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마지막 수업 - 내 삶의 방향키를 잃어버렸을 때
달라이 라마 지음, 소피아 스트릴르베 엮음, 임희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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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변하면 세상이 변합니다. 58

달라이라마는 세계의 젊은이에게 꿈을 보면서 이 젊은이들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단언하면서 책은 시작한다. '호소'라는 어휘가 깊게 누르는 순간이었다. 아흔 살이라는 세월의 흐름은 무수한 별들을 떠올리는 경험의 나날들이기에 호소하는 달라이라마의 목소리를 진중하게 듣는 시간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폭력과 무자비가 역사에 얼룩지워졌던 날들과 지금도 정치적 욕망으로 얼룩지는 전쟁의 소식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혐오, 이념적 세뇌, 인종차별, 민족주의 등이 어떠한 결말을 그려내었는지 엄청난 사건들과 역사들을 열거하면서 폭력과 이기주의, 탐욕과 광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전하고 있다.

증오, 이기주의, 폭력, 탐욕, 광신 때문에 10

진정한 힘은 자애와 연민에서 나옵니다. 51

우리들에게 가장 시급하고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달라이라마는 분명한 어조를 전한다. 서양의 철학과 이념 그리고 정치와 경제 이론은 경쟁과 선망, 질투를 낳으면서 상호 무관심과 파멸적인 경쟁을 이 시대에 자리잡게 되었음을 공감하게 된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배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라고 말하는 저자의 심중한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어보게 된다. 학창 시절의 경쟁이 얼마나 피폐해지는 삶인지 충분히 알고 있기에 더욱 절실한 삶의 혁명이 무엇인지 진중하게 생각해 보면서 만난 시간이었다. 북유럽 사람들이 왜 행복한지 우리는 그들의 삶을 보면 이해하게 된다. 경쟁을 부추기지 않고 이기주의를 야기하지 않는 교육제도와 경제적 수입이 말해주지 않는가. 젊은이들이 스스로가 잘하는 것을 선택하고 부가 일부에게 과중되게 치중되지 않는 사회가 행복한 나라, 행복한 국민이 되기에 변화는 젊은이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필요한 저자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책이다.

서양의 철학, 이념, 정치, 경제 이론은 그들이 부추기는 경쟁, 선망, 질투, 회한이 사회에 창조성과 역동성을 부여한다는 믿음을 퍼뜨렸습니다. 상호 무관심... 파멸적인 경쟁.... 사람들이 끔찍하게 고립되어 있으면서도 생활 수준이 높은 부자 나라에서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나 개에게 밖에 애정 표현을 할 수 없습니다. 역설적 상황.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배려하는 쪽으로 다시 방향을 잡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64

인터넷 게임. 마약. 분별력

진실. 윤리. 질 높은 정보.

가짜 뉴스. 깨어있기. 24

저자는 분별하는 지각을 가지라고 말한다. 분별력은 젊은이들에게 더욱 절실한 것이다. 게임에 노출된 젊은이 세대들에게는 마약과도 같은 것임을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진실을 직시하는 지성과 윤리적인 것과 질 높은 정보를 스스로 마주하는 순간들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짜 뉴스의 병폐도 스스로 가려낼 수 있는 힘도 필요한 시대이다. 저자는 깨어있어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젊은이들이 깨어있고, 스스로 분별하면서 질 높은 정보를 마주하기를 같은 마음으로 소망해 보게 된다.

페미니즘의 진정한 의미는 많이 왜곡되고 다툼과 대립, 혐오로 번지는 상황이 되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정치적으로 이것을 이용하고 배제하는 상황은 성장도 아닌, 멈춤도 아닌, 퇴보와 같은 것이다. 연민의 혁명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좀 더 인류애가 넘치고, 좀 더 정의롭고, 좀 더 인류가 연대된 미래를 저자만큼이나 희망한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다. 정치적 흐름에 움직이지 않고 진실하게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연민을 가지며, 서로가 연대하는 미래를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꿈꾸어보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프랑스 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를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다. 고르바초프가 청년들에게 사격 명령 거부한 것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일도 기억할 내용 중의 하나이다. 평화 시위에 유혈 진압한 역사적 사건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전쟁은 없지만 위기와 학살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글귀에 떠오르는 뉴스 소식들도 지울 수 없는 현시대이다. 폭력과 혐오, 대립으로 나아가는 젊은이가 아닌 연민의 진정한 의미들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고 호소하는 저자의 심중을 더욱 살펴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책이다.

