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녕! 며칠 전 스케이트 타고 후유증은 없었나? 예상대로 거기 모인 친구들, 스케이트 아주 잘 타던 걸. 난생 처음 스케이트를 탄다던 쌍둥이들도 어릴 때부터 탔던 인라인 덕분이겠지만 어느새 내 옆을 슝슝, 지나가더라. 앞으로 너희들의 인생길도 오늘의 스케이트처럼 내 앞길을 휙휙 지나가게 되겠지. 그건 그렇고, 오후에 잠깐 만났지만 학교 밖에서 보니까 좀 색다르고 기분이 좋던 걸. (자주 이런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번 모임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학교 회의실에서 모였었지. 생각해 보니 그날은 좀 놀라운 일이 많았다. ‘민주’의 깜짝 등장을 포함해서, 방학모임인데도 결국은 모두 다 모였다는 것부터가 놀라운 일이고, 모두 숙제를 열심히 해 왔다는 사실도 그렇고, 그게 바탕이 돼서 언제나처럼 진지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도 놀라고, 그런데 이야기가 다 끝나고 보니 겨우 2시간 30분밖에 안 지났다는 것도 생각해 보니 놀라울 따름이다.(근데 왜 학기 중에 모이면 왜 그렇게 시간이 부족한 거야?)

   그럼 본격적으로 다음 모임을 이야기해 볼까? 우선 맛보기 생활나누기-방학 계획 중간 점검 두 번째 시리즈. 우리는 네가 방학을 시작할 때 말했던 계획을 알고 있다. 이제 곧 개학을 앞두고 지난 방학을 되돌아보자. “에이, 또?”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통과의례는 정말 중요하다. 이 통과의례를 거쳐서 깨닫는 게 있다면, 그건 언제나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내뱉은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자기가 항상 말할 때 멈칫멈칫 하겠지? 무슨 말이든 그러는 게 좋다. 고백하자면, 나는 단호하거나 확신하는 말은 어딘지 불편하거든. 

   그리고 방학 보충수업, 안 하니까 어때? 라는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 오렴. 이번 방학은 어느새 익숙해져 있던 보충 수업이 없는 방학이었잖아? 실제로 보충 수업이 없는 방학을 지내고 보니, 보충 수업에 대해 더 할 말이 많을 수 있겠지? 그러니까 ‘나에게 보충수업이 없는 방학’이란, 을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답을 내 놓을 수 있는지 정리해 오시라.

   확신의 함정,은 어떻게 읽었나? 표지만 보고, 또는, 제목만 읽고, 음, 어렵겠다, 재미없을 거 같은데, 어떻게 읽지, 이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작 읽어보니 어때? 첫 편만 읽고 나면, 어, 생각과는 다르네, 하는 생각이 틀림없이 들었을 거 같다. (아닌가?)

   나는 이 책의 제목을 ‘확신’이라고 보고, ‘배신’이라고 읽었다. 확신과 배신은 일란성 쌍생아가 아닐까? 그러니 내가 ‘배신’의 함정에 깊이 빠지게 되는 것은 늘 내가 ‘확신’에 차 있는 순간일 때만 그렇다. 한 번의 ‘배신’은 내 가슴을 아프게 할 뿐이지만, ‘배신’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두 번의 배신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부터의 삶은 슬픈 게 아닐까?

   확신과 배신이 다른 사람에 대한 어떤 생각일 때는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확신이 어떤 일(사안)에 대한 판단이었을 때 배신이라고 한다면 이 판단의 틀이 무너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럼 이런 것을 꼭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일테고…… 아무튼 이번에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내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로 세게 맞았던 ‘나의 배신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나의 ‘확신’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더 심한 ‘배신감’의 상황을 잘 되짚어 보고 오너라.] 아직 어린 너희가 언제 그리 큰 배신을 당해서 써 올 이야기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만, 그런 시각이야 삶의 결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둔한 사람의 피상적인 판단일 뿐, 누구에게나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그런 씁쓸한 사연 몇 개는 벌써 너희들의 가슴 한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살아갈지도 모르지.

   두 번째는 이 책에 소개된 사건 중에서 우리끼리 가장 토론하고 싶은 사건은 무엇인지 자기 생각을 정리해 오기. 그리고, 실제로 토론을 하기 위해 세부 주제를 만든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같이 정리해 보자. 가장 지지를 많이 받은 주제는 실제 토론도 해 보구.

