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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평점 :
추리소설로 유명한 애거사 크리스티 작가의 심리소설 <봄에 나는 없었다>와 <딸은 딸이다> 2편을 모두 만나보았다. 읽으면서 몇 번을 '멋진 작품이구나'라고 외치면서 이야기에 빠져서 읽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엄마와 딸의 관계를 깊게 들여다보면서 읽게 하는 이야기이다. 사라의 엄마로 살아오면서 앤이 느낀 모든 감정은 솔직하였던 것인지 돌아보는 시점이 온다. 그때 두 사람이 모든 진실들을 보게 되고 서로가 나누는 대화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후회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성숙해지면서 홀로서기와 선택과 책임을 다하는 사라의 놀라운 변화와 모습도 이야기에서 만나게 된다. 모녀의 심리소설을 꽤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64세 로라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많고 많은 말들은 가득하게 담아 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의 예리한 관찰력과 분석력, 적절한 중재, 대응하는 비유적인 표현력들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난 네게 경고하는 거야. 아무도 네게 그러지 않으니까... 번제 제물 냄새구나. 난 제물이 달갑지 않은데. (143쪽) 번제 제물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적절한 순간에 경고하는 그녀의 비유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감도 가져보기도 한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들은 어리고 자만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사라는 로라의 경고를 자각할 수 있었을까?
사라의 경계선이 없는 계획들을 경고하는 또 하나의 인물이 있다. 게리와 로라가 똑같이 사라에게 건네는 말이 있다. 그때는 깨우치지 못하지만 이들의 같은 마음을 나중에 깨닫는 장면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작품에는 거만한 태도를 보이며 솔직한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아쉬운 어른의 모습을 보이는 인물도 등장한다. 희생을 하였다고 자기기만에 빠져서 솔직한 감정들을 감추는 모습들도 목도하기도 한다. 아이는 인생에서 스스로 교훈을 얻고, 스스로 친구를 선택해야 한다. (49쪽) 이 문장은 <봄에 나는 없었다>작품의 인물이 떠오르기도 한 문장이다. 이 작품에서도 우리는 교훈을 얻게 된다. 사라가 선택한 것들이 가져다준 것은 행복인지, 불행인지도 작가는 분명히 열거한다. 그녀가 사랑한 것들. 사라는 이것들을 포기할 수 있을까?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네가 아는 게 좋겠어... 난 그걸 포기하고 싶지 않아. 옷, 모피, 돈, 고급 레스토랑, 파티, 하녀, 자동차, 요트...... 편하고 호화로운 모든 것. 293
질투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혼돈의 순간이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과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 작품에서도 만나게 된다. 돈과 성적 매력에 대해서도 인물을 통해서 전하고 있다. 이것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영원지속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목격한다. 이 작품에서도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인지 작품은 숨은 보물같은 것들을 숨겨둔 작품이다. 그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가졌다. 그것들에 공감하면서 읽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자신과 사이좋게 사는 법을 조목조목 떠올려보면서 읽은 작품이다.
난 필사적으로 싸울거야! 149
모든 게 다 달라진 것 같아요...... 엄마마저도. 253
놀라운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는 인물은 사라이다. 필사적으로 싸울거라면서 엄마의 결혼 계획을 방해하는 모습과 엄마가 서서히 변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불안함을 감지하는 그녀의 모습도 주목하게 한다. 그리고 예리하게 엄마에게 질문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는 것도 사라이다. 사라가 무엇을 보기 시작하였는지, 무엇을 선택하는지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녀가 선택한 것과 그녀의 용기. 그녀에게 불행이 아닌 행복으로 길을 활짝 열어준 인물의 단호함과 결단력도 주시하게 된다. 생각 없이 살아가는 바쁜 생활이 무엇을 황폐하게 하였는지도 작품은 예리하게 지적한다.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택들의 중심은 누구이어야 하는지도 말하고 있는 멋진 작품이었다.
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다. 301
돈도 성적 매력과 비슷하다... 사람은 거기에 익숙해져. 다른 모든 것처럼 그 즐거움도 차츰 사라지지. 204
이 말 한마디만 명심해. 생각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살지는 마. 229
전쟁 중 구급요원 봉사. 처음으로 인생의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16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이 갈 동반자는 세상 딱 하나,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지. 그 동반자와 사이좋게 지내야 돼. 자신과 사는 법을 배워. 그게 답이야. 22
책을 읽고, 꽃을 가꾸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햇빛을 쬐는 일.... 이 모든 것이 패턴으로 복잡하게 얽힌 걸 우린 인생이라고 하지. 269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어. 계속 살아가야지. 3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