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ulashin, 출처 Unsplash



여름바다와 그곳에 있는 카페가 있다. 그 카페에서 판매하는 감귤 빙수의 맛을 떠올려보는 겨울이다. 더불어 시럽만 뿌린 사탕수수 빙수의 맛과 패션프루트 빙수의 맛, 단판과 말차 시럽을 뿌린 단팥 빙수까지도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인공색소가 없는 빙수의 깨끗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그 바닷가의 카페의 다양한 빙수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설이다. 그 바닷가와 카페의 빙수들은 여름소설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바다의 뚜껑』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소설이다.

인공색소가 없는 빙수, 깨끗한 빙수의 맛을 전하는 소박함을 추구하였던 소설 속의 빙수 가게이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작가를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빙수 가게가 있다. 유리그릇에 담긴 달콤함이 가득하게 전해진다. 세상의 시끄러움과 다툼의 현장은 얼마나 우리가 사는 곳을 차지하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악함이 선함을 이기고 강하다는 것을 여실히 목도하게 된다.

복잡한 도심생활에 지친 인물이 남쪽 섬에 여행을 가서 운명처럼 만난 소박한 빙수 가게가 있다. 성공적인 삶이라고 믿는 것을 포기하게 만든 이 가게는 어떤 곳이며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깨닫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며 우정의 소중함과 진짜 행복을 볼 수 있는 힘도 가질 수 있도록 비추어 주는 소설이다. 도시 생활자의 지친 현실, 잠들지 않는 도시의 노동자로서의 삶은 진짜 행복인지 질문을 하게 된다.

전혀 아름답지 않은 인간들의 욕망들은 일그러진 모습으로 악취나는 것을 향수로 포장하고 희귀한 것들로 자신들을 드러내면서 미화시키지만 결코 그것들이 선하고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그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 것들이 『에코의 위대한 강연』 책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추에 대한 강연이다. 소설에서도 작가는 세상이 선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일은 소박하고 눈에 띄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소박함의 미학, 눈에 띄지 않게 존재하고 있는 아름다운 것을 부단히 노력하면서 매일 찾고 발견하여야 한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한다. 자본주의는 소비의 미학을 부추기면서 자극하지만 진짜 아름다운 것은 그러한 소비지향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은 어떤 의미이며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퇴근 후 휴대폰을 전혀 만지지 않는다는 분의 일기를 읽으면서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잡은 문명이 얼마나 파괴적이며 삶을 피폐하게 하는지 일깨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빙수 가게의 가치가 일상 속에서도 빛나기를 희망할수록 선택과 선택되지 않을 것들이 무엇인지 차분히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의도하고, 자긍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작가는 조용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한다. 머리를 써서 여러가지로 고민하면 정말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보여주면서 인간이 가진 엄청난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도 소설은 보여준다.

겨울에 펼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이다. 사람을 만날 때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근원을 본다는 것에 대해서도 작가는 소설에서 말한다. 분위기와 목소리, 냄새 등 상대의 전부를 감지하는 것이 사람을 본다는 것이다. 곧바르고 강한 것을 보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도 들려준다. 풍경을 바라보면서 탄성을 지르며 하느님의 기분을 알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강한 질문으로 남는다. 강하지만 휘어지고 약해 보이지만 강한 것의 가치들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펼치는 소설이지만 전혀 가볍지 않고 가벼워 보일 뿐이다. 빙수 가게 주인이 가진 소신과 가치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무심해 보이지만 전혀 무심하지 않는 것, 주인이 가진 생각들에 매료되는 소설이다. 탐욕으로 싸우는 싸움이 얼마나 흉측한지도 보여준다. 할머니의 죽음은 그리움으로 차곡히 추억되면서 그 시간들을 이겨낸 이야기도 들려준다.

