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30만부 기념 특별 리커버)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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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7쪽) 소설의 첫문장이다. 첫 문장이 너무나도 강열하게 시작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외동딸이 갑작스럽게 장례식을 준비하며 조문객들을 만나면서 떠올리는 아버지의 인생이 하나씩 펼쳐지기 시작한다. 화자인 딸의 존재와 아버지가 빨치산의 빨갱이라는 딱지를 달고 살면서 자신도 빨갱이의 딸이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가난하게 살아온 긴 세월을 추억하게 된다. 노동과 가깝지 않았던 아버지가 소주를 마시면서 농사를 지은 이유까지도 들려준다.

작은아버지를 장례식장에서 기다리지만 보이지 않았던 이유도 전해진다. 할아버지의 죽음과 곁에서 죽음을 보고 말문을 닫았던 작은 아버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도 장례식장에서 처음으로 듣게 된다. 겹겹이 닫힌 이야기들이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찾아온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딸은 아버지를 새롭게 알아가게 된다.

누군가의 인생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해하고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족이지만 이 소설의 아버지는 더욱 베일에 가려진 한 사람의 인생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조문객이 많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진심들이 거미줄처럼 엮어진다. 진보와 보수라는 양쪽 인물들의 조화로움과 감시당하는 아버지와 보고하면서 살아온 긴 인생의 사상적 역사도 함께 술을 권하면서 이야기 나눌 정도로 대립한 것들이 무의미하게 흘러가게 된다. 딸의 눈에 들어온 부모의 혁명과 민중은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하나둘씩 전해진다. 인간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모습들이 이야기에 등장한다.

사상 없고 신념 없고

(그쪽은) 순경 그만둔 것으로

사람의 도리를 다했소. 180

아버지는 가부장제를 극복한,

소시민성을 극복한,

진정한 혁명가였다. (딸과 담배) 245

현대사의 비극이

어떤 지점을 비틀어, 뒤엉킨 사람들의 인연이

총 출동한 흔하디흔한 자리 169

아버지는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지키려 했다.

그런 내가 아버지를 비아냥거릴 자격이나 있었던 것인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미안했다.

추모제. 노인의 눈빛은 젊은 나보다 더 형형했다. 148

목숨을 바칠 각오로 뛰어든 20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인다. 친일파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다시 혼돈의 시대가 찾아온 나라이다. 연좌제로 직업 제한까지 당했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전기고문으로 사시가 되고 자식을 낳지 못할 만큼 당했던 고문과 처참하게 죽은 동지들의 최후의 모습까지도 아버지는 수없이 보고 살아남았음을 알게 된다. 곁가지처럼 벗어나가면서 누군가에게는 눈물 날 정도로 희망을 심어주며 응원도 해준 아버지이다. 격동의 시대, 분단의 아픔이 이제는 일상이 된 우리들에게는 잊힐 뒤편의 역사이며 인물들이다. 목숨을 바친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이 혼재하면서 살아간 시대의 이야기들에 점점 먹먹해지게 하는 소설이다.

죽은 사람의 몫까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독한 술을 매일 마셔야 하는 이유들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딸은 아버지를 죽은 이후에 이해하기 시작한다. 조소와 비아냥으로 점철된 세월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도 알게 된다. 인간적인 아버지, 이웃 할배인 아버지, 누군가의 아버지와 같았던 아버지, 동지의 아내와 함께 살아간 긴 세월까지도 이해하게 된다. 작은아버지의 등장과 작은아버지가 뒤따라와서 집으로 돌아가게 해준 순간의 이야기도 잊히지 않는다. 감당하기 힘든 시대의 어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긴 세월 술과 노동으로 견디어온 이야기이다. 아버지를 나라에 빼앗긴 어린 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상과 혁명, 민중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대물림되면서 늪처럼 빠져들게 했는지 보게 된다. 결혼도 사랑도 자유롭지 못하였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된다.

