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이와 차이 - 장애를 지닌 언어학자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얀 그루에 지음, 손화수 옮김, 김원영 추천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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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비평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최고의 논픽션, 뉴욕타임스가 극찬한 자전적 에세이이다. 저자는 노르웨이의 언어학 교수이며 장애를 지닌 경험적 에세이로 놀라운 글들을 전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에세이가 가지는 특징과 함께 작가의 언어학적 고찰로 장애를 기록된 문서들을 통해서 이 사회의 시선과 언어가 함축하는 의미까지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된다.

 

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부류에 속한 존재였다.

하나는 이상한 동물, 또 다른 하나는 낯선 하이브리드 생명체였다. 148

 

영화 공부를 좋아했던 저자이기도 하다. 글에서도 그가 가지는 예리한 시선들과 영화 작품들을 함께 떠올려보면서 장애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저자가 경험한 것들과 가족들이 경험하는 수많은 한계점과 분노, 한숨들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베를린 천사의 시> 영화 작품도 여러 차례 내용 중에 등장한다. 그 영화의 각본은 페터 한트케라는 사실과 페터 한트케의 시도 책에는 등장한다.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반가웠던 순간이기도 하다. <소망 없는 불행>작품을 너무나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이 영화도 관심이 높아지는 순간이 된다.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한 저자가 경험한 공항에서의 솔직한 경험들도 책에서는 담겨 있다. 휠체어를 다양한 공간, 건축물, 거리, 경사도를 떠올리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주위를 떠올려보게 된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이 가능한 도시인지, 나라인지 다양한 시설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장애인을 자주 볼 수는 없다. 이들은 다른 교통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그들이 세상 속에 함께 공존할 수 없는 이유들을 여러 번 떠올리면서 읽어간 책이기도 하다.

이 저자는 학자인 부모들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일반학교에서 교육받고 친구들의 파티에도 초대받고 친구 부모님의 따뜻함도 전해지면서 친구들의 하나 되는 문화도 느낄 수 있었던 환경이었다. 운전면허를 받기 위해 아버지가 함께 수고하는 노고도 전해준다. 하지만 모두가 이러한 환경에서 장애를 이겨낼 수는 없다고 저자도 언급한다. 일반인인 작가와 결혼한 이야기와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이야기들도 모두 책은 전해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 지인들이 보여주는 질문과 대화의 과도함도 책에서 만나볼 수 있고 함께 생각해야 하는 내용임을 알게 해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낙인이 찍힌 사람들. 질문... 상처를 지닌 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202쪽

슬픔은 직접 가 보기 전에는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곳이다. <조앤 디디온> 223

글을 쓰며 수치심을 고찰하고 표출하며, 글과 함께 수치심을 내려놓고자 한다. 192

나는 무언가를 원하지만, 투쟁을 하지 않으면 그것을 얻을 수 없다. 146

규칙과 규율을 강요하는 감옥과 학교, 기관들의 단단한 틀을 이 책에서도 마주한다. 진단서의 내용들과 생존확률이라는 나이는 가족들에게 큰 부담감과 두려움을 준 나이임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진단서의 내용들은 얼마나 정확한 확률이었는지 질문하는 책이기도 하다. 타인이 건네는 대화의 함축적인 의미를 우리는 모두 암묵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된다. 그리고 이 가족에게 전해지는 진단된 병명의 진실도 책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많은 노력을 했던 이유와 계획한 것들, 그의 사랑과 연애에 대해서도 책은 솔직하게 논한다. 장애와 인간으로서의 삶은 수없이 많은 난관을 이겨내야 하는 투쟁임을 알게 된다. 저자는 스스로 자신이 살아온 많은 경험들을 통해서 깨닫는 것이 있다. 그 내용도 책에서 언급하면서 저항과 복종 사이로 사유하게 하는 목소리들도 듣게 한다. 비단 장애에만 해당되지도 않는다. 이 글을 읽으면서도 나의 삶과 부조리한 것들, 사회적 여러 문제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당함과 부조리한 것들이 수없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이 현상에 투쟁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고 저자는 분명한 어조로 언급한다. 저자의 예리한 시선과 목소리들을 여러 영화의 장면들의 '휠체어'에서도 비교해 보게 한다. 그리고 공항과 대학교의 대응하는 사례들도 예시로 들고 있다. 장애를 다각도의 장소와 다양한 이야기와 인물들을 통해서 고찰하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으면 의식속에서 존재감이 너무나도 작아지는 인간의 이야기임을 알게 하는 책이었다.

