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을 읽다보면 고골의 『외투』 소설이 등장한다. 작가의 생애를 읽고나서 읽은 작가의 첫 작품이다. 외투 소설을 읽고 고골의 여러 소설들을 읽었기에 이 소설은 더 깊게 투영된다. 가난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 작품이다. 소설의 인물은 9등관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47세 남성이다. 시대적 흐름을 바탕으로 그는 늙은 노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인물이다.


작품을 읽어갈수록 가난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된다. 가난은 돈이 급하게 필요하지만 담보조차도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유일하게 담보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월급뿐이라고 소설 속의 남자는 전한다. 아직 지불되지 않은 월급을 담보로 대출을 요구하러 가는 이 남자는 자신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는 인물을 향해 비난을 퍼붓는다. 담보가 없으면 대출이 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기에 그의 비난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으며 그가 가난한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찾게 된다. 그의 무능함이었는지, 낭비벽이었는지 일상을 살펴보는 작업이 뒤따르는 소설이다.

고골의 소설 『외투』에서도 등장하는 내용처럼 그의 일상에서는 사치와 낭비는 찾을 수가 없다. 그의 비루한 삶과 외투, 모양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소설을 계속 읽게 된다. 현대의 계급사회문제까지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군가는 의뭉스러운 소득을 취하고 있음을 소설의 안나라는 여성을 통해서 짐작하게 된다. 누군가는 어침부터 저녁까지 노동 사회에서 일을 하지만 노동의 대가는 불공정하게 분배되고 있음을 『외투』라는 고골의 소설은 사실적으로 이야기한다.


고금리 대출을 찾아서 급전을 찾는 가난한 사람들의 급박한 상황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가난하고 보호해 주지 않는 젊고 어린 여자에게 악한 사람이 가난한 약자의 약점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악인은 가난하고 젊은 여자에게 손을 내밀면서 유혹하는 손짓을 보내기 시작한다. 이때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젊은 여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가난은 금전적인 가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든든한 보호벽이 없는 고아와 과부 같은 여자에게는 더욱 가혹한 것이 가난임을 보여준다.


또 다른 가난한 가족도 등장한다. 투자 실패와 실직으로 단칸방에서 5명의 가족이 소리도 내지 않고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 아이가 3명이지만 아이소리가 들리지 않고,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도 아이는 그것을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가난이다. 그 가정의 한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가 죽음이 빠르게 찾아오지만 슬픔과 눈물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 가난임을 이 가정의 생존한 다른 어린아이가 관에 기대어 있는 모습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슬퍼할 수 없는 울음과 슬픔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가난은 아내에게도 아이에게도 감정까지도 모두 빼앗아가버린다. 상대적으로 부자인 안나라는 여인은 고아와 과부를 향해서 생색을 내고 성경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율법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기만 한다. 가슴으로 하는 사랑이 아닌 행위로만 하는 신앙인의 거짓된 모방에서는 어떠한 감동이 전달되지 않는다. 사랑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이 신앙인의 영원한 과제임을 안나를 통해서 작가는 보여준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가난을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사실적으로 전달한 소설이다. 태생이 부자였고 태생이 가난하였다는 것은 엄청난 간극을 의미한다. 그 가난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고 작가가 질문을 던졌으며 그저 피상적인 가난만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가난은 냄새로도 상징성을 띈다. <기생충> 영화를 통해서, 고골의 여러 소설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물가 시대에 누군가는 낮에는 직업을 가지고 밤에도 알바를 하면서 노동시장에서 쉬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시대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어린 자녀가 현금으로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가난의 폭풍에 던져진 인생은 발버둥을 쳐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맴도는 허무한 시대임을 이 소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작가가 살았던 가난한 삶을 무수히 떠올리면서 읽다보니 인물의 삶이 허구의 인물로만 관통되지 않았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백치』, 『악령』, 『지하로부터의 수기』 작품들을 집필한 유명한 작가이다. 한 권씩 릴레이 독서를 할 계획이다.