소설 『오만과 편견』이 등장한 이유가 설명된다. 화자인 딸의 귀결이 이 소설과 상통하게 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온전하게 지탱한 것들이 없다. 무언가에 빼앗기고 상실된 이야기들로 가득해진다. 기우뚱한 신체만큼 구멍 나고 헤집은 이들의 이야기들이 무엇도 가볍지가 않다. 활짝 펼쳐진 아버지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례식장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먼지로 돌아가도록 도와준 딸의 움직임과 장소들이 그의 해방의 순간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감시당하고 무시당하고 멸시당하며 차별당하였던 아버지의 사회주의, 빨갱이는 편견과 관습에 물들이지 않고 곁을 내어주면서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하라는 말을 건네고 장래 준비를 하도록 응원하여 준 할배였음을 보게 된다. 화해하고 이해하는 딸의 모습도 소설의 진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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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수지 홉킨스 지음, 할리 베이트먼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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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이 일러스트와 함께 한다. 웃음과 눈물의 인생 매뉴얼이 하나씩 전해진다. 지인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큰 파동을 일으킨다. <아침 그리고 저녁> 소설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소설이 생각난다. 죽음은 삶과 매우 밀접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라고 밀쳐내는 죽음의 모습이 현실이 된다. 엄마가 딸아이에게 남기는 글들이 짧게 전해진다. 길지 않은 글은 농축된 전달성을 띤다. 일러스트 덕분에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자신의 죽음으로 아파하고 있을 딸을 위해 자신이 떠난 날을 기준으로 기록된다.

치킨 스튜와 카레, 피칸 파이, 브라우니, 파히타 등 비밀 레시피도 전해진다.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편지 쓰기, 집안 대청소하기, 만나면 좋을 남자친구,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에 대한 엄마의 조언, 동거와 결혼에 대한 엄마의 생각들, 만나지 않아야 하는 남자친구, 아이를 낳을 순간과 아이를 가지고자 선택하는 순간들에 각오해야 하는 위대한 것들, 손녀, 손자들과 보내게 될 딸을 위한 글, 늙음으로 변해가는 딸을 위한 조언들, 딸이 자신의 아이들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며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 등이 전해진다. ​



내용들은 평소 자녀와 나누는 대화의 일부들이라 낯설지가 않았다. 고난이 오는 이유와 고난을 이겨낸 순간들은 지나간다는 것도 말해준다. 균형 잡힌 삶으로만 인생은 준비되지 않는다. <인생> 위화 소설처럼 고난과 역경도 불쑥 형체를 드러내면서 삶을 휘감기도 한다. 때로는 실패와 후회도 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배워야 진정한 승자가 된다.

피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진중하게 알려준다. 땀과 열정, 행복, 만족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주말에 운동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사는 게 재미있어!"라고 말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지금처럼 사는 것에 매우 만족스러워서 식사하면서 한 말이다. 현재에 만족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그것을 느끼고 발견할 때마다 충분히 표현하게 된다.



질문을 무수히 던져야 한다. 질문이 많은 만큼 답을 보게 된다. 죽음도 태어남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게 된다. 부조리한 것을 대처하는 방식을 발견할수록 삶은 견고해진다. 휘청거리지 않도록 많이 기웃거리며 보물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수북해진 그 보물들이 삶의 지표가 되어준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끌어 줄 보물을 이 책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되어준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잘 먹을 수 있도록 레시피도 전해준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라고 강조한다. 행복을 보지 못하면서 지나치면 안된다. 파랑새가 곁에 지금 있는데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자발적으로 행복한 순간을 찾아서 떠나고 새로운 곳에서 경험한 것들은 행복감을 충족시켜주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떠나는 즐거움에서 행복해지고, 누군가는 일상 속에서도 행복함을 찾는다. 무수히 많은 선택들이 주어지는 것이 인생이다.

