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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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 년의 시간 속에서 살아간 다섯 명의 이야기에는 '클라우드 쿠쿠 랜드'라는 설화가 존재한다. 접점이 없는 기나긴 시대의 여러 인물들의 인생에 자리 잡는 책 한 권이다. 고아 소녀 안나가 낡은 필사본을 발견하는 일과 두루마기 필사본을 귀중하게 간직하면서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홀로 탈출하는데 이 책은 소녀와 함께 한다.


지노라는 미군은 한국 전쟁에 포로수용소에서 만난 렉스를 통해서 그리스어를 배우면서 노년에 그리스 필사본을 번역하게 된다. 필사본을 번역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용기를 내지 못하면서 뒤로 물러난 그의 사랑이 그려진다. 그리고 노년에 번역한 책은 도서관에서 다섯 아이들과 연극을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에서 그가 번역한 책의 내용의 바보가 되는 주인공 친구가 되는 이유가 된다. 다섯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용기를 내게 해준 책이다. 살아남은 다섯 아이들에게도 멋진 과거의 파티가 준비되도록 해준 것이 이 책이다. 책은 어떤 힘이 있었던 것일까? 어떤 이야기였을까? 어떤 설화였기에 여러 인물들이 용기를 내고 도전하도록 이끌어주었을까? 


시모어라는 소년이 테러를 준비하게 되는 이유와 성인이 되어 반골 기질을 감추면서 준비한 엄청난 것도 놀라움을 주는 소설이다. 군부대, 노숙자 야영지, 병원 밖에 줄을 선 사람들, 노동 파업, 시위하는 사람, 반체제 인사, 피켓 시위 참가자, 소매치기 (745쪽)를 누군가는 지우고 숨기는 작업을 지시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올빼미 표시로 진실을 간직한다. 진실은 그러하다. 알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진실을 보게 된다. 감추고 가려놓는 세상에서는 진실은 절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우주선 안의 생활이 그러하다. 우주선에서 생활한 콘스턴스 소녀가 떠오른다. 우주선은 소녀가 아는 전부이며, 세상이다. 그리고 의문의 감염병이 우주선에서 발생하면서 의문은 싹뜨기 시작한다. 소녀가 포기하지 않고 용기내면서 발견하는 것들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몇 번을 놀라워하면서 읽었는지 모른다. 결코 이어질 수 없는 700여 년의 시간 속의 인물들이 하나로 접점을 이루기 시작한다. 그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준 책 한 권이 있다. 죽은 언어. 그리스어. 음성은 짐작할 수 없지만 활자를 해석하면서 다양한 의미들이 전해진다. 하나의 이야기책이 수많은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보여준다. 


욕망과 내면의 허기에 대한 내용들도 섬세하게 다룬다. 전쟁을 향한 욕망, 전쟁 준비에 소모되는 동물들의 죽음, 술탄을 향한 무한한 복종, 승리의 전리품인 여성들, 끌려가는 여성과 아이들, 도망가 버린 부자들의 모습도 눈여겨보게 하는 작품이다. 신을 믿지만 사랑의 온기는 느껴지지 않는 기독교인 부자의 모습과 과부의 모습, 수은이 함유한 물을 마시는 안나의 언니 마리아의 사연도 기억에 남는다. 안나의 남편이 필사본을 말리고 긴 여행을 하면서 그 책을 주는 모습과 의지까지도 지긋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야기를 읽는 건 작은 낙원을 짓는 것이라고 말하는 글귀가 좋았다. 색다른 소설이 주는 놀라운 이야기 마무리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긴 여정의 여행길을 걸어서 다닌 기분이었다. 



