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2003-09-28
벌써 며칠 째 '논쟁으로 본 한국사회 100년'을 읽고 있다. '십시일반'을 읽고 나서 리뷰를 쓰려고 끙끙대고 있는데...전혀 안 써진다. 오래 전에 빌려준 책을 오늘 돌려 받았다. (서준식의 생각, 간판스타(이희재), 분교:들꽃 피는 학교(강재훈)) 그러나 책과 함께 다른 무엇도 같이 돌아운 게 문제다.
1교시 수업! 오늘도 정예가 책을 가져오지 않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었다. 오늘은 혼을 좀 내야겠다 싶어서 마칠 때쯤 큰소리로 '교무실로 와!'하고는 수업이 끝나고 내려와 버렸다. 교무실로 내려온 얼굴에 꾸중듣는 걸 조금이라도 피해보려는 듯 미안한 표정이 가득이다.(내가 교실에서 큰소리로 화내는 경우는 잘 없는 편이라...) 늘 책을 잃어버렸다며 안 가져오는 녀석이고 그래서 수업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내 시간만 그런 건 아닌 것 같고-여학생이다^^. 교무실에서 잠깐 째려보다가 그냥 내가 쓰고 있는 국어책을 줘 버렸다. ㅋㅋ 땡그란 눈에 놀란 표정이라니...짐짓 무심한 표정으로 '담부턴 자지 마! 그럼, 그만, 올라가 봐!'하고는 내 할일을 시작했다. 히히! 곁눈질로 보니 정예가 인사를 꾸벅하고 돌아갔다. (근데 아마도 담 시간에도 떠들 것이다. 교사의 어려움이 이런 점에 있는 것 같다. 말로 하면 충분히 알아듣고도 담 시간에 또 안 하는 거...ㅋ)
그나저나 난 어디서 국어책을 구할까?(교무실옆 서가에 꽂혀있는 걸 보고 내 걸 줬는데, 그건 자세히 보니 교과서가 아니라 교사용 지도서였다. 학교 도서관에 여분이 있어야 할텐데 ^^;)
오후엔 공부방 교사모임에 갔었다. 책 보고, 수다 떨고, 회의 하고, 저녁 먹고, 설거지 하고, 차 마시고...몇 명 밖에 안 왔지만 모처럼 애들이야기,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걸 보고 있으니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방 식구들...나이도, 생각도, 생활도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지만,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아름다운 사람들 속에서 사는 건 나에게 참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공부방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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