선택을 잘 하는 연습도 필요하며 잘 결정하는 판단력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대이다. 비워내야 하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뺄셈도 하고 더하기도 하면서 인생을 잘 가꾸어야 한다. 먹고, 행복하게 살고, 잘 결정하라! 이 글귀는 함축적인 인생 선배의 귀한 말이 된다.



네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한다면,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좋아.

뭔가 야심찬 일을 꾸미고 있어도 좋고,

그 중간쯤 어디라도 괜찮아.

다른 곳이 아니라

지금 있는 곳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느낀다면,

그걸로 된 거야. 107

질문을 던져.

우리는 해답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단다.

그렇지만 그게

네가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지. 100



먹고, 행복하게 살고, 잘 결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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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강과 면역의 과학 - 미생물을 생각하는 식단이 몸을 살린다
에머런 메이어 지음, 김홍표 옮김 / 궁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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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작용하는 생물학의 관점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에서 연구된 내용이다. 수명은 연장되어 인류가 장수하는 사회이지만 건강하게 늙어가지 못하는 상황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건강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하는 내용들이 소개된다. 건강한 인류, 건강한 흙과 행성, 건강한 환경이 화합되어야 하나의 건강이 완성된다는 이야기로 집약된다. 흙이 오염되고 지구가 파괴되어 오염된 환경에서는 인류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음을 인지시킨다. 수많은 물건들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적 제품들이 즐비하며 수많은 식당들과 카페들도 넘쳐난다. 하지만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음식들과 카페 음료, 빵들이 많고 간식들이 많다. 직접 준비한 건강한 음식들을 도시락으로 준비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집밥을 직접 준비해서 먹는 이유는 분명하다. 좋은 식재료와 건강한 조리법을 원하기 때문이다. 복강경 수술을 2년 전에 갑자기 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건강도서와 건강한 식단,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건강관리를 하면서 달라진 몸 상태에 만족하게 된다. 혈액검사와 다양한 암검진을 하면서 건강한 상태를 확인하면서 생활하면서 매일 확인하는 것은 장 상태이다. 장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장의 신호를 민감하게 확인하면서 생활한다. 이 책의 내용은 학문적이다.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정보들이 전해진다. 뇌 건강과 면역의 과학을 대장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서 깊게 이해하게 도와준다.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많은 질병과도 연관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다양한 식단이 유행하면서 지나간다. 건강하다고 자만했을 때는 어떤 식단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술을 하고 나서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먹으면 안 되는 음식과 음료, 생활습관, 화학제품들이 명확해지면서 건강한 습관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책도 건강한 습관 가지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는 내용들이 쏟아진다.

식사 계획에 대해서 설명된다. 언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전해진다. 시간 제한 식사와 하루에 두 끼 먹는 방법도 소개된다. 중간에 어떤 간식을 섭취하면 좋은지도 알려준다. 저녁 8시 이후 먹지 않는 습관을 가지는 방법과 저녁 6시에 먹고 다음 날 식사하는 시간을 알려주는 내용도 소개된다. 야식을 즐겼던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단식의 필요성과 유용함도 이해해야 한다. 간헐적 단식에 대해서도 언급되면서 어떻게 어떤 음식을 섭취하면 되는지도 안내된다.

식물성 식단이 건강에 얼마나 이로운지 거듭 확인하게 된다. 아침마다 채소와 과일로 샐러드를 식사한다. 오랫동안 씹는 과정이 포만감을 준다. 이제는 2년째 이렇게 식사하다보니 채소스무디는 자주 만들지 않게 된다. 처음에는 채소 먹는 습관이 어려워서 채소스무디를 마시기도 하였다. 이 책에도 스무디 레시피가 소개된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서 식물성 식단을 구성하면 된다.


