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 피렌체편 - 김태권의 미술지식만화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재미도 있고, 공부도 되는 책!

   6월 10일, 오후 6시 40분. 학교에서 서둘러 저녁을 챙겨 먹고 서면으로 출발. 난 평소에는 시위하러 잘 안 나갔는데, 이번에는 이날이 무척 기다려졌다. 요즘은 무엇인가가 내 마음을 묵직하게 누르고 있어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부산 6.10대회'(문화제)가 어디서 열리는 지 계속 검색해 보기도 했으니까 이번엔 나도 몸이 좀 달았나 보다. 꼭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당하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 이걸 억울하다, 고 해도 될지? 아무튼 6월 10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서면으로 나가서 힘을 보태야겠다는 굳은 결심. 벌써 며칠 전부터 하고 마음을 먹었다.(역시, 난, 이런 걸 마음 먹고 나가야 하는 아주, 아주 소심한 사람이다.) 

   멍하게 가는 게 싫어서 지하철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을 열고 책 한 권 꺼냈다. 원래 읽고 있던 책도 있지만, 지하철에서 읽으려고 가벼운 책을 챙겨 넣었다. 김태권의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명색이 '미술지식만화'라는 이 책을 ‘가벼운 책’이라고 불러도 될까? 그래도, 지하철이 역을 지나치는 속도만큼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빠르다. 그만큼이나 빨리 내 마음도 피렌체가 가 있는 것 같다.

   시위를 하러 나서는 마음은 착잡한데, 그나마 이 책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르네상스 시대의 중세 도시, 피렌체의 풍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책을 펼친 우리를 예술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이 도시의 구석구석으로 이끄는 사람은 바사리라는 재능 있는 화가이자 꼼꼼한 미술사학자. 이 바사리라는 인물이 잡아 끄는 대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피렌체의 역사, 정치, 문화의 대강을 알게 되고, 이 작은 도시 국가의 역사와 정치, 문화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엮어 낸 피렌체 예술-미술과 조각, 건축-의 찬란한 결과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복잡하고도 어려웠을 것 같은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가 추천사에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작가의 ‘재구성’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좋아 ‘재구성’이지, 재구성은 ‘창조’와 다를 바 없다.(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라고 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재구성을 하려면 재구성하려는 대상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으로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창조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다. 

 

   이 책 곳곳에는 바사리가 쓴 ‘르네상스 미술가 열전’에서 내용이 발췌되어 있어 바사리의 책을 만화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하지 쉽지만, 바사리의 책의 내용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작품의 구상 상황에 적절한 내용을 골라, 읽는 사람이 이렇게 알기 쉽게 전달하기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다. 만화가들이야 원래부터 재구성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지만,  딱 있어야 할 곳에 가장 적절한 내용을 배치하는 작가의 작품 구성 능력은 여느 만화가들보다는 훨씬 뛰어난 것 같다.(이건 십자군 이야기 1,2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음으로는 만화 속에서 세계 명작들을 여러 편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화와 함께 등장하는 회화, 조각, 건축 등의 그림이 오히려 화집으로 볼 때보다 훨씬 친숙하게 느껴진다. 당연히 만화의 내용 전개에 꼭 필요한 예술품들이기도 하고. 만화 속 작품은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배경 상황을 자세하게 풀이해 주는데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 물론 작품 전체를 다 볼 수 없다는 점과 어쩔 수 없이 작품의 화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 작품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더구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속속들이 파헤져 주니 -그것도 알기 쉽게- 지식만화라는 분류가 허명은 아닌 듯싶다.  

 

   또 하나 더 들고 싶은 것은 작가의, 여전한, 촌철살인의 현실 풍자! 가령, “고-소-영 장관들하곤 질이 다른데……”(112쪽) 라든가, “지지율 역대 최저”, “거의 대운하 수준인데?(123쪽)”, “저 놈 머리는 저용량임에 틀림없어….”(128쪽) 등 이야기 곳곳에 상황에 딱 들어맞게 날려주는 코멘트는 정말 경이롭다.(십자군 이야기 1,2에서도 역시 그랬다.) 또 인터넷 용어라든지, 누리꾼들의 속어들이 내용 전개에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어가서 (나 같은 경우엔) 책을 읽는 내내 키득거리게 된다.