모든 시간과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가 되며 같아진다. 768

인간. 내면에 허기의 불길이 타오르는... 694

이야기를 읽는 건 
작은 낙원을 짓는 것과 같으니 89

온종일 바늘과 실을 들고 몸을 수그린 채 
권력자의 예복에 ... 
수놓으며 사는 인생을 살고 싶겠는가? 53




종교가 지닌 권력의 위압감은 대단하다. 종교의 예복이 절대성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권력자에게 순종하는 작업의 의미는 신에게 복종하는 종교의 의미인지도 질문하게 하는 장면이다. 부를 가로채는 부자는 전쟁의 공포에 가장 빠르게 도망치고 사라진 인물이다. 수를 놓는 여인들은 전쟁이 일어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수를 놓는다. 배고픔 속에서도, 죽음 앞에서도. 생각하고 질문을 하지 않으면 답습하는 인생만이 남겨질 뿐이다. 


작가의 예리한 시선 끝을 종교와 전쟁, 권력자, 술탄의 전쟁을 향한 욕망, 부자의 폭행과 폭언, 착취되는 시민들, 전쟁 포로가 귀향하면서 보이는 불안증세도 작품에서 마주하게 된다. 두께만큼이나 수많은 인물들과 사연들이 넘친다. 하나도 빠짐없이 작품에서 숨쉬고 있는 그들의 인생들을 기억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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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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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소설을 좋아한다. 바짝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펼친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 아니었기에 믿고 펼친 이야기이다. 역시나 기대감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세 편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모두 좋았다. 유유히 흐르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현실을 보고 있는 찰나마저도 느끼게 해준다.

출구 없이 닫힌 세계가 낯설지가 않다. 지구는 끊임없이 인류에 의해서 파괴되고 있다. 지금도 파괴하는 행위는 멈추지를 않는다. 원자력 발전이 가진 위해성과 파괴력은 해양자원부터 무섭게 위협하는 실정이다. 정치인들은 우서운 퍼포먼스를 연이어 보이지만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지금과 다르지 않는 이야기가 흐르는 소설이다. 출구가 없는 닫힌 세계, 지하세계로 내려가 생존하고 있는 인류의 이야기이다.



심각하게 파괴된 지구에서 추방당하고 지하세계로 내려간 인류는 인구정책도 규정하고 1가구 1자녀만을 허용한다. 쌍둥이가 태어나도 한 명만이 생존하는 세상이다. 선택받는 아이, 선택받지 못하는 아이의 기준은 모호하다. 선택받지 못한 아이는 죽음만이 기다릴 뿐이다. 그 선택을 하지 못한 부모에 의해 '비밀'이라는 존재로 숨어서 생존하는 소녀가 있다. 그 소녀가 선택받아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쌍둥이 자매에게 보내는 편지글도 인상적이다. 직설적이고 냉소적이다. 환풍구로 다니며 먼지투성이 속을 다닌 소녀이다. 발각되면 죽음으로 내몰리는 존재이다.



세상에 없는 아이. 세상이 규정한 규칙들이 얼마나 어쭙잖은지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법의 절대성이 얼마나 모호하고 비논리적인 것들이 넘쳐나는지 이 소녀를 통해서도 보여준다. 이 소녀는 환풍구를 돌아다니면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긴다. 글을 모르는 소녀는 자신의 존재를 눈치챈 한 의대생에게 글을 배우게 된다. 글을 배운다는 것은 확장의 시발점이 된다. 소녀는 글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 폭발물이 있는 곳을 찾아줄려는 의지도 확고해진다. 체제에 순응하지만 내면에 자리잡는 확고한 의지들이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보이는 소설이다.


건설 사고 카운트 전광판 (숫자) 157

아무것도 안 하면 다 잃을 것 같으니까.