일품요리와 간편식 레시피가 소개된다. 더불어 영양적으로 어느 정도 단계인지도 알려준다. 유익한 성분을 어떤 식재료에서 얻으면 좋을지도 알려준다. 이 내용이 매우 유용하게 자리잡는다. 온실에서 자란 채소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미슐랭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해진다. 버리는 것도 거의 없다는 이야기와 자연이 우리 메뉴를 결정해 준다는 철학과 신념을 진중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도 전해진다. 어떻게 재배되는지, 어떤 환경에서 재배되는지도 중요하다.

설탕, 방부제, 인공 향료, 유화제, 초가공식품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음식에 어떤 물질이 첨가되는지 꼼꼼하게 살피면서 섭취해야 한다. 건강한 음식처럼 둔갑한 가공식품들이 즐비하다는 사실도 잊지 않게 된다. 서구식단과 산업 농경이 얼마나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지 지적한다. 스테파니 세네프의 『위험한 유산』에서 제초제와 GMO, 질병과 유기농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떠오른다. 윌리엄 데이비스의 『내 장은 왜 우울할까』에서도 장을 위협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거론된다. 대안스님의 채소밥』에서도 식품 첨가물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이 언급된다.

산업계가 우리를 어떻게 살게 하고 죽게 하는지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글귀도 만난다. 경제 시스템의 흐름을 통찰하는 힘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들을 듣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 넓어진다. 수많은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내용들이 많았던 도서이다. 많은 유익한 정보들을 알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를 냉철하게 파악하게 된다. 자본주의가 인류를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도 이해하면서 급진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도 듣게 된다. 유전자 변형 작물이 수입되지 않도록 막는 조치와 더불어 유전자 변형 작물을 사용한 제품을 고시하는 식품법도 시급해진다. 말랑말랑한 대한민국의 대처 방법은 늘 불만스럽게 주시하게 된다.


산업계가 국민을 죽게 놔두는 상황을 인지하게 된다. 이해하는 만큼 노력하게 된다. 피하는 제품, 피하는 식재료들이 많아진다. 건강하다는 것은 최고의 축복이 된다. 이 책에서도 많은 정보들을 수없이 얻게 된다. 장 건강을 위해 어떻게 운동하여야 하는지, 어떤 강도로 하는 것이 좋은지도 알려준다. 명상과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해진다. 유산소 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설명된다.

이제 산업계는 당신을 죽게 놔두지 않고

살아 있게 함으로써 돈을 버는 경제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17


자본주의가 급진적으로 변해야 한다 255


식품 생산 단계부터 유전자 변형 작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조치 255


한 쌍의 파괴자 / 서구식단과 산업 농경 233

빈약한 식단, 만성적인 스트레스, 부정적인 감정

_ 뇌-장-미생물군 네트워크에 영향을 준다 8

서구식 식단은 장 미생물 집단에

장기적인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69

두께가 줄며 장벽의 충실도가 떨어진다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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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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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정의를 쉽게 생각하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족의 정의는 난제가 된다. 영화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 숙제를 가득히 안으면서 보내게 한다. 영화의 강열한 여운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면서 소설로 나온 책까지 활자로 만나게 된다. 영화는 이미지로 전달되는 것이라면 소설은 영화가 설명해 주지 않고 빠르게 지나친 것들을 꼼꼼하게 부연의 설명을 듣는 작품이 된다. 그래서 영화가 소설로 나오면 꼭 읽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의 대본집도 다르지가 않다. 드라마가 전부 전달해 주지 않는 묘사와 설명들을 풍성하게 음미하게 해주는 것이 책이다. 이 소설도 그렇게 영화에서 놓친 것들을 세밀하게 보게 된다.

가물거린 영화의 기억들이 소설을 통해서 다시 하나씩 제자리를 찾는다. 봤던 영화이지만 기억은 파편적이다. 소설로 설명되는 인물들의 감정들까지도 내밀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 영화는 가혹하게 힘들게 했던 작품이다. 부모들이 당혹스러워하면서 가족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지 힘들어하는 만큼 힘들게 한 작품이다. 아이가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그 사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우리들에게도 주어지는 숙제가 된다.

