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가 나왔을 때, 언젠가 읽게 되겠지, 라는 생각만 하고 이상하게 책을 사게 되지는 않았는데, 연말에 프레시안에선가 '2010년 올해의 책' 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퍼뜩 정신이 들어 책을 샀다. 작년 말에 나름 열심히 읽었다. 엉뚱하게도 노무현의 독백-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은, 자조였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심정으로 한 말이지? 

   수도원의 죽음,을 읽게 된 이유는 명확하지가 않다. 아마 양철나무꾼님의 서재에서 봤었나? 아무튼 명확하지 않은 게 분명한 사실이다. 작년에 대지의 기둥을 읽고 뭐랄까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어떨까 싶었는데,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 정도면 아주 만족한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도 프레시안에서 소개한 글을 보고 사서 봤다. 이런 책이 있는 지도 몰랐는데 덕분에 한 권 건진 셈이다. 여러가지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예전부터 20대들을 질타(?)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정치를 '놀이'와 '게임'으로 생각하는 20대라는 부분을 보면서 그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 놀이는 내가 불리하다 싶으면-혹은 재미없으면- 손 털고 나와도 되는 비일상적인 영역의 페스티발이 아닌가? 그럼 책임은? 20대도 책임을 생각해야 할 나이인 것은 분명하다고 보는데...... 

  

 

 

 

 

 

 

  

   아깝다 학원비,는 예전부터 사려고 봐 둔 책! 그 전에 소책자는 못 봤지만 이 책을 봤으니 소책자는 안 봐도 될 듯하다. 우리 사회는 자녀 교육에 관한한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사회.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쥐떼와도 같다. 나도  내 아이들 어떻게 키울까 다시 고민해 본다. 그리고 내 수준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도 생각해 봤다. 아빠와 함께 독서기록장 쓰기, 주중에 도서관 다니기, 구민운동장 산책하기.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활용하기...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겠다.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은 마노아님의 서재에서 보고 고른 책인듯 하다. 송경동, 송경동, 송경동... 용산참사, 기륭전자, 추락 부상... 전에는 뉴스에서 신문에서 얼핏얼핏 들었던 낱말들인데, 시를 읽으면서 저런 단어들이 하나로 쭉 꿰어졌고 나의 무심함에 부끄러웠다. 시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 우리나라는 89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얼마나 멀리 왔나. 이 시를 읽으면 우린 여전히 그 시대의 언저리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삶이 곧 시가 되는 사람의 흔적을 더듬는 일은 여전히 가슴 저리다.

   올해 책읽기- 일단, 시작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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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1-1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을 좋다는 입소문만 듣고 샀는데, 처음에 교감샘께 선물할 생각이었어요. 첫번째 시를 읽고서 그쪽 번지수가 아니구나...하며 제가 갖기로 했어요.^^;;;

느티나무 2011-01-11 09:31   좋아요 0 | URL
교감샘께 전해드렸으면 대박이었겠는데요.ㅋㅋ 아니, 이 책을 왜? 이런 생각을 하셨겠죠?ㅋㅋㅋ

양철나무꾼 2011-01-11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지의 기둥이 왜 힘드셨을까요?
수도원의 죽음, 나름 괜찮죠?
어둠의 불도 읽을만 해요.

아깝다 학원비, 한권만 비껴가네요~^^

느티나무 2011-01-11 09:33   좋아요 0 | URL
드리마를 보면 주인공이 계속 위기에 빠지고 어떻게 어떻게 해서 그 위기를 넘기면 다음 위기가 나오고... 이런 구조가 반복되잖아요. 그런 구조가 무한 반복된다고 해야 할까?ㅋㅋ 끝까지 읽었는데, 마음이 좀 지치더라구요. [사실, 그래서 드라마 안 보거든요.]
 

   흙집세상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은 지리산자연휴양림으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전날 내린 눈 때문에 휴양림으로 가는 빠른 길-성삼재를 넘어가는 길-이 막혔다고 했다. 게다가 흙집세상에서 하룻밤을 잤던 일행들은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흙집세상에서 하루 더 머물고 싶다고 했다. 하루 더 자기로 정하고 나서 낮에 동네 마실 삼아 나선 곳은 쌍계사! 

   쌍계사는 여러 번 다녀온 절이다. 두 계곡이 만나는 곳-쌍계-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위치는 좋지만 문화재가 많은 곳은 아니라서 그냥 늘 심심한 곳이었다. 더구나 올 때마다 어쩌면 그리도 사람이 많은지! 그런데 이번엔 그 큰 절에 놀랍게도 외국인 일행과 우리 밖에 없었다. 눈 녹는 소리만 이따금 들리는 한가롭고 여유로운 절집의 오후,를 만끽했다.  

천왕문에서 내려다 본 절집의 입구 

 

사천왕이 지키고 있는 문을 지나면 탑과 석등이 우뚝 서 있다.  