눈앞에 있는 것보다 더 큰 걸 지키기 위한 선택인 거지. 76

여긴 닫힌 세계야. 패배 87



슬픔들이 흐른다. 여러 인물들에게 유유히 흐르고 있는 슬픔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을 시작한 마르코의 이야기에도 슬픔이 남겨진다. 사라진 은희의 존재와 목소리를 사고파는 이 지하세계의 어긋난 모순적인 모습들에 아픔을 새겨놓는다. 목소리는 상징적인 의미로 존재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목소리를 가지고자 하는 자와 그것을 판매하면서 목소리를 제거당하는 자에게는 욕망과 빈곤함이 거래조건으로 존재할 뿐이다.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은희의 거주지는 중심부에서 많이 벗어난 외곽부에 자리잡는다. 주거공간도 경계적 수준을 대변하면서 점점 극빈층으로 내몰리는 은희의 환경을 놓치지 않게 한다. 기회마저도 박탈당하고 차단된 지하세계는 현대사회와 다르지 않았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만나는 인물이 된다.






슬픔들이 흐른다. 여러 인물들에게 유유히 흐르고 있는 슬픔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을 시작한 마르코의 이야기에도 슬픔이 남겨진다. 사라진 은희의 존재와 목소리를 사고파는 이 지하세계의 어긋난 모순적인 모습들에 아픔을 새겨놓는다. 목소리는 상징적인 의미로 존재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목소리를 가지고자 하는 자와 그것을 판매하면서 목소리를 제거당하는 자에게는 욕망과 빈곤함이 거래조건으로 존재할 뿐이다.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은희의 거주지는 중심부에서 많이 벗어난 외곽부에 자리잡는다. 주거공간도 경계적 수준을 대변하면서 점점 극빈층으로 내몰리는 은희의 환경을 놓치지 않게 한다. 기회마저도 박탈당하고 차단된 지하세계는 현대사회와 다르지 않았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만나는 인물이 된다.


슬픔들이 흐른다. 여러 인물들에게 유유히 흐르고 있는 슬픔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을 시작한 마르코의 이야기에도 슬픔이 남겨진다. 사라진 은희의 존재와 목소리를 사고파는 이 지하세계의 어긋난 모순적인 모습들에 아픔을 새겨놓는다. 목소리는 상징적인 의미로 존재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목소리를 가지고자 하는 자와 그것을 판매하면서 목소리를 제거당하는 자에게는 욕망과 빈곤함이 거래조건으로 존재할 뿐이다.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은희의 거주지는 중심부에서 많이 벗어난 외곽부에 자리잡는다. 주거공간도 경계적 수준을 대변하면서 점점 극빈층으로 내몰리는 은희의 환경을 놓치지 않게 한다. 기회마저도 박탈당하고 차단된 지하세계는 현대사회와 다르지 않았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만나는 인물이 된다.


그런 개같은 정책을 누가 만들었고, 누가 동의했을까? 114

너여야만 하는 이유 없다는 거 알았거든. 114

작으면 강해.

살아 있는 모든 작은 것들은 강해. 그 어느 것보다. 203

자기 생각이 확고한 사람 같아서 좋았거든. 40


부당한 노동환경과 파업과 투쟁에 노동자들을 빈곤함으로 내모는 기업이 등장한다. 빈곤함으로 억압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는 관행은 소설에서도 흐른다. 묵살당하고 노동자는 더 가난함으로 내몰리면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력에 동원된다. 월급은 정당하게 입금되지 않아도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신입사원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둘러대는 변론은 결코 정당하지도 않지만 어떤 움직임도 드러내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보일 뿐이다.



정당함이 존재하지 않는 이 지하세계의 노동시장도 낯설지가 않다. 지금도 최저임금을 향한 목소리는 대립을 이룬다. 한쪽은 기업의 목소리, 다른 한쪽은 노동자들의 목소리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과 단체가 존재하지만 이 지하세계는 그마저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닫힌 세계가 된다. 자본주의가 자진 병폐와 문제들이 이 소설의 소재가 된다. 작가는 사회문제까지도 외면하지 않고 인물들을 통해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삶은 다양하게 조명한다. 생존의 한계점까지도 노출하면서 두려움을 감당하는 노동자들이 드러난다. 쉽게 파업 투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노동자도 등장시킨다. 인물들 모두가 예사롭지 않았던 소설이다.