낳고 기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깊게 생각하게 한다. 생물학적인 부모와 키운 기나긴 세월의 관계는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까. 두 아이가 성장한 환경은 대비를 이룬다. 두 아이는 그만큼 다른 감성으로 다른 자아로 온전하게 성장하게 된다. 그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에게로 되돌아가면 아무일 없는 듯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작품은 가까이에서 관찰하게 해준다. 더불어 부모들의 혼돈의 시간과 과정들도 빼놓지 않는다.


사회와 타인이 규정하는 판단이 얼마나 오류인지 보여준다. 100% 부모들이 선택하는 길이 현명한 답인지도 되묻는다. 속앓이를 하는 두 아이가 있다. 한 명은 감정을 분출하지만 다른 아이는 속으로 삼킨다. 주어진 삶과 인생을 너무 일찍 경험하게 되는 두 아이는 진짜 행복해하지 않는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과 자신이 갑자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폭풍이 된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의도적으로 가혹하게 계획된 불행에 모두가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된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자명해진다. 자신의 핏줄, 혈통이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은지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 된다.

료타의 어린 시절과 부모와의 관계가 조명된다. 새어머니의 불행을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외면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지금 그가 경험한 사건과 비교하게 된다. 자신의 지난날의 과오가 스쳐 지나가면 새어머니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가족의 정의가 얼마나 협소했는지 보게 된다.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 책을 통해서 새로운 식견을 가지게 되면서 이 영화까지 연결고리가 이어지게 된다. 가족은 다양하다. 부모도 다양하고 자녀의 형태도 다양하다. 얼마나 편협하게 학습되고 세뇌되었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매 순간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해지는 세상이다. 이 부부들에게도 그러한 과제가 주어지게 된다. 아이가 뒤바뀌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의 가정에서 중학생 남자가 외친 말과 모자가 보인 행동은 가족의 정의를 확장시킨다. 우리 엄마라고 외친 단호함과 확고한 외침이 세상을 살아가는 난제를 해결할 현답이 된다. 료타도 그렇게 한 뼘 성장하게 된다. 자신이 가야 할 운명을 깨닫게 해준 것은 어린아이의 행동과 새어머니인 그녀의 행동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넌 관계없을 텐데. 우리 엄마야! 328

키운 6년. 떨어져 지낸 6년.

그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했을까?

그것을 부모가 선택해야 했을까?

게이타도 류세이도 분명 인공림의 매미였다.

사람의 손에 의해 그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240

지금까지 자기를 지탱해 온 것들이

소리를 내며 무너져가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들이 자기 주위에서 도망쳐 버렸다 336

료타의 손에 무엇이 남았는가?

은둔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

가족은 붕괴되기 직전 340

가족이지만 경계선을 만들고 내치고 외면하는 가족들도 많다. 남녀 차별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여성들과 장남과 차남의 차별로 홀로서기하는 이들도 많은 세상이다. 가족이지만 가족 같지 않은 모순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회가 넘쳐나지만 가족은 온전하게 사랑하며 이해하며 서로를 두 팔로 벌리면서 따스하게 안아야 하는 것임을 보게 한다.

미안한 일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사과를 해야 한다. 영화 <세 자매>에서 아버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겠다는 딸의 외침은 처절해진다. 이 소설에서도 료타의 아버지는 료타의 성장기에 지나친 상처만을 남긴 부모이다. 하지만 료타의 아기가 태어났을 때 나타나서 아기를 안으면서 하는 언행은 어떠했는지도 살피게 한다. 함묵하지만 남편의 어린 시절은 상처로 얼룩진 날들임을 알게 된다. 그가 일중독인 이유도 이해하게 된다.



