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안녕! 이제 9월이다. 이제 곧 추석. 그러고 보니, 좀 여유가 있었던 방학이 아주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학교는 언제나 바쁘다. 늘 시간에 허덕이면서 살지. 그런데 동아리 숙제글을 쓰는 이 시간엔 마음을 집중해야 하기도 하지만 느긋하게 생각할 수가 있어서 참 좋다. 내가 동아리를 계속하려는 이유도 이런 것 때문인가?
우리 지난 번 모임은 금태섭의 ‘확신의 함정’을 읽고 ‘나의 배신 이야기’를 했었다. 숙제를 낼 때는 마음속의 응어리들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고 약간 기대를 했었는데, 소개했던 내용의 강도가 대체로 약해서(?) 약간 실망이었다고나 할까?(내가 배신(?)당한 건가?) 그 원인을 잠시 생각해 보니까 두세 가지 정도가 생각나더라. 우리가 아직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충분히 친한 사이가 아니든가, 너희들이 정말 착한 세계에 살아서 배신당할 일이 진짜로 없었든가(동화 속 세계에는 배신이 없지, 아마!), 아니면 지나간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쿨한 거라고 해야 하나, 둔감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대범하다고 할까-이겠지. 아무튼 요즘들어서 책 내용과 숙제의 방향이 자꾸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 좀 상황에 딱딱 들어맞는 멋진 숙제를 내 줄 수는 없을까, 나는 늘 그게 고민이다.)
생활나누기를 어떤 주제로 해 볼까? 며칠 전부터 계속 마음속으로는 음, 작년에 실패했던(?) 노래부르기를 해 보려고 했는데, 애들은 싫어하려나?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1. 사연이 있는 노래 부르기, 2. 주말에 시집 한 권 읽고 맘에 들었던 시 낭송하기, 3. 상황극-주제는 그 자리에서 공개하면 되니까-꾸미기, 인데 어떤 게 가장 재미있고 의미도 있을까? [여기까지 쓴 걸 본 몇몇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1번이 가장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 1번, 노래부르기를 해 보자. 주제는 당연히 사연이 있는 노래. 사연을 앞에서 짧게 발표하고,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 저번처럼 음악실에서 하는 것이 좋겠지? 작년에는 무척 실망스러웠었는데…… 설마 올해 또 반복하지는 않겠지? 준비 잘 해 오너라.]
이번에 읽은 책, 대한민국 원주민은 어땠어? 제목을 보면서는 원주민이란 단어는 ‘인디언’, ‘에스키모’ 같은 낯이 설면서도 어떤 미개한(?) 부족에게나 쓰는 것이라 왠지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대한민국에도 원주민이라는 존재가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100년 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 해 보면 아마 지금의 우리와 닮은 점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최근의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그러면 원주민이란 결국, 아주 오랜 기간 이 땅에서 힘들게 살아온 우리 ‘조상들’을 말하는 것이겠지. 이 책은 이 조상-더 좁게는 조부모, 부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들의 삶을 더듬어 본 이야기이다. 작가의 가족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이 가족이야기만 읽어도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대강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나와는 너무 멀리 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아마 할머니, 할아버지께 이런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당신들 어렸을 때 이야기라거나, 당신들의 부모이신 증조부님들의 삶이 이랬다고 하실 것이다.
음, 그러면 오늘의 숙제로 조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조부모님들의 결혼 이야기에 대해서 알아오면 좋겠다. 어떻게 결혼하게 됐는지,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을까? 아니면 젊었을 때 힘들었던 일이라든지, 무척 좋았던 일이라든지, 속상한 이야기가 있으면 조부모님께 이야기를 들어와서 발표해 주면 좋겠다.(결혼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이런 게 현실적으로 하기가 힘들다면 너희들이 5~60년이 지난 다음에 자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가정하고 지금 현재의 내 생활과 상황을 이야기로 써 보자. 물론 5~60년 후의 네 자식들은 2010년대의 학교나 사회 상황을 책에서만 배워서 아는 정도니까, “이 할아버지(할머니)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말이야~”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 좋다.
다른 숙제를 쓰다가 지웠다. A4 용지에 벌써 가득이네. 그럼 숙제는 여기까지!
- 내일부턴 조금씩 서늘해진다고 하지? 조금만 더 버티고 견디자.
느티나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