치유해 주는 바다가 있다. 상처받고 힘들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지만 저마다 치유받는 것을 찾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는 바다가 그러한 의미이다. 여름바다에 마지막 인사를 고하는 주인공들이 있다. 돈을 얼마나 가지면 만족하게 되는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돈에 대한 생각들도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이야기하면서 독자들에게도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가, 진짜 돈을 얼마나 가지면 만족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세상이 선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일은 소박하고 눈에 띄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의도하고, 자긍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고,

머리를 써서 여러가지로 고민하면 정말로 이루어진다...

인간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이 경치, 정말 엄청나네.

하느님의 기분이 어떤지 알 것 같아...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사실 얼굴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근원에 있는 것을 본다.

분위기와, 목소리, 그리고 냄새...... 그 전부를 감지한다...

곧바르고 강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봐주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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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먼트 - 기적을 마음먹은 순간 27가지 곱셈법을 시작하라
이노우에 히로유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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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이룬다는 것은 어떤 출발점이 필요한지 언급되는 자기계발서이다. 치과의사인 저자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들이 제시된다. 네 살 된 딸과 부부가 드라이브를 하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사로로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운전한 아내는 6시간 수술에도 의식을 찾지 못하면서 남편은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부정맥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시련 한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도움이 전해진다. 희망이라는 이름에 계속 물을 뿌리라고 말한다. 조급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하게 해 나가라고 한다. 똑바로 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삶을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적이라는 열매가 자라나 있을 거라는 응원이 담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저자가 현실에서 도망가지 않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을 깨닫기 시작한다. 운명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과 한계를 결정하지 않는 것이 왜 필요한지도 언급된다. 그는 인생에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에게 일어난 변화의 출발점과 지속한 것들을 곱셈의 법칙으로 하나씩 설명된다. 불의의 사고로 완전히 변한 인생 이야기가 전해진다.

역경과 고난에 힘겨운 사람들에게 낙담하지 말라고 응원한다. 반드시 인생의 폭이 넓어질 거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생각보다 직감을 믿어라고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남에게 의지하는 삶은 성장하는 삶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립하는 삶이 왜 중요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설명된다. 단단한 마음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힘이 필요하다는 인생각오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일찍 독립하고 자립하는 사람들은 남다르다는 것을 쉼 없이 확인하게 된다. 자녀교육에서도 자립하는 생활이 왜 필요한지 강조하면서 양육하게 된다. 온전하게 자신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진정한 어른은 자립하는 순간 시작된다. 쉽지 않은 역경과 고난도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더욱 단단해진 마음과 폭넓은 경험들을 무시하지 못하게 된다.

균형 잡힌 삶을 위한 3 가지 핵심

첫째, 구체적인 미션과 비전을 설정한다.

둘째,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셋째, 자기 시야를 넓힌다

저자가 제시하는 비밀스러운 것들은 구체적인 목차들과 설명들로 이어진다. 뺄셈으로 인생을 계획하다 보면 오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뺄셈이 아닌 곱셈으로 삶과 인생의 주인이 되는 특별한 미라클 모먼트를 만나보자. 감사할 일이 거듭 생겨나는 일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비밀스러운 소망과 감사의 법칙도 언급된다. 자존심을 버려야 하는 이유와 인생 경험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설명된다.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해서도 거론되는 만큼 지친 현대인들에게, 힘든 일을 앞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에너지가 전해지는 책 한 권이다.

하찮은 자존심을 버리고 인생 경험을 쌓는다. 137

자신의 삶은 역경과 고난뿐이라고 느껴져도 낙담하지 마라...