 

한껏 위용을 뽐내고 있는 대웅전, 계단의 맨 끝, 절 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감로수 주변  

 

쌍계사 대웅전 기둥에 기대서서  

 

대웅전 옆 꽃담장   

 

아기자기한 건물들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2010년 12월 어느 날, 이진복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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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에는 제법 여행을 많이 다녔다. 직장인지라 평일에는 엄두도 못 내고 주로 주말을 이용해서 부산에서 가까운 곳으로 여러 번 다녔다. 주로 경남북, 전남북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이제는 여행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지금보다 좀더 젊었을 때는, 많이 보고, 읽고, 듣고, 먹고... 그런 게 남는 건 줄 알고 작은 시간도 짜내서 한 곳이라도 더 다니려고 종종걸음을 걸었다. 그 때는 하루 한 두 번 밖에 안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안 되면 몇 km를 걸어서라도 꼭 보고 싶은 곳을 찾아가곤 했다. 그 때 다닌 곳은 주로 답사지. 여행을 가기 위해 답사 안내책도 제법 열심히 읽었다. 누가 여행을 가자고 하면, 항상 첫 번째 질문이 "거기 뭐 있는데?"였다.  

   지금은 그런 욕심을 좀 많이 버렸다. 여기 언제 다시 오겠노? 이런 생각을 했던 여러 곳도 시간이 지나니까 결국 다시 들르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아니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이 시간이 지나니까 많이 깨졌다. 그냥,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서도 무엇을 많이 보고, 느끼겠다는 욕심도 많이 줄었다. 어쩌면 편안함과 게으름은 동전의 양면인 듯 싶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지리산 자락에 있는 흙집세상이라는 곳이다. 흙집세상은 흙집으로 지은 '펜션'이다. 우리 학교 김OO 선생님이 다녀온 뒤로 나에게 귀뜸해 준 집이다. 지리산 자락,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깊은 골짜기의 예쁜 집이다.  

   오후 3시에 도착하니 인상 좋은 주인장께선 벌써 방에 군불을 지피고 계셨다. 인사를 나누고 방에 짐을 푸는데, 눈발이 슬슬 날렸다. 부산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눈을 봐서 좋긴 한데, 이날 이사를 하느라 짐만 풀어놓고 저녁에 이곳으로 오기로 했던 장OO네 가족 때문에 걱정이 됐다. 어스름이 깔리니 눈발은 더욱 굵어졌다. 아마도 이제 차가 다니지 않는 산골의 도로는 눈에 덮혔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못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조바심이 났다. 저녁 8시 차가 미끄러워서 못 간다는 전화가 왔다. 주인장께서 화개면까지 차를 몰고 데리러 갔다.  

   저녁 9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준비해 간 고기를 주인장께서 직접 숯불에 구워서 방안으로 들여주신다. 창 밖으로 눈은 쏟아지는데 방안에서 숯불구이로 저녁을 먹는 밤. 저녁을 먹고 간식으로 먹은 군고구마는 어찌 그리 달콤하던지. 주인장께서 아궁이에 장작을 어찌나 많이 넣으셨는지 아랫목은 3초도 서있기 힘들 정도로 절절 끓었다. (잠은 아랫목을 피해 윗목이랑 벽쪽에 붙어서 자야 했다.)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밤이었다. 

흙집세상 전경[오후부터 눈이 내렸다.] 

 

우리가 잤던 방[형제봉] 

 

방 옆에 잔뜩 쌓아둔 장작더미-진복이가 문을 열고 빼꼼히 본다. 

 

우리 방의 내부[창문, 방문, 지붕] 

 

흙집세상의 야경 

 

흙집세상 텃밭에서 바라본 지리산 자락[칠불사 근처인 듯] 

 

이진복 군과 장하윤 양[참고로, 사진에 나온, 미소가 아름다운 남자는 내 친구, 장OO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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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보충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동아리 친구들 얼굴 봐서 좋긴 한데, 벌써 방학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드니 이 일을 어쩌냐? 참 답이 안 나오는 학교 시스템이다. 전에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우리나라의 학교가 맡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은 아마도, ‘탁아(託兒)’기능이 아닐까 싶다. 너희들이 집에서 빈둥거리는 걸 보시면 아마 일주일도 못 참으실 거다. 근데, 뒤돌아서 생각해 보니, 그 빈둥거리는 시간, 참 소중하더라. 빈둥거리는 게 시간을 죽이는 게 아니라, 자기 내면이 성장하는 시간이기도 했거든. [단, 빈둥거릴 땐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게임은 잠깐 멈추시라.]

   방학을 핑계 삼아 너희들에게 책 몇 권 추천해 보려고 한다. 너희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 적어도 300권은 되는데, 앞으로 우린 몇 번 만나지 못할 것 같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이건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인 거 같다. 아쉬워도 할 수 없이 방학에 읽을 책 서너 권을 추천해도 이렇다. 이 중엔 같이 읽고 얘기 나누고 싶은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꼭 스스로 찾아서 읽어 보도록!! 물론 다 읽고 나면 동아리 활동집에 정리해 두는 건 의무야.