고르바초프. 그는 청년들에게 사격 명령을 내리기를 거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일. 젊은이들의 힘으로 역사가 격변한 것 18

군사제도. 전쟁. 범죄임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 전쟁은 없지만 위기와 학살은 점점 늘어나고 25

광신주의. 테러리스트 26

평화 시위. 유혈 진압.

탱크. 베이징 천안문 광장. 대학생 19

좀 더 인류애 넘치고,

좀 더 정의롭고,

좀 더 인류가 연대된 미래를 향해 10

실적, 경쟁 문화에서 나눔과 연대의 문화로 옮겨가야 96

연민 혁명은 이타주의 혁명, 인류애 혁명이다.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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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의 밤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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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점에 신간으로 출간된 <페스트의 밤>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우리들이 경험한 것들과 많이 닮은 모습들이 등장하고 있어서 더욱 다가서서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역사소설이라 사실적인 것들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과 작가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중 직계 후손이라는 사실을 마주하면서 추리하면서 읽는 흥미로움까지도 가졌던 작품이었다.

유럽의 병자. 오스만 제국 517

이주민 추방. 적대감 548

신문에는 여왕의 의지이자 바람으로 시작된 '개혁'에 관련하여 한마디 말도 없었다. 699

오스만 제국에 대해서는 이 작품을 통해서 흥미를 가지게 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만나봐야겠다는 계획도 가져보게 한다. 이 책의 두께감만큼이나 이 작품이 담아낸 많고 많은 이야기들, 인물들, 사건들, 미묘하고도 복잡한 정치적 접근들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더불어 불공평한 결혼제도까지도 작품에서 언급되는 만큼 이 시대의 여성이 가지는 의문과 모순들을 명석하게 분석하고 토론하는 부부의 모습도 기억나게 하는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관습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순종하고 복종하는 여성이 아닌 자신이 얼마나 부당함을 받고 살아가는 여성인지 자각하고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움직임을 가진 여성인지 함께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들도 만나게 되는 작품이다. 버지니아 울프와 톨스토이에 대한 글도 작품에 등장하는 만큼 마지막까지 끈기를 가지고 읽어보았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보는 소설이다.

전염병, 죽음에 대한 공포가 컸지만 인간성을 고수... 여전히 공동체 의식, 형제애, 동포애를 잃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547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역과 의료진들의 노고와 고충들을 이 작품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죽음과 가까이에 다가서는 직업을 가지고 자신을 찾는 환자들 곁으로 다가서는 의료진들의 의로움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중국, 오스람 제국. 종교와 정치적 관계, 외교, 복잡한 흐름들을 떠올리면서 읽은 작품이다.

이스탄불에 충성한 자들의 죽음.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야가 얼마나 좁고 제한적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710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인간을 얼마나 다양한 모습들로 만들어 놓는지 작품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방역이 무너지는 이유도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르지 않다. 개인의 욕심, 종교적 믿음이 전염병을 더욱 확산시키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반영이 된다. 읽다가 떠오르는 사건들이 많았고 확진자 수가 증가한 이유들을 이 작품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이 섬에 확진자가 사라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다양한 군상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꽤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끝나지 않은 지금의 전염병도 함께 떠올려보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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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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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이상 착한 인디언이 아니다... 지친 유럽인이다. 122

소설과 에세이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덕분에 소설의 여동생과 작가를 더욱 바라보았던 것 같다. 이유는 에세이에서 만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천천히, 작가를 더욱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에세이가 가지는 강점들을 이 작품에서도 마주하면서 작가의 글쓰기 작업의 고뇌, 세상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들에 스스로 정리하는 정체성의 문장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리커버 개정판으로 5권을 만났고 이 작품이 마지막이었다. 중첩되는 작가만의 세상에 등장하는 소재들, 사물들, 의상들, 사교모임 등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작품에서도 언급하는 프랑스 파리의 상류 사교모임과 미국인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도 등장한다. <면도날>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함께 떠올려보면서 읽은 소설이었다. 폐쇄적인 사교문화의 특징과 계급사회와 문화, 안정된 미국인 부부의 삶과 소설에 등장하는 오빠의 선택들의 이유와 절박한 빈곤한 경제적 상황들 앞에서 이 남매가 선택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본 소설이다.

