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고다 아야 지음, 차주연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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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그림이 눈길을 오랜시간 이끌었다. 출간되어 3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고 있는 책이라는 문구에 또 한 번 흔들렸다. 작가가 타계한 후 출간된 유작이었기에 더 마음이 움직였다. <씨네21> 이다혜 기자와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의 추천도서이기도 하다. <퍼펙트 데이즈>영화의 주인공 히라야마의 머리맡엔 놓인 책이라는 영화까지 시청하게 만든 책이다.

많은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지만 가문비나무의 세대교체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작가의 마음을 이끌었던 자문비나무의 갱신에 대해 전해진다. 몇 백 년을 살았던 나무가 쓰러져서 생을 다했지만 죽은 나무 위해서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씨앗이 발아하고 살아남아서 다음 세대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정경을 작가는 숲에서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이야기이다.

숲의 정적과 고요를 떠올리게 한다. 생존의 허락을 받은 행복한 씨앗이 어떤 환경에서 자생하고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지 이 글에서 전해진다. 정말 강하고 운 좋은 소수만이 생존이 허락받았음을 보게 된다. 자생하고 있는 모양새가 일자 모양이라 작가는 글쓰기로 기록한다. 조화로운 나무의 품격, 이끼가 나무의 수의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이끼를 헤집고 죽은 나무의 온도, 단단함과 부스러지는 것을 전한다. 의외의 온기를 느끼면서 작가는 죽은 나무의 감정을 느끼며 나무의 숨긴 감정을 찾는 여정이 얼마나 의미 깊은 작업인지도 전한다.

나무의 나이를 숲에서 전문가에게서 설명을 들으면서 인간의 수명이 얼마나 비루한지도 비교한다. 웅장한 시간을 보냈을 나무의 샘플과 그루터기를 보면서 인간이 버틴 삶의 여정은 어떤 뒷모습을 남길지도 숙고하게 한다. 다채로운 사유로 이어지게 하는 나무와 연관된 글이다. 작가가 자문비나무의 세대교체를 목도하고 새롭게 배운 하나의 깨달음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

난잡하지 않고 위압감이 없는 나무의 세대교체는 이 시대에도 적잖은 의미를 상징한다. 나무학자들의 책들을 꾸준히 읽으며 나무의 경의로운 공존과 공동체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무는 자신의 생애만큼 중량감으로 자태를 돋보인다. 인간의 생애는 살아온 삶만큼 어떤 무게감을 가지면서 살아가는지 질문을 아낌없이 던지게 된다. 죽은 나무가 다음 세대를 위해 온기를 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추악한 생애가 아닌 그리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 냉혹한 존재가 아닌 온기가 흐르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들이 즐비해지는 글이다.

숲과 같은 세상에서 우리의 뿌리는 어떤 상태인지, 청아하고 평안한 품격인지, 난잡하고 위압감을 상징하는 품격인지도 질문을 아끼지 않는 가문비나무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매일 산책하면서 나무의 뿌리와 가지, 잎들을 무수히 바라볼수록 이 책의 내용도 자주 상기하게 될 것이다.



홋카이도의 자연환경은 열악하다. 싹이 터도 나무로 자라지 못한다. 하지만 쓰러져 죽은 나무 위에 안착해 싹을 틔운 씨앗은 행복한 씨앗이다. 수월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11

약한 존재는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열악한 조건에 적응할 수 있는 정말 강하고 운 좋은 소수의 몇 그루만 겨우 생존을 허락받는데... 300~400년쯤 된 나무도 있다. 12

생사의 경계, 윤회의 무참함... 그렇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죽음의 순간은 찰나다. 죽은 후에도 이처럼 온기를 품을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 - P25

온기. 분명히 따뜻했다. 새로 자란 나무의 뿌리 아래서 보송보송했고 온기를 품고 있었다. - P23

뿌리는 의외로 단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오로지 살겠다는 일념으로 용맹함을 숨기지 않았다. - P19

나무란 이처럼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다...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나무가 숨긴 감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 P24