   숙제는 늦게 냈지만, 이 글을 보는 순간 의욕이 막 불타올라서 모두 열심히 해 주리라고 믿는다. 그럼 다음 주 수요일 3시에 모두 봤으면 좋겠다. 그 때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8월 13일 토요일에도 보충수업에 허덕이는 느티나무 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8-13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3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 보충 없는 방학에 잘 적응하고 있지? 저번 모임에서 얘기했던 자신의 방학 계획이나 목표에는 차근차근 다가가고 있겠지? 다음 모임에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현재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면 좋겠다.

   지난번 모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책도 좀 그랬는데다가 토론이든 발표든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만들어졌으니까…… 나는 너희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언론 매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저번 모임에서 너희들 얘기를 들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군. 의외로 무덤덤하더라.(진짜 인터넷 게시판에서 ‘열폭’하는 네티즌은 ‘초딩’ 밖에 없으려나?)

   방금 동아리 모임하려고 화명도서관에 연락했더니 지하에 있는 독서토론실은 대여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하필 홈페이지도 접속이 안 되고(이것도 물어보니, 복구 중이란다.) 공간도 대여해 주지 않는다고 하길래, 정색하고 좀 따졌다. (그래봐야 전화 받는 담당자가 뭔 죄가 있겠노?) 도서관 홈페이지 복구되면 홈피 게시판에 항의 글이나 써야겠다.

   그건 그렇고, 우리 모임은 어디서 한다? 이것도 큰 걱정이네. 흠, 학교에 와서 해야 하려나? 꼭 학교 밖에 장소가 없다면 교장선생님께서도 허락이야 해 주시겠지만, 이런 걸로 부탁하기는 싫은데…… 구민운동장에 평상에 앉아서 할까? 끝나면 운동장 같이 돌고, 게임하다가 벌칙 걸리면 운동장 한 바퀴 돌아오기! 뭐 이런 벌도 좋겠네. (이 더위에 애들 쓰러질라!) 교무실에 앉아 이런 글을 쓰면서 혼자서 싱글싱글하고 있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아무튼 일단 별다른 연락이 안 가면 학교에서 하는 걸로 하자.

   이번에 숙제로 내 준 책을 아직 다 못 읽은 사람은 없겠지? 이 글을 읽을 때까지도 아직 책을 펼치지 못한 사람은 얼른 몇 쪽만 읽어봐라. 그러면 금방 끝까지 다 읽게 될 테니까. 책을 덥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어떤 분들은 중고등학생 자녀에게 권하기가 조금 망설여진다고 하더라만, 나는 너희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네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늘 그렇듯 이 책이 너희들의 성숙에 좋은 자양분이 되기를 빈다.

   이번 모임의 생활나누기는 지난 1학기 동안 읽고 보고 들었던 책, 영화, 음악, 그림, 텔레비전, 이야기…… (그게, 무엇이든 다 좋다) 중에서 내 마음을 가장 행복하게 만든 걸 소개해 주렴. 예를 들어, 좋은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 어떤 영화를, 어떤 감동을, 어떤 이유였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 1시간 동안만큼은 발표하는 동안 다들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럼 이 쪽지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숙제가 이제 나가니까 잘 챙겨서 듣고 모두 숙제를 해 오너라.(이번 모임은 시간도 많으니까, 느긋하게 모두의 숙제를 챙겨서 들어볼 거다.) 처음에 이 책을 읽고 들었던 소감이나 느낌 당연히 준비해 오는 것이고, 이 책의 독후 과제는 자신의 못난 점을 들여다보기, 대신 못난 점에 빠지지 말고 그 못난 점이 나에게 어떤 힘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 또 그런 못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써 오기. (이건 1번, 2번, 3번 하는 식으로 번호를 쓰지 말고 세 가지 소주제가 한 편의 글이 될 수 있도록 써보렴.)

   다음 모임까지는 딱 일주일이 남았으니 이 숙제글이 그리 늦은 편은 아닌데, 너희들이 블로그에 올려진 이 글을 다 읽게 되려나, 좀 걱정스럽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좀 알려줘.(못 봤다고 안 해 오면 모임에서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한다.)

   이제 대충 숙제글이 끝났으니 나는 다음 책 선정 작업에 들어가야겠다.(이 시간도 행복한 시간이다.) 또 9월 중순에는 이상석 선생님을 뵐 수도 있으니 책을 읽고 나서 생긴 궁금한 내용은 직접 물어볼 수도 있을 거니까 그것도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렴. 얼른 그 날도 왔으면 좋겠다. 우선은 다음 모임이 더 급하지만!!

