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 노자 <도덕경> 나를 살리는 마음공부
구로사와 이츠키 지음, 박진희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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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노자 『도덕경』, 나를 살리는 마음공부
구로사와 이츠키 지음. 박진희 옮김
살림. 2017



노자 『도덕경』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된 날들. 좀 특별했던 시간들이다.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내지만 차분히 쉼표를 찍어가면서 천천히 사색하며 읽어가다 보니 저자의 이야기가 무언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서서히 하나씩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 된다. 확연하지 않는 뿌연 앎의 세계들이 서서히 깨닫게 해주는 그러한 소중한 시간이 된 책이다. 이 책은 하나의 문장을 차분히 이야기해준다. 길지 않은 내용글들이다 보니 부담되지 않는 양적인 글이기도 하다. 하지만 질적으로 따진다면 속도를 낼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나의 문장을 부여잡으면서 천천히 저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수 있는 책이다.


라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차례를 지키며 읽었던 책이다. 노자의 도덕경을 처음 만나는 독자이다 보니 저자가 목차를 나눈 이유들을 따르면서 읽은 책이다. 쉬운 듯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지금껏 학교에서 배운 배움의 세계와 지금껏 경험한 세상이라는 무대의 틀을 다시금 깨끗하게 비우게 만드는 내용이었기 때문인 듯하다. 막연한 그 무언가를 이 책을 통해서 많이 접목시킬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된 책이다. 우리가 아는 기존의 과학적인 지식들과 앎의 세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들이 이 책의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유연하게 정리하고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소제목들이 참 좋다. 좋은 내용글들이 많아서 다 담아내고 싶다면 그것도 욕심인 만큼 하나씩 아침에 읽고 하루 종일 되뇌면서 삶을 유연하게, 사고를 유연하게, 시공간을 좀 더 유연하게 비우면서 살아가게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소장하면서 매일 꺼내어 읽을 책 목록이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 글을 고르기가 참 어려웠던 책이다. <리더는 드러나지 않는다>, <마음을 텅 비우는 법>, <깨달으면 거꾸로 보인다>, <짐이 많을수록 발걸음은 무거워진다> 등이다.




책 중에서
세상이 부추기는 자극을 추구하지 않고,'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
있음은 이로운 것의 바탕이 되고, 없음은 쓸모를 낳는다.
응원과 조언을 최소한으로 자제하고, 아이가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 쓸데없는 도움은 자칫 아이를 얕잡아 보는 교만한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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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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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오늘의 작가상, 1억원 고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
임영태 작가 7년 만의 신작 소설
마음서재.2017



편의점에서 야간에 일하는 중년의 남자의 시선에서 보고, 느끼는 소설이다. 그의 아내도 집에서 가까운 또 다른 편의점에서 주간에 일을 한다. 주인공의 지나온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전해준다. 오늘도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는 시민들의 모습들의 일부가 편의점에서 비추어진다. 트럭을 운전하는 사람들,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들, 글을 읽지 못하는 손님이 담배를 사러 왔을 때 보이는 여러 모습들, 학생이 주간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경우와 주부가 주간에 편의점에서 일하는 경우도 이야기해준다. 새벽이 밝아오면서 한두 명이 자신의 일터로 향하는 모습들, 일당을 받고 일하는 일꾼의 출근하는 모습도 야간에 근무하는 편의점의 직원에는 이야기가 된다. 첫 버스를 타기 위해 등교하는 학생 3명의 모습도 놓치지 않고 이야기에는 등장하기도 한다.


