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1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들을 만날 수 있는 민음사 신간도서 세계문학전집이다. 여러 편의 단편소설들 중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소설을 다시 읽을수록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를 함께 공감하게 된다. 신기루처럼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은 누구인지도 살펴보게 된다. 기욤 뮈소 장편소설 『안젤리크』에서도 안톤 체호프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이 책의 여러 소설들에서 찾아보게 된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소설에서는 두 남녀는 각자 결혼한 사람들이다. 안나라고 하는 그녀가 혼자 여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 남자가 있다. 그녀는 2년 결혼생활을 하였지만 자신의 남편이 어디에서 근무하는지 제대로 설명조차도 하지 못한다. 남편을 자신의 하인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아내이다. 남편이 하는 일이 무엇이며 어떻게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아내이다. 여행지에 오게 된 이유도 이야기한다. 그녀가 남편을 속인 것이 아닌 자신을 속인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을 오래전부터 속여왔다는 사실을 그녀는 문득 깨닫는다.

남자는 은행일을 하는 직장인이다. 모스크바에 두 채의 집을 소유한 사람이며 아내와는 대학 재학 시절 결혼한 사람이다. 자녀가 있지만 아내와 시큰둥하게 지내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무수히 많은 여자들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여자들을 만났고 그 여자들이 대체로 어떤 부류의 여자들이었는지도 기억한다. 더불어 아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그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자리에 함께 참석하는 용도로 쓰임을 다하는 아내도 흐릿하게 작은 점처럼 보일 뿐이다.

그녀가 갑자기 남편을 향해서 급행열차를 타고 떠나면서 서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마지막 말을 나누게 된다. 그도 지금까지 지워졌던 수많은 여자들처럼 그녀도 그렇게 기억 속의 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살고 있는 곳까지 찾아가서 그녀와 만남을 가지면서 그들은 다시 밀회가 시작된다. 그녀가 그를 찾아오는 만남을 가지면서 그들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결혼한 남편과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들의 삶을 향한 문제들을 풀어가고자 기나긴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쉽게 매듭이 풀리지 않을 그들 앞에 놓인 문제와 사랑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작가도 이들의 운명과 사랑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로 남기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삶과 죽음에 무관심한 인간들의 보편적인 모습들을 작가는 언급한다. 완전한 무관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 군중들의 움직임을 지적하면서 구원의 증거와 삶의 증거가 숨어있을 거라는 것도 이야기한다. 그의 일상을 가득하게 채우는 반복적인 폭식, 폭음, 카드놀이, 똑같은 대화가 지니는 상징성과 무의미한 것이 조명된다. 가장 좋은 세월을 무의미한 것들로 채우고 있지 않는지 질문을 하면서 가장 건강한 힘을 빼앗기고 있는 것들을 예시적으로 보여준다.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선택과 행동이 지닌 삶은 날개가 꺾인 삶이며 실없는 말이며 꼬기가 잘린 삶이라고 단언한다.




지겹고 권태로워지면서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하게 되는 그가 그녀를 다시 찾아가고 만남을 지속하면서 그에게는 두 개의 삶이 존재한다. 조건적 진실과 조건적 거짓이 가득한 삶이 그중의 하나이다. 그 삶은 적절한 거짓과 진실이 버무려진 누구나 볼 수 있는 삶을 의미한다. 반면 또 다른 삶은 은밀한 삶을 의미한다. 그가 두 삶에서 발견할 수도 있고 발견할 수도 없는 진실이 존재하는데 그는 그녀를 만나면서 사랑을 하지 않았던 많은 삶들을 드디어 깨닫게 된다. 지금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삶과 죽음에 사랑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샤이닝』 소설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뒤늦게 후회하는 것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는 자문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사랑하지 않는 결혼,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부부, 사랑을 찾을 수 없는 가족, 사랑이 없는 사회는 더욱 심각해진다. 사랑은 삶의 근원이며 행복의 기초가 된다. 그녀가 불행했고 앞으로도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하였지만 그녀와 그가 드디어 발견한 것은 사랑이었음을 보여준다. 사랑은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이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거짓된 삶, 가면적인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도 보여주면서 진짜 사랑, 진지한 삶을 향한 날카로운 작가의 통찰을 만나게 된다.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작가이다. 일상에 너무나도 가까이 있는 것을 놓쳐버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이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무관심하게 놓쳐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될 소설이다.



