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서위너
김훈하.전정미 지음 / 큐라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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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2기 진단받은 저자 김훈하 약사의 책이다. 『열방약국 유방암 상담소』, 『열방약국 말기암 통합요법 상담소』의 저자이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암 진단과 투병중에 암의 승리자들이 이룬 과정들과 결과들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모든 환경을 바꿔서 승리자가 된 사례들도 전해지는데 대표적으로 폐암, 전립선암, 난소암, 담도암, 신장암, 침샘암, 활막육종암 환자의 진단과 치료 상황, 나이, 진단명, 키, 성별, 몸무게, 경과까지 한눈에 파악하기 쉽게 편집되어 소개된다.

암은 유전이 아니라 환경이라고 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제시된다. 녹황색 채소와 카레, 강황, 커큐민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특히 난소암은 내성이 잘 생기는 다루기 어려운 암 중의 하나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유방암을 제어하는 천연물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되면서 열거된다. 생강의 효능까지도 눈여거보게 되는 내용도 알려주는 만큼 유용한 정보들이 전해진다.

암이 자라는 먹잇감이 무엇이며, 몸의 환경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식생활의 단호한 변화가 요구되는 내용들이 예시로 설명된다. 췌장암 2기 환자가 어떤 식생활을 포기하지 못했는지도 전해지면서 3개월 후 전이, 6개월 후 전이된 경과까지도 설명된다. 무엇을 제한하는 식습관이 필요한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들과 무지에서 발생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확인하게 된다. 가리지 않고 먹어도 된다는 영양사와 의사의 말을 잘못 이해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단적인 예로 들려주는 내용도 담는다.

스트레스도 관리해야 한다. 생활습관도 다시 재정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더불어 식생활과 주위 환경까지도 변화를 주어야 하는 이유들이 설명된다. 반복되는 염증이 잠자는 암세포를 깨운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성 염증의 원인부터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습관임을 일깨운다. 건강하지 못한 식사가 아닌지, 흡연, 운동 부족은 아닌지, 불충분한 수면상태가 지속되고 있지 않는지도 매일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염된 공기에서 살고 있지 않는지도 꼭 살펴보아야 한다. 노화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과 사회적 고립과 정신적인 문제도 원인 중의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식습관임을 강조한다. 권장하는 성분과 식재료들이 무엇인지도 하나씩 정리하도록 돕는 내용들이 눈길을 끄는 건강도서이다. 유방암 검사도 권고사항이라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있다 보니 유방암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싶어서 펼친 도서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실천하게 된다. 느슨해진 마음들을 다시 다잡고 어떤 습관들이 건강한 습관들인지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들이다. 몽땅 주스에 들어가는 채소 종류와 함암 성분도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을 구성한다.






암은 유전이 아니라 환경이다. - P155

식생활, 스트레스, 생활습관, 주위 환경_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 P179

암이 자라지 못하도록 몸의 환경을 바꿔야 한다. - P179

반복되는 염증은 잠자는 암세포를 깨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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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스마일즈의 인생 수업
새뮤얼 스마일즈 지음, 강현규 엮음, 김익성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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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스마일즈는 자기계발서의 고전으로 명명된다. 영국과 일본에서 국민도서 <자조론>을 편역본으로 구성한 신간도서이다. 완역본은 600쪽 분량을 차지하기에 반복되는 일화들을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버거워하는 분량들을 감안해서 읽기 쉽고 내용들을 간추려서 출간한 도서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개발하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의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급한 탐닉의 유혹에 저항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 이유도 언급된다. 자기 존중과 비례하는 힘이 함께 비례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명강을 하나씩 전해진다. 영혼이 쾌락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해로운 일인지도 강조한다. 출세와 성공이 우위에 서는 사회에서 자기 성장이 멈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서도 목도한다. 자기를 수양하고 자기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자의 책을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지속적인 성장과 영혼을 매일 새롭게 해야 하는 이유들이 접목된다. 읽으면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이디스 워튼의 『환락의 집』, 『순수의 시대』, 『버너 자매』 책들을 떠올리게 한다.