우리에게는 남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슬퍼요. 145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돈을 빌리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135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세상은 흉악하고

사람들은 공정하지 않아요. 94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문학이란 좋은 겁니다. 아주 좋은 겁니다.

문학이란 참 심오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굳세게 하고 깨우쳐 주지요. 90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어떤 사람은

장군 견장을 달도록 정해져 있고,

또 어떤 사람은

9등 문관으로 근무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은 명령을 하고

어떤 사람은 불평 한마디 없이

순종하도록 정해져 있는 겁니다. 115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유품이라고 해 봐야

거위 깃털 펜 한 다발,

관공서 서식 용지 한 묶음,

양말 세 켤레,

바지에서 떨어진 단추 두세 개,

실내복 같은 헌 외투가 전부 93

_외투 / 니콜라이 고골 / 민음사

계장 대리는 호화롭게 살았다. 82

_외투 / 니콜라이 고골 / 민음사






세상은 흉악하고 사람들은 공정하지 않아요. 94

문학이란 좋은 겁니다. 아주 좋은 겁니다. 문학이란 참 심오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굳세게 하고 깨우쳐 주지요. - P90

어떤 사람은 장군 견장을 달도록 정해져 있고, 또 어떤 사람은 9등 문관으로 근무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은 명령을 하고 어떤 사람은 불평 한마디 없이 순종하도록 정해져 있는 겁니다. - P115

우리에게는 남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슬퍼요. - P145

돈을 빌리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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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3-29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소설속 비극적인 환경과 인물들이 너무 좋더라구요. 릴레이 독서를 응원합니다~!!
 




책들을 주문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읽고 싶은 책들은 더 많아지면서

독서 속도는 매번 느린 달리기 수준이다.
















◆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2024년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스웨덴 덴마크 베스트셀러 1위 도서이다. 미국 서점협회 선정 도서인 화제의 소설이라는 홍보문구에 읽고자 쌓아놓은 책탑들의 순위들까지도 밀어놓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녀가 야심차게 쏘아 올린 첫 작품이라고 한다. 그녀의 소감에서 치유와 화해의 키워드가 눈에 들어온다. 다툼과 전쟁이라는 어휘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사회를 등돌리게 하는 그녀이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거창하고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님을 다시 확인할 이야기가 될 것이다. 따뜻함과 온기, 치유를 만나고자 펼친 이야기이다.



“감동적이고 따사로운 이야기가 마음속 깊이 전해진다”

_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심사평












계엄령

희곡이다. 몇 번의 희곡을 읽었기에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었다. 드라마 대본집도 좋아하다 보니 작품성에 거침없이 마음이 쏠리게 된다. 알베르 카뮈 작품들을 계속 읽고 있다. 읽고도 다시 재독하고 잊지 않을 명문장을 계속 주워 먹으면서 작가의 세계에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이 책은 계획한 시간보다도 더 빠르게 선택한 책이다. 신간도서이며 베스트셀러라 바로 주문한 책이다. 계엄령은 우리에게도 이제는 역사의 사건이 되어버렸다. 역사 속에 묻힐 사건이 아닌 우리를 겁박할 사건임을 우리는 모두가 경험하였고 세계인들이 모두 놀라워하고 두려워한 사건이다. 작가가 전할 희곡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어가면서 우리는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공포를 극복하고

폭력에 저항하면 그 체계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 싯다르타

많은 독서가들이 읽었고 읽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이다. 베스트셀러이며 헤르만헤세 작품을 릴레이 독서하고 있다. 동양 사상에 관심과 애정을 보였던 작가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욕망과 충동이 얼마나 우리를 위태롭게 하는지 일깨우는 글이다. 자아가 아닌 것을 내밀하게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그 위대한 비밀을 말하고 있는 책이라 더 기대되는 책이다. 창작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우울증을 경험한 헤르만헤세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종교적 성장소설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자족적인 영혼의 성찰, 종교 교리가 지닌 정형화된 단단한 틀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만나게 될 것이다.