얼마나 야만적인 습관이면 야만적인 인간들인가! 얼마나 무의미한 밤이고, 전혀 흥미롭지 않은 그저 그런 나날인가! 카드놀이, 폭식, 폭음, 언제나 똑같은 내용의 대화...결국 남는 것이란 꼬리가 잘리고 날개가 꺾인 삶, 실없는 말뿐이다. - P240

그에게는 두 개의 삶이 있었다. 하나는 필요하다면 누구나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공공연한 삶, 조건적 진실과 조건적 거짓으로 가득 찬 삶... 다른 하나는 은밀하게 흘러가는 삶이다. - P247

보편성 속에, 우리들 각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 속에 어쩌면 우리의 영원한 구원의 증거, 이 지상에서 끊임없는 완성을 향해 부단히 움직이는 삶의 증거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 P234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와 함께해서 행복하지 않았다. 그 역시 여자들과 사귀고 만나고 헤어졌지만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사랑만은 결코 아니었다.
- P250

남편을 속인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속였어요. 이미 오래전부터 속여 왔어요. 제 남편은 하인에 불과해요. 그 사람이 거기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 P2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스로 행복하라 - 10만 부 기념 에디션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과 그리워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분명하다. 사람들에게 시달리게 되면 사람을 안 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도 스님은 언급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운 사람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그리운 사람들이 있어서 매일 책들을 주섬주섬 펼쳐보는 시간을 이어나간다.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 그들의 단아한 삶의 결이 평온해지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마주치는 존재, 스치는 존재, 지나가는 존재가 되었다면 영혼이 없는 만남으로만 남는 것이다. 영혼에 메아리가 없었다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라고 스님은 강조한다. 무수히 많은 만남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자신에게도 소득이 없는 만남이 되어버린다. 영혼이 있고 메아리가 있는 만남이 지닌 의미가 왜 중요한지도 질문을 던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득만을 취하는 만남은 휘발되어버리는 만남으로 사라져 버린다. 진정성을 지니면서 만남을 지속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영혼이 있는 만남, 메아리가 전해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도 언급된다.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것이 집밥 요리를 하는 과정들이며 뒷정리까지 모두 마무리하면 긴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일이 요리이며 살림이라는 것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귀찮아서 배달을 시키고, 힘들다고 외식을 하는 것보다도 직접 식재료를 사서 요리하고 함께 먹을 때 느껴지는 기쁨과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아야 한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지고 배달음식에 길들여지다 보면 무의식의 흐름에 휘둘려서 경제적 가치도 잃어버리게 된다. 조기퇴사,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서는 젊은 날부터 단단한 경제적 관념이 필요해진다. 스님의 일상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길이 보인다. 직접 요리하고, 노동을 하고, 땀을 흘리고, 글을 쓰면서 명상을 하고, 차를 마시는 생활 속에서 어떤 것을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내용들이 소개된다.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되는 것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에서도 다르지가 않다. 단 한 문장일지라도 보물들이 반짝거리는 모습으로 숨어있는 것을 만날 때가 있다. 그 기분을 알기에 다시 재독하면서 귀중한 것을 찾아다니게 된다.

신문도 방송도 안 들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스님의 말에 공감한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을수록 지끈거리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고요보다는 요동치는 감정들을 부추기는 것에는 신문과 방송만한 것이 없다. 형평성을 잃고 치우친 언론의 횡포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맑은 의식을 오염시키는 얼룩들의 주범이 누구인지는 신문과 방송에서 확인하기 때문이다. 제정신을 지닌 사람이 어떤 냉정함으로 분별해야 하는지도 스님은 강조한다. 스님의 말씀들에는 힘이 느껴진다. 단단하고도 분명한 어조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져서 행복이 차오른다.

정치에 대해서도 매섭게 한마디를 한다. 무고한 시민들을 겁먹게 한 이들이 누구인가. 불안을 조성한 집단이 누구인가가 중요해진다. 팽팽한 긴장감과 시원한 웃음을 주지 못하는 극소수 집단의 폭력과 향기 없는 꽃이 누구인지 제대로 손가락질을 하는 스님의 명쾌한 말이 전해진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명언들을 다시 주워 담으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주는 인물이다.