   날이 무척 덥다.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는 모든 나무는 한여름 땡볕을 묵묵히 견뎌낸 나무이다. 우리도 묵묵히 견뎌나가자.

2011년 7월 땡볕에 느티나무 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1-07-2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생마냥 앉아서, 좀 생각해 봤어요.
'못난 것도 힘이 된다'를 읽지 않았지만, 제 자신의 못난 점도 한번 들여다 보고 말이죠~^^

여름 땡볕엔 느티나무 그늘이 소중하죠.

느티나무 2011-07-21 21:32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게 늘 힘든 숙제를 내지요^^;; 느티나무가 좀더 우람하게 자랐어야 그늘이 깊고 넓을텐데... 그냥 그렇습니다.
 

 

 

 

 

 

 

 

 

   나는 조지 오웰의 문체를 좋아한다. 그는 저널리스트답게 객관적 사실을 서술하는데 특히 엄격하다. 그런데 그 엄격함이 있기 전에 그의 고뇌라고 할까, 판단을 내리고 엄정한 태도를 취하기 까지의 망설임 같은 게 느껴진다. 그렇게 느끼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쉽게 말하긴 어렵겠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순정한 사회주의자였기에, 사회주의를 내세운 세력의 위선에 더욱 엄정하게 맞서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에 '스페인 내전(엔터니 비버, 교양인)'을 읽을 때는 내전 상황을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내전 상황의 얼개를 훨씬 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6월에는 좋은 문장의 책들을 꽤 읽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느낌의 공동체'는 발군이다. 여기저기에서 이 젊은 평론가에 대한 좋은 풍문 한두 마디는 이미 들었지만, 이제 문학평론책과는 서서히 멀어진 생활인이 된 탓에 첫 평론집이었던 '몰락의 에티카'는 놓쳤다.(최근에 이 책을 샀다.) 많은 독자들이 지적했지만, 이 짧은 산문집은 자기 문장을 가진 훌륭한 문학작품이다. 이 평론가는 여느 소설가보다도 더 분명한 자기 색깔의 문체로 자기 의견을 써나간다. 이 평론가는 문학이 다른 문학과의 본질적인 차이는 바로 '언어' 예술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평론가의 후한 평가는 문학의 언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평론가의 발자취를 따라 다니며 그의 평가 대로 책을 읽어보고 싶다. 

   바다의 기별은 소설가 김 훈의 에세이집. 언제나 그렇듯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한 문장을 읽을 땐 내 몸도 긴장하게 된다. 글을 읽으면서 그가 늘 말하는 몸으로 글을 밀로 나간다는 것이 무슨 느낌인지를 계속 떠올려보려고 애쓴다. 그가 쓰는 글은 온몸에 힘을 주고 휘두르는 칼과 같다. 글을 쓰는 그와 글을 읽는 내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의 글은 전혀 위협을 주지 못하고 단지 아름다운 칼춤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쓰는 그와 글을 읽는 내가 가까이 붙어 있으면  크게 다칠 것을 걱정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의 나는 어떤가?

 

 

 

 

 

 

 

  

   우리는 '삼성공화국'에 살고 있다.조정래의 허수아비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핍진한 소설이니만큼, 정말 소설 밖 현실도 아마 그럴 것이다. 책을 덥고는 분노를 넘어 서글픈 마음이 가득한데, 문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나같은 백면서생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을 생각한다'(김용철)를 읽었을 때만큼 생생한 현실 묘사. 역시, 소설은 힘이 세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라는 소설은 대학생 K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다.(나는 그 대신 밑에 있는 곰스크...를 선물로 줬다.) 소설은 3년 동안 모텔을 여행하면서 매일 밤마다 편지를 보내는 '지훈'의 이야기이다. 지훈이 이렇게 매일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다른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훈이 여행 중에 만났던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아무도 지훈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지훈은 매일 옆집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에게 도착한 편지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친구의 대답은 지난 3년 동안 한결 같다 - 아니! 나는 소설을 덮고 편지를 쓸까,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대체 누구에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퍼뜩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서 슬펐다.

   강남몽은 6월 초순에 읽었다. 생각해 보니 황석영 소설은 사서 읽은 게 없다. 이 책도 지인으로부터 오래 전에 선물 받은 책인데, 꽤 묵혔다가 이번에 읽게 됐다. 그 사이에 표절 논란이 지나가기도 했다. 정작 소설을 다 읽은 느낌은, 별로 재미가 없네,라는 것이다. 사건이 너무 단선적으로 전개된다는 점, 굳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야 했을까, 싶은 부분이 무척 많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 결론이 뻔한 소설은, 승패를 알고 보는 야구중계 만큼이나 긴장감이 없으니까... 