자기 수양은 출세가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이다. 225

저급한 탐닉의 유혹에 저항하는 힘은 자기 존중에 비례해서 생긴다. 230

어려운 일들에 봉착하고 실패하기도 하지만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언급된다. 쉽게 성취하는 일보다 어렵게 이루고 고난을 경험하면서 성공하는 것이 더 많다는 것과 쟁취할 것이 없다면 성취도 없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열망만 하고 시도조차도 하지 않는 것보다 열정을 다해서 시도해 보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도 전한다. 자신감과 힘이 생겨나는 원천이 무엇인지도 새뮤얼 스마일즈는 강조하는데 자신의 삶과 인생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이 어우러진 조언이라는 것을 유추하게 된다. 저자의 삶이 궁금하다면 저자소개글을 통해서 짤막한 글이지만 이 책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이 자신의 인생 경험과 연결된 것임을 알게 된다.

현대사회가 지닌 불공정한 문제들을 바라볼수록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들은 어느 부분은 수긍하고 어느 내용은 현실성과 동떨어지는 것 같아서 저자의 열정이 한국사회와 멀어진 내용에는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만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정당한 결과, 공정한 결실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철벽같은 문과 부러진 사다리에 올라갈 수도 없는 한국사회의 문제들이 더욱 두드러지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는 내용도 마주하기도 한다. 1859년에 첫 출간한 책임을 감안하면서 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세대를 더욱 생각하면서 읽은 내용들이다. 이 책은 20대 언어로 번역되어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자기계발서이다.

부와 신분을 뛰어넘는 참된 신사라고 정의한 삶이란 무엇일까. 정직하고 의롭고 공손하다는 덕목이 한국사회의 부자들과 신분이 높은 계층에서 쉽게 찾아보기가 어려운 이유들을 함께 고찰하게 하는 내용도 등장한다. 춥고 어려운 시대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한국사회는 더 불안하고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겨울이 지나야 봄이 찾아오는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지만 자기 의무를 피하지 않는 덕목이 필요한 이유도 찾는 이유들도 열거해 보게 되는 책이다.




정직하고 의롭고 공손한 이가 부와 신분을 뛰어넘어 참된 신사다 - P338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자기 의무를 피하지 않는다. - P344

수시로 마주치는 난관과 실패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 P243

영혼이 쾌락에 흠뻑 빠지는 것보다 더 해로운 일은 없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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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최고 멘토의 특별한 진로코칭 - AI의 파도를 넘어, 미래로 성장하는 진로 로드맵
배상기 지음 / 미디어숲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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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경력 교사의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현안들이 쏟아지는 진로 가이드북이다. <조립식 가족>드라마에서 어머니의 극성에 순종적인 여고생이 등장한다. 어머니의 전리품이 된 자녀는 어머니가 공부하라고 해서 공부하고 법대 가라고 해서 법대를 가고 변호사가 된 직장인이다. 결혼까지도 어머니가 짜 맞추는 맞춤 서비스에 스스로 자신을 몸을 구겨서 넣을 것 같았지만 홀로 짝사랑한 사랑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것을 확인하면서 사랑만큼은 스스로 선택하고자 한다.

진로와 직업도 다르지가 않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함이 충족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수많은 직업들을 모두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미래는 더욱 변화가 예고되는 만큼 안전한 직장이 영원한 안전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거침없는 진로코칭을 제안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글들이 전해진다. 현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파악하는 것부터가 자녀의 미래를 위하는 것임을 말한다. 진로 로드맵, 청소년 학부모 진로에 도움을 주는 내용들로 구성된다. 진짜 실력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준비할 것들이 무엇인지도 예시를 들어주면서 진로코칭을 한다.

자아실현

경제적 안정 능력을 키우는데 집중

삶의 질을 위한 선택 13

자본주의 사회이다. 긴 터널처럼 더욱 구축되고 있는 자본주의부터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쓰는 일이 무엇인지도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그 일을 찾아야 하고 그 일을 직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면 불행하다는 것도 알려준다. 세상이 환호하고 칭송하는 일이지만 어두운 그늘같은 직업의 현실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드러나는 반짝임보다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늘까지도 제대로 알고 직업으로 선택해야 한다. 각오와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영원히 반짝이는 것은 없다. 희망퇴직으로 반짝이는 별들이 다른 인생을 준비하는 것도 언제인지 사회적 변화 흐름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해진다. 당장 돈을 버는 것, 대기업이라고 환호하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산업재해로 암이 발생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사망하는 젊은 자녀들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안전하고 자녀가 행복할 수 있는 직업을 찾도록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참혹하지만 세상은 교양이 아니라 돈이 움직인다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단거리 경주의 연속이라는 글에서도 씁쓸함을 감추기가 어렵지만 현실이다. 거대한 자본주의에 의해 돌아가는 사회이다. 생존게임은 시작되었고 모두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로코칭 책을 펼쳤는데 던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하는 내용들을 마주하게 된다.

