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가을이 한창인 이곳에도 나무들이 잎들을 떨구고 있었다. 해마다 5월이면 함박눈 같은 쌀밥을 퍼올리기에 이름이 이팝나무인 고목도 또 한해의 푸르름이 스러지고 있다. 잘 뻗은 가지와 넓은 그늘이 인상적인 신전리 이팝나무.(양산의 市木도 이팝나무) 천연기념물 234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이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약 300살. 뒤에 있는 나무는 팽나무로 두 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 다음엔 꼭 5월 중순에 와야겠다.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신전리 이팝나무 1 

   참, 멋있게 늙었다는 생각이 드는 나무. 나도 나이가 좀 더 많이 들었을 때 누군가로부터 저런 소리를 들어야할텐데... 현재로선 난망한 일이다.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신전리 이팝나무 2 

   이건 팽나무가 앞에 있고, 이팝나무가 뒤에 서 있는 모습이다. 이 팽나무도 수령이 꽤 오래여서 어쩌지 못하고(?) 두 나무가 동거하고 있는 상태이다.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신전리 이팝나무 3

   이건 왼쪽이 이팝나무이고 오른쪽이 팽나무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한 나무인 듯 보이는 나무가 사실은 저렇게 나란히 서 있는 것이다.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신전리 이팝나무 4 

   아직도 쩡쩡하게 나무가지를 하늘로 밀어올리고 있는 이팝나무.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신전리 이팝나무 앞에서

   모처럼 밖으로 나온 게 신기했는지 녀석은 풀밭에서 계속 무엇인가를 찾아헤맨다. 풀밭 연구 삼매경에 빠진 이진복 아기.ㅋㅋㅋ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내원사 앞마당에서 

   그 날 근처에 있는 내원사에도 다녀왔다.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뻗쳐를 하는 녀석.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더니 쭈그리고 앉아서 얼굴을 살짝 들고 싱긋 웃는다.(머리는 완전 곱슬!) 사진으로 보니, 정말 작아 보인다. 많이 먹고 얼른 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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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1월 15-16일. 갑자기 기온이 쑥 내려갔다. 게다가 경북은 한파주의보에 강풍 경보까지! 부산 촌사람이 이러다 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숙소도 예약했고, 오랜 결심 끝에 나선 길이라 할 수 없이(?) 출발. 이번에는 의성군 일대를 답사하기로 했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거쳐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군위 나들목에서 나왔다. 우보면을 거쳐서 올라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보면은 예전에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도보여행을 갔을 때, 한 집 건너 곰탕(설렁탕)집이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점심으로 곰탕을 먹기 위해서 우보면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내가 착각을 한 것인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동네는 좀 비슷했으나 전혀 곰탕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허탕도 허탕이지만 아련히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무엇인가가 허물어져서 허전했다. 이러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다른 내용들도 신뢰하기 힘든 것이 아닌가 싶다.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산운(대감)마을 <학록정사>  

    아무튼 여기는 금성면  산운마을이다. 금성산을 배경으로 양반촌이었던 마을이 농촌체험마을로 거듭난 곳이다. 폐교를 개조해서 생태공원도 만들어 두었고, 집집마다 돌담이 곱게 올려진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사진은 마을 서편에 있는 학록정사(글씨는 표암 강세황)라는 곳인데, 여기는 관리가 좀 부실해 보였다. 날씨가 무척 추워서인지 마을엔 우리 가족 이외의 여행객은 한 명도 없었다.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산운(대감)마을 <소우당>별당  