자연의 동반자는 조화롭게 공존한다. 굵기와 높이가 비슷한 나무가... 그 사이사이에 그보다 작고 가는 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섞여 있었다. - P16

위압감은 없었지만 난잡함을 거부하는 품격이 있다. 청아하고 평안한 그런 품격이었다. 쉽사리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품격이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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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2-24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7년 10월을 돌아봅니다. ‘달팽이’라는 이름으로 수수하게 숲책(생태환경책)을 펴내는 곳에서 《나무》라는 이름을 투박하게 붙인 책을 선보였습니다. 군말도 군더더기도 없이 오롯이 ‘나무’라고만 이름을 붙인 책을 내놓을 수 있구나 싶어 놀랐고, 둘레에 이 책을 사읽으라고 여쭐 적에 도무지 사읽는 이웃을 만나지 못 해서 쓸쓿던 일이 떠오릅니다.

요즈막에 여러 이웃님이 《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책을 사읽는 이야기를 곧잘 들으면서 “설마 그 《나무》가 겉갈이만 하고서 다시 나왔나?” 싶었는데, 다른 펴냄터에서 나왔군요. 옮긴이도 똑같으니 줄거리도 똑같을 테지요.

비록 2017년에는 눈여겨보거나 품는 사람이 드문 나머지 그리 못 읽히고 사라져야 했지만, 새롭게 나와서 읽힐 수 있으니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허전합니다. 나무는 하루아침에 번쩍 자라지 않는 터라, 이 책 《나무》도 마치 나무살이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띄엄띄엄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네철을 누리면서 느긋이 읽고 살필 적에 비로소 “왜 ‘나무’라고 투박하게 이름을 붙여서 내놓았는”지 시나브로 느낄 만하리라 봅니다.
 
버진 수어사이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8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 옮김 / 민음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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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첫 문장과 첫 문단, 첫 장을 읽고 압도되었다. 작가가 궁금해졌던 이유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 작가의 소설에서 눈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자매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모든 자매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왜 자매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이 자매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인지 화자인 다수의 불특정 소년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자살은 13살 서실리아에서 시작되고 마지막은 메리의 차례라고 말한다. 하루살이 죽음과 생애를 언급하면서 하루살이의 태어남과 번식과 죽음을 명료하게 설명한다. 하루살이는 뭘 먹을 필요도 없이 죽는다는 것을 자매들의 생애와도 연관성을 짓게 된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연애도 하고 데이트도 할 수 있는 삶이라는 여정들을 자매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빼앗긴다. 어머니의 종교적 가치관은 신을 향한 진실이었는지 뒤룩뒤룩 살찌 팔과 철심 같은 머리카락, 도서관 사서 같은 안경, 여왕처럼 냉랭하게 구는 자매의 어머니의 모습에서 단서를 찾게 된다. 일요일 성당에서의 어머니의 모습에서는 고급 핸드백은 신을 향한 믿음이었는지 질문하게 된다.

무채색인 부모와 눈부신 다섯 딸이라고 소년들은 묘사한다. 자매들이 자살한 그 시절에 소년들이었던 다수의 인물들은 이제는 중년이 되었다. 그들이 지금도 자매들이 자살한 이유를 찾고자 단서 같은 퍼즐들을 무수히 수집하고 결론을 내리는 순간 이들이 응집한 사실에서 사회적 모순들이 무수히 발견된다. 주변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매들을 대했던 시선들, 자매들을 기억하는 행위의 모순, 언론의 선별적인 태도와 무차별적인 언론의 이기심들이 자매들을 이차적인 폭력 가해자로 자매들의 삶에 큰 획을 긋는다.