   책의 이런 장점들 때문에 조금은 가라앉은 마음으로 서둘렀던 퇴근길이 결과적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지하철이 서면역에 닿았을 땐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으니까. 그 아쉬운 마음이 도리어 힘이 되어, 전경들이 보호해 줘서 아늑하기까지 했던, 서면 8차선 대로에 씩씩하게 앉아 주먹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돌아왔다. 현실은 이렇게 갑갑하지만 그래도 가끔 책을 보며 키득거릴 수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책이라도 없었다면 내 생활이 참 건조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해 봤다.

 

   百聞不如一讀이다.  

 

 

 걱정 하나와 불만 하나!  

 1. 걱정 : 설마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가 피렌체 편으로 끝나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다음 권이 한 2년 있다가 나오면, 다시 피렌체부터 읽어야 하니 곤란한데... 내 걱정이 기우杞憂이기를 빈다. 

 2. 불만 : 앞의 걱정과 비슷한 내용이긴한데, 십자군 이야기 2권 이후는 더 이상 안 나오는 건가? 곧 나온다고 2권 마지막에 써 있었던 거 같은데, 그래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십자군 이야기 계속 만들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 배신감의 정체는 뭔가? 음... 미술에 빠지셨네(?). : 참, 서울대 미학과 나오셨다니까 생각 나네. 그 대학 먼저 다닌, 변 모씨 좀 말릴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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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3 2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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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이준구) - 이준구 교수의,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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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 경제

   1년 반전에 우리-우리,라고 말을 하니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죽어가는(?) 우리나라 경제를 확실히 살릴 수 있다며 출마했던 어느 대통령 후보에게 ‘묻지마’식 투표로 표를 몰아주었다. 그가 내건 공약은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었고, 그의 지난 언행에는 수많은 도덕적, 법적 결점이 있었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 값을 올려주고, 내가 내는 세금도 덜 내고, 거기다가  내 월급도 올려 줄 비상한 실력이 있다는 말에 혹해서(결코 ‘속아서’가 아니다.) 선택한 것이다. 소위 말하는 지난 10년의 ‘좌파’(진짜 ‘좌파’들은 이 말 들으면 가소로워서 웃는다.) 정권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자칭 ‘보수(진짜 ’보수‘들은 이 말 들으면 서운해서 운다.)’ 언론에 세뇌당한 국민들은 지난 5년 평균 4.2%의 경제성장률과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종합주가지수 2.3배로 성장한 경제를 두고 죽었다, 고 생각해서 그 대체자로 고른 인물이 건설업자 출신의, 경제를 살린다는 이명박 후보였다.

   온갖 폼을 잡으며 경제를 살리겠다던 그 후보의 실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데는 채 몇 달이 걸리지 않았다. 인수위원회 시절의 ‘어륀지’ 사건 이후로, 온통 자기 삶의 이력을 닮은 ‘고․소․영, 강․부․자’들로 구성된 내각의 출범을 출범시켜 자신의 출신 배경을 맨얼굴로 드러내었다. 더구나 자신 있다던 경제 분야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일으킨 ‘올드 보이’의 컴백, ‘MB식 물가 관리’, ‘고환율 정책’ 등을 통해, 자신의 사고방식이 과거의 어느 순간(그것도 오래 전 어느 순간. 아마, 1970년대쯤?)에서 멈춰 버렸음을 단적으로 드러내었다.

   굴욕적인 쇠고기 수입 협상이나 미국발 금융위기의 엉성한 대처만 보더라도 과연 그가 말한 ‘프로’의 실력은 언제쯤 발휘되는 것인지 궁금하다.(아직도 그 놈의 ‘좌파 타령’이다. 아마, 임기가 끝난 다음에도 큰소리 칠 것 같긴 하지만…… 그에 앞서서 남의 머리를 빌려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김영삼을 보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뻔뻔함은 그네들의 주요 자질이다.) 기껏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서는 것이, 전 국민이 그렇게 반대하고 있는 ‘대운하’를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슬그머니 꺼내는 것이나 ‘녹색 성장’이라는 이름의 형용 모순 정책을 아무 사업에나 갖다 붙이기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얼마 전에 자전거 축제에 참여하셔서 한 말씀 하셨단다. 우리나라가 곧 3대 자전거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그런데 역시나, 그 주장이나 전망의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이번에도 역시 그냥 그 자리에서 기분이 ‘업’ 되어서 아무렇게나 한 번 해 본 말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이 글의 전체 맥락과 상관없을지 모르겠다만, 아, 또 마음에 진짜 안 드는 게 하나 있다. 제발, 자기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도 뭐 했네, 이런 얘기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가난한 시절’은 이제 그만~!