 

 

 

 

 

 

 

 

 

   동물동장은 이번에 조지 오웰의 마지막 책으로 읽었다. 사실, 오웰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책이지만  어쩐지 손길이 안 닿다가 이번에 조지 오웰에 푹 빠져 있는 동안 내처 읽었다.  

   이 책을 쓸 당시의 오웰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스페인 전쟁에 참전했을 때 스탈린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세력의 추악한(?) 이면을 확인했던 오웰이었기에 현실 사회주의의 허상에 대해 누구보다도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결국 오웰이 꿈꾸던 사회주의는 인민을 위한  이상으로서만 존재할 뿐이었다. 대신 현실의 사회주의는 인민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유사 파시즘적인 지배체제만 존재할 뿐이었다. 이상적인 사회주의자였던 오웰에게는 이런 현실이 당혹스럽게 받아들어거나 참담한 심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상이 현실에서 추악한 모습을 드러낼 때 절망하거나 투항하거나 침잠하기 마련인데, 오웰은 꿋꿋하게 이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 그게 바로 동물농장의 가치이다. 현실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풍자적 비판을 통해 사회주의자로서의 자신의 신념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오래 전에 산티아고에 빠진 적이 있었다. 앞으로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점찍어 둔 곳! 누구나 그렇듯 현실-내 마음 속에서 만들어 놓은-이 녹녹하지는 않아서 늘 마음을 품고 있는 곳이었는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몸살처럼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차서 무턱 대고 이 책을 사서 읽었다.(그러나 이미 이 책은 우리집 책장에 얌전히 꽂혀 있던 책이었다.)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는 이루어 진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믿어 볼 밖에... 진복이랑 저 길을 끝까지 걸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올거야, 오겠지!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는 무척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최근에는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책들은 많지만 '열정'이라는 특정한 프리즘을 통해 이 땅의 청년들의 삶을 통시적, 공시적 관점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는 점이 우선 새롭다. 제목처럼, 우리 사회-특히 자본-가 청년들에게 왜 열정을 강요하는지, 열정을 강요받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은 어떤지, 어떤 방식으로 열정을 강요하는지, 언제부터 이 열정을 강요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이 열정의 끝에는 과연 어뗜 미래가 펼쳐지는지를 각 장별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20대가 읽으면 생각할 게 많은 책이다. 그리고, "니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는 말은 쉽게 하지 말아야겠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따로두 권을 샀다. 내가 읽으려던 곰스크는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를 선물로 받는 바람에 다른 사람에게로 건너갔다. 마침 이 책이 그 때 그 순간 내 가방에 들어 있었으므로. 또 마침 미래를 고민하는 대학교 3학년 학생에게 어울릴만한 책이기도 했으므로. 한동안 곰스크에 대해 잊고 있다가 책을 읽은 녀석이 문자로 연락을 해 왔으므로. 그날 바로 주문을 넣고 책을 받았다.  

   단편인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단순한 이야기다. 또 뭔가 암시적이다. 단순하면서도 분명하지 않은 이야기. 그러니까 곰스크는 이 책을 읽은 여러 사람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곰스크가 있고, 모두 곰스크로 달려가고 있거나, 그 기차에서 잠시 내린 사람들이기도 하니까.  

   교실 밖으로 걸어나온 시는 독서평설이라는 고등학생용 잡지에 연재했던 시 안내서를 단행본으로 묶은 책이다. 글쓴이는 시인 김선우, 손택수. 고등학생들이 친절하고 정답게 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자분자분 설명을 잘 해 놓은 책이다. 눈높이가 고등학생에 맞춰져 있어서 읽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다. 좋은 시들이 주제나 소재별로 분류하여 해설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친절함이 돋보인다. 그렇지만, 나는 다 못 읽고 덮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학교가 무척 어수선하지? 방학이 코앞인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여느 방학 때와는 좀 다른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때일수록 자기 생각의 중심을 잡고 평상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리라고 본다.