젊음의 상징인 사랑과 연애도 존재하면서 사회문제들도 거침없이 다룬다. 그리고 블랙홀과 같은 우주를 떠올리는 여러 인물들이 땅을 벗어나는 삶이 어떠한지 호기심과 두려움을 함께 드러낸다. 문제행동을 하는 인물들을 강제로 잡아가는 곳까지도 그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이다. 안전하게 안주하면서 그 자리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삶만을 영위하라고 지속적으로 학습된 지하세계이다. 이러한 안위보다는 용기와 모험, 위험성을 감당하면서도 함께 움직이는 이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들이 위험을 감소하면서 움직인 이유를 잊지 않아야 한다. 닫힌 세계에서 제자리에서 맴돌지 않기를 응원하게 된다. 벗어나면 결코 위험하지 않았다는 것과 새로운 또 다른 삶이 연장된다는 것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그림들을 다시 살펴보게 한다. 이들의 내면에 강열하게 자리잡은 붉은 에너지를 더 바라보게 하는 소설이다. 기대이상으로 멋진 소설이다.



네가 맛보는 자유와

내가 느끼는 자유는 농도가 달라.

형태도, 무게도, 크기도. 108

나를 밖으로 꺼내기 위해서

너는 몇백 통의 청원서를 보냈어.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지. 114

나태함과 무기력함, 게으름과 우울은

가장 무서운 전염병이다.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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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자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1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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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반쪽과 선한 반쪽으로 두 동강 나 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환상문학으로 읽기 쉬운 이야기이지만 결코 가볍지가 않았던 작품이다. 여러 인물들이 보이는 모습들에서 예리한 작가의 관찰력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물들을 보이는 한계들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문학이라는 틀에 안주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이 투영된다. 이야기는 17세기 터키와의 전쟁에 참가한 메다르도 자작 이야기이다.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로 유명한 작품의 작가의 소설이다. 환상 문학으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작품성에 매료되어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관심이 가게 된다.

부모가 모두 없는 고아인 화자의 시선에서 외삼촌인 메다르도 자작이 참전한 후 돌아와서 일어난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외할아버지도 있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이 없다. 그를 키운 건 유모인 세바스티아나이다. 그녀는 이 집안의 많은 사람들을 돌보았다. 태어난 아이들과 아픈 사람들, 죽음을 맞는 사람들까지 그녀의 돌봄을 받았다. 화자와 연결된 어머니와 같은 유모에게 일어난 엄청난 사건의 가해자는 자신의 외삼촌이다. 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온 그의 모습은 반쪽만 남은 사람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무모하게 자원입대한 자작이다. 청년기의 그에게 전쟁터는 생과 죽음의 갈림길이지만 그는 그러한 판단조차도 하지 못한다. 전쟁에 참가해 싸우는 이웃 군주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자원입대한 인물이다. 그에게 남은 반쪽자리 육체는 악한 인간만 남겨지게 된다. 돌아온 그에게서는 어떠한 선한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악한 악행들은 멈추지 않으며 재판을 결정하는 권력자가 되어서 무모한 사람들을 사형시키는 악인이 된다. <카시지> 와 <눈먼 암살자> 작품 속의 참전한 군인들의 파괴된 영혼들이 내내 떠나지 않게 한다.


그 나이에 우리는 새로운 모든 경험,

무시무시하거나 비인간적인 경험까지도 ...