반드시 인생의 폭을 넓혀 줄 것이다. 57




남에게 의지하는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 - P51

나는 나의 에너지를 높이는 사람이다. - P146

나를 알면 알수록 감사할 일이 생긴다. - P132

현재 시련 한가운데 있는 사람... 무리하지 않아도 좋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물을 계속 뿌려주기를 바란다. 조급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하고 담담하게 해 나가며 똑바로 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 당신 앞에는 기적이라는 열매가 자라나 있을 것이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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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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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단편소설들이 담긴 소설집이다. 『레몬』 소설은 이 소설을 읽고 좋아서 작가의 작품들을 하나씩 만나는 릴레이 독서중의 하나이다. 한국 사회의 여성의 삶을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이야기로 전하는 소설집이다. 과거를 반추하는 『기억의 왈츠』소설은 두 자매와 어머니와 오빠가 대립하는 가족구조이다. 아버지의 장례 후 어머니와 하루 걸로 싸우고 대들기도 하면서 울고 비는 반복들의 지옥 같은 날들을 회고한다. 오빠에게 맞아서 병원과 경찰서를 가는 사태도 기억하는 화자는 3년간 이들과 소송을 하였다는 사실이 건조하게 남는다.

집에서도 쫓겨난 두 자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동생은 결혼을 하였지만 자신은 미혼이다. 어머니가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 언니는 어머니 대우를 동생 부부에게 받는 상황이다. 어머니 앞에서 엎드려 울며 빌 때 그녀는 다시 착한 딸이 되겠다고 빌기도 하였다. 무너지는 가슴들이 절제된 소설에서도 가득하게 그려진다. 그녀는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을까. 벌벌 떠는 강아지와 술 취한 여자는 그녀에게 강한 학대의 사슬이라는 상징성으로 다가선다. 강아지를 자신의 과거 같다고 생각하고 술 취한 여자는 자신의 미래와 같다고 말하면서 축축한 기억에 자리잡은 학대의 흔적, 기억의 왈츠라는 소설은 강하게 이야기로 전해진다. 죽여버릴까와 죽어버릴까라는 학대의 이중주를 차분히 보여준다. 생사를 모음들을 너무나도 쉽게 말하고 쉽게 보여주는 습관에 익숙해지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하는 문장이다.

삶을 죽음으로 바꾸며 살아가는 것, 잿빛 거미같은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기다리는 희망과 의지가 확고하게 전해진다. 지금까지 삶은 타의에 의해 잿빛이었지만 더 이상 도망가지 않아야 하는 이유, 희망을 가지고 풍성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의지가 단호해진다. 생동적인 삶을 욕망할 수 있기를 그녀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게 된다.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소설에서도 말의 독성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언급된다. 이 소설에서는 어머니는 이혼하고 아버지는 재혼하게 된다. 아들은 대학 등록금은 빌리고 딸은 고졸이라 어머니와 오빠를 원망한다. 잘못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지한 자이기에 변명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설에 있는 여성들을 뚫어지게 바라볼수록 그녀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계속 살피게 된다. 박사 논문을 쓰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주는 용돈과 딸이 어머니에게 주는 용돈은 확연하게 다르다. 넉넉한 용돈을 주던 딸이 의절한다는 문자 내용을 어머니에게 보내면서 용돈은 더 이상 가지 않게 된다. 아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녀가 왜 의절을 선택하였는지 이 시대의 한국 사회의 아들은 딸의 호소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궁핍해진 어머니는 숙면을 취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어머니가 놓쳐버린 것들에는 남녀차별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착오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속한 것에서도 찾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는 한국사회에 지금도 많이 듣는 이야기로 자리잡는다. 낯설지 않는 한국사회의 남녀차별은 단란해야 하는 가족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뀌어야 하는 사회이며 문제제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의문스러움도 여전히 확인하게 되는 한국사회이다. 가부장제가 다양한 모습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을 소설은 외면하지 않는다. 응어리가 가득해진 여자의 이야기, 묵직한 말들이 세월에 퇴색된 딸의 이야기들을 『각각의 계절』라는 소설집이 펼쳐준다.