소설의 남매가 살아가는 삶은 매우 독특하다. 우리의 집이 아닌 남매의 집으로 향하고, 그들의 경제력과 직업, 집을 빌려주는 지인들의 이야기, 의상을 여러 벌 선물해 주는 지인 등이 등장하고 있다. 오빠의 지나온 삶, 여동생의 삶은 그들이 가진 외모적 강점으로 얼마나 견디어낼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여동생의 일관된 무관심한 태도를 계속 주시하게 한다. 소개받은 남자에게 무관심하고 정원사라는 하인 계급층과 만남을 가진 그녀에게 부인이 가지는 의문스러움을 작가는 다루고 있다. 그녀가 보는 것은 세상의 관점과는 달랐다. 사람에게 빠져들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여동생의 무관심한 모습. 젊은 남자 배우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떠나버린 여동생의 선택의 이유들도 소설에 매우 자세하게 등장한다. 그녀의 시선들, 그녀만의 관점들 만나볼 수 있는 소설이다.

작가 작품이 그려내는 그림들의 배경과 색채에 익숙해지는 5편의 작품들이었다. 기차에서 보는 풍경에 염소 한 마리와 인부 세 사람의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그들의 삶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도 작가의 성장 배경을 떠올리면 이해하게 된다. 작가의 에세이는 매우 흥미로웠다. 우울증, 술, 담배, 중독, 마약까지도 그녀의 생애와 연결 지으면서, 작품들을 떠올리면서, 에세이의 글들은 그녀를 더욱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 신을 향한 목소리, 종교까지도 글에서 만나게 된다. 대통령의 연설을 향한 그녀의 열거되는 목소리들, 자살에 대해 그녀가 지켜보기도 한 사람들과 자신의 경험들, 우울증을 이겨낸 이야기들도 에세이에서 만나게 된다.

글을 쓰는 이유를 명확하게 들려준다. 그녀가 문학, 에세이, 논문으로 말하고 있는 이유를 만나게 되는 책이다. 그녀의 부모, 가정의 성장 배경까지도 추측 가능해지는 문장도 등장한다. 그녀가 유독 고독해하는 것, 상실, 슬픔, 열정, 사랑 등을 작품들과 함께 떠올려보게 한다. 그리고 그녀의 실제 인생까지도 연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녀가 선택한 것들, 중독된 것들. 경험한 것들. 만났던 많은 사람들. 자살에 대해서도 그녀는 그녀만의 사견을 글로 풀어낸다. 그리고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을 사랑합니까?

아버지는 당신의 귀감이었습니까, 아니면 악몽이었습니까? 70

소설에서 성소수자이며 뛰어난 외모가 아닌 외톨이였던 한 남성을 주목하게 된다. 자신의 집을 빌려주고, 사랑하는 남자 배우가 있으며 돌아와서 자신이 지켜보는 상황들에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서 먹은 소량의 약과 모두와 헤어진 후 선택한 다량의 약은 죽음으로 인도된다. 그의 자살과 죽음은 작가의 작품으로 더욱 내밀하게 바라보게 한다. 그의 선택과 주변인들의 "만약에~' 문구가 가지는 특성들을 보게 한다. 그리고 장례식장의 신부님의 말에 웃음을 보이는 이들의 이유, 장례식에 참석한 어머니가 홀로 생각하는 것들이 가지는 모순과 자식의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던 이유들도 떠올려보게 한다. 자살. 그는 자기 자신과 부딪혔다. 삶에 부딪히고 그 삶을 넘어가지 못했다 171

나는 나중에 어디에서 쉴 수 있을까 162

나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189

주인공들을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 가장 추악한 상황에 밀어 넣었다. 172

사람들이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기는 할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모두 길 위에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161

행복과 불행, 무사태평, 삶의 기쁨을 가질 권리를... 한 번도 만족할 만큼 가지지 못하며 거기에 눈이 먼다. 172

작가의 모든 작품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이 작품도 그러하다. 인물들의 삶의 무력함과 혼잡함 속에 인간이 가지는 혼돈과 분주함, 욕망, 집착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허황된 몸짓이며 욕망임을 두 남매와 젊은 배우가 식사하는 모습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소유욕, 물욕, 집착하는 인물과 무관심하며 부유하는 삶을 살고 있는 두 남매의 무기력한 삶도 아슬아슬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 세 인물에 의해서 떠난 한 사람. 모두가 길 위에 있는 인물들임을 떠올리면서 작품에서 만난 좋은 문장들을 다시금 되묻게 한다. 우리는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기는 할까요?