불안하면서도 따뜻한 애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8



기독교들의 병영이라는 곳, 성스러운 황제의 십자군 만세라고 외치지만 이들의 파열된 영혼이 먼저 떠오르게 한다. 작품에 전개되는 전쟁 장면은 참혹하고 잔인하다. 전쟁이 가진 실상이 그러하다. 반쪽자리 자작의 모습도 다르지가 않다. 그렇게 전부를 쏟아낼 수 있고 파괴되는 것이 전쟁임을 이 작품을 통해서 다시금 보게 된다. 전쟁은 욕망이며 권태로운 수장들의 모습까지도 작품은 놓치지 않고 전달한다. "백전노장들과 말들은 나태하고 권태롭게 포탄을 바라보지." (16쪽) 명령과 복종이 절대적으로 자리 잡은 사회를 의심하지도 않는 청년은 누구를 위한 희생이었을지 질문하게 된다. 피비린내가 나는 전쟁에 대한 분노와 동정도 느끼지 않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하는 목소리가 전해진다. 그의 파멸은 인간성을 잃게 하면서 끔찍한 모습으로 악행을 거듭하게 된다. 사형 집행을 명령하는 권력자를 넘어서 방화까지도 저지른다. 심지어 자신을 키워준 양어머니이면서 유모에게까지도 방화를 저지른다. 얼굴 흉터 자국을 문둥이 마을로 보내고자 계략을 꾸미기까지 한다. 유모는 나쁜 자작에게 어떠한 비난도 하지 않는다. 그녀가 문둥이 마을에서 전염되었을 거라고 짐작되면서 화자는 자신을 키워준 유모를 그리워하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가게 된다. 유모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모가 유지하고 있는 비밀스러운 것들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위그노들이라는 종교인들이 보이는 위선적인 모습도 거침없이 다룬다. 그들이 믿는 종교, 믿음, 신앙의 중심점은 어디에 있는지 작품에서 보게 된다. 여물통을 몰래 빼앗고 거짓말을 하면서 그들의 이득을 위해서 행동한 신앙인의 모습은 이 시대의 종교인들에게도 향하게 된다. 종교인 집단들을 향해서 소리치면서 외치는 " 페스트와 기근!"은 두려움과 불안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이들이 프랑스에서 종교탄압으로 도망치면서 잃어버린 성경과 찬송가의 가사들은 상징적인 의미가 된다. 가사도 남아있지 않고 성경 말씀도 흐릿하지만 규칙이 계율로 남아버리면서 강요되는 것들과 미덕이 되는 것들이 얼마나 모순적인 인간적인 기준들인지도 생각하게 한다. "규칙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계율이 되어 버렸다. 극도의 절약 정신이 강요... 여자들에게는 가사에 몰두하는 일이 미덕이 되었다." (49쪽)

목수가 만드는 사형대와 고문대의 용도를 의심하지만 그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자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생각을 멈추고 자신이 자신있는 일을 하면서 만족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질문하게 된다.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것을 질타하는 과학자의 책을 읽었던 글귀가 생각한다. 수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 화학자 등 많은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었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학문의 발전이 인류를 파괴하는 것인지, 인류를 살리는 것인지 우리는 쉼없이 생각해야 한다. 멈추고 질문하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악행으로 남는 역사적 기록물이 될 뿐이다. 이러한 과학은 지금도 무수히 쏟아진다. 그래서 화학물질, 공장의 굴뚝, 무기, 패스트푸드 등을 의심하면서 바라보게 된다.





자비와 공포 속에서 우리 삶은 흘러갔다. 93


선과 악이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무수히 많은 순간 속에서도 싸워야 하는 이유가 이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자비로움이 승리할지, 사악함이 승리할지는 싸우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악함이 얼마나 끔찍하게 활개를 치는지 이 작품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보게 된다. 전쟁터에서, 두 수레에 실려나가는 참혹한 현장의 군인들의 흩어진 몸에서, 반쪽자리 자작처럼 기괴한 모습으로 돌아온 많은 참전 군인들에게서, 고문대와 사형대를 분해하지 않고 감정적 동요조차도 일어나지 않는 많은 군중들에게서도 보게 된다. 익숙해진다는 것, 생각하지 않는 것, 의심하지 않는 사회는 희망이 사라진 사회가 되고 만다. 두려움으로 많은 이들을 침묵하게 하는 사회는 살기 좋은 사회가 아님을 보게 된다. 나쁜 자작이 활개치는 사회가 아닌지, 방탕함으로 물든 예술인, 문학인들은 아닌지, 과학자들의 무분별한 연구에도 매서운 매질을 하는 작품이다. 길지 않은 소설이다. 쉽게 읽히는 환상문학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집약해 내는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무수히 많은 문장에 밑줄을 긋고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읽게 한 소설이다.