동등한 성장 기회와 가능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105

시선과 권력은 오랜 역사를 공유한다. 로즈메리 갈런드-톰슨은... 기관적 시선, 임상적 시선, 시선의 대상이 된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관해 글을 썼다. 63

타인의 시선이 ... 규칙과 규율에 따라 행동하기 마련이다. 1800년대에 대두된 이 개념은 감옥, 학교, 전체 기관의 이상적 형태로 받아들여졌다. 64

<우리들의 블루스>드라마를 통해서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를 보면서 우리는 놀라워했다. 세상 속에서 자신의 모습과 목소리,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열린 기회를 준 작품이라 이 책의 저자가 두드린 문장들까지도 함께 떠올리면서 다시금 정리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된다. 저자 부부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두 사람이 쓰는 책의 내용들도 눈길이 머무는 문장이 된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게 한다. 작가가 매만지는 다양한 것들은 무수히 많았다. 그것들을 메모하며 끄적거리면서 메모한 글도 무수히 많았던 책이다. 우리는 '우리'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글은 날카로운 문장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저자가 가지는 희망과 그 변화를 기대해 보게 된다.

우리는 '우리'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며,

우리는 그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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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철학 - 실체 없는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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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장으로 구성된 실체없는 불안에 침식당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법을 만나보는 책이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불확식성과 불안을 먼저 조명한다. 그 조명에 떠올려지는 불안을 사유들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우리들의 삶을 불안으로 밀어넣는 다양한 이유들을 책을 통해서 폭넓게 정리해 보는 시간이 된다. 집에서 독립하는 것, 배우자와 헤어지는 것, 사랑에 빠지는 것, 취업하는 것, 질병과 죽음 등 다양한 원인들을 먼저 정리해 볼 수 있다.

불안의 실체를 1장에서 먼저 만나본다. 그리고 2장에서는 팬데믹과 불안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외의 장에서도 대인관계, 일, 질병, 나이 듦, 죽음 등을 7장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가장 불안했던 시기는 10대로 떠올려보게 된다. 대입이라는 큰 과제를 기나긴 12년 동안 짊어지면서 살았던 날들을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후의 삶은 가보지 않은 인생의 길을 불안보다는 기쁨으로 성큼성큼 씩씩하게 걸어들어갔던 날들이 떠오른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잠식하지 않았던 날들이 떠오른다. 힘겨운 날들을 지나온 날들이지만 불안이라는 감정은 찾을 수 없었다. 겁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용기내면서 살아왔던 기억들로 점철된다. 덕분에 남들보다는 더 많이 깨우치고 더 노력하면서 살아온 듯하다. 마지막 장에서 열거하는 불안의 해법들도 꽤 흥미롭게 읽어간 내용들이었다.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았다. 기대를 거스를 용기에도 머뭇거림이 없었던 것 같다. 타인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을 살았던 것에 큰 기쁨을 떠올리게 된다. 진심으로 화를 내라는 내용도 함께 거닐었던 날들을 떠올려보는 시간이 된 책이다. 인생을 여행으로 보라는 내용도 참 좋았다. 출발점과 도착점을 보고 달리는 여행이 아닌 과정을 탐닉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임을 안다. 그래서 아픔도 알고 눈물도 아는 것이 아닌가. 언제나 성공만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니다. 인간은...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아야만 하며, 겪고 싶지 않은 일들도 겪어야 하지요(헤로도토스, 역사 인용 218쪽) 이외에도 오늘날 일류 대학과 유명 대기업 취직을 목표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책은 언급하는 내용이 있다.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을 책에서 만나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행복과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대안의 길을 다양한 책들의 내용들을 인용하면서 길을 비추어주고 있는 도서이다. 주는 것과 공헌하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기억에 담은 책이기도 하다. 이것이 가지는 목표가 가지는 의미를 우리는 알기에 인생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금 정리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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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인류 - 만성두통에 시달리는 분들께 전하는 골치 아프지 않게 사는 법
양하영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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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을 거의 경험하지 않는 한 사람이지만 가족 중에 두통을 가끔 호소하는 것을 보았기에 관심 있게 펼친 도서이다. 신간도서이며 저자분은 한의사이다. 저자분의 오랜 두통 경험들과 두통일기 등으로 통해서 도움이 되는 관련 정보들을 담아낸 책이다.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도 중요하지만 함께 지켜보는 가족들의 어려움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아픈 본인의 두통에 따르는 여러 가지 증세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가족의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는 것과 환자 본인이 가장 힘들다는 사실을 책은 먼저 전한다.