잘려나가는 느릅나무를 동네 사람들은 방관하지만 자매들은 나무를 지키려고 달려든다. 서실리아가 자살하는 사건을 사회는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가 중요해진다. 상담과 치료라는 과정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억지를 부리는지 소설은 고발한다. 사회가 내놓은 수많은 자살의 이유들은 자매들의 진실과는 어긋나는 분위기이다. 자매들이 선택한 자살은 그 집에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음을 소년들은 이해하게 된다. 모두가 누릴 수 있었던 자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타인에 의해 박탈당하는 것의 결과는 참혹할 뿐이다. 버튼을 누가 언제 누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각한 것은 부모의 태도이다. 왜 자신들의 딸이 죽음을 선택했는지 이해조차도 하지 못한다. 자녀들이 왜 자살을 했는지 공감하지 못하였던 무채색의 부모를 소설에서 만나면서 그들이 유유히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부모의 모습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사라졌는데 그들은 자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서로가 부여잡고 있는 종교적 삶과 부부의 사랑은 종교가 말하는 선함이었는지 소설은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딸들을 옥죄고 간섭하면서 통제하는 가정에서는 종교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자유가 없는 억압만이 남을 뿐이다. 자유와 사랑은 공존하면서 살아야 종교적 가치가 빛을 발하게 된다. 청교도적인 종교적 성향에 희생된 자매들이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유일한 자살뿐이었음을 고발하지만 사회는 자매들의 진실한 마음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사회의 관심은 무관심으로 일관되었고 자매들은 외면당하면서 스스로 견디고 버티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남은 자매들이 자살한 날과 도움을 요청한 신호들에 반응한 소년들이 중년이 되어 퍼즐을 맞추면서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남은 자매들의 장례식에는 부모만이 참석한다. 장례문화와 관의 모습들로 재력을 과시하는 미국 사회도 여실히 묘사된다. 파업과 대기질이 오염된 도시의 공기, 위축된 자동차 산업현장의 노동자들의 삶까지도 소설은 조명한다. 삶을 어떻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이 소설에서도 찾게 된다. 종교와 신앙을 향하는 자세까지도 놓치지 않게 된다. 종교와 성당, 신부가 존재하였지만 누구도 자매들을 구해내지 못했음을 목도하게 된다. <미쓰백> 영화와 <아저씨>영화가 생각나는 소설이다. 허수아비 같은 사회적 시스템의 오류와 오작동들을 이 소설에서도 작가는 꼬집는다. 단 한 사람이 되어 사랑할 수 있는 구원의 손길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그들은 피라미드보다 더 높이 쌓인 폐타이어를 보고 목숨을 끊었으며, 우리가 절대로 될 수 없었던 그들의 연인을 찾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 결국 리즈번 자매들을 갈가리 찢어 놓은 수많은 고통은 그들이 오랜 고민 끝에, 오점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어른들이 물려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암시했다. 317

그들 네 사람은 정지된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두 노예가 신전의 재물을 바치고 (구급차에 들것을 싣고), 여사제가 횃불을 휘두르고 (...잠옷을 흔들고) 15


구급차. 구급 요원. 장의사에 불과 49

지역신문. 자살 미수 사건 실리지 않았다. 25

뒤룩뒤룩 살찐 팔, 철심 같은 머리카락, 도서관 사서 같은 안경. 성당. 일요일. 여왕처럼 냉랭하게 굴었다. 고급 핸드백 - P17

딸들을 사랑했고... 소중한 존재였지만, 그는 아들 생각이 간절했다. - P35

그들은 피라미드보다 더 높이 쌓인 폐타이어를 보고 목숨을 끊었으며, 우리가 절대로 될 수 없었던 그들의 연인을 찾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 결국 리즈번 자매들을 갈가리 찢어 놓은 수많은 고통은 그들이 오랜 고민 끝에, 오점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어른들이 물려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암시했다. - P317

그들 네 사람은 정지된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두 노예가 신전의 재물을 바치고 (구급차에 들것을 싣고), 여사제가 횃불을 휘두르고 (...잠옷을 흔들고)

- P15

지역신문. 자살 미수 사건 실리지 않았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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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걸려온 전화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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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르 몽스트르』, 『문맹』, 『어제』, 『아무튼』 책들의 저자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잘못 걸려온 전화>단편소설들을 읽으며 작품들이 쏟아낸 강하고 서늘한 기운들에 정신이 번쩍거린다. 도시의 냉정함을 작가는 응시한다. 화려한 불빛, 높은 건물들을 추앙하기보다 내면에 움추리고 있는 냉정한 도시의 진실을 소설로 전달하는 『』이라는 소설이 있다.