환자. 가난한 사람들, 나이 든 사람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방문한다는 것. 착한 외삼촌 91

반쪼가리가 되었거나 뿌리가 뽑힌 존재는 나만이 아니야...

모든 사람들이 악으로 고통받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들을 치료하면서 너 자신도 치료할 수 있을 거야.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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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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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태고의 시간들> 소설이 인상적이라 작가의 소설들을 계속 읽게 된다. 작가의 책을 따라가는 시간은 의미 깊은 여정으로 남는다. 첫 문장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게 한다. 정적을 표현하는 작가이다. 유목민과 같은 삶을 살아갔던 부모님에 대한 회상과 심리학과 통계학을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작가의 목소리로 전달된다. 기대감이 증폭되는 작품이다.

좋아하는 작가이다. 작가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낯선 느낌으로 화자가 다른 많은 소설들을 만나면서도 유유히 흐르는 느낌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트러스트>장편소설의 이민자인 대필 작가의 아버지의 삶이 그러하다. 이민자가 아닌 추방자라고 언급하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이 소설이 떠올랐다.










익숙하지 않았던 소설이었고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 강열하였던 작품이다. 단편소설과 중편소설들, 화자도 저마다 달라지는 작품이다. 단편소설이 긴호흡을 필요로 한다. 긴호흡은 절실하게 작품을 뚫어지게 오랜 시간 바라보게 한다. 강열하게 각인된 작가이다. 그리고 지금도 독서의자 곁에 쌓아 올린 문학 소설들의 하나로 소중하게 자리 잡는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들은 이유 불문하고 펼치는 독자가 된다. 오랜 시간 곁에 두면서 읽게 되는 작품이다. 결코 다른 장편소설처럼 똑같은 속도로 읽지 못하게 한다. 작가는 수없이 많은 호흡을 하게 한다. 기나긴 시간을 사유하게 하는 매력적인 작가이다.



잠자던 사고를 깨워주는 작품이다. 이 책의 목소리는 매력적으로 채워진다. 여행자, 순례자, 방랑자들이 떠나면서 느끼고 기록한 것들을 통해서 많은 경험을 하게 한다. 소설이 던지는 문장은 경직된 사고의 틀을 깨어나게 한다. 그 여정은 수많은 감탄사로 점철된다. 멋진 여행길이 되어준다. 문학이 가진 틀을 깨고 유영하면서 더 깊은 곳을 사유하는 작품이다. 기꺼이 동행해도 좋을 작품이다. 작가가 걷는 광폭의 발걸음에 매번 놀라움을 멈출 수가 없다.





여행자가 있듯이 정지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보다는 그대로 머무르는 것을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타자에 의해 경계선을 넘는다는 것은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타자의 시선에 의한 전달성은 적당히 포장되고 적당히 배제되는 날것의 경험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은 개인적인 기록물로 남겨진다. 방랑자가 되어 사적인 기록물로 기록된 사진, 여행이야기는 다채로움을 전달하게 된다. 타자가 전달하는 것은 지극히 단면적인 지식으로 남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떠나는 여행자를 선호한다. 여행에서 경험한 것들은 우리의 자산으로 남겨진다. 이 작품의 수많은 이야기처럼 말이다.