그는 늘 배고프고 만족을 모르는, 사나운 늑대 같은 종족이었다. 141

그는 가진 것에 집착했고, 그녀는 남아 있는 것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았다. 127

알코올. 마약. 신 등에 .... 그 모든 것에 중독될 것이다. 126

야망, 양심의 부재, 특권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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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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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표정의 젊은 청년 루이스를 계속 주시하였던 작품이다. 그의 표정, 눈빛, 행동은 보통의 흐름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가 성장한 환경, 그가 집을 나와서 도보로 돌아다니면서 경험한 일들, 사람들을 짐작만 하면서 읽어가게 한다. 그리고 일어나는 사건들과 인물들의 죽음. 짐작조차 하지 않았던 흐름이 있었다. 그리고 사건의 흐름은 정리가 되는 듯하지만 더욱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루이스를 알게 될수록 더욱 그의 행동을 주시하게 하였던 작품이다.

인물과 사건들의 흐름 속에서 작가만의 날카로운 시선들을 느끼는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잘될 것이다'라는 저주받은 명제라는 글귀, 파괴된 대지와 뻔뻔한 태양, 어리석은 직업에 대하여, 잔혹과 탐욕, 삶에 환멸을 느끼는 것에 대한 글귀들도 인물들을 통해서도 예리하게 전하는 작품이다. 누군가를 속여서 뭔가를 빼앗고, 사람을 매수하고, 타락시키고, 유기하는 부류에 대해서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인디언 족장들을 연상하게 하는 큰 인물이 될 수 있었다는 비유에 대해서도 작가가 가진 날카로운 시선을 감지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러한 글귀들과 문장들을 좋아하기에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들이 가진 특징을 조밀하게 떠올리게 하였고 이 소설에서도 대면하게 된다.

나 자신이 비루하게 느껴지고, 무용하게 느껴졌다. 그 어리석은 직업이 매달 모았다가 매달 써버리는 몇 푼의 달러가 아닌 그 어느 것으로 날 데려간단 말인가? 29

밥벌이... 나라면 아무런 이유 없이도 다른 사람들을 살게 만들어주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시절의 플로렌스에서 살고 싶을 거예요. 29

삶과 인생의 비열한 흐름이 존재하고 있지만 작가는 삶을 사랑하고 태양을 떠올리며, 친구들을 떠올리며, 사랑한 것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허영심과 어리석음에 눈이 멀고 인간성을 거침없이 상실하는 인물들의 삶과 결혼, 죽음까지도 자연스럽게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것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죽음을 준비하지 않았고 자신의 운명과는 멀게 위치한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에게 준비된 죽음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들의 죽음은 그들의 잘못된 삶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 순간을 선택하는 살인자의 당위성과 비논리가 점점 자리 잡으면서 작품은 흘러가고 있었다. 도로시조차도 말하지 않는가. 자신에게 나타난 인물이 가져다준 것을 상기하면서 떠올리는 것들. 기묘한 느낌과 쓰라린 후회를 잊지 않고 내내 읽었던 작품이다.

인간 존재. 욕망. 행복에 대한 몸서리나는 의지.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벽이 가로놓여 있는 걸까? 97

폴이 죽든 살든 내겐 아무 상관이 없어요 144

사람들은 대개 전혀 선량하지 않죠.. 그래서 그들은 그들 자신에게조차 선량할 수 없는 거예요. 100

모두 짐승 같은 눈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 모두 말이에요.... 그들은 우리를 해치워버릴 거예요... 109

살인의 이유, 살인자의 감정과 표정을 계속 주시하면서 읽게 된다. 타인의 죽음을 스스로가 단죄하고 명석한 두뇌로 의심을 받지 않으면서 살아가는데 너무나도 평온할 뿐이었다. 감흥조차 없는 어조로 말하는 인물을 내내 살피면서 읽은 작품이다. 중독된 삶과 모호한 표정과 눈빛들. 살인자의 생활방식과 행동들을 계속 주시하면서 의문이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질문에 대응하는 솔직한 살인자의 답변도 낯설지가 않다. 그들의 공통된 오류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살인을 저지른 이유를 주시하면서 계속 읽어야 하는 작품이었다. 과거, 목표, 인생에 관련된 질문에 흥미로울 게 별로 없다고 말하는 대답을 잊지 않아야 했다.

