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갈대와 철새

   감탄사만 터지게 하는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서 갯벌과 갈대와 철새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갯벌을 자세히 보시면 철새들이 잠들어 있는 걸 알 수 있겠지요?

 


시린 하늘

   갈대 사이에 누워 바라 본 하늘. 아침에 내린 비 덕인지, 오후엔 하늘이 저렇게 파랬습니다. 어쩌면 하늘이 저럴 수가 있을까? 을숙도에서 감탄사를 남겨야 할 대상이 하나 더 늘었네요. 갯벌, 갈대, 철새...그리고 하늘!

 


울음이 타는 겨울강?

   눈앞의 섬들은 이제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저녁 햇살을 받아 점점 흐려진다. 이제 곧 어둠이다!

 

아미산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낙조

   저녁 해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땅, 낙동강 하구를 비춘다. 강원도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도 이제 바다를 만나 겨울잠을 자러 가는가 보다.

 



철새들의 群舞

   해지는 저녁, 이제 모두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려고 한다. 그건 새들도 마찬가지다. 오륙도를 향해 가는 가마우지떼들의 무리.


몰운대

   다대포에서 바라 본 몰운대의 끝자락! '沒雲'이라...다대포 모래밭을 한 없이 거늘다가 몰운대를 보니 벌겋게 한껏 달아오른 뒤 식어가는 몰운대가 애처롭다.

 


흔적

   존재는 모두 흔적을 남긴다. 물결이 육지로 드나들었던 흔적들. 육지로 올라와 무엇을 하고 다시 바다로 내려갔던 것일까?

   2003년 12월 11일, 함께 했던 모든 사람을 기억하고 싶다. 박옥진선생님, 김옥이선생님, 송종호선생님, 정순진선생님, 김영호선생님, 김정미선생님, 홍송희선생님, 이효숙선생님, 느티나무! 좋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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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향한여행 2003-12-1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을숙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인데 철쭉과 진달래 유채꽃 들이 있는 이 예쁜곳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로 인해 많이 더럽혀 졌다. 예전에는 새들도 많이 볼수 있었는데...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

   - 도종환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
이 땅의 사장 순박한 아이들 곁으로
나룻배 타고 강 건너며
강물 위에 반짝이는 아침 햇살 만지며 오는 아이
등굣길에 들꽃 여러 송이 꺾어와 교탁에 꽂는 아이
논둑밭둑 땀으로 적시고 풀잎냄새 풍기며 일하는 아이
과일냄새 흙냄새가 단내로 몸에 배어 달려오는
그런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
파도를 가르며 이 땅의 가장 궁벽진 섬으로 갑시다.
어젯밤 갱도에 아버지를 묻고 검은 눈물 자국
아직 지워지지 않은 아이들 곁
지게마다 가득가득 빈곤을 지고 한평생 땅을 파다
얼굴빛 흙빛이 된 아버지를 둔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그들이 삼킨 눈물
그들이 귀에 못박이도록 들은 신음소리 곁으로 갑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
거짓이 없는 학교로 갑시다.
아이들의 초롱한 눈 속이지 않는 학교로 갑시다.
올곧은 말씀 진실한 언어로 가득 찬 교과서 들고
교실문 들어설 수 있는 학교로 갑시다.
끝종소리 들으며 진리를 바르게 가르친 보람으로
가슴 뿌듯해오는 그런 학교로 갑시다.
가서 티끌 만한 거짓도 걷어내는 선생님이 됩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 
휴전선 철조망 바로 아래에 있는 학교까지 갑시다.
바람 부는 중강진, 개마고원 그곳까지 갑시다.
가서 우리가 새로이 하나되기 위해 몸 던지는 선생님이 됩시다.
어떻게 이 나라 이 만족 역사가 그릇되었으며
어떻게 진정으로 하나 되는 젊은이가 되어야 하는지 가르치다
청정하던 젊음 백발이 될 때까지 가르치다 쓰러져
그 곳에 뼈를 묻는 선생님이 됩시다.


- 오직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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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3-12-1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도 어렵게 찾았는데,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무슨 문제가 있나?
 