백수 400만 시대라는 글도 전해진다. 대학 졸업장을 가졌지만 백수 시대의 출발은 참혹한 현실임에는 분명하다. 20대에 돈을 벌고 나중에 대학 졸업장을 받아도 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현안이 된다. 발랄하고 참신한 아이디어, 에너지가 넘치는 20대들의 넘치는 열정이 느껴지는 장소와 일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기성세대가 고여있는 사고로 변화하지도 않는 사이에 20대들은 돈의 흐름을 읽고 공격적으로 활발하게 돈을 버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그들의 열정을 인정하고 그들의 에너지와 아이디어와 참신함을 기대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감자하게 된다.

'더 큰 나를 만들어라'고 조언한다. 그것의 출발과 과정도 자발적인 시작에서 출발한다. 훌륭한 태도가 경쟁력이라는 진솔한 조언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인생에서 한번은 최고가 되어라는 응원의 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군가가 해주기만을 바라는 사람은 도태된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자본주의의 흐름을 먼저 읽어야 한다. 그리고 진로도 선택하는 것이다. 대학이 먼저가 아니기도 하다는 조언, 돈을 20대에 벌어라는 조언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적성검사는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말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어떤 일을 잘하기 시작하면 그 일이 점점 더 좋아지며 어려워도 보상이 크면 그 일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조언도 책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먼저가 아니라 잘하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먼저 벌고 많이 벌어서 자신의 일을 구축하는 즐거움도 일찍 느껴보아야 한다. 돈을 벌어본 기분, 저축액이 점점 증가하는 기쁨을 느껴야 한다.

자본주의는 소비를 부추기지만 미니멀 라이프와 긴축재정을 젊은 나이부터 시작한다면 조기 은퇴, 경제적 자유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금융 공부도 꼭 필요한 시대이다. 대출을 먼저 알기보다 저축을 먼저 알아야 한다. 돈을 모으는 기술과 함께 진로도 찾기를 응원하게 된다.



진로가 대학을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학은 나중에 가도 된다. 20대 때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20대의 돈을 벌지 못하면 평생 빈곤하게 살아야 한다는 연구 - P11

돈을 벌지 못하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진로 지도는 공허하고 의미가 약하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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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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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 『사랑의 이해』, 『누운 배』 장편소설의 작가이라 머뭇거림 없이 읽은 장편소설이다. 기대한 것보다도 더 많은 기대를 흡족시켜준 작가라 작가의 다른 소설들까지도 궁금해진 작품이다. 진지하고 결연한 얼굴을 가진 준연은 40세 플루트 강사이다. 직장을 정리하고 좋아하는 작곡을 하고 연주도 하고 레슨도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오랜 시간 연락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자궁암이라 치료해야 하는 근심까지도 준연의 삶에 자리 잡는다.

41세 정해원도 미혼이며 주식도 하는 직장인이다. 우연히 플루트를 수강하고자 준연의 학원을 찾으면서 레슨이 끝난 후 위스키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해원은 강사와 더욱 친근해진다. 강사 준연의 오랜 친구인 조하진을 만나게 되면서 해원은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음악을 그만두고 홀로 위스키를 만드는 일을 하는 여자이다. 준연과 하진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 세명이 위스키를 마시며 나누는 장면들에서 우정과 사랑의 모호한 경계선을 넘나드는 해원의 감정들이 전해진다.