군중에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홀로 있지만 고독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엇에도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게 살아갈 자유를 찾아야 한다.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돈키호테 소설에 등장하는 양치기가 어떤 말을 했는지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자유는 그런 것이다. 부분이 아닌 전체로 당당하게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주인이 되는 삶의 주체자가 되는 자유를 스님의 책에서도 만나게 된다. 땅을 일구고 밭일을 하면서 노동의 의미,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철학적으로도 숙고하게 된다.

문패도 없고 번지수도 없는 두메산골 오두막에 살아가는 자유인이 있다. 진정한 자유인이 되도록 오늘을 알차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스님의 글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소비의 습관, 과시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온전히 두 다리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인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 땅의 정치에서 우리는 일찍이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고한 서민들에게 잔뜩 겁을 먹게 하거나 불안에 떨게 하면서 팽팽한 긴장감만을 심어 주었지 언제 한번 속 시원히 웃어 본 적이 있는가. 웃음을 선사할 줄 모르는 정치는 향기 없는 꽃이나 마찬가지다. 41


신문. 방송 안 들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보도된 내용들... 득보다 해가 훨씬 많다... 그런 보도가 우리들의 삶에 무슨 득이 될 것인가. 양식과 형평을 잃고 한쪽으로만 몰아가는 언론의 횡포가 우리들의 맑은 의식을 얼마나 얼룩지게 만들고 있는지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제정신을 지니고 살려는 사람들은 냉정하게 가릴 줄 알아야 한다. 40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그 두메산골의 오두막에서,...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자 원을 세웠다. 그 원이 이루어지도록 오늘을 알차게 살아야겠다.
- P83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며 자유롭고 홀가분하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을 뜻한다.
- P42

손수 끓여 먹는 일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었다
- P38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 P39

마주침과 스침과 지나감에는 영혼에 메아리가 없다. 영혼에 메아리가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 P39

이 땅의 정치에서 우리는 일찍이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고한 서민들에게 잔뜩 겁을 먹게 하거나 불안에 떨게 하면서 팽팽한 긴장감만을 심어 주었지 언제 한번 속 시원히 웃어 본 적이 있는가. 웃음을 선사할 줄 모르는 정치는 향기 없는 꽃이나 마찬가지다.
- P41

신문. 방송 안 들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보도된 내용들... 득보다 해가 훨씬 많다... 그런 보도가 우리들의 삶에 무슨 득이 될 것인가. 양식과 형평을 잃고 한쪽으로만 몰아가는 언론의 횡포가 우리들의 맑은 의식을 얼마나 얼룩지게 만들고 있는지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제정신을 지니고 살려는 사람들은 냉정하게 가릴 줄 알아야 한다
- P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여수의 사랑』, 『디에센셜 한강』을 읽었다.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과 장편소설들, 단편소설인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에 이어서 시까지도 이 책에 실린 시들을 다시 읽었다. 한 번 읽은 시도 깊었지만 두 번째 읽은 시들은 더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는 시적인 근육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매번 시집을 펼칠 때마다 어렵다고 느꼈던 시어들의 깊이를 이제는 한 뼘 더 호흡할 수 있는 호흡기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에 한강 작가의 시들이 곁에서 여러 번 존재하였다.

이것이 시구나, 이것이 시라는 것을 시인의 여러 작품들과 소설들, 산문들을 읽어가면서 단단해지는 지반을 형성하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게 해주는 산문 글들이 있다. 보라고 주어진 두 눈의 가치를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많이 바라보고 있다고 고백한다. 작가가 바라보았을 것들이 작품을 통해서 시적인 언어로 장편소설로 독자들과 호흡하고 있음을 글을 통해서 전해진다. 작가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차분한 목소리로 바라보았을 세상의 가치들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감정들이었다는 것도 산문 글을 통해서 전해진다.