장애인 아이를 돌보는 여인이 지하철역 노숙자 삶을 선택하는 이유와 마음껏 기도하고 울고 싶었던 여인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여인은 기도하고자 교회를 이곳저곳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마음편하게 기도하며 울 수 없는 여인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노숙자의 삶을 선택한다. <고독사 워크숍> 박지영 장편소설에서도 마음껏 울지 못하는 어른으로 성장한 인물이 생각난다. 노숙자의 삶이 더 자유로움을 주었음을 보여준다. 집과 타인들이 여인을 얼마나 구속하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눈물과 울음이 주는 치유, 기도할 장소의 부재가 결국 여인을 노숙자를 선택하게 한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교회는 여인에게는 더 이상 기도의 장소가 아닌 상업적 공간이 되어 여인을 치유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집도 여인을 위로해 주지 못한다. 여인이 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상황의 고단함이 절박하게 투영된다. 집과 교회가 온전히 몫을 다했는지 질문하게 된다. 여인의 고단함을 치유해 주는 우리들인지, 사회인지도 질문하게 한다.




<트러스트> 장편소설에서도 다르지 않은 경계선의 이민자를 보게 한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방랑자들이다. <방랑자들> 소설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무수히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다정한 서술자>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을 이 작품에서도 상기하게 된다. 서로 헌신하며 돌보는 균형을 작가만의 문체와 작품성으로 거듭 강조된다. 경쟁과 투쟁, 승리와 적자생존의 법칙에 던지는 작가만의 신랄한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 나무학자의 책을 통해서도 언급되었던 학술 내용이 떠오르면서 작가의 목소리에 더욱 밀착하게 된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들로 채우게 된다. 내밀한 깨달음을 전해주는 작가이다.




저주의 발길질로 그 문을 걷어차라.

잊어버리고 싶은,

수치스러운 복도로 우리를 내모는

그 문들을 저주하라.

그 어떤 몰락이나 죄악도 부끄러워하지 말라.

입에 올려진 죄악은 이미 사함을 받은 것이다...

지그문트 성인과 카를로스 성인,

야고보 성인이 우리에게

이미 가르쳐 주지 않았던가.


다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 힘을 이해했지만, 그것도 여전히 잘못된 해석이었다. 자연의 선택도 없고, 투쟁도, 승리도, 적자 생존의 법칙도 없다.

경쟁이라고? 개나 줘 버리라지.

경험이 풍부한 생물학자일수록 생물계의 복잡한 구조와 연결 고리를 더욱 오래, 그리고 더욱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그 과정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생장하며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서로를 원조하고 돕는다는 직감 또한 강령해진다.

살아 있는 유기체들은 서로 헌신하면서,

자신이 효율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허락한다.

만약 경쟁 체계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지엽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균형이 깨졌기에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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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니체, 헤세, 카프카, 카를 융, 프로이트에게 영향력을 준 철학자 쇼펜하우어 책 속의 문장들을 만난다. 염세주의자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지평을 통해서 느껴진다. 하지만 철학적 배경을 이룬 그만의 지적 세계를 결코 외면할 수는 없다.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읽고, 다시 읽기를 무수히 반복하면서 여러 번 그의 목소리들을 집중하게 된다. 온전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만의 철학에는 예리한 통찰들이 자리잡는다. "그대의 오늘은 최악이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쁠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대의 청춘은 내일을 준비한다."



어떤 책은 추상적인 문장으로 철학을 깨달아야 하지만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독서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질문이 많기에 해답에 가까운 것들을 찾아다니는 여정에 독서도 늘 함께 자리잡는다. 이 책은 스쳐 지나칠 뻔하였는데 그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철학이라는 학문을 지금도 좋아한다. 쇼펜하우어 책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펼친 도서이다. 문장 하나를 오래 바라보게 한다. 문단을 연이어 다시 읽기를 무수히 반복하게 한다. 어려운 내용은 전혀 아니지만 철학자가 이 글을 남긴 이유들을 스쳐지나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철학이라는 학문이 외면을 당하지만 철학은 삶에서 떠날 수 없는 기본적인 학문이다. 철학의 존재가 위태로워진 만큼 현대인들은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중심을 잃으면서 살아간다. 그들의 눈 감은 대열 속에서 헤매고 싶지 않기에 펼친 철학도서이다.