준연과 해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어머니와 연락을 단절한 사연들이 있는데 나름의 사연들도 전해진다. 해원이 처음으로 위스키를 마시게 된 일을 떠올리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집이 남들 눈에는 대궐 같은 집이겠지만 소굴 같은 집이었다는 것과 버티고 끝내 벗어난 것을 회상하게 된다. 책장에 가득한 세계문학전집은 끝까지 읽히지 않았고 아버지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인용한 책의 문구만이 사업에 쓰임을 다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던진 세계문학전집에 어머니의 이마가 상처 입었던 일까지도 해원에는 두려움과 불안의 원천이 된다.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가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어린 자신이 가졌던 두려움에는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모순적인 언행에 그는 어머니와 단절하게 된다.

남들 눈에는 대궐 같지만 실은 아버지의 소굴 갔던 집에서 버티고 끝내 벗어나게 해준 것도 ... 사랑이었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핑크색 사랑이 아니었다. 피 같은, 선지색의 사랑이었고... 지독한 피로 끝에 고이는 단내 같은 사랑이었다. 181

사랑의 빛깔만큼이나 형체도 각양각색하다는 것을, 감정을 감지하면서도 시작을 두려워하는 이유들과 끝나버리는 이별을 먼저 떠올리는 40대 인물의 감정적인 동요들이 보인다. 사랑이 처음이 아니지만 처음 사랑하는 사람처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에 도취된 해원의 사랑의 출발선을 세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이는 사랑에 대해서도 예리함으로 전해진다. 사랑은 명백해서 잔인한 것이라고 떠올린다. 사소한 기억이지만 아들의 기억에는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되어버렸던 일이 소환된다. 어머니가 친구에게 반찬을 먼저 주는 행위를 보면서 사랑은 선별적이고 차별적인 것이며 잔인한 것이라고 힘주어 기억한다. 사랑한다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삶과 죽음만큼 전혀 다른 무게이며 상태라고 힘겹게 그날을 떠올리는 인물이 있다. 사랑은 투명했고 벌거벗은 자신을 비췄다고 기억한다. 사랑은 다채롭다. 빛깔도 다르지만 온도도 다르고 모양새도 다르다. 소설의 인물이 떠올리는 어머니에게 아들은 어떤 존재였을지 서서히 한꺼풀씩 벗겨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결혼을 믿지 않는 이유까지도 선명해진다.

준연의 어머니가 젊은 날 아들에게 휴게소 음식을 죄와 결부하면서 사주지 않았던 일과 지금은 맛있게 휴게소 음식을 먹는 어머니를 보면서 해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인물들이 서로 위스키를 마시면서 대화 나누는 내용들이 결코 가볍지가 않다. 오랜 시간 숙성된 사랑들의 선명한 정의들이 되어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서 하나씩 들려주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삶을 너무 쉽게 간과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너무 깊게 관찰해서 시작조차도 어렵고 시작하면서도 끝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흉터가 많은 손을 가진 하진은 많은 일을 이미 겪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자초당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소개되는 인물이다. 생활철학잡지 <뉴필로소퍼 21호>에서 읽은 "손을 움직이는 방식은... 은연중에 진실을 드러낸다."라고 인터뷰한 잔 보그의 글이 생각난다. 정원사의 손, 제빵사의 손, 조련사의 손들이 영국 최고의 흑백 사진작가 티모시 부스의 작품을 통해서 감동을 주었다. "어떤 사람의 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인생과 직업을 통찰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는 인터뷰 글이 하진의 흉터 많은 손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다.

짐작한 것보다도 더 깊은 시선, 생각한 것보다도 더 풍성한 대화들과 사유한 흔적들이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서 새롭게 정리하는 시간이 되어준 멋진 장편소설이다. 정략결혼하는 풍습까지도 작가는 매섭게 꼬집는다. 다들 자식을 팔고 있는 정략결혼처럼 해원이 하진을 팔 거냐고 질문하는 장면도 압도적이다. 이 대화와 질문을 부여잡으면서 누가 어떤 광인이었는지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위스키의 맛을 표현하는 문장들에 그맛과 향을 무한히 상상하게 하는 작가이다. 하나의 사랑을 느끼지 않고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여러 겹을 이루는 감정을 이렇게 잘 전달하며 묘사하는 장면들에 몇 번을 놀라워했는지 모른다.



사랑과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 제법 눈에 띄는 시대이다. 트렁크 드라마에서도 다르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만큼 이 소설에서도 이들이 나누는 예리한 질문과 정의들을 오랜 시간 사유하도록 이끌었던 작가이다.


