고 기만한 것이 무엇이며 노동자 죽음을 수익과 대조하면서 방치한 현장의 반복되는 사고 소식은 우리 모두를 향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은 꽤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행복과 한국 사회의 행복도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한국인들의 삶은 결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미지의 서울> 드라마와 <다음 소희> 영화를 통해서 보게 된다. 스스로 찾아내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응원하면서 쓰러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노동자들이 많아지기를, 이들의 허무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심을 갖는 정치가 존재하기를, 가해자가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회이기를 희망하면서 읽은 책으로 『소망 없는 불행』에 이어서 읽은 작가의 작품이다.

여러분은 현실을 다시 거칠다고 말할 것입니다.

냉정해질 것입니다.

자신의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연극에 몰두했던 통일체가 아닙니다. 57




우리는 특정한 조건에 따라 우리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우리 말과 여러분의 시선은 각을 이루지 않습니다. - P20

멍청이들아, 막돼먹은 인간들아, 부도덕한 인간들아, 떠돌이 사기꾼들아, - P60

여러분은 현실을 다시 거칠다고 말할 것입니다. 냉정해질 것입니다. 자신의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연극에 몰두했던 통일체가 아닙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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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정의의 사람들』 중의 에세이 <부조리한 인간>은 흥미롭게 읽은 내용이다. 읽을수록 『시지프 신화』와 에세이 『안과 겉』, 소설 『이방인』을 상기하게 된다. 페이지 여백의 메모들을 확인하면서 작가의 유명한 소설과 에세이를 다시 펼쳐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단단한 연결고리가 되면서 철학적 사고의 깊이가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설 『페스트』의 인물들 중에 죽음을 다르게 받아들인 의사 어머니의 삶을 다시 회상하는 독서릴레이로 이어진다.

위대한 소설가는 철학적 소설가라고 『시지프 신화』에서 언급된다. <부조리한 인간> 에세이를 통해서 소설의 바탕이 되었던 알베르 카뮈의 철학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롤링 부인의 '호소문'을 언급한 괴테의 <잠언집>에서 괴테는 롤링 부인은 무시되었다는 사실이 각주를 통해서 설명된다. 롤링 부인은 프랑스에서 살롱을 열고 남편을 내무장관으로 만들었던 여인이었지만 과격파의 미움을 받아 교수형에 처하게 된다. 후세에 의지한 롤링 부인이 후세에 외면받았음을 카뮈는 언급한다.

부조리한 인간이 용납할 수 있는 도덕은 단 하나 신에게서 분리되지 않는 도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부조리한 인간은 신 밖에서 살고 있다고 단언한다. 종교 전쟁과 자기변명과 무죄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무죄는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된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나름의 부조리이며, 해방과 기쁨의 외침이 아닌 하나의 쓰라린 확인을 의미하는 무죄임을 확인시킨다.

책임지는 사람은 있을 수 있으나 죄인은 없다는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부조리는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묶어 잇는 것으로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금지된 것이 없다는 뜻이 아님을 설명한다. 부조리는 행위의 결과에 한결같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부조리는 후회에 본래의 무용성을 회복시킨다는 것과 어쩌다 기분이 내켜서 덕이 높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짚어낸다.