벌벌 떠는 강아지는 나의 과거 같았고, 술 취한 여자는 나의 미래 같았다... 학대의 사슬 속에는 죽여버릴까와 죽어버릴까밖에 없다. 생사를 가르는 모음 - P238

말의 독성은 음식보다 훨씬 치명적.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킨 말은 아무리 기피하려 해도 그럴 수 없기 때문 - P172

무지한 자는 무지하여 자기 죄를 알지 못하므로 제대로 변명조차 할 수 없다. - P199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서두르지도 앞지르지도 않을 것이다...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다... 어둠이 내리고 잿빛 삼베 거미줄이 내 위에 수의처럼 덮여도 나는 더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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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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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작가의 작품들로는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오, 윌리엄』, 『올리브 키터리지』, 『무엇이든 가능하다』, 『에이미와 이저벨』, 『버지스 형제』 등이 있다. 노년의 시간을 부쩍 자주 바라보게 되면서 이러한 책들을 자주 기웃거리는 계절이다. 노년의 시간에 노인이 감당하는 시선의 무게들이 날것으로 전달된다. 불편해진 몸, 고통의 나날들, 노년의 부끄러움과 사랑도 전해지는 소설이다.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에코의 위대한 강연』에서 긴장하면서 읽은 문장이 있다. 인종의 적으로 간주된 1798년 미국에서 흑인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게으름, 배신, 복수심, 잔인함, 뻔뻔함, 도둑질, 거짓말, 외설, 방탕, 비열, 무절제" (93쪽) 사전에 기록된 흑인이다. 이것을 고스란히 의심없이 이해하고 학습된 사회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넷플릭스 <아웃랜드> 시리즈에서 생생하고도 잔혹한 역사를 마주보게 된다. 기록하고 정의 내린 자가 누구이며 편견을 누구에 의해서 학습되어 왔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아들이 엄마에게 편집증이라고 말하였다는 것을 노년의 어머니는 기억하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무의식중에 단단하고도 견고한 편견은 없었는지 잠시 멈추면서 둘러보게 하는 자숙의 시간이 된다. 단단한 껍질처럼 정신세계가 누군가에게 학습되고 치우친 것들은 없었는지 자문하게 된다. 노년의 시간은 더욱 그러한 시간이 필요해진다. 너무나도 단단하게 굳어버린 정신세계는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협소한 세계에서 우울 안에서만 살아간다는 것은 슬픈 것이다. 무관심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면서 편견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되고자 책의 세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편견을 갖고 있었음을 떠올렸다. 그랬다. 거의 부지불식중에 그녀는 ... 그런 편견을 가졌던 것이다... 언젠가 아들이 " 엄마는 편집증이에요." 하고 말한 적이 있었다. 343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경험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올리브는 늘 다른 사람이 모르는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두 남자에게 사랑을 받았던 올리브는 그것이 행운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너무 늦게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소설은 올리브를 통해서 전한다.



텅 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는데 <트렁크>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그러하다. 불안에 침식된 모습은 온전히 자신이 주인이 아닌 사람임을 보여준다. 너무 늦지 않게 자신을 알고,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내는 것은 무용한 시간이 아님을 이 소설에서도 올리브를 통해서 거듭 확인한다. 노년의 시간이 아닌 조금만 더 일찍 자신이 누구인지 진지하게 자신을 만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즐거움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유희들이 오늘도 유혹의 손짓을 하지만 그것이 진짜 즐거움이 아님을 알고 나를 온전히 마주 서는 시간으로 보내야 하는 이유들이 소설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차곡히 쌓여가는 시간의 흐름을 우리는 짙어지는 주름과 흰머리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주름을 지우고 염색약으로 지워버리면서 중년의 시간의 의미와 노년의 의미를 뒷전으로 밀어놓으면 안 되는 이유를 올리브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 모든 사랑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소설은 말한다. 주어진 삶, 주어진 시간을 무심하게 흘려보내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진짜 중요한 것을 놓쳐버리고 살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을 『다시, 올리브』를 통해서 배우게 될 것이다.