때때로 삶과 그 연쇄적인 순환의 고리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모든 형태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삶을 증오할 필요가 있었다. 87

죽음을 맞는 프랭크, 볼튼, 루엘라의 공통된 일치점들과 막연한 증거들, 특기할 만한 사항들을 맞이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 긴장하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야 했던 이유와 인물. 그의 삶과 모호함은 성장한 배경에서 사뭇 짐작하면서 정리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간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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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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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면 충분히 뜨겁게 사랑받고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34

절반의 연극 속에서 사는 모든 사람처럼 39

사랑, 열정, 행복, 불행, 권태, 신뢰, 고독, 열광, 양식, 삶, 주름, 늙음, 상실 등에 대해 떠올려보는 소설이다. 성숙해진다는 것과 자아를 마주한다는 것을 주목하면서 읽은 시간이었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이다. 권태와 고독이 본성에 자리잡고 있다는 삶은 무엇일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까지도 함께 주목하면서 읽게 되는 도미니크와 뤽. 두 인물은 서로가 닮아있다. 같은 부류의 사람임을 서로가 알아본다. 그리고 뤽의 아내인 프랑수아즈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고 이것을 인지한 남편은 아내에게 얼마나 인내하고 슬퍼할 것이라고 짐작했을까? 그의 방종과 그가 가진 부재는 그가 선택한 방식만이 괜찮은 대안이었을까?

내 안에는 ...권태, 고독, 열광에 대한 취미가 존재했다. 20

나는 온순한 여자일까? 22

당신들(여행가 부부)은 사랑하나요? 당신들은 어떤 책을 읽나요? 직업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종종 가장 중요한 것일 그것에 대해. 23

아무것도 결정해 본 적이 없었다. 늘 선택되는 쪽이었다. 40

젊은 사람들은, 인생 본연의 모습인 이런 긴 속임수 속에서 무분별한 행동만을 절박하게 바라는 것이다. 40

치열하고 위험한 도박 같은 게임이 시작된다. 뤽의 제안과 그가 그려내는 도안들에 젊은 아가씨 도미니크는 머뭇거림 없이, 거침없이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는 이야기가 흐른다. 자신에게 친절하고 온순한 뤽의 아내, 프랑수아즈를 좋아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뤽만을 바라보고, 사랑하게 된다. 뤽은 결혼한 남자이며, 남자친구인 베르트랑의 외삼촌이다. 뤽이 그려낸 그림들에 도미니크는 한 치의 오차도 어긋나지 않는 결과로 점점 다가서면서 젊은 여자가 사랑하는 것과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사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뤽은 사랑하지 않는 젊은 여성과의 만남을 왜 가지고 있었을까? 프랑수아즈의 대화를 통해서 그 이유를 듣게 될 것이다. 주름과 나이듦과 매력의 상관관계를 이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주름들) 갖기 위해 그 모든 밤, 그 모든 고장, 그 모든 얼굴이 필요했잖아요. 이것들을 쟁취한 거예요. 활력 있어 보이고요. 아름답고, 표정이 풍부하고, 사람의 마음을 끈다고 생각해요. 67쪽

밀회하는 그들.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동맹이며, 공범이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검은 심장을 가졌다는 것, 딱딱한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존재, 냉정하다는 것까지 아직은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상태의 영혼이 가슴 아픈 사랑을 경험하면서 서서히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아를 성숙시키는 인물을 만나게 된 작품이다.

대지와 같았던 뤽의 아내, 프랑수아즈가 기억에 남는 인물이 된다. 그녀가 도미니크를 처음 만나면서 생각했던 것들과 그녀가 한결같이 보여준 친절함, 남편과의 게임에 동참한 도미니크에 대해 질투한 것들과 도미니크와 나누는 대화 내용들 모두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친구라고 명명하는 남편 뤽의 오만함은 날카로운 것이었고, 그녀가 온전히 품어안는 결혼 관계는 어떤 의미로 남겨질까?

그녀는 대지와 같았다. 28

문화가 달라서 프랑스 문학은 어느 정도 감안하면서 읽게 된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순간들이 많지만,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면서 읽은 전개이지만 도미니크는 분명 성숙한 시간을 가졌음을 보게 된다. 프랑수아즈가 보이는 결혼에 대한 것들도 생각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도미니크가 프랑수아즈와 마지막으로 나누는 대화 속에 '어머니'를 연상하는 장면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어머니는 상실을 가지면서 슬픔이 집 전체를 지배했다고 언급하지 않았는가. 그녀의 부재들을 조목조목 떠올리면서 작품 전체의 흐름과 뤽의 동질감을 찾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슬픔이 벽들에서 경건의 성질을 획득했다. 98

두 달 전부터 나는 나와 상관이 없는 비탄 속에 고정된 채 반쯤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고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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