부조리의 정신으로 추론한 결과는 윤리적 규칙들이 아니다. 발견한 것들은 인간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예증들임을 작가의 여러 소설들과 에세이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한 인간의 패배의 예증을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었고 심판의 대상이 된 것은 패배한 상황이 아닌 패배한 인간 자신이었음을 『이방인』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정황은 현재에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모순되는 논리로 심판을 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읽은 부조리한 인간에 대한 내용이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미래를 박탈당한 어떤 세계에 대한 글이다. 희망을 불어넣고 인간을 분주하게 일하게 하고 있는 세계를 직시하게 한다. 희망을 떠올리며 달렸던 무수히 많은 계단들이 있다. 숨이 턱에 차올랐던 순간들은 회색빛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세계만을 맛보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는 단 한 가지 거짓되지 않은 사고는 열매를 기대하지 않는 불모의 사고라고 확언한다. 미래가 박탈당한 세계, 미래가 없는 시대는 누구인지 멈추어서 둘러보아야 한다. 마음껏 숨 쉴 수 없는 희뿌연 독성을 가득히 품고 있는 공기, 더 높은 높이와 성장만이 희망이라고 착각하는 세계, 발암물질 범벅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는 소비의 실체 등 걷고 있지만 왜 걷는지도 모르는 노예들의 출퇴근길의 움직임들이 떠오르는 내용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희곡도 떠올리게 되는 부조리한 인간을 사유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영광이란 모두 덧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깊이 고찰하도록 이끄는 내용들이다. 모든 영광 중에서 가장 덜 거짓된 것은 스스로 체험하는 영광이며 중요한 것은 인생에서 얼마나 동일화되었는지에 대해 강조한다. 노력과 사명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마음을 다하여 여러 존재가 되고자 전력투구하라고 전한다. 자신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잃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더불어 침묵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비극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모든 것을 성취하고 모든 것을 살고자 하는 저 인간, 저 헛된 시도, 저 부질없는 고집, 그것은 부조리의 모순 그 자체라고 말하면서 운명에서 노래 부르는 피리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복 있을 거라고 말한 햄릿의 말을 인용한다. 질문이 많은 세계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힘을 불어넣어 주는 내용들이며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재독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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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는 여자친구, 사랑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수많은 아내들을 떠올리는 남자들이 있다. 박혜진이 엮고 풀은 『퍼니 사이코 픽션』 7편의 피폐소설 중의 『정열』라는 송경아 소설의 남자는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지만 만남을 지속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8월은 악마의 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등장하는 부자가 회상하는 자신의 여러 아내들이 그러하다. 기억조차 선명하게 남지 않은 많은 아내들이 그 남자를 스쳐지나쳤음을 남자를 통해서 전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족장의 가을』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사랑하는 능력이 없었던 남자의 죽음에 태어난 아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사랑하지 않지만 만남을 지속하고 결혼하고 자녀가 태어나는 것들이 사랑이 아님을 여러 소설들을 통해서 목도하게 된다. 부모이지만 사랑이 없는 부모, 살의가 느껴지는 눈빛을 드러내는 부모의 폭력성이 여러 소설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부모와 자녀, 부부, 연인들부터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채색의 삶을 사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들이다.

사랑하라!

명료한 가르침이 우매한 인간들에게는 힘겨운 돌덩이를 밀고 올라가는 삶인지 떠올리게 한다. 사랑이 없는 요양원의 처참함과 사랑이 흐르지 않는 가족들과 사회에서 괴롭힘과 혐오, 차별과 무시가 얼마나 타인을 생채기내는 무수한 형태로 괴물이 되어가는지 떠올리게 된다.


사랑이 없는 연인에게 '정열'이 무엇인지 환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는 여자친구가 송경아 소설에 등장한다. 젊은 남자가 굳건히 믿었던 세계가 무너지면서 정열을 이제서야 경험하면서 그는 여자친구가 옳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열이 없는 인생이 얼마나 처참한 삶인지 깨닫지 못하는 인생도 있겠지만 한 번은 뜨겁게 감당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사랑하는 힘을 길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이 괴물이 되어 타인을 괴롭히는 주체자가 되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뻔뻔함이 사라지게 최고의 해결책은 사랑임을 소설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매일 부단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한 것이 사랑하는 것임을 오늘도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는 사회에서는 분열과 대립,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시작하는 전쟁도 사라질 것이다.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변화의 시작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정열』이라는 소설에서 엿볼 수 있었고 남자의 변화와 깨달음이 명징하였음을 보게 된다.


사랑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단단한 자신들의 요새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회는 머뭇거림 없이 폭력성으로 표출되는 것을 경험한 시대이다. 사랑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집단의 운명과 개인의 운명은 수치스러운 운명이라고 『족장의 가을』의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언급한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를 찾고자 소설들을 무수히 읽다가 발견한 것은 치유가 되면서 평온으로 이어졌다. 사랑이 없는 수치스러운 운명을 자각하지 못하는 집단과 사회, 가족들에게서 해방을 맛보았고 매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고자 기도하는 부단함이 왜 필요한지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 소설들이다.


회색빛의 도시, 무채색의 사회에서 존재의 의미가 부족한 것이 아님을 확인하는 힘이 필요하며 오늘의 힘겨움이 자신의 탓이 아님을 소설들은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저마다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지만 작가들은 한결같이 사랑이 필요한 이유를 손꼽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하라! 오늘도 우리는 타인과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늦은 밤 사랑하였던 순간들을 기억하는 빛이 되어야 한다.

타인을 만나러 가려면 자신이라는 한계의 벽을 뚫고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반드시 변해야 된다. 그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을 정열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사랑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40

_정열 송경아 _퍼니 사이코 픽션


우리 아빠가 죽었어.

자유만세 46

​_족장의 가을


수수께끼 손금.

사랑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

수치스러운 운명 362

​_족장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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