흉터 많은 그 손처럼 많은 일을 이미 겪었지만 그 어디에도 자초당하지 않은 사람 88

사랑이란 명백해서 잔인한 것이었다. 오래되고 사소한 기억이 떠올랐다. 179


어머니 / 분명하고 열렬하지만 그만큼이나 선별적이고 차별적이다. 사랑은 늘 오래된 것처럼 선명하니까.사랑한다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 삶과 죽음만큼 전혀 다른 상태, 다른 무게니까. 180


사랑은 투명했다. 적나라하게, 벌거벗은 나를 비췄다. 181

남들 눈에는 대궐 같지만 실은 아버지의 소굴 갔던 집에서 버티고 끝내 벗어나게 해준 것도 ... 사랑이었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핑크색 사랑이 아니었다. 피 같은, 선지색의 사랑이었고... 지독한 피로 끝에 고이는 단내 같은 사랑이었다. - P181

다들 자식을 팔고 ...정략결혼... 결혼부터 은행이 시켜주는 거라고들 하잖아요...준연은 나를 직시했다. 해원씨는 하진을 팔 건가요? - P220

착한 아들 노릇을 했던 것도 다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를 가엾게 여겼으니까,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할 만큼 했고 날 위해 살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걸 위해... 이 나이가 돼서야 뒤늦게 - P174

소중함이란 말 역시 경험을 필요로 했다. - P137

우리는 한 인생에서 오직 한 사람만 될 수 있어요. - P214

흉터 많은 그 손처럼 많은 일을 이미 겪었지만 그 어디에도 자초당하지 않은 사람 - P88

사랑이란 명백해서 잔인한 것이었다. 오래되고 사소한 기억이 떠올랐다. - P179

어머니 / 분명하고 열렬하지만 그만큼이나 선별적이고 차별적이다. 사랑은 늘 오래된 것처럼 선명하니까.사랑한다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 삶과 죽음만큼 전혀 다른 상태, 다른 무게니까.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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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천국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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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인터뷰 글을 읽었다. 작가가 어떤 상황에서 집필한 소설이었는지도 들려주었기에 펼친 작품이다. 부르면 찾아가는 게 내 일이라고 말하는 화자가 있다. 그에게 일이 섭외되었고 섭외한 남자는 화자를 집에 초대하게 된다. 남자의 초대를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을 섭외한 의뢰인은 임경주이며 전직 물리치료사이다. 의료사고로 직장이었던 병원에서 퇴사를 강요당하게 된다. 경주에게는 아버지가 있다. 빚쟁이로 몰리게 한 아버지로 인해 그는 질주하는 기차처럼 살았다고 한다. 타인의 빚을 연대하는 책임은 누구의 잘못일까. 아직 어린 나이에 빚이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에 그는 아버지의 빚을 갚아나가는 젊은 청춘이 된다. 『구의 증명』이라는 최진영 소설에서도 아들은 부모의 빚을 무겁게 갚아야 하는 삶을 젊은 나이에 시작한다. 태어남과 부모라는 사슬이 이렇게 질기고 무겁게 억누르는 존재로 시작한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소설의 흐름을 짐작하게 된다.

질주하는 삶을 살아내는 것보다 살려는 마음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평화롭다는 사실은 얼마나 참혹한 현실이었을지 충분히 떠올리게 한다. 살려는 마음이 사라지면 평화가 온다는 그 마음, 동요되었던 복잡하고 휘몰아치는 감정들이 평온해지는 것은 삶의 의지를 놓아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경주에게는 늦둥이 동생인 승주가 있었다. 지금은 죽어서 경주에게 잃어버린 결과물이라는 상징이 되어버린 남동생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동생인 승주의 죽음은 그에게 모든 것이었음을 설명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이 없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결과물이라고 말할 만큼 그의 상황은 텅 비어버린 상황임을 전한다.

희망이라는 언어가 사기꾼의 언어라고 말하는 이유, 실체 없이 의미만 수십 개인 언어가 희망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사기꾼의 언어가 되어버렸다는 것은 얼마나 참혹한 현실인지 직시하게 된다. 그러한 인물이 화자에게 일을 의뢰한다. 그는 무엇을 의뢰한 것이며 화자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인지도 궁금해진다.