만약 마음속에 있는 모든 욕망과 모든 충동이 침묵한다면,

존재 속에 있는 가장 내밀한 것, 이제 더 이상 자아가 아닌 것,

그 위대한 비밀이 눈뜨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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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여수의 사랑』, 『디에센셜 한강』을 읽었다.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과 장편소설들, 단편소설인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에 이어서 시까지도 이 책에 실린 시들을 다시 읽었다. 한 번 읽은 시도 깊었지만 두 번째 읽은 시들은 더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는 시적인 근육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매번 시집을 펼칠 때마다 어렵다고 느꼈던 시어들의 깊이를 이제는 한 뼘 더 호흡할 수 있는 호흡기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에 한강 작가의 시들이 곁에서 여러 번 존재하였다.

이것이 시구나, 이것이 시라는 것을 시인의 여러 작품들과 소설들, 산문들을 읽어가면서 단단해지는 지반을 형성하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게 해주는 산문 글들이 있다. 보라고 주어진 두 눈의 가치를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많이 바라보고 있다고 고백한다. 작가가 바라보았을 것들이 작품을 통해서 시적인 언어로 장편소설로 독자들과 호흡하고 있음을 글을 통해서 전해진다. 작가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차분한 목소리로 바라보았을 세상의 가치들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감정들이었다는 것도 산문 글을 통해서 전해진다.

가족이 따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가가 기억하고 떠올리는 추억의 가족들의 모습에는 가난과 수많은 이사가 존재하고 딸이 배우고자 했던 피아노를 가르칠 수 없었던 형편이라는 경제적인 상황과 뒤늦었지만 딸을 위해 피아노 학원을 다녀달라고 부탁하는 부모의 부탁에 응하는 딸의 깊은 마음까지도 글에서 전해진다. 부모가 말없이 바라보았을 종이 피아노 건반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재능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작가가 지닌 음악적 재능은 소설 내용과 음악의 가사와도 접목하게 된다. 그 노래의 가사가 작가의 작품과도 적절한 어우러지는 내용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말해준 인물이 산문 글에서도 소개된다. 문득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라고 자신있게 말해줄 수 있는지도 떠올려보게 된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질문을 무작정 던져본다. 따뜻한 심장이 뛰고 있지만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는 세상과 사회에서 무엇을 향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매번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된다. 딱딱한 바위가 집이 되어서 살아간 것은 아닌지 욘 포세 작가의 샤이닝 소설의 문장도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질주하고 속도전으로 성공과 성장이라는 목표로 깃발을 휘날리려고 하지만 살기 좋은 나라의 국민들의 노동시간과는 상반되는 방향임을 확인하게 된다.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하찮게 생각하며 개와 돼지라고 말하는 무리가 원하는 것을 머뭇거리지 않는 것은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누구나 노동을 한다. 작가의 노동도 상당한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매번 한강 작가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간 후에 글에서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343쪽) 확인할수록 노벨문학상 수상 기쁨과 동시에 계엄령에 국민이 모두가 놀랐던 12월 3일을 잊을 수가 없다. 혼돈이 요동치고 혐오와 극우주의, 폭력주의가 매섭게 할퀴는 겨울을 보내고 있기에 국민이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을 세상을 다시 꿈꾸게 된다.

치고 들어오는 세계, 공포와 폭력, 학살은 지금도 매섭게 꿈틀거린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가 바라보았을 시간의 불꽃과 존재의 시간성, 삶의 유한성과 극한의 무의미와 눈의 침묵까지도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연이어 12.3 계엄령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서도 목도하게 된다. 반복되지 않아야 할 역사이다. 하지만 역사는 난폭하게 포효하면서 세계인들이 모두가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짓 뉴스로 기우뚱한 사회는 분별력을 잃어버리기 쉬운 상황이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오늘도 읽고 생각하는 이유, 기도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데 기여해 주는 것이 책이다.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343


나는 일어날 거야. 해처럼 떠오를 거야.

통증을 무릅쓰고 그걸 천 번 반복할 거야. 347

기도.