그가 충직하게 일하였지만 그는 이용된 노예였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좌천되어 내려간 곳에서 그는 매미와 인공림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 아이의 성장 시기와 매미를 매치하면서 서서히 아이들을 이해하게 된다. 어른들이지만 모두가 서툴고 휘청거린다. 인생의 강풍에 모두가 길을 찾고자 노력하게 된다. 좌충우돌하면서 경험하며 배우는 것이 인생임을 알게 된다.

작가의 영화들을 이미 여러 편 보았기에 공통점을 찾게 된다. 다양한 가족들을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제시한다. 뒤바뀐 아이도 내 자식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 세월 아이와 나눈 추억들은 한순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두 아이를 품에 안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모두가 불행하지 않음을 보게 된다.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님을 보여준다. 성장환경을 확실하게 대비시키면서 두 아이의 혼돈을 막다른 길 위에 올려놓는다. 료타가 새어머니에게 사과 전화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다시 보아야 할 영화가 된다.


범인인 간호사가 뒤늦게 깨닫고 자백하며 사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기억해야 한다. 불행은 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료가 되기도 한다는 것과 자신이 행복함을 느끼면서 잘못을 사죄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결과가 된다는 것도 보여준다. 잘못하는 사람들은 불행하다는 전제가 드러나면서 이해하게 된다. 불행하지 않기에 간호사는 진심으로 이들에게 사죄를 한다. 그녀의 행복도 온전한 가족 안에서 존재한다는 것도 보여준다.

료타도 이제는 불행한 일들을 멈추게 된다. 행복과 불행을 선명하게 분별하기 시작한다. 그가 확고하게 믿었던 행복은 불행이며, 불행을 행복으로 뒤바꾸는 노력들이 하나씩 그의 가정을 빛나게 할 것임을 보여준다. 퇴근도 늦고, 주말도 일하는 삶, 일에 중독된 삶이 진짜 행복한 것인지 작가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놓지 않는다. 일본의 사회와 한국 사회는 매우 유사하게 닮아있다. 입시 학원과 사교육 열풍에서 진짜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하도록 이끄는 작품이다. 대비를 이루었던 전파사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과 가족 분위기도 기억에 남는다. 화려하지 않고 풍족하지 않지만 따스한 온기가 흐른다. 고장난 것은 고쳐가면서 살아가는 삶과 고장난 것은 버리고 새것을 사라고 말하는 삶이 대비된다.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 진짜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스스로 찾는다. 어른들보다 아이가 더 현명해지는 순간도 많음을 보여준다. 어른들은 길을 찾지 못해서 늪에 빠져서 고함도 지르지만 아이는 자기가 있어야 하는 곳을 스스로 찾으면서 존재의 가치를 알게 된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가르치는 지표가 된다. 입시학원이 제시하는 정답만을 외우고 말하는 앵무새가 합격하는 삶도 있지만 또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아간 아이가 습득하고 경험한 것은 가치가 없는 삶인지도 질문을 던진다. 『황금종이』 소설이 생각난다. 삶의 가치는 황금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이 영화의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어떻게 해야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의문에서 시작한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과연 피로 맺어져야 하는지

아니면 함께한 시간만으로도 가능한 것인지

묻고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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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그래픽노블로 만나다
켄 크림슈타인 지음, 최지원 옮김, 김선욱 감수 / 더숲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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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로 한나 아렌트를 먼저 만나볼 수 있다. 그녀는 정치사상가이며 철학자이다. 유대인이며 여성이고 난민이었던 여러 이름들을 지닌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난간 없이 사유하기』, 『칸트의 정치철학』, 『과거와 미래사이』, 『유대인 문제와 정치적 사유』, 『인간의 조건』, 『전체주의의 기원』 등 저서를 남긴 인물이다.