아이』소설도 인상적이다. 인디언 총을 가지고 싶다는 아이에게 진짜 총을 가진 아버지가 총이 아닌 팽이를 사주면서 아이가 인도 가장자리에 앉아서 소리를 지른다. 아이가 어른들을 향해 지르는 말에는 폭력성이 다분하다. 어른들은 거짓말쟁이며 친절한 척 한다면서 아이는 분노를 감추지를 못한다. 아이는 자신이 크면 어른들을 다 죽여 버릴 거라고 외친다. 그 아이가 낯설지가 않아서 더욱 섬뜩하고도 기괴한 기분을 감추기가 어려웠던 작품이다. 사람을 죽이는 살상무기인 총을 아버지는 가지고 있는 집에서 총을 가진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이는 고스란히 폭력성을 감추지 않는다. 결국 폭력성은 아이에게도 내제되는 정당한 폭력이며 무기가 된다. 더불어 다 죽이겠다는 경고성 발언까지도 거침없이 외치는 아이의 모습이 강하게 전해진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더불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다르지 않는 질문이다. 총이라는 무기, 권력을 손에 쥐고 살아가는 삶은 폭력을 암시하는 삶을 의미하면서 아이도 거침없이 부모가 가진 총을 가지지 못한 분노를 폭력으로 분출하게 된다.

노년의 얼굴을 관찰하는 시간은 꽤 의미있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자글자글한 손, 주름이 잡힌 얼굴, 희긋한 백발의 머리이지만 온유하고 느긋한 노녀의 자태는 그들의 삶의 향기를 감추지 않기 때문이다. 백발을 덧칠하는 염색, 주사로 주름살을 감추는 시술보다는 나이듦의 아름다움과 성숙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용기와 여유가 필요해지는 시대이다.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살리고 살려지는 이들도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다. 이 흐름을 무시하면 안된다. 살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 살려지는 사람이 되도록 자연을 닮은 세상이 되도록 끊임없이 무엇을 응시하고 관찰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소설들이다.

도끼』소설에서도 아내의 손에 있는 도끼는 남편을 죽이는 살상의 무기가 된다. 왜 아내의 손에 도끼가 있어야 했는지도 살펴야 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남편이 죽어서 아주 홀가부하다는 아내의 솔직한 심정이 전해지는 작품이다. 아주 오래된 짐을 내려놓는 아내는 그동안 어떤 부부였는지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서로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단편소설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는 아주 홀가분했어요.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었거든요. 아주 오래 전부터 짊어지고 있던...... 13 _도끼

폭력과 권력으로 무장하면서 거침없이 쏟아내는 피로함보다는 비폭력과 무위의 삶을 살아온 그들의 삶이 더 아름답고 경이로워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고찰한다. 작가가 단편소설에 인물들을 등장시킨 이유와 사건들을 접목하게 된다. 독자들의 손에 쥔 것이 땀과 노동인지, 정의롭지 않은 폭력적인 것들인지는 자문하면서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나의 집으로』 소설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현실이 이승인지 저승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존재한 적도 없는 나의 집, 기억속에서 너무 멀리 있는 집,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는 집이라고 한다. 노동자로 살았던 작가가 집필한 시간과 공간들을 떠올리면서 읽었던 책이다.

집이 지닌 의미와 대도시에 살아가는 빈민촌에 대해서도 이야기되는 작품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도 모르고 언제 부자가 되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빈민촌의 가난에 대해서도 응시한 작가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가난에 익숙해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무지와 가난을 이겨내는 것만이 부자가 되는 방법이지만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다. 사회적 제도의 결함도 문제이지만 자구적 노력도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소설이 응축하고 있는 수많은 메시지들을 감지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던 소설들이다.