치고 들어오는 세계.

이것이 세계인가?

아이들이 죽어가고 여자들이 강간당하는,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인가?

그러나 살아 있음으로 아름다운 것들.

지독하게

무정하게 아름다운 것들.

유령.

종려나무.

팔을 흔드는 검은 나무. 348

악몽 같은 현실에서 구원을 원하는 인간의 이야기.

공포와 폭력.

기도의 이야기.

바람.

해류.

전 세계가 이어지는

바다의 순환.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

눈이 내렸다.

작별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인간.

우주 속에서의 인간.

내 몸의 감각.

육체. 연약한. 필멸하는. 349

'나'는 그 집에 가게 된다.

모두 '나'를 떠난 뒤에.

거의 폐인이 되어.

어디까지 차가울 것인가.

따뜻할 것인가.

뜨거울 것인가의 문제.

학살에 대하여...

삶의 유한성.

존재의 시간성.

극한의 무의미.

시간의 불꽃.

눈의 침묵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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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사에는 참전 군인들의 삶이 존재한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은 일상으로 무사히 귀환하였을까? 온전한 가정으로 돌아왔는지 살펴보게 된다. 넷플릭스 영화로 만난 이 영화는 아버지와 딸이 산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들이 이어진다. 먹고 자고 비가 내리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들이 그들에게는 생존게임이었음을 보여준다. 산에서 두 사람이 왜 생활하고 있었는지도 작품은 서서히 드러내면서 참전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현재도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갈 만큼 영혼이 파괴되어 있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아내는 보이지 않고 청소년 딸과 산에서 생활하고 사회적 부적응자로 생활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부녀의 모습이 계속 영상미로 고발한다. 왜 그의 영혼은 참전하기 이전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일까. 전쟁의 여파는 딸의 삶에도 큰 파동을 일으킨다. 한 사람의 삶으로 끝나지 않고 아내와 자식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은 일상 복귀에 실패하였다. 전쟁의 당위성은 참혹한 결과만을 남긴다. 헬리콥터 소리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그는 현재도 전쟁터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공간을 분별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영혼은 무엇을 보고 듣고 경험했던 것일까. 말하지 않는 침묵에는 그가 전쟁터에서 경험한 것들을 함축하면서 전쟁과 관련된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실패자로 귀환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가 나무를 벌목하는 작업장에서도 부적응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전개된다. 그가 그곳에서 도망가는 것과 그곳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는 딸의 반응과 선택을 묵묵히 전하는 영화이다.


파괴된 영혼들은 젊은 군인들이었다. 그들의 죽음, 그들의 상실된 신체, 영혼의 파괴는 전쟁의 결과로 통계된다. 무엇도 살릴 수 없는 파괴된 젊은이들로 남는다. 전쟁과 군인은 죽음과 훈장, 메달, 위령탑의 이름을 남기는 것으로 정당성을 강요하지만 문학과 영화 예술가들은 전쟁 옹호자들이 틀렸다고 무수히 고발한다.

자살로 마감되는 사라지는 참전 군인의 죽음은 숫자로 통계 되고 집계되는 단순한 사회적 손실로 치부되어서는 안되는 사회적 문제이다. 미국에서 국민들이 전쟁을 거부하는 상황에 정치권의 선택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도 함께 생각하였던 작품이다.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안과 겉>을 읽었다. 작가의 아버지가 열의에 가득 차서 참전한 군인이었고 그는 머리에 총알을 맞고 일주일 동안 신음하고 앞을 보지 못하다가 사망하였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남겨진 아내와 자식의 가난을 그는 회상하면서 빼앗긴 남편과 아버지를 글로만 남기게 된다.

지금도 총기의 정당성과 누구를 향하는 총알이었는지 역사에 기록되는 시대이다. 돈의 가치, 성장의 가치, 생명의 가치 정도는 무의미하다고 치부하는 극소수의 선택과 정당성이 부각된다. 일상의 행복을 권력이 빼앗을 수는 없지만 현실은 그들이 보통의 사람들을 위협하면서 교활하게 그들이 끌어안고 기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허게 된다. 그들이 기뻐하는 것에는 누군가의 죽음도 포함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대가 하는 짓이야말로 도둑질이지.