   내가 느끼기에 이 정부는 정책의 결정에 아무런 논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고, 그냥 ‘아무렇게나 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말은 조금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몰상식한 태도’까지 보인다. 더군다나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면서도 성찰의 기미가 안 보인다.(하기야 ‘성찰’이라는 단어는 이들에게 너무 품격 높은 단어라고 느낌이다. 그러니, 혹시나 저들의 입에서 ‘성찰’이라는 말이 나온다면 앵무새의 목소리가 연상될 것이다.)

   나는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거의 무지한 편이지만, 경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은 내가 보기에도 너무 엉성하고 허술한 것 같다. 항상 추상적인 전망만 난무하고, 어디에도 전망의 근거와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답답함을 넘어 이젠 이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을 지경이다. ‘경제’라는 말만 들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나 같은 사람한테도 이 정부의 능력이 들통났으니, 경제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 보기엔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습게 생각될까?

   그러나 이 정부에 대한 한 터럭의 기대도 없었던 나 같은 사람 말고, 이 정부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이 정부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소위 말하는 ‘보수 우익’의 사람들은 과연 지금 이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싶었다. 더군다나 자신 있다던 경제 분야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어떨까? 그들은 내가 사사건건 짜증스럽게 느끼는 이 정부의 정책을 정말 환호하고 있을까? 매번 여론조사를 하면 적어도 25-35%는 지지한다니까 그런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은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 중에 이 정부의 정책으로 덕 보는 부자가 그리 많단 말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이번에 우리나라의 주류 경제학자로서 ‘보수 우익’ 성향이라는 이준구 교수의 ‘쿠오바디스 한국 경제’를 읽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몇 편 읽었던 적이 있어(물론 인터넷 포털에서다.) 이준구 교수의 이름이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포털에 이 교수의 글이 오르는 주기가 훨씬 짧아지고, 글의 내용도 정부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쎄서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에 이준구 교수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역시 ‘수구 꼴통’이로군, 이었다. 작은 허물을 트집 잡아 새로운 개혁 정책을 흔들어 보려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누구는 이걸 이념적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만, 나에게 이념이 무슨 소용이랴?)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이 교수의 글이 더 자주 올라왔다. 그리고, 기사에 소개될 때는 이준구라는 이름 앞에 꼭 ‘보수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달리곤 했다. 내가 일부러 찾아 읽은 건 아니지만, 이 분이 쓴 몇 편의 글을 읽어보면서, 이 정도면 진짜 보수라고 할 만하군.(난 역시 직업 특성상 칭찬에 인색하다.)

   그러면서 의아스러웠다, 보수를 표방한 정부가 보수주의 경제학자에게 비난받는 현실이. 이 책을 읽고 이준구 교수의 도움을 받아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은 전혀 보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흔히들 보수주의 경제 정책의 핵심은 시장 기능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이 정부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쓰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엔 시장 기능에 대한 믿음과 신뢰보다는 개발주의 시대의 ‘관치’의 냄새가 더 짙다.(미분양 아파트 사태 해결에 쏟는 정책들을 보라.) 반대로 그들이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책들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시장 기능이 왜곡되어 정상적인 시장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 한정적인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공공 부문 민영화 계획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정부는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아, 물론 자기들은 ‘실용주의’ 정부라고 말했다만, 실용은 방법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국정이념을 수정했다고 들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강변해봐야 이명박 정부를 ‘보수주의’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은 없지 싶다. 아, 가스통 할배들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답지 않게 정책의 변화가 너무 급진적이다. 모름지기 보수란 지켜야 할 가치를 고수하면서 점진적인 변화, 안정된 변화를 추구하는 이념이 아니었나?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갑자기 ‘규제 완화’라고 해서 지금껏 학교에 있었던 200여 가지 규제(규제에 대한 오해도 있다.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 사회 환경의 변화를 따라 가지 못해서 불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그 규제가 생겨나게 된 배경을 꼭 생각해 봐야 한다.)를 ‘오늘’부터 싹 다 없애버린다는 정책을 발표하는 정부가 안정 속에 변화를 추구하는 ‘보수’ 정부라고 할 수 있나? 그렇기 때문에 이준구 교수는 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몹시 근심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바꾸려고 달려드는 폼이 곧 초가집을 홀라당 태워 버릴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럼 저들의 황당무계한 계획을 밀어붙이는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귀를 막고 일방적인 정책만 펴는 이유를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외부적 요인은 너무도 싱겁게 선거가 끝날 정도로 압승을 했다는 점이고, 내부적 요인은 국민에게 선택 받은 것으로 자기의 공약을 마음대로 실행할 백지수표를 받았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요인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아무리 국민들이 바꾸라고 비판해도 ‘소귀에 경 읽기’ 마냥으로 밀고 나간다. (이준구 교수도 이젠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이라는 기사를 읽은 것도 같다.)