대도시의 차가운 불빛은 아름답지만 냉정했다. 그것들을 사랑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 P57

당신들은 거짓말하고, 친절한 척하고! 내가 크면 당신들을 다 죽여 버릴 거야!" - P50

이것이 이승인가, 저승인가? 나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거나, 있어도 기억을 하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나만의 집으로. 사실 나의 집이란 존재한 적이 없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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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미학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한선아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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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르게 죽는다는 간결한 문장이 심오하다. 관철되는 다른 죽음들은 어떤 의미를 함축하는지 살펴보게 하는 내용이다. 인간의 삶을 요약하면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누어진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죽을 것인지 독자들에게도 던지는 질문으로 남는다. 평범한 것 같지만 결코 단순한 질문이 아님을 알기에 크게 호흡을 들어마시면서 더 한 걸음 걸어들어가게 하는 책이다.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예술과 철학을 만나게 된다. 총 9가지 시선들이 구성된다. 이민과 이주, 성폭력과 전시 강간, 동성애와 인류애, 장애와 불능화, 인권과 인간성, 대량 학살과 재현, 아동 학대와 돌봄, 미디어, 취약성과 비폭력에 대한 저자의 예술 에세이이다. 



반복되는 사회적 문제들을 무관심한 시선으로 흘려보내지 않아야 하는 이유부터가 명확하게 설명되는 서문의 글이 전해진다. 약자의 목소리를 오래 응시하는 사람을 만날 때 반가워진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디 에센셜 한강』의 단편소설들과 시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이 책에서도 인용된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의 문장도 취약성과 비폭력에 대한 내용과 어우러지게 된다. 





학살을 모의하고 인권을 외면하는 폭력성이 사회를 불안하게 할수록 상대적인 비폭력의 가치는 더욱 극대화된다. 상실의 전환적 힘에 대해 언급한 미국 정치 철학 사상가 주디스 버틀러의 위태로운 정치라는 고유 이론 체계가 소개된다. 위태로운 삶과 애도 불가의 죽음을 탐구하면서 일관된 지적 실천을 보여준 그녀가 그 누구도 비참한 삶을 살지 않도록 보호하는 비폭력 세계를 그려낸 인물이라는 것을 책에서 만나게 된다.



일관된 지적 실천을 보여준다는 것은 큰 획이 된다. 철학적이고 예술의 접목을 저자의 에세이를 통해서 하나씩 만나게 될수록 현대 예술을 이해하는 진폭은 더욱 넓어지는 계기로 이어진다. 현대 예술가 작품 <공기 속에서> 은 멕시코 출신 테레사 마르골레스의 작품이다. 비눗방울이라는 현대 예술작품을 관람객은 아름답다고 느끼며 작품을 향한 설명을 작가에서 듣게 되면서 작품은 아름다운 비눗방울이 아닌 이면에 도사린 죽음을 연관시키는 비눗방울임을 알게 되면서 비눗방울이 터지는 순간은 미세한 분진이며 뼛가루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비눗방울 =하나의 신체 = 부검할 시신을 닦는 물


심오하고 예술적인 작품으로 파열된 죽음을 예술로 표현한 현대미술을 소개받는다. 위태로운 삶과 애도 받지 못한 죽음들이 무엇이었는지도 추가적으로 더 설명해 주는 내용이 전해진다. 한강 소설에 등장하는 죽음들과 학살된 수많은 생명들이 비눗방울로 연상된다. 오래 응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 에세이를 통해서도 보여준다. 





죽음마저도 상대적이다. 지위와 권력, 사회적 조건에 의해 누군가의 죽음은 극대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는 죽음까지도 차별적이다. 위태로운 삶의 소외는 가속하면서 재생된다는 저자의 글에 극심한 심각성을 느끼면서 그들의 단단함을 확인하는 시간의 연속성까지도 느끼게 된다.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극대화된 기회에는 죽음까지도 차별적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예술과 철학이 확장되도록, 현실에서도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들을 던져주는 저자의 책은 새로운 자극이 되어준 내용들이다. 현대예술을 더 깊게 이해하려면 철학적인 식견을 더 단단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결코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을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로 대치하고, 그 누구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음에도 바로 그 설명 불가능성을 근거 삼아 진상 규명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존재들. 그들에 의해 피해자는 더 큰 아픔을 껴안은 채 홀로 고통받아야 했다. 149