부산역에서

   고등학교 때 겪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대학을 입학하게 되었고, 나는 그 때는 이미 애늙은이였다.  학교 안팎에서 열심히 싸우는 선배들이,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고, 그들의 무지막지한 용기에 감탄하기도 했었다. 내 친구들도 하나 둘 깊이는 아니지만, 그 주변에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시위 대열에 들어갔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내 딴에는 신중하게 판단해 보고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되는 것만 골라서 했다!) 오로지 그 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는 것만 하고 싶었고, 적으나마 내가 쓸 돈은 내가 벌어야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금,  내가 제대로 된 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진실로 인간됨의 괴로움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2003년 11월 26일 오후, 부산역!

바르게 사는 삶을,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가야 하는 것을 고민하게 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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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학교 환경입니다. 아직 모든 것이 낯선 만큼 모든 게 새롭게 보이고, 지금까지는 긴장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편하게 고수해 온 관념이 깨어지고, 인식의 폭을 함께 넓히는 과정인가 봅니다. 긴장하고 있는 아이들도 저와 같은 생각, 또 마음이겠지요?
   저는 두고 온(?)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마음이 무겁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가  곧 다가올 그 아이들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새롭게 부임하신 좋은 선생님들이 그 녀석들의 삶을 보듬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 학교가 학교특색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강요하는 ‘영어듣기 방송’, 최소한의 절차적 과정도 밟지 않고 실시하는 0교시 보충수업, 꽉 짜인 1-6(7)교시 정규수업, 또 7교시 특기적성교육을 빙자한 불법 보충수업, 제 눈에는 감독비에 눈이 멀어서 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이는 8교시 방송수업, 그리고 9시까지의 야간타율학습... 모든 학교 생활이 입시와 관련되어 학생들을 옥죄고 있는 곳입니다.
   이런 곳, 이런 상황에서 저는 아이들을 위해 조그만 ‘틈’을 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숨쉴 수 있는 작은 시도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제 자신이 아이들에게 신선한 파격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입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활동일지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실천할 수 있는 과정이라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경험이라면 공간이나 기회를 마련해 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올해는 1-3반 담임을 맡았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과 행복한 꿈을 꾸고 싶습니다. 저 혼자 행복에 겨운 것이 아니라, 우리반 아이들 각자가 모두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학급이 되었으면 합니다.
   첫담임을 맡은 것처럼 저는 우리반 아이들이 마냥 귀엽습니다. 학급운영의 구체적인 실천지침을 아직 세우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이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주려고 합니다. 학교 전체의 방침에 눈치보지 않고 학생들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로 올해 학급운영의 기본적인 자세로 삼으려고 합니다.

1. 신상명세서 쓰기
   지난 학교에서 쓰던 자료로 ‘선생님께 보여드리는 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습니다. 아이들이 무척 신기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2. 급훈 정하기
   어제 급훈을 정했습니다. 쪽지를 나눠주고 자기가 생각하는 급훈을 쓰라고 했습니다. 장난 반 진지함 반으로 써냈는데,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지구를 살리자"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반 급훈은 그것으로 결정되었지요. (개인적으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3. 가정통신문 보내기
   비록 통신문 형태이기는 하지만 학부모님들께 제가 생각하는 교육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서 학부모님께 전달이 잘 되는 것 같아 잘 활용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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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가 끝나고

   시간은 살같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처음 아이들을 만나 ‘저 녀석은 어떻게 살고 있나?’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대했던 게 어제 같은데, 지금은 벌써 1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여전한 고민이지만 ‘아이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 ‘학생 한 명 한 명과 서로 마음을 열어두고 만나고 있느냐’고 저 자신에게 물어보면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날적이를 통해서 보면 아이들은 점점 힘에 부쳐하는 내 모습을 보고는 안타까워하곤 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처음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날카로운 아이들은 제 마음이 조금씩 무뎌지는 저의 작은 변화도 예리하게 지적해 내고 있습니다.
   지난 번 모임에서 계획한 학기말 수박 먹기 대회와 가정통신문 보내기, 학기말 설문지는 했거나, 준비를 다 끝냈습니다. 수박 먹기 대회는 지난 토요일에 이미 했고, 준비해 둔 가정통신문은 내일 저녁에 보낼 생각이고, 학기말 설문지는 내일 적당한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하고 방학 첫 주말에 꼼꼼하게 읽어 볼 예정입니다.

