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가 끝나고
시간은 살같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처음 아이들을 만나 ‘저 녀석은 어떻게 살고 있나?’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대했던 게 어제 같은데, 지금은 벌써 1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여전한 고민이지만 ‘아이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 ‘학생 한 명 한 명과 서로 마음을 열어두고 만나고 있느냐’고 저 자신에게 물어보면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날적이를 통해서 보면 아이들은 점점 힘에 부쳐하는 내 모습을 보고는 안타까워하곤 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처음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날카로운 아이들은 제 마음이 조금씩 무뎌지는 저의 작은 변화도 예리하게 지적해 내고 있습니다.
지난 번 모임에서 계획한 학기말 수박 먹기 대회와 가정통신문 보내기, 학기말 설문지는 했거나, 준비를 다 끝냈습니다. 수박 먹기 대회는 지난 토요일에 이미 했고, 준비해 둔 가정통신문은 내일 저녁에 보낼 생각이고, 학기말 설문지는 내일 적당한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하고 방학 첫 주말에 꼼꼼하게 읽어 볼 예정입니다.
[수박 먹기 대회]
수박 먹기 대회는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지만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그 드라마틱한 과정을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네요 ^^;)
일곱 덩이의 수박-한 통은 식당-으로 무사히 대회를 했습니다. '그 살아있는 표정!' 그걸 보는 게 ‘선생 노릇’하는 맛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동안 그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무척 행복해지더군요. 저의 지난 일주일의 피곤함도 이 아이들의 표정과 함께 가볍게 풀렸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저는 우승 상품으로 매점교환권을 만들어서 한 턱 쏘았답니다.
[수박 먹기 대회 진행] 식당에 말씀드려서 반달모양으로 수박을 잘랐습니다.(식당에 수박 한 통을 드렸습니다. ^^) 교실에 신문지를 깔고, 모둠별로 모여 앉게 했습니다. 모둠별로 순번을 짤 수 있도록 시간을 배려하고, 모둠 구호를 마련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모둠별로 정해진 순서대로 나와서 빨리 먹기 시합을 했습니다.(잘라 먹거나 많이 흘리면 반칙으로 간주한다고 주의를 줍니다.)
1등한 모둠에게는 20점, 2등 10점, 꼴찌 모둠은 -10점을 줘서 마지막으로 점수를 합산하게 했습니다. 우승 모둠에게는 매점교환권을 선물로 줬습니다. 청소가 깔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전체 진행하는데 걸린 시간은 40분 정도였습니다.
[학기말 설문조사]
서부산공고에서처럼 심장약을 먹어야 할 정도일까요? 저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정성 들여서 준비한 설문지에 아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써놓은 낱말 하나 하나가 큰 상처가 되어 스스로 힘들어하던 때가 있었답니다. 그 때 우리가 설문조사지를 돌리면 ‘우와 간 크네~!’ ‘아마 안정제 먹어야할 걸?’ 뭐 이런 농담을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선생 하기 나름이겠습니다마는 이 학교의 아이들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아이들이 아니니, 스스로 거를 것은 거르고 이야기하겠지요. 그래도 제가 잘못한 게 많은 건지 설문지를 돌리는데 쉽게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국어 수업에 대한 설문은 한 번 받아보고 싶은데, 올해 학급 운영은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고, 학급행사, 개인 상담 등 모든 활동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어서 제대로 된 설문내용이 없을 정도입니다. 고쳐야 할 점이 많은 건 인정하겠지만, 아무 것(?)도 한 게 없어 고쳐야 할 게 아무 것도 없다면 얼마나 무안할까요?
그래도 어렵게 용기를 내어 전에 만들어 둔 학년말 설문지를 수정하여 학기말 설문지를 만들었습니다. 학년말 설문지를 고치면서 ‘아~ 그 땐 이렇게 바쁘게 살았구나!’ ‘애들과 이런 일도 같이 했었구나!’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 그 마음이라도 가지고 사는지 물어야겠습니다.
[가정통신문 보내기]
세 번째 가정통신문을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집에서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답니다.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는 더 하다고 합니다. 한 두 분의 학부모님이라도 자식들의 학교 생활이 무척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에 가정통신문을 씁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짧게 소개해 드리는 정도입니다만 지난 번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나서 학부모님께 답장을 받고 한 동안 무척 기분이 좋고 학급 운영하는데 힘이 생겨 무척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수박 먹기 대회 이야기도 쓰고, 모의고사, 학기말 시험 이야기, 그리고 방학 때 특기적성교육을 빙자한 보충수업-물론 이렇게 쓰지는 않았지만-을 한다는 소식도 전해드렸습니다. 이런 소식 전하기가 학부모와 소통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작년에 우리 모임에서 ‘학부모’ 이야기를 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참, 의욕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새삼 떠올라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모두 이기적인 학부모들만 모여 있는 것 같은 이 학교에서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지 않으면 진정 학부모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기말 마무리에 터진 ‘사고’]
어제 우리반 아이들에게 덜컥 이야기해 버리고 말았답니다. 이 녀석들이 하도 방학이 없다고 투덜거리기에 ‘그럼 8월 14-15일(저희 학교 특기적성교육이 끝나는 날이거든요)에 샘이랑 학교에서 야영할까?’했더니 모두가 대찬성이랍니다. 아이들과 한 약속이니 어쩔 수 없이 해야할 것 같아서 저녁에 교감샘께도 허락을 얻었습니다.
이번 방학은 별다른 고민 없이 학급야영 준비에 시간을 좀 투자해야할 것 같습니다. 학교에 같이 하실 분이 있는가 좀 살펴보고 나름대로 꾸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