'세상을 추하고 악하게 보는 종교가 세상을 추하고 악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한 니체의 글을 『에코의 위대한 강연』에서 읽었는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매일 아침 문을 열 때의 아름다움에 대한 희열을 깊게 들어마시게 된다. 숲이 보이는 집의 문을 매일 아침마다 열 때마다 느끼는 그 아름다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사랑한다는 감정은 축복이다. 축복을 노년에도 만끽할 수 있는 잭과 올리브의 청혼하는 이유와 장면은 다시 읽어도 명장면이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왜곡되고, 결혼마저도 순수하지 않는 세상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잭과 올리브를 기억하게 하는 소설이다.


생각을 멈춘 적이 없었다. 그가 견뎠을 외로움을,... 지금도 견디고 있을 외로움을. 110


'외로움'을 직시하는 작가이다. 외로움이 어떤 얼굴을 하고 사람들을 깊은 그늘에 가두는지 보여준다. 입을 벌린 어둠이라는 외로움을 잘 살피면서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언제나 슬픈 얼굴을 하였던 학생을 기억하며 늘 외로웠을 거라고 말하는 이유와 접목한다.



삶을 낭비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작품이다.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무분별하게 휘청거리게 하는 것들이 많은 사회이다. 온전한 삶을 누리며 즐기기 위해서는 생각을 하라고 한다. 자기 색을 지키기 위해서 무수히 질문을 하고 생각을 하여야 하는 이유들이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자식과 나빠진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며 그렇게 살았던 자신은 눈먼 사람과 다르지 않았던 인생이라고 떠올린다. 가족들과 잘 지내는 것도 숙명이며 숙제와 다름없는 묵직한 무게감을 주는 소설이다. 어떤 삶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을지 독자들에게도 던지는 질문이 된다.



생각을 멈춘 적이 없었다. 그가 견뎠을 외로움을,... 지금도 견디고 있을 외로움을. - P110

(자식과) 이렇게 된 원인은 올리브 자신에게 있었다... 올리브는 자신이 눈먼 사람처럼 인생을 살아왔다고 느꼈다... 앤(며느리)과 같은 행동. 사람들 앞에서 헨리에게(남편) 소리를 질렀다. - P149

정체성을 빼앗긴 채 살아온 것이다. 자신이 중요한 뭔가를 놓쳤다고 느꼈다. - P277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이, 입을 벌린 어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은 어떤 것이든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깨달음이 그를 찾아왔다.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 P310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잭이 올리브에게 청혼) - P336

매일 아침 문을 열 때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집 앞문에서 숲이 보였다.) - P335

모든 사랑은, 자신이 의사에 대해 품었던 그 짧은 사랑을 포함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 P421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았고, 그건 행운이었다... 올리브는 깨달았다.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음을...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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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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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의미있는 사람이야. 너만큼은 너 자신을 떠나지마. 네 잘못이 아니야. 172