[수박 먹기 대회]

   수박 먹기 대회는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지만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그 드라마틱한 과정을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네요 ^^;)
   일곱 덩이의 수박-한 통은 식당-으로 무사히 대회를 했습니다. '그 살아있는 표정!' 그걸 보는 게 ‘선생 노릇’하는 맛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동안 그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무척 행복해지더군요. 저의 지난 일주일의 피곤함도 이 아이들의 표정과 함께 가볍게 풀렸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저는 우승 상품으로 매점교환권을 만들어서 한 턱 쏘았답니다.

  [수박 먹기 대회 진행] 식당에 말씀드려서 반달모양으로 수박을 잘랐습니다.(식당에 수박 한 통을 드렸습니다. ^^) 교실에 신문지를 깔고, 모둠별로 모여 앉게 했습니다. 모둠별로 순번을 짤 수 있도록 시간을 배려하고, 모둠 구호를 마련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모둠별로 정해진 순서대로 나와서 빨리 먹기 시합을 했습니다.(잘라 먹거나 많이 흘리면 반칙으로 간주한다고 주의를 줍니다.)
  1등한 모둠에게는 20점, 2등 10점, 꼴찌 모둠은 -10점을 줘서 마지막으로 점수를 합산하게 했습니다. 우승 모둠에게는 매점교환권을 선물로 줬습니다. 청소가 깔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전체 진행하는데 걸린 시간은 40분 정도였습니다.

[학기말 설문조사]

   서부산공고에서처럼 심장약을 먹어야 할 정도일까요? 저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정성 들여서 준비한 설문지에 아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써놓은 낱말 하나 하나가 큰 상처가 되어 스스로 힘들어하던 때가 있었답니다. 그 때 우리가 설문조사지를 돌리면 ‘우와 간 크네~!’ ‘아마 안정제 먹어야할 걸?’ 뭐 이런 농담을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선생 하기 나름이겠습니다마는 이 학교의 아이들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아이들이 아니니, 스스로 거를 것은 거르고 이야기하겠지요. 그래도 제가 잘못한 게 많은 건지 설문지를 돌리는데 쉽게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국어 수업에 대한 설문은 한 번 받아보고 싶은데, 올해 학급 운영은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고, 학급행사, 개인 상담 등 모든 활동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어서 제대로 된 설문내용이 없을 정도입니다. 고쳐야 할 점이 많은 건 인정하겠지만, 아무 것(?)도 한 게 없어 고쳐야 할 게 아무 것도 없다면 얼마나 무안할까요?
   그래도 어렵게 용기를 내어 전에 만들어 둔 학년말 설문지를 수정하여 학기말 설문지를 만들었습니다. 학년말 설문지를 고치면서 ‘아~ 그 땐 이렇게 바쁘게 살았구나!’ ‘애들과 이런 일도 같이 했었구나!’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 그 마음이라도 가지고 사는지 물어야겠습니다.

[가정통신문 보내기]

   세 번째 가정통신문을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집에서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답니다.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는 더 하다고 합니다. 한 두 분의 학부모님이라도 자식들의 학교 생활이 무척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에 가정통신문을 씁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짧게 소개해 드리는 정도입니다만 지난 번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나서 학부모님께 답장을 받고 한 동안 무척 기분이 좋고 학급 운영하는데 힘이 생겨 무척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수박 먹기 대회 이야기도 쓰고, 모의고사, 학기말 시험 이야기, 그리고 방학 때 특기적성교육을 빙자한 보충수업-물론 이렇게 쓰지는 않았지만-을 한다는 소식도 전해드렸습니다. 이런 소식 전하기가 학부모와 소통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작년에 우리 모임에서 ‘학부모’ 이야기를 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참, 의욕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새삼 떠올라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모두 이기적인 학부모들만 모여 있는 것 같은 이 학교에서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지 않으면 진정 학부모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기말 마무리에 터진 ‘사고’]

   어제 우리반 아이들에게 덜컥 이야기해 버리고 말았답니다. 이 녀석들이 하도 방학이 없다고 투덜거리기에 ‘그럼 8월 14-15일(저희 학교 특기적성교육이 끝나는 날이거든요)에 샘이랑 학교에서 야영할까?’했더니 모두가 대찬성이랍니다. 아이들과 한 약속이니 어쩔 수 없이 해야할 것 같아서 저녁에 교감샘께도 허락을 얻었습니다.
   이번 방학은 별다른 고민 없이 학급야영 준비에 시간을 좀 투자해야할 것 같습니다. 학교에 같이 하실 분이 있는가 좀 살펴보고 나름대로 꾸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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