긴장형두통, 편두통, 군발두통, 월경주기와의 관련성, 소리에 영향받는 두통환자의 생활적 어려움, 냄새와 밝은 빛에도 영향을 받는 두통의 원인 등을 책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가족들이 함께 읽고 이해해 주는 첫 단추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책장을 넘긴 책이다.

가족이 이해. 환자 본인이 가장 힘들다. 19

두통인류는 자주 아프다. 정신력은 강하지만 몸은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약한 몸이다. 쉽게 지치고 두통이 발생하면 며칠을 앓기도 해서... 휴식의 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경고의 신호가 두통으로 귀결... 나에게 더 이상은 무리다 경고... 나의 절규에 귀 기울이고 부응해야 한다. 214

두통은 증상이며 질병이라고 책은 전한다. 두통은 본인에게 보내는 경고의 신호음이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과 생활의 변화가 요구되는 증상이기도 하다. 필요하다면 진료도 받고 약도 처방받고 다양한 진료과목을 찾아다녀야 하는 신호탄이다.

피로, 과음, 과식, 운동 부족, 수면 부족, 스트레스, 커피, 카페인, 탄산음료, 발암물질을 함유한 식품들, 생선류, 고기류, 등을 자신의 두통의 원인을 알아내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내용이 된다. 뇌와도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귀와 치과진료, 호르몬 등의 원인들을 다양하게 검토해야 하는 증상이며 질병이라는 사실도 전하고 있는 책이다.

피곤한 삶에서 자유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노력과 그 과정 중에 읽어보면 좋을 도서이다. 일반인에도 매우 유용한 정보가 담긴 책이기도 하다.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명시되고 있는 책이다. 활동량이 왜 필요한지도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 된다. 필요한 동작들도 책에는 담아내고 있다. 눈 피로를 줄여야 하는 이유와 어떠한 노력을 저녁에 해야 하는지도 두통과 연관 지어서 알아볼 수 있었던 책이다. 소화불량인 사람들에게는 소식과 저녁 활동을 권장하는 이유들도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추위를 타는 사람에게 좋은 차(tea)도 책은 전하고 있다. 목욕법도 어떠한 것이 좋은지도 책은 전해준다. 다양한 노력들과 함께 증세가 완화되고 호전되면서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일기를 기록해 본다면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과정의 내용들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수박두통과 맥주두통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증세였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들로 고통을 호소하는 두통. 두통치료에 좋은 매뉴얼. 책을 통해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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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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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유명한 애거사 크리스티 작가의 심리소설 <봄에 나는 없었다>와 <딸은 딸이다> 2편을 모두 만나보았다. 읽으면서 몇 번을 '멋진 작품이구나'라고 외치면서 이야기에 빠져서 읽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엄마와 딸의 관계를 깊게 들여다보면서 읽게 하는 이야기이다. 사라의 엄마로 살아오면서 앤이 느낀 모든 감정은 솔직하였던 것인지 돌아보는 시점이 온다. 그때 두 사람이 모든 진실들을 보게 되고 서로가 나누는 대화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후회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성숙해지면서 홀로서기와 선택과 책임을 다하는 사라의 놀라운 변화와 모습도 이야기에서 만나게 된다. 모녀의 심리소설을 꽤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64세 로라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많고 많은 말들은 가득하게 담아 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의 예리한 관찰력과 분석력, 적절한 중재, 대응하는 비유적인 표현력들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난 네게 경고하는 거야. 아무도 네게 그러지 않으니까... 번제 제물 냄새구나. 난 제물이 달갑지 않은데. (143쪽) 번제 제물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적절한 순간에 경고하는 그녀의 비유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감도 가져보기도 한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들은 어리고 자만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사라는 로라의 경고를 자각할 수 있었을까?

