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글밭 나래 우주인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올해도 한참 늦은 활동집을 냅니다. 늘 그렇듯이 세상에 없던 무엇이 온전히 제 꼴을 찾아 모양을 갖춰 나오는 데는 제 나름의 산고(産苦)가 따르나 봅니다. 지난 초겨울부터 시작했던 작업이 이제야 마무리되어 모두를 대신해 제가 이렇게 짧은 인사말을 씁니다.
글밭 나래 우주인이라는 이름의 동아리가 만들어진 때는 벌써 6년 전입니다. 물론 해마다 학습(독서) 동아리를 했던 건 아니었고, OO고에서 3년, OO고에서 1년이니 4년 동안 독서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동아리 활동의 연륜이 쌓이는 만큼 독서 동아리 활동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되돌아 보면 부끄러워집니다. 이 부끄러움은 담당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생각할 때마다 그렇습니다.
OO고에서 새로 시작한 2010년 글밭 나래 우주인은 처음으로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아리 회원을 뽑고, 이 친구들과 즐거운 1년을 보냈습니다. 적어도 고등학교 2학년은 돼야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책들을 무리 없이 잘 읽어내며, 제가 낸 어려운(?) 과제를 척척 해오고, 모임에서는 발표도 열심히 하려고 애쓰고, 활동 후기도 제 때 정리해 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우리 동아리 활동에 대한 애정은 어찌나 넘치는지 담당교사가 동아리 활동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해 온 독서동아리 활동, 근처 학교의 독서동아리 모임과 함께 다녀 온 여름독서캠프, 열심히 준비한만큼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시낭송대회에서 대상까지 받았던 시극(詩劇), 지난 겨울 소박하지만 속 깊은 얘기가 있었던 겨울 모꼬지, 그리고 이어진 이 활동집 준비까지... 돌아보면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쉬움과 함께 늘 주어진 상황 속에서 열심히 해 왔다는 자긍심도 함께 떠오릅니다.
이 동아리 활동집은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활동했던 내용을 기록한 중간보고서입니다. 우리는 이 중간보고서를 뒤로 하고 다시 1년을 더 달리기로 했습니다. 아마, 지난 1년보단 조금 더 용감하게 달릴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용기를 내서 도전하는 만큼, 모든 일은 가치가 생긴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거든요. 올해는 우리가 해 보고 싶은 건 뭐든 시도해 보겠습니다. 좋은 결과는 우리 몫이 아닙니다. 그냥 우리에게는 지난 1년처럼 우리 앞에 놓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 '도전'해 왔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입니다. 내년에 동아리 활동집에는 어떤 글이 담길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중간에 어쩔 수 없이 우리 학교를 떠나게 되면서 동아리를 못 하게 된 민서, 민지를 포함해서 열네 명의 멋진 학생들에게 이제 이 동아리 활동집이 진짜로 나온다는 사실을 말해야겠네요. 그들 모두와 함께 겪은 소중한 기억들이 이젠 글자들 사이에 스며들어 각자의 책장 한 켠에서 오롯이 담겨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학생들이 이 책을 다시 들추게 되는 날이 온다면 아마 그날은 무척 행복한 하루가 되리라 믿습니다.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2011년 4월에, 느티나무가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