편의점의 손님과 직원 사이에는 깊은 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불어 편의점 밖의 풍경 속에 보이는 출근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들은 더욱 깊지 않은 관계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편의점의 일들을 세밀하게 전해준다. 게으름을 피운다면 무한한 게으름이 되겠지만 그의 움직임은 게으름이 아님을 알게 된다. 비어진 물품들을 차곡히 정리하며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비우고 정리한다. 이외에도 눈이 내리는 날이면 잠시 눈이 멈춘 사이에 싸리 빗자루로 눈을 쓸기도 한다.
부고 소식에 찾아간 인연과의 이야기들, 남동생에 대한 이야기들, 슈퍼를 하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경험한 이야기들과 집주인과의 이사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이야기들도 담아낸다. 지극히 사소한 이야기들임에는 분명하다. 책 제목처럼 말이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을 읽어가다 보니 작가가 독자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것인지 서서히 조용하게 알아가게 된다. 그렇게 어느새 지독히 아득한 이야기를 깨달아가는 소설이다.


1장이 넘어가고 2장, 3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까만 바탕에 달이 떠있는 디자인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내 앞에 비범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먹고사는 것에나 매여 있는 시시한 삶은 결코 살지 않을 것이다. 더 높고 더 고결한, 눈부신 무엇을 꿈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중략)
허술하고 조급하고, 때로 시건방지기가지 했다. 늘 추상적으로 더듬거렸을 뿐 발 딛고 사는 세상의 어느 것 하나 성실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박한 휴식조차 만들어주지 못한 구차한 사내일 뿐이었다.(책 중에서)
젊은 시절의 자신이 가졌던 것들과 지금의 자신이 살아가는 것들과의 괴리는 깊기만 하다. 하지만 타자를 생각하며 어두운 골목을 걸어갈 그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라고 그는 집 앞의 골목길에 등불 하나를 밝히는 남자이다. 그러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아내는 그에게 '좋은 마음'이라고 말을 건네준다.


동작과 동작 사이에 쉼표를 넣는다.(79쪽)
서두르지 마요. (80쪽)
지금 하고 있는 일에만 마음을 주어요. 그러면 설거지도 명상이 돼요.(80쪽)
순간과 순간 사이에 떠 있는 고요함을 만끽한다. 행복하다.(81쪽)
한글이 가진 어휘에 놀라워하면서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느낌을 충만하게 느껴가면서 차분히 읽어간 소설이다. 다 읽고 나니 밑줄 친 문장들이 꽤 많았던 작품이다. 골목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데 낯선 여행지에서도 이름 없는 골목길들을 일부러 걷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도 작품 속에 정겨운 골목길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준다. 떠올림들이 많았던 작품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인생이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살아가는 한 끝나는 일이란 없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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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 일하다 죽는 사회에 맞서는 직업병 추적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 / 나름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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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일하다 죽는 사회에 맞서는 직업병 추적기
한국 노동안전보건 연구소 기획. 나름 북스. 2017



대형서점에 진열된 책들 중의 한 권. 의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제목이 의미심장하여 펼친 책이다. 역시나 직업과 질병의 관계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었고 짐작하고 있었던 직업과 질병뿐만 아니라, 생각의 범주가 접근하지 못하였던 여러 직업들과 질병까지도 확장해서 알아가는 시간이 된 책이다.

책표지 디자인의 색상이 핑크빛이다.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의사들의 크고 우렁찬 목소리들이 담긴 책이다. 그동안 신문기사들을 통해서 알고 있었던 사건들과 그 후유증으로 질병과 사투를 벌이는 분들의 직업병들이 책은 묵묵히 담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양심 고백한 대기업의 익명의 제보자의 사연과 법정에서 진술하는 그 양심 고백자와의 사연도 책은 담아내고 있어서 훨씬 가까이에서 듣는 목소리가 된 책이기도 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직업과 일이 어떤 화학물질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하였던 노동자들. 읽는 동안 안타깝다는 감정들이 계속 밀려왔던 순간들이 많았던 책이다. 화학이라는 과목과 화학물질이 가지는 위험성을 일찍 알았기에 그 분야의 직업군이 얼마나 위해성이 강한지 알고 있는 독자로써 무지에서 펼쳐지는 직업과 질병이 가져다주는 여파가 너무나도 무서운 것임을 이 책을 통해서도 알아가게 된다. 지금도 진행형이 되고 있는 고통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청소년부터 권장하는 책이기도 하다. 꿈을 찾아가는 아이들이 진정한 꿈이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하는 도서이기도 하다.