너희 아버지를 데려가고,

우리 아버지를 데려가는 거...

저 위의 모든 부자 나치들 692

이 나쁜 새끼들...

이 예쁘장한 나쁜 새끼들...

내 속의 찰과상이 보여?...

나를 침식하는 게 보여?...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누릴 자격이 없으니까. 745

너를 벌하지 마.

벌과 고통...

행복도 있을 터였다.

그것이 글쓰기였다. 750


책도둑 / 문학동네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 있는 것 463

인생을 허비하고...

깨닫고...

어리석고 하찮은 존재에게

자신의 모든 꿈을 걸었음을...

영혼을 전부 쏟아부었음을... 281


면도날 세계문학전집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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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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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편소설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그중 하나인 『퀴큰 나무 숲의 밤』 소설이 인상적이다. 사제가 살았던 언덕 위의 집에 그녀가 살고 있다. 이미 사제는 죽었고 사제와 사촌인 그녀는 사제와 인연이 있었다. 낯선 언덕의 집에 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용맹한 여자라고 설명된 그녀의 사연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옆집의 사내가 그녀에게 살던 곳이 그립지 않냐고 질문을 하는데 그녀는 나무가 그립다고 말한다. 나무는 마가목을 의미하는데 커다란 마가목 장작을 너무나도 갖고 싶어하면서 장작이 탈 때 냄새와 열기를 그녀는 상상하기도 한다. 더불어 노래까지도 떠올리면서 마가목 장작의 의미는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소설 제목과도 접목할 수 있게 된다.

살고 있던 곳을 떠난 그녀는 지금 언덕의 집에서 청소를 한다. 소독하고 창유리도 닦고 굴뚝 청소도 한다.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았던 일들을 지워내듯이 그녀는 언덕의 집을 청소한다. 문득 사제가 지옥에 갔을지 생각도 한다. 사제가 마가릿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결혼하자고 약속하고 아이를 낳자고 말했던 사제는 갑자기 사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의미없는 사람처럼 그녀를 무심하게 스쳐지나친다. 그녀는 돌변한 사제의 모습에 질문을 하고자 하다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서 불행이 그녀를 덮치게 된다. 혼자 감당하였을 여자의 임신, 출산, 아들의 죽음을 마가릿은 홀로 온몸으로 받아들였음을 짐작하면서 영아 돌연사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난날들을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신부의 아이를 가졌던 여자, 혼자 사는 여자, 옆집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이다. 언덕의 집에서 사는 그녀는 사람들의 병과 유령을 쫓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그녀를 호의적으로 생각한다. 점을 봐주는 집시 여인이 그녀의 지난날들을 남김없이 점쾌를 봐주면서 죽은 아들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제대로 말해주면서 그녀는 치유받기 시작한다. 생명을 잉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에게 꿈이 예지해준 것처럼 그녀에게 다시 아이를 임신할 수 있는 만남과 아기가 태어나면서 그녀와 그에게도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호감을 가진 그와 그녀의 새로운 기회의 땅인 아기는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해준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두 사람의 집은 깨끗해지고 주님의 행하심과 신비로움에 감탄하게 된다. 사랑하지 않고 사랑받지 않는 사람들은 어둠과 같은 밤을 보내게 된다. 그녀도 그도 그렇게 어두운 밤으로 시간을 채워갔음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잉태한 아이를 키우면서 주어진 기회를 서로가 붙잡았음을 보게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더 이상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고 적의적인 상대로 그녀를 위험하게 대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들의 의도와 적의를 알고 그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아이 아빠인 그는 이미 그녀가 언젠가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떠남을 놀라워하지 않는다.