자살한 동료의 죽음과 그가 마지막에 그녀에게 남긴 글까지도 이 책에서 소개된다. 그가 죽기 위해 가진 용기와 그녀가 죽지 않기 위해 가졌던 용기까지도 책에서는 언급된다. 그녀의 인생은 순탄하지는 않았다. 유대인이라 부당하게 당한 위협과 선택의 기로에서 그녀가 보여준 용기와 판단도 이야기된다. 누군가는 순응하지만 그녀는 탈출을 감행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위기의 순간에 호텔 직원과 실랑이를 하는 작전까지도 그녀는 계획한다. 세 번의 탈출이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펼쳤는데 내용은 철학과 정치학이 접목하면서 그녀의 인생과 사랑과 용서, 글쓰기, 사유를 깊게 이해하게 된다. 왜 그녀가 그런 책을 집필하였는지, 다음 여정은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전체주의와 성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질병과 병 증세, 죽음까지도 설명된다. 그녀가 칸트와 로자 룩셈부르크를 동경한 이유도 들려준다. 스승이었고 연인이었던 하이데거와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하이데거의 철학과 그녀의 철학은 같은 방향을 가지지 않았고 그들이 헤어진 이유도 명확하게 설명된다. 하이데거가 본 삶과 그녀가 바라본 인생은 다른 각도이며 이해를 지닌다. 하이데거의 던져짐이라는 철학과 죽음, 한나 아렌트의 포용과 인내, 난장판이라는 묘사까지도 이해하게 된다.

진정한 자유를 위한 난장판이라는 그녀의 사유를 이해하면서 복수성과 탄생성을 조밀하게 이해시킨다. 단일성과 우월성으로 혐오와 차별로 무시가 팽배해지는 위험을 우리는 여전히 내재하면서 살아가지만 그럴수록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힘, 인내하는 힘이 절실해진다. 두 팔을 벌리라는 사랑과 포용을 그녀의 철학에서, 정치학에서 보게 된다. 용서도 언급하는 그녀이다. 하지만 잊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용서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지니게 하는 역사를 의미한다. 그녀의 사유는 두 팔을 벌리면서 문제점도 인식하고 파악하는 그녀를 보게 된다. 유대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조롱과 비난도 감당해야 하는 시절도 있었음을 알려준다. 너무나도 크고 무서운 결말과 진행을 경험한 그녀이기에 그녀가 무거운 유머를 너무 일찍 던진 것이라는 것도 이해하게 된다. 수용소의 생활, 수용소에서 경험한 기억들과 사람들의 다양한 대응 모습도 전달된다.

복수성과 탄생성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이 비록 소풍 같지는 않겠지만 아우슈비츠나 굴라크, is를 막으려면 인류라는 하나의 종으로서 그것을 포용하고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고. 즉, 유일한 진리나 이해를 위한 묘책 같은 건 없다. 영광스럽고 결코 끝나지 않는 난장판이 있을 뿐이다.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위한 끝없는 난장판 말이다. (에필로그) 237

한나 아렌트가 난장판을 운 좋게 발견했다고 대화하는 남편의 말도 무한히 좋았다. 서로가 이해하는 대화들이 무수히 많았을 것이다. 남편이 말해주는 대화도 여러 번 읽게 한다. "우린 모두 저마다의 최대 속도로 무한하고 텅 빈 소용돌이 위를 거꾸로 달려가고 있어. 발에는 여러 색상의 채색 펜이 묶여 있어서... 우리가 볼 수 없는 광복한 무지개가 그려지는데... 무얼 그렸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역시나 펜을 단 채 거꾸로 달리고 있는) 지구상의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그린 무늬에 관해 설명을 듣는 것 뿐이야." (234쪽) 무의한 삶은 없다. 그 삶을 저마다의 최대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표현과 비유된 설명들이 멋지게 전달된다. 한나 아렌트는 '왜'라는 질문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음을 들려준다. 복수성이 지배하는 공적 세상에서 철저한 사유를 가르쳐 주는 실천적 안내서라는 『정신의 삶』책도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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