가족이 따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가가 기억하고 떠올리는 추억의 가족들의 모습에는 가난과 수많은 이사가 존재하고 딸이 배우고자 했던 피아노를 가르칠 수 없었던 형편이라는 경제적인 상황과 뒤늦었지만 딸을 위해 피아노 학원을 다녀달라고 부탁하는 부모의 부탁에 응하는 딸의 깊은 마음까지도 글에서 전해진다. 부모가 말없이 바라보았을 종이 피아노 건반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재능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작가가 지닌 음악적 재능은 소설 내용과 음악의 가사와도 접목하게 된다. 그 노래의 가사가 작가의 작품과도 적절한 어우러지는 내용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말해준 인물이 산문 글에서도 소개된다. 문득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라고 자신있게 말해줄 수 있는지도 떠올려보게 된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질문을 무작정 던져본다. 따뜻한 심장이 뛰고 있지만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는 세상과 사회에서 무엇을 향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매번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된다. 딱딱한 바위가 집이 되어서 살아간 것은 아닌지 욘 포세 작가의 샤이닝 소설의 문장도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질주하고 속도전으로 성공과 성장이라는 목표로 깃발을 휘날리려고 하지만 살기 좋은 나라의 국민들의 노동시간과는 상반되는 방향임을 확인하게 된다.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하찮게 생각하며 개와 돼지라고 말하는 무리가 원하는 것을 머뭇거리지 않는 것은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누구나 노동을 한다. 작가의 노동도 상당한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매번 한강 작가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간 후에 글에서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343쪽) 확인할수록 노벨문학상 수상 기쁨과 동시에 계엄령에 국민이 모두가 놀랐던 12월 3일을 잊을 수가 없다. 혼돈이 요동치고 혐오와 극우주의, 폭력주의가 매섭게 할퀴는 겨울을 보내고 있기에 국민이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을 세상을 다시 꿈꾸게 된다.

치고 들어오는 세계, 공포와 폭력, 학살은 지금도 매섭게 꿈틀거린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가 바라보았을 시간의 불꽃과 존재의 시간성, 삶의 유한성과 극한의 무의미와 눈의 침묵까지도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연이어 12.3 계엄령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서도 목도하게 된다. 반복되지 않아야 할 역사이다. 하지만 역사는 난폭하게 포효하면서 세계인들이 모두가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짓 뉴스로 기우뚱한 사회는 분별력을 잃어버리기 쉬운 상황이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오늘도 읽고 생각하는 이유, 기도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데 기여해 주는 것이 책이다.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343


나는 일어날 거야. 해처럼 떠오를 거야.

통증을 무릅쓰고 그걸 천 번 반복할 거야. 347

기도.

치고 들어오는 세계.

이것이 세계인가?

아이들이 죽어가고 여자들이 강간당하는,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인가?

그러나 살아 있음으로 아름다운 것들.

지독하게

무정하게 아름다운 것들.

유령.

종려나무.

팔을 흔드는 검은 나무. 348

악몽 같은 현실에서 구원을 원하는 인간의 이야기.

공포와 폭력.

기도의 이야기.

바람.

해류.

전 세계가 이어지는

바다의 순환.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

눈이 내렸다.

작별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인간.

우주 속에서의 인간.

내 몸의 감각.

육체. 연약한. 필멸하는. 349

'나'는 그 집에 가게 된다.

모두 '나'를 떠난 뒤에.

거의 폐인이 되어.

어디까지 차가울 것인가.

따뜻할 것인가.

뜨거울 것인가의 문제.

학살에 대하여...

삶의 유한성.

존재의 시간성.

극한의 무의미.

시간의 불꽃.

눈의 침묵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3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의 역사에는 참전 군인들의 삶이 존재한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은 일상으로 무사히 귀환하였을까? 온전한 가정으로 돌아왔는지 살펴보게 된다. 넷플릭스 영화로 만난 이 영화는 아버지와 딸이 산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들이 이어진다. 먹고 자고 비가 내리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들이 그들에게는 생존게임이었음을 보여준다. 산에서 두 사람이 왜 생활하고 있었는지도 작품은 서서히 드러내면서 참전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현재도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갈 만큼 영혼이 파괴되어 있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아내는 보이지 않고 청소년 딸과 산에서 생활하고 사회적 부적응자로 생활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부녀의 모습이 계속 영상미로 고발한다. 왜 그의 영혼은 참전하기 이전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일까. 전쟁의 여파는 딸의 삶에도 큰 파동을 일으킨다. 한 사람의 삶으로 끝나지 않고 아내와 자식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은 일상 복귀에 실패하였다. 전쟁의 당위성은 참혹한 결과만을 남긴다. 헬리콥터 소리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그는 현재도 전쟁터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공간을 분별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영혼은 무엇을 보고 듣고 경험했던 것일까. 말하지 않는 침묵에는 그가 전쟁터에서 경험한 것들을 함축하면서 전쟁과 관련된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실패자로 귀환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가 나무를 벌목하는 작업장에서도 부적응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전개된다. 그가 그곳에서 도망가는 것과 그곳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는 딸의 반응과 선택을 묵묵히 전하는 영화이다.