   산운마을에서 가장 멋진 장소는 이 소우당이라는 별당이다. 별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아기자기하면서도 예쁜 정원을 조성해 놓았는데 소나무숲과 연못, 돌길의 운치가 매우 훌륭하다. 별당의 건물도 조촐하지만, 단정해 보여서 정말 이 건물에는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 그대로의) 조선 시대 별당 아씨가 살았겠다, 싶었다. 사진에는 안 보이겠지만, 참외만한 모과가 바닥에 뚝뚝 떨어져서 나뒹굴고 있었다.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탑리 5층 석탑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석탑이 하단부가 좀 부실해 보이고 상대적으로 비례가 맞지 않는 거 아닌가 싶어서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실제로 가서 보니 크기도 꽤 크고, 생각보다 훨씬 정교해 보여서 당당하고 단정해 보였다. 같이 지내봐야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사람처럼! 야트막한 공터 위에 천년 세월의 칼바람을 늠름히 버텨내고 있는 탑리 5층 석탑. 이렇게 또 한 번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은 바람에 흔들려 노란나비가 되는 겨울이지만, 저 탑은 앞으로 다시 천년을 저 모습 그대로 감당하겠다 싶으니까 절로 숙연해진다.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조문국 고분군

   의성 여행을 떠나기 전만 해도 조문국이란 말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아마도 고대 국가가 출현하기 이전 작은 부족국가들이 여럿 있었는데 이곳, 금성면을 중심으로 한 국가가 조문국이라고 했다.(울릉도를 옛날엔 우산국이라고 부른 것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도 저렇게 큰 왕릉을 세울 정도의 권력이었다면 제법 통치권의 범위가 넓고,  지배력도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특별히 내세울 유적지가 없는 의성군의 입장에서는 잘 하면 '대박'날 수도 있을 듯!(계속 발굴 중이던데 뭔가 고대 이전의 획기적인 유적이라도 발견되면...)

 



경상북도 의성군 옥산면 금봉리 금봉자연휴양림 

   예전에 도보여행(목포-태안)을 갔을 때 안면도의 안면암에서나 태안반도의 백화산에 올랐을 때 바라본 풍경은 세상의 끝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 옥산면 금봉리는 남한에서 거의 가운데지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곳이다. 금봉리로 들어가는 외길을 제외한 모든 곳은 다 막혀 있는 곳. 옥산면에서도 30분은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깊디 깊은 산속에 자연휴양림이 있었다. 그날 숙박객은 우리 가족뿐이라서 하룻밤이나마 그 넓은 숙소가 전부 우리집인 듯 느껴졌다. 보일러는 절절 끓는데, 파릿한 냄새가 나는 맑은 공기. 찬바람이 쌩쌩 부는 아침이라 얼굴만 내놓고서라도 휴양림 주변을 산책했다. 어디 가서 이런 공기를 다시 폐 속에 넣을 수 있으랴!  



경상북도 의성군 점곡면 사촌마을 입구 <사과밭 그 사나이>

   휴양링에서 나와 도착한 곳은 점곡면 사촌리. 양반 마을로 이름난 곳이다. 여기는 사촌마을 입구의 사과밭이다. 사실, 우리는 어제부터 사과 수확이 끝난 사과밭에서 어떻게 하면 '이삭줍기'라도 하나 해 보까 싶어서 여러 곳을 기웃거렸다. 그런데, 들어가기가 뭣해서 그냥 그냥 눈으로만 보다가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마침, 사과나무 꼭대기에 새가 쪼아먹은 사과 한 알이 빨갛게 달렸다. 진복이를 한껏 안아 올려서 제 손으로 따게 했더니 마냥 신기해 한다. 마을에서 홍시도 두 개 따서 서리 맞은 감을 입에 넣었더니, 음... 맛은 아름다웠다.

 



경상북도 의성군 점곡면 사촌마을 만취당 

   사촌마을에서 가장 멋있는 건물은 이곳 만취당이다. 임진왜란 이전에 지어진 목조건축물이 드문 현실에서 용케도 여러번의 화마를 비껴간 임란이전 건물이기도 하다. 우리가 간 날은 바람이 불고 쌀쌀해서 그렇지, 만약 여름이었다면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방불케하는 넓다란 마루에 시원이 바람이 끝도 없이 솔솔 불어와서 답사객의 마음 속까지 시원하게 했을 것이다. 녀석, 만취당 건물에 데려다 놓았더니 아무도 없는 건물 여기저기서 혼자서 후다닥, 이러저리 구경하느라 바쁘다.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에게야 별다를 게 없지만, 만취당, 편액은 명필 한  호(석봉)의 글씨라고 한다. 



