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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SF를 쓰는가 -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사이에서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양미래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마거릿 애트우드 작품을 좋아한다. 『시녀이야기』, 『고양이눈』, 『도둑신부』, 『그레이스』, 『오릭스와 크레이크』, 『홍수의 해』, 『눈먼 암살자』 등이 있다. 부커상을 수상한 『눈먼 암살자』와 『증언들』도 인상깊게 남았던 작품이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사이에서라는 부제로 글을 담고 있다. 작품을 집필하기까지 구도를 짜는 과정들이 그려진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소설들과 상황들이 영향력을 주었는지도 글에서 만나게 된다.
케이시 애커, 마틴 에이미스, 주제 사라마구, 커트 보니것 등 진지한 작가들이 열거된다. 언급되는 작가들과 이외의 많은 소설들과 작가들이 촘촘하게 채워진다. 유스토피아 장편소설 『시녀이야기』, 『오릭스와 크레이크』, 『홍수의 해』 3편이 언급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아바타, 돈키호테, 모비딕, 우주 전쟁, 프랑켄슈타인 등까지 확장을 시킨다. 말로의 희곡 <포스터스 박사>의 "지옥은 한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한 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니, 우리가 있는 곳이 지옥이오. 또 지옥이 있는 곳에 우리는 늘 있게 마련이라오." (125쪽) " 벗어날 수 없는 곳은 전부 지옥이야" (387쪽) 글귀도 긴 시간 부여잡게 한다. 이와 관련된 작품들도 생각나게 한다. 천국에 대한 작가의 사유에도 같은 발걸음으로 보폭을 유지하게 된다. 성경의 글귀에서 비밀스러운 의미를 무수히 유추하게 된다. 스스로 찾아내는 곳에서 천국과 지옥도 존재한다.
소설들이 전하는 상징성은 SF 소설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농장』의 돼지, 양, 움직임, 말들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조지 오웰의 『1984』 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도 언급된다. 아끼는 책장의 책들도 언급되는 만큼 그 소설들의 후폭풍도 가름하게 된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와 아스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까지도 소개된다. 읽은 작품들은 이해하기가 쉽지만 읽지 않은 작품들은 맥락이 자꾸만 끊어진다. 언급되는 작품들을 읽고 다시 한번 더 읽을 책이 된다.
17세기 뉴잉글랜드에 정착한 청교도들은 처음에는 유토피아 주의자였다. 뉴잉글랜드 식민지 개척자들은 신의 도시로 간주... 식민지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공공시설은 교도소와 교수대였다. 유토피아의 이면에 존재하는 디스토피아를 인정한 셈이었다. 137
< 아웃랜드 시리즈 > 7까지 모두 시청을 하면서 불편했던 이유들이 상기되는 글귀이다. 기독교인들의 한 손에는 성경이 있었지만 다른 한 손에는 자식을 때리는 매와 채찍과 총과 칼이 있었고 교도소와 교수대, 죽은 시체를 매달아 놓는 문화까지도 아웃랜드 시리즈에서 목도하면서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장면들이 가진 의미까지 이해하게 된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쉼없이 관조하면서 작품들을 다시 읽게 한다. 종교에 존재한 디스토피아의 흔적들을 찾는 여정으로 길안내가 된다. 역사 속에 등장한 불편한 진실들이 디스토피아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매끄럽지 못한 것들이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형식으로 존재하는지도 디스토피아를 찾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소위 '해방된' 현대 서구 여자들이 밟고서 있는 이 빙판 얼마나 얇은 걸까? 이 여자들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이 여자들 얼마나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는 걸까? 이 여자들이 강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그 안에서는 무얼 보게 될까? 144
시체 매달기는 일찍이 영국에서 자행된 적 있고, 집단 돌팔매 처형은 아직도 몇몇 국가에서 행해진다... 모두가 가담해 버리면 책임은 어느 한 개인에게 부과되지는 않는 법이다. 146
현대 여성들의 빙판 두께와 어디까지 허락되는 여정인지도 골똘하게 살펴보게 된다. 여성의 곤경이 어느 정도까지 추락하는지, 추락한 세계에서 여자가 보게 될 것들까지도 짐작하게 된다. 양면성으로 한국 사회에서 여자에게 요구하는 것들과 실제적으로 얄팍한 주머니를 건네는 사회의 부조리를 떠올리게 한다. 평등한 사회를 가로막고 핀셋으로 골라서 기회가 박탈되는 불평등한 사회의 현대 여성을 무수히 열거하면서 작가의 질문들은 아직도 유효한 것임을 확인하게 한다.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과 셜리 잭슨의 단편소설 『제비뽑기』에 대한 내용도 언급된다. 잊었던 장면이 다시 살아나는 제르미날의 장면이다. 착취당한 여성들의 하나 된 행동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그 여성들의 기나긴 숨죽임이 작가의 소설이 집필되기까지 영향력을 주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질문이 쏟아진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을 하나씩 주워서 펼쳐보게 한다. '우리'란 정확히 누구를 의미하는 것인지 질문한다. 그들은 누구인지도 확인시켜준다. 유전자 보유 계층과 유전자 빈곤 계층으로 분리되는 계층은 귀족 사회와 유사성을 띤다. 행복에 대한 작가의 글귀도 여러 번 읽게 된다. 행복에 대한 질문을 무수히 하였을 작가를 떠올리면서 작가의 소설 『도둑 신부』 2권을 펼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