   우리가 모여서 얘기를 나눈 지도 벌써 꽤 오래 되었네.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겠지만 ‘도그 빌’이라는 영화,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인간을 보는 관점에 대한 너희들의 생각을 충분히 들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영화가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그날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흘려보낸 시간은 반드시 우리에게 대가를 요구하더라. 그러니 지금 무의미하게 보내는 모든 시간이 아깝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는 거지. 다음에 어떤 대가를 요구할까?- 얘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고, 모임이 끝난 다음날부터는 기말 준비라는 블랙홀이 우리 마음을 몽땅 삼켜버렸기에 얘기할 기회가 사라졌다. 이렇게 불평만 늘어놓는 내 이야기의 요점은, 우리가 자주 모이지 못해서, 더 깊은 얘기를 나누지 못해서 아쉽다는 거다.

   이번 책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라고 했는데 재미있게 읽고 있나? 소설이라고는 해도 아마 문장 때문에 그렇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지? 그렇지만, 그 문장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책이 말하려는 주제는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지 간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바로 카타리나가 살았던 사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거든.

   이 책을 읽자마자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떠오른 일만 꼽아보려고 해도 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언론(특히 인터넷 언론을 포함해서)은 ‘사생활 보호’라는 ‘인권’의 기본 개념은 집단 관음증의 그럴 듯한 포장지인 ‘알 권리’라는 이기적인 논리에 파묻혀서 내팽개쳐져 있다. (욕망은 이성보다 힘이 세니까) 그 중에서 최근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일명, “지하철 막말남 동영상”. 이 동영상의 내용은, 지하철을 타고 가던 20대가 자신과 살짝 부딪혔다는 이유로 노인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하고, 옆에 있던 사람들도 말리지 못할 정도로 행패를 부린 상황이 일어난 거지. 누군가가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이 남자의 개인정보를 빼내서 인터넷에 알리자는 여론이 일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남자의 ‘신상 털기’를 했는데, 엉뚱한 사람의 정보를 잘못 올리는 바람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자, 너희들의 생각이 궁금하네. 처벌로서의 ‘신상 털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시 자기가 인터넷 댓글 달기에 열중해 본 적이 있다면 어떤 일이나 사건이었는지? 아니면, 직접 댓글을 달지는 않았지만, 달고 싶었던 사건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자기 경험을 중심으로 생각을 써 오면 좋겠다.

   참, 생활나누기 숙제가 빠졌네. 사실, 이 생활나누기 숙제는 꼭 해 보고 싶었던 거라 아껴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과제로 던진다. 우리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나무 사진을 찍어 오는 거다. 카메라로 찍고 그 나무의 이름을 알아오면 된다. 그냥 보면 그게 그거 같은 나무이지만 사진을 찍고, 이름을 알고, 나무에게 말을 걸다 보면 그 대상이 달라 보인단다. 우리 학교에도 얼마나 다양한 나무가 있는지 알게 될 거야.[10개 정도면 찍어 오면 너무 적을까?] 이게 싫은 사람은 A4 용지 크기 정도에 가장 맘에 드는 나무 한 그루를 그려 오시라. (이런 사람에게 특별히 ‘노력상’을 주겠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나무를 그리면서 들었던 자기 느낌을 적어 오도록 하렴.

    모임은 일단 다음 주 화요일(12일)로 예정되어 있지만 너희들도 알고 있듯이 상황이 좀 유동적이다. 오늘 모여서 의논해 보자. 그리고 방학 계획도 같이 좀 생각해 보고.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건 내 마음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일이란 거 명심해라. 그렇기에 지금 네가 할 일은 책을 정성껏 정독하는 것, 숙제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정리해 오는 것이다. 그럼 나중에 보자.


-2011년 7월, 느티나무가 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흔적미술관에서

   깊은 산속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바람흔적미술관. 합천에 있는 미술관은 이미 몇 번 다녀왔지만 남해는 처음이다. 미술관 앞마당에는 바람의 흔적을 상징하는(?) 예쁜 바람개비들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바람흔적미술관 앞마당에서 어색한 표정의 진복이

   (쉬가 마려울 땐 항상 저렇다!) 요새는 놀러만 나가면 사진기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사진기에 흥미가 많고 피사체를 사진기 속에 제법 담아낼 줄도 안다.

 

   멋진 바람개비의 모습으로

   제발 사진 한 장만 찍어두자고 했더니 한참 후에야 저렇게 하고 찍겠단다.(저게 바람개비의 모습이라나?) 점점 개구쟁이가 되어가는 녀석! 주황색 바람개비를 갖고 싶다고 한다.