사라의 경계선이 없는 계획들을 경고하는 또 하나의 인물이 있다. 게리와 로라가 똑같이 사라에게 건네는 말이 있다. 그때는 깨우치지 못하지만 이들의 같은 마음을 나중에 깨닫는 장면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작품에는 거만한 태도를 보이며 솔직한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아쉬운 어른의 모습을 보이는 인물도 등장한다. 희생을 하였다고 자기기만에 빠져서 솔직한 감정들을 감추는 모습들도 목도하기도 한다. 아이는 인생에서 스스로 교훈을 얻고, 스스로 친구를 선택해야 한다. (49쪽) 이 문장은 <봄에 나는 없었다>작품의 인물이 떠오르기도 한 문장이다. 이 작품에서도 우리는 교훈을 얻게 된다. 사라가 선택한 것들이 가져다준 것은 행복인지, 불행인지도 작가는 분명히 열거한다. 그녀가 사랑한 것들. 사라는 이것들을 포기할 수 있을까?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네가 아는 게 좋겠어... 난 그걸 포기하고 싶지 않아. 옷, 모피, 돈, 고급 레스토랑, 파티, 하녀, 자동차, 요트...... 편하고 호화로운 모든 것. 293

질투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혼돈의 순간이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과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 작품에서도 만나게 된다. 돈과 성적 매력에 대해서도 인물을 통해서 전하고 있다. 이것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영원지속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목격한다. 이 작품에서도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인지 작품은 숨은 보물같은 것들을 숨겨둔 작품이다. 그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가졌다. 그것들에 공감하면서 읽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자신과 사이좋게 사는 법을 조목조목 떠올려보면서 읽은 작품이다.

난 필사적으로 싸울거야! 149

모든 게 다 달라진 것 같아요...... 엄마마저도. 253

놀라운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는 인물은 사라이다. 필사적으로 싸울거라면서 엄마의 결혼 계획을 방해하는 모습과 엄마가 서서히 변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불안함을 감지하는 그녀의 모습도 주목하게 한다. 그리고 예리하게 엄마에게 질문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는 것도 사라이다. 사라가 무엇을 보기 시작하였는지, 무엇을 선택하는지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녀가 선택한 것과 그녀의 용기. 그녀에게 불행이 아닌 행복으로 길을 활짝 열어준 인물의 단호함과 결단력도 주시하게 된다. 생각 없이 살아가는 바쁜 생활이 무엇을 황폐하게 하였는지도 작품은 예리하게 지적한다.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택들의 중심은 누구이어야 하는지도 말하고 있는 멋진 작품이었다.

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다. 301

돈도 성적 매력과 비슷하다... 사람은 거기에 익숙해져. 다른 모든 것처럼 그 즐거움도 차츰 사라지지. 204

이 말 한마디만 명심해. 생각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살지는 마. 229

전쟁 중 구급요원 봉사. 처음으로 인생의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16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이 갈 동반자는 세상 딱 하나,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지. 그 동반자와 사이좋게 지내야 돼. 자신과 사는 법을 배워. 그게 답이야. 22