파괴된 영혼들은 젊은 군인들이었다. 그들의 죽음, 그들의 상실된 신체, 영혼의 파괴는 전쟁의 결과로 통계된다. 무엇도 살릴 수 없는 파괴된 젊은이들로 남는다. 전쟁과 군인은 죽음과 훈장, 메달, 위령탑의 이름을 남기는 것으로 정당성을 강요하지만 문학과 영화 예술가들은 전쟁 옹호자들이 틀렸다고 무수히 고발한다.

자살로 마감되는 사라지는 참전 군인의 죽음은 숫자로 통계 되고 집계되는 단순한 사회적 손실로 치부되어서는 안되는 사회적 문제이다. 미국에서 국민들이 전쟁을 거부하는 상황에 정치권의 선택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도 함께 생각하였던 작품이다.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안과 겉>을 읽었다. 작가의 아버지가 열의에 가득 차서 참전한 군인이었고 그는 머리에 총알을 맞고 일주일 동안 신음하고 앞을 보지 못하다가 사망하였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남겨진 아내와 자식의 가난을 그는 회상하면서 빼앗긴 남편과 아버지를 글로만 남기게 된다.

지금도 총기의 정당성과 누구를 향하는 총알이었는지 역사에 기록되는 시대이다. 돈의 가치, 성장의 가치, 생명의 가치 정도는 무의미하다고 치부하는 극소수의 선택과 정당성이 부각된다. 일상의 행복을 권력이 빼앗을 수는 없지만 현실은 그들이 보통의 사람들을 위협하면서 교활하게 그들이 끌어안고 기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허게 된다. 그들이 기뻐하는 것에는 누군가의 죽음도 포함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대가 하는 짓이야말로 도둑질이지.

너희 아버지를 데려가고,

우리 아버지를 데려가는 거...

저 위의 모든 부자 나치들 692

이 나쁜 새끼들...

이 예쁘장한 나쁜 새끼들...

내 속의 찰과상이 보여?...

나를 침식하는 게 보여?...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누릴 자격이 없으니까. 745

너를 벌하지 마.

벌과 고통...

행복도 있을 터였다.

그것이 글쓰기였다. 750


책도둑 / 문학동네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 있는 것 463

인생을 허비하고...

깨닫고...

어리석고 하찮은 존재에게

자신의 모든 꿈을 걸었음을...

영혼을 전부 쏟아부었음을... 281


면도날 세계문학전집 민음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 에센셜 알베르 카뮈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베르 카뮈 디 에센셜은 소설 한 편과 에세이 3편이 구성된다. 그중 에세이 <안과 겉>을 읽으면서 『이방인』 소설과 『시지프 신화』도 무수히 연상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방인 소설에서도 확신이라는 말을 쉽게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이 에세이에서도 확신에 대해서 젊은 시절의 작가는 깊게 사고한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철학적 숙고의 시간과 사유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에세이와 소설들을 통해서 이어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작가는 결코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여자가 있다. 자기 무덤을 준비하고 그 무덤을 진짜 사랑하는 그녀의 유일한 외출과 소일거리가 기괴하게 전해진다. 이러한 사람들은 주변에서도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삶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덤을 사랑한 그녀의 이야기를 주시하여야 한다. 누군가는 관조하지만 누군가는 자기의 무덤을 판다는 것을 명확하게 단언한다. 어른거리는 확신과 세계의 부조리를 연상하게 하는 예시들이 글에서도 들추어진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작가를 더 가까이에서 만나는 기분이다. 젊은 날 집필한 글이라고 설명하면서 에세이를 다 읽고 설명해 주는 글들까지 빠짐없이 읽으면서 작품성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희망이라는 의미의 단면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리스인들이 판도라 상자에서 제일 마지막에 꺼낸 악이 희망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는 곧 체념을 의미한다. 희망이 곧 체념이라는 것을 깊게 호흡하면서 이방인 소설의 주제가 산다는 것은 스스로 체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까지도 전해진다.