경상북도 의성군 점곡면 사촌리 가로림 

   사촌마을에 내려오는 유명한 전설이야 다시 말할 필요도 없고(출가한 여자들이 애기를 낳으러 사촌마을로 오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ㅋ) 내가 보고 싶었던 건 바로 사촌마을의 명물 가로림. 1킬로미터가 넘는다는 이 마을 숲길을 아들의 손을 잡고 차분히 걷는 걸 상상해 보면서 달려왔다. 그러나 역시 꿈은 깨지기 마련. 요새 부쩍 발걸음이 빨라진 녀석이 아무 데고 쏘다니면서 방정을 떠는지라 차분히 걷기는커녕 녀석의 뒷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말리기에도 벅찬 게 현실. 겨울숲 나름의 운치는 있으나 잎이 무성해서 울창한 여름에나 곱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가을에 다시 찾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관덕리 3층석탑 

   가로림을 끝으로 의성읍내로 나왔다. 의성에 왔다면 당연히 남선옥에서 밥 한끼는 먹어줘야 하는 센스! 의성시장 끝, 하나로마트에 주차를 하고 남선옥을 찾아갔다. 애기가 있는 우리 같은 여행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집이었지만, 그래도 손님이 없는 느즈막한 점심이었으니 나쁘진 않았다.(역시 경상도 사람들의 무뚝뚝함은 내륙으로 갈수록 더하다.) 

   점심을 먹고 북쪽으로 달려 도착한 곳은 관덕리 3층 석탑. 이곳도 길에서 한참 벗어나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을의 안쪽에서도 꽤 들어와서 길이 끝나는 곳에 차를 어중간히 대고,  예전에는 분명 절터였을 폐사지에 올랐다. 맑은 하늘 아래 야트막한 터에, 탑 하나 불상 하나만 덩그렇다. 탑은 아담하지만 곱게 다음은 흔적이 역력한 고운 탑이다. 의성의 답사처가 대체로 그랬지만, 여기는 더욱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절대 고요의 공간. 아, 사진에 저 고요한 순간을 담을 수 있다면... 

   여기서 확, 깨는 이야기 하나. 녀석이 저 탑 안내판 밑에 큼지막한 똥을 누고 왔다.(어제밤에 계속 똥을 찔끔거려서 준비해 간 기저귀를 다 써 버렸다. 오늘은 팬티만 입혔는데, 녀석이 갑자기 똥을 누고 싶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저곳에다 실례를 하고 말았다. 관덕리 3층 석탑을 보러 가시는 분이 있거든, 행운을 빈다.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면 작가 권정생 사시던 곳 

   의성에서 유명한 고운사를 못 봤다. 거기서 차 한 잔 마시고 나오려고 했는데, 가는 길을 막아놓고 공사를 하느라 돌아가야 한다는데, 시간도 빠듯하고, 길도 찾기 어렵고, 무엇보다도 권정생 선생님 사시던 곳을 빨리 가 보고 싶어서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돌아가시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기사가 났을 때 난 좀 염치가 없었다. 그냥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한 거 같아서... 당연히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그냥 혼날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갔다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의성에서 안동 방향으로 여행 동선을 잡은 것도 당연히 이곳을 들르기 위해서이다. 다행스럽게도(?) 녀석은 차안에서 잠들었고, 나 혼자 사시던 곳을 다녀왔다. 댓돌 위로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주인의 신발이 없다. 아마 주인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외출을 나간 것이리라. 문은 굳게 잠겼고 그 위에 문패처럼 달린, 권정생. 아, 낯익은 글씨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내 사는 것이야 염치 없는 그대로지만 이렇게라도 와 보니 좀 후련하다. 어른도 혼나면서 크는 게 맞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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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학생의 날 이런 건 어떻습니까?