과로와 스트레스도 직업병이지만 증명하기가 참 애매하고 모호한 직업병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몸은 깜빡거리며 자신의 몸에 신호를 준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며, 가족들의 관심과 이해도 필요한 직업병이기도 하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져 사망한 공무원들의 사건들도 종종 우리는 최근에 신문기사를 통해서 접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종사하는 분들과 소방대원들의 고통도 종종 신문 기사로 접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부고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직업병임을 다시금 각인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모든 노동자와 노동자의 가족들이 읽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바로 이 사회의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공장의 유해물질과 근골격계 질환, 백혈병 등 한국 사회 노동 현장의 생생한 다큐멘터리라고 전하는 책의 글귀처럼 우리 가족들의 지금 이야기이다. 감정노동과 수은중독 이외의 여러 질병들과 직업군들이 소개되고 있는 만큼 꼼꼼하게 읽을 수 있어서 알아갈 수 있어서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책이기도 하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자살, 사고사, 뇌출형 등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기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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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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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다산책방. 2017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작품에 대한 예감이 느껴지는 책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작가의 책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이 작품은 기존에 읽은 작품들보다는 짧은 소설이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듯한 느낌으로 펼친 책이었는데 의외로 천천히 몇 날 며칠을 읽어간 책이었다. 일부러 발걸음을 느리게 읽어간 책이다. 하루하루를 충분히 느끼며 이별을 예감하면서 읽어간 시간들.

광장은 완벽한 원형이다. 완벽하다는 표현은 쉽게 말하기 어려운 단어이다. 이 책에서는 할아버지의 기억이 펼쳐진 머리의 추억들이 광장에 그려진다. 그리고 매일 좁아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것을 의식한다는 것은 씁쓸하기도 하고 잊히지 않도록 간직하고픈 광장이기도 하다. 그 광장에는 할머니와 처음 만났던 곳, 바쁜 아빠와 어린 아들의 모습도 그려낸다. 때로는 너무나도 사랑하는 노아라는 손자와의 추억들과 대화들도 가득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들이 간직한 추억들도 잠시 떠올려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랑하고 실수 투정이지만 서툰 사랑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수학과 손자를 사랑한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사랑 이야기, 아이를 키우며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 바빠서 아들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이야기, 손자와 밤낚시를 하면서 텐트에서 지냈던 이야기들, 우주에 대한 이야기들도 전한다. 신을 믿지 않았던 할아버지와 신을 믿었던 할머니와 손자에 대한 이야기도 책은 전한다. 삶의 끝자락임을 알고 너무나도 보고 싶고 함께 하고픈 먼저 떠난 할머니와도 손을 놓고 싶지 않은 할아버지. 사실 마음 깊은 곳에는 천국이 있기를 바라며 그곳에서 늘 함께 하고 있었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믿고 싶은 마음도 전해지는 이야기다.

묵직한 이야기지만 떠올릴 수 있는 추억과 사랑이 있다는 것도 함께 떠올리며 읽어간 책이다. 뇌가하는 일들을 이 책에서도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된다. 어린 손자는 어느새 훌쩍 자라 선생님이 되었고 아이도 있지만 할아버지의 광장에는 아직도 어린 손자 노아노아일 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할아버지와 노아가 주고받는 대화들이다. 특히 학교라는 곳의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부분이며 노아가 학교 선생님이 서술한 내용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노아가 대답한 글들을 기억 속에 오랫동안 간직하고픈 책이기도 하다.