죽지도 않은 여자에게 수의를 입히는 딸이 있다. 딸이 수의를 입히는 이유를 들려주면서 성급한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기이한지도 작가는 언급한다. 사체를 재빠르게 처리하는 장례문화를 질타하는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책 내용도 더불어 생각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허무와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고 말한다. 수도원이 가르쳐 준 것과 화려한 교회당에서 실망하고 더 헛헛해지고 낙담한 이유도 전해진다. 교회와 궁전, 박물관과 같은 모든 예술작품에서 심한 불안감을 느낀 경험도 전해진다. 반면 바로크식의 수두원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 것들이 무엇인지도 열거된다. 느리게 울리는 종소리, 오래된 탑, 풀과 허무의 향기, 다사로운 분위기, 마음속에 눈물 가득한 침묵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한다. 차분하게 돌아볼수록 그가 느끼는 해방감이 무엇이며 심한 불안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무수히 던지는 질문들과 감정의 근원, 우주와 세계, 존재와 죽음을 향한 사유의 흔적들을 젊은 시절의 작가의 에세이를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영혼에 꼭 들어맞는 그 땅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를 감지한 것들이 무엇인지도 에세이를 통해서 차곡히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가구의 가치, 손으로 뜬 레이스 덮개를 바라보는 작가가 있다. 충만해지는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작가이다. 하루 종일 산책을 하였다고 한다. 거리의 냄새를 사랑하고 고독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그가 의지할 버팀점들이 무엇이었는지 들려준다.

작가가 성장한 환경과 거리, 집의 냄새들, 가족 구성원들도 알게 된다. 특히 아버지가 전쟁터에 사망한 이유와 훈장, 메달, 탄환을 간직한 어머니에 대해서도 이야기된다. 열의에 차서 전쟁터로 간 아버지는 두개골이 터졌고 일주일 동안 앞을 못 보면서 신음하다가 위령탑에 이름을 남겼다고 한다. 어머니는 차라지 살아서 돌아오지 않은 것이 나았다고 말하는 이유도 전해지면서 장님 아니면 미친 사람이 되어 돌아왔을 거라는 암담한 결과를 이야기한다. 『반쪽자리 자작』 소설에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전개된다. 어머니가 가진 확신, 세계의 부조리한 단순성을 작가는 어머니와 전사한 아버지를 통해서 사유한다. 확신과 부조리를 부모를 모습을 통해서도 놓치지 않는다.

권태를 느끼는 장소에서 깨닫는 것이 있었다는 것도 이야기된다. 과연 행복한지 질문을 하면서 인간은 자기 자신과 정대면해야 하는 이유도 들려준다. 커다란 부조화가 자신과 사물들 사이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시지프 신화의 '부조리의 감정'에 대해서도 각주에서 설명된다. 호텔방에서 느끼는 깊은 공허라는 감정이 이 글에서도 등장한다.


희망은 체념과 마찬가지 270


그는 아주 열의에 차서 전쟁에 나갔다. 전투에서 두개골이 터졌다. 일주일 동안 앞을 못 본 채 신음하다가, 위령탑에 이름이 새겨졌다. 230


따지고 보면 그 편이 차라리 나았지. 장님 아니면 미친 사람이 되어 돌아왔을 테니. 차라리 그편이 낫다는 확신, 세계의 부조리한 단순성 230


​허무.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
- P260

성급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다.
- P269

한 사람은 관조하고 또 한 사람은 자기의 무덤을 판다.
- P268

하루 종일 산책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거리의 냄새마다 나에게는 한없이 사랑할 구실이 된다... 더 이상 고독하게 지낼 수 없게 된 사람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다 의지할 버팀점들이다.
- P246

오래된 가구들과 손으로 뜬 레이스 덮개... 이방 이외에 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 P246

바로크식의 수도원 ... 다사로운 분위기, 느리게 올리는 종소리, 오래된 탑... 풀과 허무의 향기... 마음속에 눈물 가득한 침묵을 만들어 내면서 나는 거의 해방감에 가까운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
- P2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