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2003-11-09
'그 학교' 열린 무대에서 연극 '그 학교'를 봤다.
초임으로 남해의 어느 섬에 발령받은 유선생님과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연극은 1년 전에도 봤지만, 연극에 재능이 있는 김의주샘이 주연을 맡아서 재공연을 하는 것이라 다시 보러 갔었다.
학교를 통제하려고 하고, 학생들을 지시하고 자신이 없으면 학교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질서 강박증'에 걸린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교장선생님(사실은 보통의 선생님들도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과 그 교장선생님의 지시에 불만 속에서도 순종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 이런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유선생님. 결국 유선생님은 그 학교를 움직이게 하는 원리가 '지시봉'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지시봉을 없애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1년 후 그 학교를 떠나 도시의 학교로 와 보니 그 곳에도 모두 지시봉이 난무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흥겨운 노래와 춤이 어우러져 보는 사람도 같이 즐거워지는 그런 연극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어렵게 모여 연습하고 공연까지 한 모든 선생님들이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였다.
기억해 두고 싶은 말 : 나는 나이를 꽤나 먹었지만 나이 먹기를 거부하려고 한다. '양철북'의 소년도 아니면서 말이다. 나이 먹기를 거부한다는 게 주책없는 일임을 안다. 그렇다고 그게 하릴없는 수작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장교는 나이를 먹으면서 진급한다. 사병은 나이를 먹어봤자 사병으로 남는다. 실제 전투는 주로 사병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이 사병으로 남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나는 끝까지 사병으로 남겠어. 오래 전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따라서 나에겐 나르시시즘이 있다. 내 딴에는 그것을 객관화함으로써 자율통제하려고 애쓴다. 그러면 전투는 왜 하는가? 살아야 하므로, 척박한 땅에서 사랑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싸워 작은 열매라도 맺게 하는 거름이고자 한다. 거름이고자 하는 데에는 자율통제가 필요치 않다. 욕망이 춤춘다. 그렇다. 나는 살아서 즐거운 '아웃사이더'이고 싶다.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 - 홍세화, 빨간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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