불행을 경험한 그녀는 누구도 헤치지 않을 것이며 누군가 자신을 헤치려고 하면 떠날 것이라고 다짐하였던 그녀이다. 그녀가 누군가를 헤치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떠나버리게 한 이유가 된다. 소설의 마을 사람들에 해당되는 이들이 누구이며, 그녀는 누구인지 둘러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녀의 삶에 지키지 못한 약속을 한 젊은 신부의 무모한 모습과 임신한 아기를 책임지지 못한 신부의 행동, 사제가 죽어서 지옥에 갔을지 생각하는 그녀와 출산의 고통과 배에 남긴 제왕절개 흉터는 그녀의 지울 수 없는 큰 상흔이며 그녀의 새로운 사랑과 기회에도 고백해야 하는 지난 과거가 된다. 가족에게서 외면당하고 부정당하면서 혼자 감당한 그녀의 젊은 날들의 무수한 시간은 소설은 언급하지 않지만 용맹한 여자라고 단언한 표현에서 그녀는 충분해진다.

다시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떠난 마거릿의 이유와 선택에는 타인의 나쁜 마음들이 원인으로 시작한다. 왜 타인을 헤치려고 하는 마음과 말, 행동들이 넘쳐나는 것인지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살았던 그녀의 단호한 마음은 결국 푸른 들판을 걸어가게 한다. 푸른 들판을 걷고 걸어가고 있는 무수히 많은 여자들이 지금도 있고 과거에도 있었을 것이다. 악행을 답습하는 우매한 무리가 아닌 누군가를 헤치지 않는 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폭언, 폭행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는 카인의 후예임을 확인하는 것임을 보여준 작가이다. 단란한 구성원이 되지 못하고 해체되었던 그녀의 지난날들의 신부와 부모님이 있었으며 그녀가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든 마을 사람들의 악의가 또다시 그녀를 푸른 들판을 걷게 하였음을 소설은 멋지게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여자가 마을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던 이유가 드러나면서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도 의문스러워진다.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소문들이 얼마나 그녀의 삶을 명확하게 설명한 것들이었는지도 다시 확인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는지 작가는 사실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학교가 얼마나 쓸모없는 것들을 가르쳤고 모유를 먹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는지도 언급한다. 과소비하고 간음하며 방탕한 삶을 사는지도 꼬집는다. 생각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단상을 이렇게 시원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소설에 반해버린 이유 중의 하나가 된다. 언덕의 집에 살았던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문장들이 답해준다. 홈스쿨링 하는 이유와 나름의 설득력은 부족함을 없어지면서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 소설은 짧은 소설이지만 힘이 있는 작품이다. 자두와 감자를 구분 못하는 인생은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 작품이다. 잘 자고 검소하게 사는 것의 의미도 강조되는 소설이다. 후회와 슬픔의 무의미, 배신하는 과거의 의미를 곱씹지 않아야 했을 그녀만의 삶의 방식도 눈에 띄었던 소설이다.



아이가 태어났다. 두 집이... 깨끗해졌다. 238


주님의 행하심은 정말로 신비로웠다. 239



젊은 사람들은 물고기를 못 잡고 우유에서 크림을 분리하는 법도 몰랐다. 그들은 엄마 젖도 못 먹어본 아이들을 데리고 자기 형편에 과분한 차를 몰고 다녔고. 기회만 생기면 간음을 저질렀다. 사실 기회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다. 맥주도 병째 마셨고 미국과 프라하에 다녀와서 피자를 찾았으며... 자두와... 감자도 구분 못했다.
- P193

무엇도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이미 일어난 과거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과거는 곧잘 배신을 했고, 천천히 움직였다...후회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고 슬픔은 과거를 다시 불러올 뿐이었다.

잘 자고 검소하게 먹었고 바닷가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 P194

아이가 태어났다. 두 집이... 깨끗해졌다. - P238

주님의 행하심은 정말로 신비로웠다 - P239

인간 세상을 내다볼 때는 많은 것을 견뎌 내고 살아남은 여자처럼 엄격한 시선이었다.40살도 채 안 되었지만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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