   다가오는 11월 3일은 학생의 날(지금은, 학생독립운동기념일)입니다. 바로 다음 주 화요일입니다. 올해는 여러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하시는 학생의 날 행사(?)를 하면 어떨까 싶어서 말씀드립니다. (OO고에 해마다 행사를 해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올해 와서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행사 내용은, 진짜 소박하게, 선생님의 마음을 담은 편지 한 통 써 보는 것입니다. 스승의 날, 받은 선물 중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그 순간이나마) 정성을 다해 쓴 아이들의 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이 투명하게 비치기 때문이지요. 올해는 선생님의 마음을 비춰주면 어떻겠습니까?


   학생의 날을 맞아 학생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격려의 말씀을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에이~, 뭘 이런 걸~~, 여럽다, 쓸데 없다.... 이러신 분도 많으실텐데...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 주시겠습니까?] 학생들에게 단 한 줄의 메시지도 좋습니다.


   마음을 담은 글이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예쁜 종이에 옮겨서 학년별로 [1학년은 2층 게시판, 2학년은 3층 게시판, 3학년은 4층 게시판] 일주일 정도 게시하려고 합니다.


* 담임/부담임선생님 이런 것도 다 상관 없습니다. (실명을 안 밝히셔도 됩니다.ㅋㅋ) 

* 지금 수업을 하고 계신 학년도 좋고, 작년에 하셨던 반도 좋습니다.

* 3학년 격려 메시지는 수능 응원 메시지와 함께 하셔도 좋습니다.

(아무튼, 다, 좋으니까 짧은 글만 쪽지로 보내주시면 나머지 준비는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업무로 바쁘신 중에도 선생님께서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느티나무 드림]
  

[제안] 마감임막, 학생의 날 메시지

   신나는 주말입니다.
   즐겁게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린 학생의 날 축하 메시지, 쓰신 선생님, 쓰고 계신 선생님, 쓰실 선생님... 오늘 중으로 쪽지 날려주시면 됩니다.

   아직도 고민 중이시라면, 주말과 휴일 동안 생각해 보셨다가 월요일 오전까지 써 주시면 됩니다.

   쓸까, 말까 망설이시는 선생님, 귀찮다거나 부끄럽다고 느끼시는 선생님,  안 하면 나중에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지도 몰라요. 혼자 하려면 어색한데, 같이 한다니까... 이번 기회에 사랑의 마음을 전해 주십시오.


[느티나무 드림]  

 

[제안] 세 번 권유하라~!

   진심으로 그 사람이 함께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면 세 번까지 권하라는 말도 있고, 주말을 지내고 오셨기에 깜빡 하신 경우도 있겠다 싶어서... 학생의 날, 축하 겸 수능 응원 메시지 오늘까지 마감하겠습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열 분 정도 메시지를 보내주셨고, 서너 분이 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의 어수선한(?) 메시지로 불편하셨을 선생님을 위해 읽어 볼 만한 시 두 편 보내드립니다. [시 내용은 생략~!!] 

 [느티나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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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9-11-0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렇게 옮겨두니까 해마다 활용할 수 있어서 좋네요. 세 번의 전체 메신저로 동참하신 선생님이 모두 열일곱 분~!! <이순영, 최여례, 김숙련, 박은정, 정순영, 김동영, 김선영, 이성환, 이소엽, 김대건, 김은규, 김승희, 구선애, 남초롱,고안덕, 김명진(교감)선생님, 그리고 느티나무> 해마다 딱 요 정도 수준이다...그래도 감사한 일~!!

김현숙 2010-11-02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샘글 그래도 옮겨다가 이용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동참하신 샘들이 아직 두 분뿐이라...이래도 계속 실행해야하는건지 고민중입니다. 괜히 소문만 나서 학교하고 삐걱거리기나하고...요즘 저희학교는 아주 난립니다. 자율형공립고라는 허울때문인지 자유로운 것 하나로 버티던 낙동고가 완전히 쫀쫀한 학교가 되어서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되어가고 있는데 담임샘들은 전혀 말씀들이 없으시고, 비담임 입장에서 나서기도 뭣하고 애들은 난리고...어제는 교장샘의 권한(?)으로 석식 전에는 절대 누구도 하교금지라고 일방적인 메세지를 담임들에게 보냈는데, 담임들도 아무 말 없이 그저 학생들한테 전달하기만 하고...답답합니다. 내일은 또 우리 학교 학력이 안 좋다고 아침부터 대책회의를 한다네요 수업시간까지 줄여가며...이럴 땐 한마디 해야하는거죠? 그런데도 이러고 답답해하고만 앉아있습니다. 아무도 동조하지 않는다는 뻔한 변명을 하며...