책을 읽고, 꽃을 가꾸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햇빛을 쬐는 일.... 이 모든 것이 패턴으로 복잡하게 얽힌 걸 우린 인생이라고 하지. 269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어. 계속 살아가야지.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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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발신인 - 프루스트 미발표 단편선 프루스트 100주년 특별판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최미경 옮김 / 미행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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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을 좋아한다. 프루스트 100주년 특별판인 <쾌락과 나날>과 <익명의 발신인> 중에 한 권을 만나본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작가이다. 머뭇거리지도 않고 미발표 단편선을 펼쳐본다. 소설가의 추천글도 좋았다. 그리고 여러 편의 단편 작품들.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하나씩 작품들을 만나는 시간들로 채워질 시작점이 된 작품이다. 두껍지 않고 짧은 글이 함축하는 힘을 천천히 음미하듯이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의 사유의 범위와 고독과 슬픔이 안겨준 것들을 함께 조우하면서 때로는 같은 보폭으로, 때로는 갸우뚱하면서 그렇게 다른 사유의 세상도 마주한 시간들로 채워진 작품이다.

때로는 긴 문장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다시 읽으며 문장을 음미하게 한다. 다양한 글들이 담겨 있다. 주제도 다르고 대상들도 다르다. 할머니에 대한 글부터 떠올리게 한다. 인공적인 쾌락에 대해 혐오감을 가졌던 할머니의 고매한 정신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리고 정원과 자연을 아낌없이 사랑한 할머니이기도 하다. 할머니의 죽음에 어머니가 보여준 무한한 존경심과 깊은 고통, 추억들을 작품에서도 회상한다. 대조적인 성품을 가졌던 구두쇠 증조할머니도 상기하면서 할머니의 인품을 그윽하게 그려내게 한 작품이 인상적이다. 순교자의 인자함과 성녀의 선의를 가지고 있었던 할머니에 대한 작품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원은 자연에 가까워야 하는데 16

할머니의 고매한 정신은... 인공적인 쾌락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 18

죽음에 대한 글들도 만나게 된다. 죽음에 대한 명상에 대해, 죽음을 쉽게 잊고 다시 경박한 삶을 이어가는 자신을 돌아보는 글도 만나기도 한다. 동성애에 대한 슬픔에 죽음으로 이어지는 작품도 있었다. 사랑이 가지는 멈추지 않는 열정과 체념을 모르는 사랑에 건강이 악화되는 죽음까지도 짐작해 보게 한다. 그 사랑의 슬픔을 작품으로도 만나는 시간이 된다.

침울한 쾌감... (반려동물) 이 항상 동반해 준 뒤로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채색하던 무관심과 권태가 사라졌다... 내 삶을 동반해 주고 신비롭게, 우수에 차게 윤색해 주었구나. 75

반려동물에 대한 작품도 실려있다. 사랑의 슬픔으로 힘겨워하는 이에게 반려동물이 안겨주는 신비로운 경험들이 작품으로도 전해지는 글이었다. 온전히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이 주는 행복과 만족감은 삶을 치유해 주는 놀라운 힘이다. 동물이 주는 위로와 치유에 대한 놀라운 능력을 이 책에서도 만나게 된다.

건강과 질병이 우리들에게 주는 아름다움과 감사하게 될 은총에 대해서도 작품은 언급한다. 무한한 삶이 아닌 죽음을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배우고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도 떠나보는 이와 떠나는 이가 보여주는 놀라운 깨달음을 작품으로도 만나게 된다. 체념과 애정, 추앙에 대해서도 작가는 언급한다. 애정과 추앙에 대한 문장을 마주할 때는 <나의 해방일지>의 두 인물이 나누었던 장면들과 대사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람들의 가혹함, 어리석음, 무관심에 대해서도 진중하고도 놀라운 문장을 만나기도 한다. 이외에도 여성에 대해 지옥에서 나누는 대화들과 각자 주장하는 논쟁들을 흥미롭게 읽은 내용이기도 하다. 프루스트의 문지방을 넘는 일은 매혹, 그 자체이다. (9쪽) 이 문장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던 작품이다.

애정... 그 마음은 ... 귀한 것... 그러니 그것을 잘 추앙하도록 해라... 사람들은 네게 다정하지 않아도, 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 고통받는 사람들의 지친 발걸음에, ... 자비심을 가진 긍지로, 사람들은 모르는 감미로운 향기를 뿌리게 될 것이다. 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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