책 중에서

노아는 물고기를 낚는 법과 큰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과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것이 숫자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준 노인의 손을 잡는다.(79쪽)

어른이 돼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고 하셨어요. ...먼저 어린아이로 사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썼어요. 아주 훌륭한 답변이로구나.... 저는 어른이 아니라 노인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화만 내고 웃는 건 어린이들이랑 노인들뿐이잖아요.(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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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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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장편소설추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해냄. 2017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이 책은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 중의 하나이다. 영화화된 책이기도 하다. 문학만큼 섬세하게 전달되는 작품은 없기에 머뭇거림 없이 고른 책이기도 하다. 작품에 대한 지식을 전혀 가지지 않고 읽었기에 작품의 흐름은 궁금증이 점점 증폭되어 가게 한다. 눈먼 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도시.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백색 실명이라는 임의적인 병명도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 모두가 백색 실명을 하지만 유일한 한 사람만이 눈이 보인다는 점이다. 의사의 아내라는 그녀. 그녀가 가진 상징성들을 따라가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허구이지만 읽어가는 동안 만약이라는 가정을 많이 해보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가 작품 속의 도시 사람들처럼 눈이 멀어진다면 이 도시는 과연 어떠한 모습이 될는지 작품이 펼쳐 보여주는 도시의 구석진 공간까지도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혼돈과 불안, 두려움들도 떠올려보게 된다. 더 심각한 건 공기 속에 부유하는 입자들이다. 아침마다 상쾌한 공기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 도시는 불쾌한 냄새들과 썩어가는 오염된 사체들과 쓰레기들, 오물들이 도시 거리와 집안 공간까지도 차지하게 되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죽어버린 도시와 인간들의 이기적인 모습들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노출시킨다.

폭력이 무언지도 작품은 여러 사건과 상황들로써 전달해준다. 정부가 보여준 폭력성, 정치인들이 대안을 선택하는 무능력함과 폭력성까지도 작품은 전해준다. 뿐만이 아니다. 수용된 백색 실명인들이 보여주는 비인간적인 폭력성여러 사건들로써 만나보게 된다.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모습들을 작가는 보여준다. 그들을 감시하는 군인들의 모습들에서도 폭력을 목격하게 된다. 어느새 두려움이 엄습하게 되는 수용시설. 질서와 규칙이 필요하지만 눈이 먼 사람들에게는 그것조차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다.

눈이 보인다는 의미가 가진 상징성을 따라가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보고 있지만 관찰하지 않는 비관찰자가 되어버린 눈이 먼 사람들은 아닌지 강하게 질문하는 작품이다. 눈이 보였던 의사의 아내가 보여준 나눔과 희생, 보살핌과 결속하고자 하는 의지들이 작품 속에 하나둘씩 떠올려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삶의 고귀함과 생명이 존중되고 죽음까지도 고결하게 다루는 그녀의 손길들이 떠오르게 된다. 이와 상반되는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들도 작품 속에서 마주하게 된다.
작가가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픈 대화와 그의 목소리들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차분히 정리해보게 해준다. 우리가 눈먼 자들인지, 진정 관찰하는 관찰자인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폭력적인 사람들인지 말인지....

작품은 섬세하다. 한 쪽 눈이 먼 노인, 검은 색안경을 낀 여자, 눈이 먼 깡패들이 보여준 또 다른 폭력들.
비가 내릴 때 세 여인이 한 시간 동안 비를 맞으며 서 있었던 발코니, 욕실에서 씻고자 하는 한 쪽 눈이 먼 노인에게 빗물을 담은 양동이를 옮기는 의사 아내의 모습들과 친절, 꼬마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어른의 모습들도 오랜 잔상이 되어준 작품이다. 성경적인 사건과 인물들도 잠시 거론되는 만큼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지는 자극제가 된다. 문장부호가 없는 작품이며, 작가의 작품이 얼마나 세부적이고 치밀한 구도로 작품이 전개되는지 책으로 읽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던 작품이다.


책 중에서


우리는 두려웠고, 두려움이 늘 지혜로운 조언자 노릇을 하는 건 아니죠.


눈이 보이면 보라.
볼 수 있으면, 관찰하라.
- 『훈계의 책』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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