느티나무 2010-11-02 22:53   좋아요 0 | URL
낙동의 모습이 왠지 낯설군요. 대책회의가 괴로운 시간이셨겠어요...참...여긴 비슷비슷하긴 하지만 그런 어이 없는 결정을 강제하지는 않네요. 적당히 서로가 알아서 견제하는 분위기? (뭐 모르죠...제가 또 둔감해서거나, 둔감한 척 하는 것이거나) 그런데 가까이 있지만 낙동고가 이래 변했단다, 이런 얘긴 또 전혀 들리지 않네요. 이런 얘기 처음 들어요^^
저는 내일 아침에 좀 일찍 가서 메시지 붙이려고 합니다. 오늘 저녁에 준비를 다 했거든요. 여긴 그래도 스무 명 정도가 글을 보내주시네요.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지요.^^ 샘이 고군분투하시는 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아무 힘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힘내시라고 말씀드릴게요. 샘, 샘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살고 있는 겁니다. 힘, 내세요!!
 

   3학년 6반, ‘총각’들에게!

   오늘도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 늘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만 할 뿐, 정작 힘들 때 토닥거려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너희들과 함께 비를 맞는 심정으로 나도 학교에서 매일 버티고 있다.

   올해 3학년 6반을 맡은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지. 어디서 요렇게 예쁜 녀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나? 너희들만큼 바르고, 건강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이런 학생들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이제 열흘이 채 남지 않은 중요한 시험. 지금껏 힘든 과정을 잘 견뎌 왔으니 마지막 고비도 무난히 극복하리라 믿는다. 네 안의 가능성을 믿고, 현실에 최선을 다 하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도 늘 옆에서 응원하고 있을게.

   오늘은 11월 3일, 제 80주년 학생의 날! 불의에 항거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 청년들의 지난(至難)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과연 우리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는가?를 자문해야 하는 날이기에 버거운 날이다.

   그러나, 비록 아직 우리에게 그런 용기가 없다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너희들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존재들이니까. 가능성에, 희망에 모든 걸 걸어도 좋은 나이들이니까.

   그러니, 우리 반 총각들은‘누구도 부러워하지 마라. 마음이 흔들리지 마라. 포기하지 마시라.’혹시, 네가 가는 곳에 길이 없다면 네가 길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굳이 루쉰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원래부터 길은 없었고 누군가 걷는 사람이 많아졌기에 길이 난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나는 너희들이 새로운 길을 닦는 사람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늘 네가 걸어간 자취가 곧 누군가의 길일 테니 말이다. 스스로 길이 되어 걸어가는 사람이 되기를……
 


담임, 느티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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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의 잔인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소설인데 전혀 소설이지 않은... >

    

 

 

 

   

   

 - 나는 한국 사회가 두렵고, 무섭다. 책을 읽을수록 더욱 아득해 지기만 한다.

 

 

 

 

 

 

 

- 나치시대의 일상사에 대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뭐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 아룬다티 로이,의 말은 구구절절 옳지만, 그래서... 그렇기에 답답하다. 왜 세상은 이래?

      

 

 

 

 

 

 

- 역사의 짐을 지고 목숨을 던진 사람의 글이 이렇게도 쉽게 읽히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  둘 다 별로였다. 그나마 위화의 초기작이었다니 이렇게 발전했군, 하는 위안. 검은새의 노래는 흠...모 선생님께서 감동적이라고 추천해 주신 책인데, 나랑은 역시 감동의 코드가 안 맞나 보다.

 

 

 

 

 

 

 

- I, Goya는 비싼 값을 한다. 도판도 큼지막하니 시원시원하다.  

- 역시 서경식. 읽는 내내 불편했지만, 우리의 미래는 알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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