소설을 쓰는 작업, 글쓰기가 치유하는 놀라운 것을 작가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한다. 청소년소설을 꾸준히 흐름을 잃지 않고 읽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분명해진다. 아직 성숙해지지 않은 혼돈의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이라는 것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어른이라고 하지만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을 사회에서 무수히 목도하게 될수록 진짜 어른은 무엇인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을 아낌없이 던지게 된다. 이 소설도 다르지가 않다. 타인의 비난하기만 하고 자신의 모습, 자신의 눈빛이 어떠한 지도 모른 채 살아갈 뻔한 안율이 있다. 안율의 이야기와 아버지의 죽음, 힘겨운 날들을 보낸 안율이 어떤 혼돈의 시간을 보냈는지 전해진다. 냉정하고 무정해 보이지만 안율이 친구를 어떤 마음으로 만나고 친하게 지냈는지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러한 안율이 우연히 만난 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이 궁금해지면서 찾아가고 만나고 대화 나누면서 그 학생이 말해주는 대화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다가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안율을 볼 때는 웃음이 나왔지만 율이는 그것을 무심하게 보내버리지 않는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목숨이 위태로운 친구에게 자신의 소설 공책을 가져다주면서 깨어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친구를 위해 공책을 놓아둔다. 그리고 사라진 친구는 자신의 공책과 함께 병원에서 사라지게 된다. 계절에 맞지 않은 옷차림, 상처들을 무관심하게 바라본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 친구를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사라진 친구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날 우편함에 놓인 자신이 쓴 소설 공책이 있다. 그 친구가 북극성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살아보기로 한 것을 알게 된다. 봄이 올 것이라고 희망을 남기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아버지가 있다.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를 안율은 자책하면서 성장한다. 아버지의 큰마음과 사랑을 놓쳐버린 안율은 아버지의 바람과 다르게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병명으로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한다. 항상 사람들의 발을 바라본 안율이 어느새 사람들의 가슴을 보고 눈을 보기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어머니가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갔을 세월도 전해진다. 버티기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가도 극복의 연속이라는 것을 아들에게 이야기 해준다. 포기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어머니이며 어른이다. 자신의 힘겨운 삶이 아들에게 든든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지프 신화』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210쪽) 돌아갈 곳이 있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안율은 자신이 가진 행복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반면 쓰레기 집의 아들은 다른 상황이다. 돌아갈 집도 없고 사랑해 주는 사람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그곳에서 그동안 살아있었던 그 아이가 기적과도 같다.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어른들, 부모들도 존재한다. 자식은 그저 부산물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돌직구에 그들은 어떤 부모들이며 자식들은 어떤 사람인지도 번쩍 들어 올려놓고 살펴보게 한다. 불공평하게 자식들은 여전히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고 바라보며 희망을 품는 존재들이다. 헛된 기대이며 희망이라는 것을 이 작품의 재판 과정에 있는 쓰레기 집의 어머니의 눈동자가 말한다. 그녀의 눈은 텅 빈 눈이다. 아무것도 없는 눈이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사람과는 누구도 살 수가 없는 것이다. <트렁크> 드라마에서 아내가 이혼을 하게 된다. 이혼한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텅 빈 사람과 살 수 있어요?" 눈을 바라보면 사람이 보인다. 깊은 눈을 가진 사람도 있고 슬픈 눈을 가진 사람도 있다. 텅 빈 눈을 가진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된 그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다. 살리고 싶었던 소설이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도 학교 학생들도 모두가 알지만 무관심하였다고 작가는 고발한다. 우리는 어떤 어른으로 어떤 이웃의 모습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율의 어머니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무거운 삶이 지속되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며 강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율의 어머니를 보여준 소설이다. 율과 어머니가 매일 저녁 쓰레기봉투와 빗자루, 대걸레를 들고 쓰레기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들이 쓰레기 집에서 했던 청소들과 쓰레기 치우는 작업들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을 포기한 사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강하게 꾸준히 기적처럼 삶을 이겨내는 사람들도 있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만이 아닌 꾸준히 무엇인가를 인간답게 하는 것이 의미를 가중시킨다. 오늘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달라진 눈빛을 가지게 된 율이만큼이나 무관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더 내밀하게 관조하게 하는 작품이다.

잘하거나 좋아하는 게 뭐냐면... 나 거짓말 잘해. 85




삶은 고난의 연속이 아니라 극복의 연속이라고... 우리는 극복하며 살아가는 거야. 더 멋진 나를 위해. 포기하면 안 돼. 포기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 P206

타인의 기준은 상대적인 거야.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마. 정말 중요한 건 너지. 절대적인 건 너 자신뿐이야. 네 마음을 봐. - P169

아부 뜨는 (학생들) 따개비들 같았다 - P110

무거운 것을 짊어진 엄마는 강했다. 진정으로 강한 것은 그럼에도 나아가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 P207

너는 의미있는 사람이야. 너만큼은 너 자신을 떠나지마. 네 잘못이 아니야.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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