소제목들이 즐비하다. 내용글도 길지 않고 전혀 어렵지 않게 전해진다. 청소년기 독자들부터 추천하는 도서이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내용들이 아니다. 삶과 긴밀한 우리들의 인생들을 세세하게 펼쳐놓는다. 너무 사실적이고 거침없이 모든 것들을 펼쳐놓는다. 사랑이라는 것, 결혼이라는 것, 부부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까지도 아름다운 인생으로만 그려내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날것의 실체로 존재하도록 드러낸다. 자녀가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모는 자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지금도 부모를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하는 자녀들을 쉽게 보게 된다. 더불어 자녀를 욕망의 도구로 생각하는 부모들도 보게 된다. 상충하는 이들의 관계에 깔린 욕망들이 사실적으로 설명된다.



부모 때문에 자녀는 힘들고, 자녀 때문에 부모는 힘든 이상한 나라의 이들의 관계를 보게 된다. 이 관계에 우리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때로는 미성숙한 부모 때문에, 때로는 미성숙한 자녀 때문에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투쟁의 연속을 보내는지 모른다. "부모와 자녀의 투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52쪽) 분명한 것은 읽는 사람은 변화할 것이다. 그들이 누구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쩌면 어느 누구도 변화하지 않는 악순환의 투쟁을 생의 마지막 날까지도 이어갈지도 모른다.



학문은 한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깨달음이다. "작지만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67쪽) 작지만 확실한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안내되는 내용들이다. 철학자의 철학이 참이다, 거짓이라는 논쟁보다는 학문의 깊이에 자리 잡은 우리들의 가치관과 욕망들을 제자리 잡는 학문으로 도움받게 된다.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않았아야 하는지 철학자는 쉽고 간결하게 전해준다. 너무나도 명확한 사고의 전환이 되어주었던 문장들이 있다. 그의 통찰은 큰 영향력을 주었고, 작지만 확실한 성과를 이룬 현재의 날들이 증명해 주었음을 보게 된다.



타인에게 선행을 베푸는 행위는 인간의 자아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오늘 우리가 한 선행의 목록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이기적인 인간이 타인을 배려하고 베푸는 행위는 거듭나는 희생이 되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철학자는 용기가 없다고 솔직하게 언급한다. 그렇기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하찮은 인간의 말로 자신의 생애를 정의할 뿐이라고 한다. 그는 보다 순수하고, 명석하고, 가식적이지 않은 언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언어를 잠잠히 찾게 된다. 그 언어가 주는 이타성을 주워담게 한다. 떠오르는 작가의 작품들과 어휘들이 존재한다.



염세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철학자이지만 그의 철학에는 심오한 빛도 자리잡고 있음을 보게 한다. "자주 절망하고, 가끔 행복하라" 이 간결하고도 명확한 문장이 의미하는 삶과 인생철학을 선명하게 보게 된다. 누구나 펼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간결하게 내용이 전달되지만 어떤 문장 하나도 가볍지는 않았다. 무수히 밑줄이 그어지게 한다. 그리고 무수히 멈춤을 반복하게 하는 철학자이다. 몇 번을 책을 덮고 사유했는지 모른다. 문장 하나만으로도 토론을 할 수 있었던 책이다. 여행길에 동행한 이 책은 기꺼이 여행지와 함께 한 철학자이다. 독한 가르침이라는 글귀가 적절한 표현으로 남는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마주침이다." (74쪽) 마주친 무수한 순간들을 주워 담았고 다시금 되새김질하게 한다.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사유했는지 긴 산책길을 걷게 하는 쇼펜하우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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