경주의 집에 초대되어 첫 방문한 느낌은 고적하고 질서정연하다는 느낌으로 일축된다. 작가가 경주가 머무르는 그 집의 공간을 여러 번 언급하면서 표현한다. 그리고 공달이라고 부르는 앵무새의 존재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경주에게는 죽은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남한테만 착한 아버지였고 경주인 아들에게는 전혀 그런 아랑을 베풀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누군가에는 한없이 착하지만 가족에게는 한없이 냉정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러한 부자관계의 숙제는 오롯이 정을 전혀 받지도 못한 가족들이 품어안으면서 살기도 하는데 경주가 그러하다. 아버지가 차갑게 드리운 그늘 같은 삶과 빚에 경주는 질주하는 기차가 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웠음을 보여준다. 화자와 경주의 만남, 경주가 의뢰한 일, 화자가 하는 일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경주와 경주 아버지의 상호성을 언급하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부자연스럽고 아들을 마당 잣나무처럼 보았던 아버지, 아버지를 울타리 정도로 보았던 아들이 있다. 그 울타리는 누구나 넘보고 누구나 뛰어넘는 울타리였다니 얼마나 가치가 없는 아버지였는지 적절하게 표현하는 부자 사이이다.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했던 경주가 선택한 것과 그가 의뢰하는 일의 의미는 어떤 일을 계획하는 것이며 어떤 욕망이 드리우는지 소설은 이야기된다.

경주의 늦둥이 동생 승주는 어머니에게 버려진 아이이다. 승주가 긴 세월 어머니가 떠난 후 움켜쥔 것이 상실감도 아니며 슬픔도 아니었음을 뒤늦게서야 형은 알게 된다. 그것은 암흑 같은 허무이며, 진흙탕 같은 무력감이었다는 것을 너무나도 늦게 깨닫게 된다. 현실로 회복될 거라고 믿었지만 남동생 승주는 형의 험준한 말에 가출하고 노숙자로 굶어죽었음을 알게 된다. 승주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경주는 자신도 승주와 다를 바 없는 비슷한 유의 인간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승주와의 차이점이라면 세상에서 돈을 벌었다는 차이만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두 형제가 감당하였던 감정들의 가해자들은 누구였는지 소설은 보여준다. 사라져야 했던 별이 되었던 승주, 경주의 등장은 소설에서 어떤 의미로 전개될지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인물이다.

소설의 화자인 이해상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하려면 의뢰인의 내면 언어의 볼륨을 올려야 한다고 설명하는 인물이다. 롤라라는 커뮤니티가 등장한다. 해상은 롤라의 커뮤니티에 접속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돌아와서 허무했고 후회했으며 부질없는 것이었다고 한다. 한동안 정체성 혼란에 시달렸다는 것까지도 설명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러한 상황들과 후유증은 상징성을 띈다. 현실이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하고 고통과 고달픈 삶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것은 상당한 암시를 시사한다.


지금 상황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결과물이고.

승주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나는 승주의 죽음으로. 44

나는 롤라의 커뮤니티에 접속하지 않습니다... 돌아온 후엔 후회했고. 부질없고 허무했거든요. 한동안 정체성 혼란해 시달리기도 했고. - P22

행복에 내성이 생겨 도무지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하고 고통스럽고 고달픈 삶을 택할 수도 있겠다. - P20

승주가 움켜지고 있는 건 상실감이나 슬픔이 아니었다. 암흑 같은 허무요, 진흙탕 같은 무력감이었다. - P32

나를 향할 땐 마당 잣나무 보듯 했다. 나도 아버지를 울타리 정도로 여겼으니까. 누구나 넘볼 수 있고 누구든 뛰어넘을 수 있는, 울타리 같지 않은 울타리. - P32

남한테만 착한 아버지는 내게 그런 아량을 베풀지 않았다. - P51

내게 희망이란, 실체 없이 의미만 수십 개인 사기꾼의 언어가 되었다. - P52

살려는 마음이 사라지면 평화가 온다. - P45

아버지 덕에 빚쟁이가 됐을 때 나는 질주하는 기차처럼 살았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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