 

   여기는 남해편백자연휴양림 

   산책로에서 편백나무껍질을 들고! 휴양림 산책로가 아주 멋있었다. 편백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주운 편백나무 껍질을 들고 역시나 어색한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응한 녀석! 

 

   남해의 문항갯벌체험마을에서, 복이가 건져올린 건 뭐? 갯벌 체험에서는 엄청 진지한 모습이다.혼자서 조개도 캐면서 갯벌 탐구중이다. 저 날 잡았던 조개는 며칠 동안 맛있는 조개탕으로 냠냠냠!

 

   더 없이 푸른 노고단 정상을 바라보며 여기는 노고단 고개. 저 멀리 환한 초록색 융단이 펼쳐져 있다. 진복이는 성삼재에서부터 제 힘으로 걸어서 노고단 고개까지 걸어 올라왔다. 약 3km의 오르막인데도 씩씩하게 잘 올라와서 기특했다. (지난 번에 성삼재에 왔을 때는 생각보다 날도 춥고 힘들어서 포기해고 내려갔는데 그새 조금 더 자랐나 보다.)

 

   언제나 넉넉한 반야봉을 보다.

   언제나 푸근하게 느껴지는 반야봉이다.  노고단 고개의 날씨는 무척이나 맑았는데도 바로 앞, 반야봉 근처는 구름이 몰려있어 산이 시커멓다. 저 뒤쪽으로 보이는 아득한 봉우리들이 잇달이 있다.

 

   노고단 고개의 돌탑에 오른 진복이.  

   딱 시기가 높은데 올라가는 걸 좋아할 나인가 보다. 뭐든 혼자서 해 보려고도 하고. 고개 옆에 커다란 돌탑이 있는데 거기도 무조건 높이 올라가보려고 기를 쓴다. 그러나 원체 겁이 많아서 높이 오르지도 못하고 딱 거기까지~! 

 

   노고단 정상을 배경으로 한 컷~!  

   아마 카메라를 제 손에 쥐어주지 않아서 약간 삐친 눈치! 성의 없는 자세로 자세를 잡고 주고(?) 있다.  녀석이 저 아름다운 풍경을 오랫동안 제 마음에 고이 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노고단의 무넹기에서 바라본 구례 방면.  

   저 V자 형태의 계곡 아래에는 화엄사가 있을 테고, 화엄사 더 멀리 보이는 곳이 바로 구례군 구례읍이다. 저 계곡 중턱에서부터 운무가 끼었을 때 이 자리에서 보는 풍경은 금상첨화! 이런 풍경 때문에 지리산을 깊은 산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무넹기 전망대에서 모처럼 사진 찍는데 협조하는 녀석.  

   몇 장 사진을 찍고 나서 냉큼 사진기를 달라고 한다. 저 자리에서 찍었던 여러 장 중에서 그나마 가장 괜찮은 사진인데, 영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오산 아래에 있는 사성암에서 바라본 구례읍내.  

   사성암은 구례읍내를 사이에 두고 지리산의 노고단과 마주 보고 있는 오산 아래에 있는 암자이다. 마을에서 암자까지는 임도가 나 있지만 거리가 4km 정도라서 걷기가 만만치 않다. 마을에서 암자까지 셔틀버스가 있어서 왕복 차비를 내고 암자에 올랐다. 절벽 아래에 있는 암자의 모퉁이를 돌아가니 펼쳐지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경!   

 

   섬진강민물고기체험관의 수달 동상에서

   구례와 하동을 잇는 19번 국도변에 섬진강민물고기체험관이 있다. 엄청나게 큰 전시관과 함께 야외에는 동물원 처럼 수달을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동물원 앞에는 작은 동상들이 몇 개 있어서 사진 한두 장을 찍었다. 이 사진을 찍고 실내전시관으로 이동!  

 

이제는 피곤한가 보다 

   드넓은 전시관을 다 둘러보고 휴게실 같은 곳에서 잠시 앉아서 찍은 사진. 몹시 지친 표정이다. 넓은 전시실인데 아직까지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관람객이 거의 없다. 진복이들 데리고 이제는 집으로 나서려고 하는데...... 

 

   아예 이렇게 퍼질러서 눕는다. 누우려는 녀석을 안아서 전시실을 나온다. 많이 피곤한가 보다. 섬진강민물고기체험관을 나와서는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양철나무꾼 2011-06-22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복이 얼굴 잘 봤습니다.
표정이 무궁무진하네요~^^

느티나무 2011-06-22 17:59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평하길, 아빠랑 아들이 붕어빵이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