소설 : 희망1,2(양귀자), 아우라지로 가는 길1,2(김원일), 허삼관 매혈기(위화)

인문 :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루쉰), 동양철학에세이(김교빈 외), 녹색평론선집Ⅰ(김종철 외)

예술 : 침묵의 뿌리(조세희),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오주석), 천천히 그림읽기(진중권 외)

       르네상스 미술이야기(김태권)

과학 :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최재천), 우주와 인간 사이에서 질문을 던지다(김정욱 외), 물구나무 과학(전용훈), 울지 않는 늑대(팔리 모왓)

역사 : 거꾸로 읽는 세계사(유시민), 대한민국사1-4(한홍구), 십자군이야기1,2(김태권, 만화)

   지난 모임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4천원 인생』은 내가 최근에 마음 짠하게 읽었던 책인데, 너희들에게는 그 감동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됐던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아무래도 학생이니까 직접 노동하는 삶에 대해서 조금은 남의 일로 여겼던 게 아니었을까, 싶은데……[너희들이 받은 감동은 무한한데, 나만 괜히 이렇게 생각하나?]

   이번 책은『한티재 하늘1,2』다들 읽었지? 읽은 소감을 슬쩍 물었더니 다들 등장인물이 많아서 정리하기가 어렵다더군. 그럼 첫 번째 과제로 등장인물의 인생을 정리해 오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삶의 여정을 좇아가 보시라. 혼자서 모든 인물을 다 할 수 없으니 좋아하는 인물 서너 명만 정리해 오면 된다. 또 소설에 읽어보니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의 삶이 짠하지. 그런데 이게 과장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이름 없이 이 땅을 살다간 우리네 조상들의 삶일 거야. 그래서 두 번째 과제는 가만히 이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면 한 없이 마음이 안타까워지는 인물을 생각해 오시라. 왜 특별히 이 인물에게 더 마음이 가는지 그 이유도 가만히 떠올리고 정리해 오시라.  세 번째 과제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사건 조사하기. 민초들의 일상적인 삶은 역사적인 사건 때문에 영향을 받기도 하잖아. 그러니까 그런 사건의 배경이라든가, 결과를 중심으로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사건을 조사해 오면 된단다.

   우리 모임은 1월 4일(화요일) 오후 2시부터 시작할거야. 다들 알고 있지? 점심 먹고 오면  1학년 7반 교실에서 모여도 좋겠지? 한 4시 반까지 모여서 과제발표하고 토론도 해 볼 계획이야. 혹시, 이번 모임 사회 볼 사람? 요새 왜 진행하겠다는 사람이 없지?

   활동집도 만들기로 했으니,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해야 하겠지? 일단 자기 자료부터 꼼꼼하게 정리해 두는 게 준비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것만 잘 해두면 자료 모아서 정리하는 것이야 문제도 아니겠지! 그럼 모두의 건투를 빈다.

겨울방학에 조금 더 자라려고 애쓰는,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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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OO 선생님의 결혼식날 정OO 선생님께서 현민이를 데리고 오셨다. 우리 가족도 축하하러 잠시 들렀다가 마주쳤다. 진복이는 현민이를 얼싸 안고, "누나, 현민이 누나"를 외쳤지만, 정작 현민이는 멀뚱멀뚱! 결혼식장 입구에서 따로 앉아 코코아 한 잔씩 마시는 사이에, 어색함도 조금 줄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정OO 선생님과 얘기하다가 결혼식 끝나고 집에 가던 현민이가, "진복이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일요일에 같이 만나 아이들이랑 놀기로 약속을 잡았다. 이와 모이는 거, 김OO 선생님의 딸, 지민이도 같이 오라고 했는데, 폐렴에다가 중이염이 있어서 곤란하다고 했다. 그건 그렇고, 토요일 오후 3시, 조금 넘어 우리가 도착했는데, 현민이는 벌써 와서 놀고 있었다. 진복이도 곧 합류해서 아주 신나게 잘 놀다 왔다. 역시, 누나랑 같이 노니까 혼자서는 무서워서 못 하던 놀이기구도 곧잘 타고 놀았다. 

   놀이터에서 실컷 논 다음-물론, 녀석들은 세 시간이나 놀고도 나가는 걸 무척 아쉬워했다-에, 우리 가족이랑 선생님네랑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선생님께서 진복이가 생선구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생선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셨다. 맛있는 저녁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니 이만하면 멋진 토요일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0년 12월 18일 토요일 오후 3시 - 6시

 - 노포동 스포원파크 내 키즈랜드(실내놀이터)

 - 박현민(7세)과 이진복(5세) 

 거북선 안 미끄럼틀에서 

[진복이는 저번에 갔을 때는 무서워서 못 탔는데 이번엔 잘 탔다.] 

 

정글짐에서 다정하게 

 

중간에 간식 먹으러 나와서[정OO 선생님께서 미리 간식을 챙겨오셨다.] 

 

  

곰돌이 푸, 빵을 맛있게 먹고 있는 박현민 

 

역시 선생님이 주신 간식을 맛나게 먹고 있는 녀석 

 

미끄럼틀을 나란히 타고 내려오다. 

 

볼-풀에 빠진 박현민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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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4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4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