위태로운 삶의 소외는 가속하여 재생된다. - P16

취약성은 상대적이다. 지위, 권력, 사회적 조건에 따라 누군가의 취약성이 최소화되는 반면 누군가의 것은 극대화된다. - P15

‘결코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을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로 대치하고, 그 누구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음에도 바로 그 설명 불가능성을 근거 삼아 진상 규명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존재들. 그들에 의해 피해자는 더 큰 아픔을 껴안은 채 홀로 고통받아야 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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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아주 작은 실행의 힘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정지현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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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실행 프로젝트가 수록된 자기계발서이다. 작은 실행의 기적이 얼마나 위대해지는지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실패해서 머뭇거리고 있는 자, 실패했다고 좌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약할 수 있는 예너지를 불어넣는 내용이 전해진다. 큰 변화가 아닌 아주 작은 실행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작디작은 실행의 힘이 어떤 변화를 불어넣는지 직접 겸험하는 놀라운 기적을 맛보게 될 것이다. 어떤 도약의 힘이 숨겨졌는지 가독성 좋은 내용으로 전해진다.

골라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내용이 실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가정, 경제,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면 빠르게 실패할수록 빠르게 성공한다는 내용도 눈여겨보게 된다. 첫술에 배부른 사람은 없다는 내용도 전해진다. 저자는 인후암 1기 질병의 환자였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닥친 질병의 폭풍을 어떤 과정으로 이겨냈고 어떤 마음으로 역경을 이겨냈는지도 들려준다. 더불어 3%에 불과한 확률에도 대비하라는 이야기도 집중하게 된다.

리더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언젠가는 리더의 위치에 있게 되는데 준비되지 않은 리더의 역량은 빠르게 문제점을 드러낸다. 준비된 리더가 되어야 한다. 조용한 퇴사를 막아내는 기술이 리더에게는 필요하다. 퇴사하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도 경제적 수익을 올리는 비법의 하나가 된다. 미래를 담보로 함께 일할 수 없어서 퇴사하는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파악하고 예방하는 기술도 리더의 전략이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모든 팀장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 된다.

리더는 성장을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 비즈니스로 이어진다는 마크 저크버그의 명언도 무시하면 안 된다. 해왔던 대로만 한다면 당신은 늘 얻던 것만 얻게 될 거라는 토니 로빈스의 말도 무시하면 안 된다. 변화가 빠르게 시장 사회를 위협하기도 하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어떤 노력을 해야 수익이 발생하는지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하는 기술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다.



조용한 퇴사를 막는 방법 5가지도 소개된다.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리더가 먼저 행동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지속적인 피드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도 강조된다. 자비로운 독재자형 리더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전해진다. 좋은 리더는 만들어진다는 내용도 소개되면서 리더의 위치에 뒤따르는 막중한 책임감과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거듭 확인하게 되는 내용들이다.

생활습관까지도 강조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왜 중요한지도 언급된다.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와 지혜로움이 필요한 이유도 벤저민 프랭클린을 통해서 전해진다. 이 모든 것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부유함이 공존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루틴 7가지도 소개된다. 소개되는 내용들을 점검하고 살피면서 반대 방향으로 생활한 것들이 있고 생각한 것들이 있었다면 점검하고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한다면 저자가 이룬 성공을 자신도 맛보게 될 것이다.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읽힌 책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사람을 건강하고 지혜롭고 부유하게 만든다.

_ 벤저민 프랭클린


하루의 첫 시간은 그날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와 같다.

_ 헨리 드러먼드. 스코틀랜드 종교 사상가

조용한 퇴사를 막는 방법 5 가지.

핵심 가치를 명확히 할 것 228


지속적인 피드백은 필수 229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할 것 229


자비로운 독재자형 리더가 성공한다. 234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_마크 저크버그

가정, 경제,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면 207

3%에 불과한 확률에도 대비하라 212

좋은 리더는 만들어진다. - P239

실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다. - P193

리더가 먼저 행동할 것 - P229

성장을 이끄는 리더가 되라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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