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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평점 :
영화는 프랑스 소녀가 중국인 연인을 만나는 시간적 순서로 전개되지만 소설은 노년의 시간, 베트남에서의 어린 시절, 프랑스에 귀국한 후 저명한 인사들과 만난 시절들이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뒤라스 소설은 처음이지만 강하게 자리잡는 작가이다. 이 소설은 콩쿠르 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유별난 독특함과 실험적 사실주의라는 평가를 듣는 소설이다. 영화에만 머무른다면 그녀의 소설을 다 읽지 않은 독자로 남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을 통해서 그녀가 사유한 글쓰기의 진폭을 마주하게 된다.
불멸성을 향한 작가의 사유의 범주를 작은 오빠, 어린 시절에 만난 중국인 남자를 통해서 보여준다. 번역가의 해설을 통해서 또 다른 한 명의 사람을 함께 열거하면서 그녀의 인생과 철학과 작품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작은 오빠가 죽은 이후에 불멸성을 기억하였던 그녀가 쇼팽 음악을 들으면서 그때의 남자를 향한 감정과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불멸성에 대해 거듭 설명되는 그녀의 사유의 진폭을 소설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작은 오빠는 불멸이었다 123
순수한 불멸성의 영향력...
그는 교육도 받지 않았고, 그 어떤 것도 배우지 못했다.
그는 말할 줄도 몰랐다. 겨우 읽고, 겨우 쓸 줄만 알았다.
우리는 그가 괴로워할 줄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해라는 걸 할 줄 모르기 때문에 125
우리는 속내 이야기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큰오빠에 대해, 우리의 불행이나 엄마의 불행에 대해 126
그녀의 작품에는 작은 오빠가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또 다른 작품들까지도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한 가정을 지배한 권력자와 피지배자의 구획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머니와 큰 오빠는 권력자이며 여동생과 작은 오빠는 피지배자로 순종하는 계급구조를 지닌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세 명의 자녀를 키워야 했던 어머니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된다. 어머니를 향한 혐오와 분노, 눈물과 사랑도 기억된다. 어머니는 큰 오빠만을 사랑하였다는 사실이 분명하지만 "밑의 애들"이라고 불렸던 두 아이는 사랑을 받고자 갈구하였을 거라고 짐작하게 된다. 많은 어머니들이 첫째 아들에 기대하는 기대감은 상당하다. 반면 소외되는 수많은 다른 자식들은 소외되고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폭력 속에 노출된다. 그녀도 큰 오빠의 살인성이라는 공모에 어머니가 공조하면서 그녀를 폭행하는 사건을 기억하게 된다. 작은 오빠는 여동생이 어머니에게 맞아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한다. 사실주의 소설이라 감정과 기억들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머니가 맹목적으로 사랑한 큰 아들은 평생 건달이었으며 도둑질을 하였던 인물이다. 어머니가 농사를 지은 큰 오빠라는 인물은 온전한 인격체로 삶을 살아내지도 못하고 흐릿한 생애를 살게 된다. 이런 모양새로 살아간 장남들을 주변에서도 무수히 지켜보았기에 우매한 부모의 선택과 결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오직 큰아들에게만 "내 아가"라고...
나머지 두 아이들은 "밑의 애들"이라고 불렀다.
우리들의 불행에 대해 침묵하는 것을 배웠다.
첫 번째 고백을 듣는 사람들은 우리의 연인들이다. 75
딸은 어머니에게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지지하지 않는다. 딸이 1등한 과목을 선생님은 칭찬하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딸을 질투한다. 자신의 아들이 아니었기에 질투한 어머니의 모습도 낯설지가 않았다. 자신의 아들들이 아니었기에 어머니는 전혀 기뻐하지 않는다. 딸의 능력과 아들들의 능력은 비교되고 질투라는 감정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어머니를 사랑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그녀가 있다.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 가정에서 탈출한 이후의 어머니를 구분하면서 기억하게 된다. 어머니와 큰 오빠를 그리워하지 않았던 이유들이 그녀의 어린 시절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마땅히 누려야 했던 것들이 그녀의 어린 시절에는 존재하지 못했다. "집에는 잔치도, 크리스마스도, 수놓은 손수건도, 꽃도 없었다. 죽은 사람도, 묘지도, 그와 관련된 기억도 없다. 오직 어머니만이 유일하게 존재한다." (71쪽) 어린 시절 그녀가 생활한 시공간은 삭막하였고 존재한 것은 어머니만 있을 뿐이다.
그녀의 가난은 생활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인 남자를 만나서 연인이 된 이야기와 그의 두려움이 무엇인지도 감지한 어린 소녀는 노예근성에 깃든 그의 생활들을 보게 된다. 그의 사랑을 반대한 그의 아버지와 소송을 당할까 봐 두려워한 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어린 소녀도 이야기된다. 어린 소녀에게 어머니는 부족함이 넘친 모습으로 그려진다. 가난은 어린 소녀를 지치게 하고 늙게 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에서 늙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그 가정에서 유일하게 꿈이 되어 돈을 벌어줄 사람은 그녀 혼자였음을 알게 된다. 평생 돈을 벌지 않을 어머니의 두 아들과 돈을 벌어야 했을 그녀만이 존재한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며 광적인 사랑을 그려내는 이야기이다. 죽음과 슬픔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된 소설이다.
나는 늙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도 그것을 알았다. "당신은 지쳐 있어" 59
우리 셋과 너무도 다른 인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머니를 사랑했다. 그녀는 신중하지 못했고, 주책스러웠고, 무책임했다. 늘 그랬다. 그저 살아가기만 했다. 우리 세 아이는 소위 사랑이라는 것을 넘어 그녀를 사랑했다. 어머니는 침묵을 지킬 수 없는 여자였기 때문에, 숨길 줄도 모르고, 거짓말도 할 수 없는 여자였기 때문에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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