   이 책은 지금까지 비판해 온 글을 묶은 것이다. 대운하를 비롯한 부동산 문제, 종부세 폐지, 교육 개혁…… 이 모두를 조금씩 엮어서 아마추어 정부의 1년이라는 장에 참여 정부의 문제점과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두 정부의 정책에 대한 간접적인 비교도 가능한데, (나의 오독誤讀일지도 모르겠지만)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교육 정책)은 대체로 큰 줄기의 방향은 옳았으나 ‘과욕’이 앞선 탓에 투박한 채로 그대로 밀고 나갔다가 기득권층과 수구 언론의 저항의 빌미로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교육 정책)은 오직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낡은 사고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일갈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단적인 사례는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둘러 싼 논란에서 확인할 있는데, 참여정부가 도입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였으나, 종부세 부과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정해서 기득권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를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 과세 기준을 상향하고, 세율도 대폭 낮추어서 가진 자들이 내야할 세금을 대폭 깎아주어 다주택 소유의 길을 터준 셈이다.(다주택 소유자에게 이런 부담을 덜어주면, 주택의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겨서 결국 주택 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 여기다가 헌법재판소의 세대별 과세에 대한 위헌 판결까지.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 경제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유능한 보수주의자의 걱정스런 경고에도 귀를 닫고 있는 이명박 정부. 그러면서도 ‘경제’는 자신 있다는 큰소리는 여전한데…… 그 공허한 큰소리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말하기엔 그들의 무능이 너무 도드라진 지난 1년 4개월이었다. 아울러 이준구 교수도 독자를 생각하며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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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져도 그를 잊은 적이 없다, 라는 이광재 의원의 말이 가슴에 콱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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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앞으로 다시는 정치를 하는 누군가를 위해, 내 손으로 돼지저금통을 돌릴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 때 10월 중순, 월급을 받자마자 핸드폰으로 소액 후원금을 '쏘던'기억. 뭔가 될 거라는 믿음으로 설레던 그 시절. 그리고 정말 꿈같은 역전 드라마가 현실에서 펼쳐지던 그 행복한 기억들. 

   대통령 노무현이 하면 다 이해가 된다던 한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나는, 이 선생님은 순진한 사람이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 선생님은 행복할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은 부러웠다. 그가 대통령일 때 나는 너무 쉽,게, 말을 했다. 결국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정책이나 사안에 대해 비판은 필요한 것이었지만. 거기서 멈춰야 했는데 너무 나갔다. 

   나는 살면서 대통령을 세 번 본 것 같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 부산시장 후보였던 노무현이 부산대학교 앞에서 유세하던 모습을 봤다. 그 때 우연히 앞자리에 앉아서 연설 내용이 귀에 잘 들어왔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흥겨운 분위기였다. 

   두 번째는 우리 옆 동네에서 출마했을 때였다. 부산 북/강서을. 허모 국회의원이랑 맞붙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날은 허 모 국회의원의 명연설이 있어서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었다.- "지금 살만한 사람은 손 좀 들어보시오. 저 분들은 다 전라도 출신이요."  

   아무튼 그날도 노무현의 합동 연설은 최고였다.  선거에선 낙선했지만 말이다. 이 이후에 '바보' 노무현 열풍이 불었다. (그 때도 이상했던 게 노무현을 떨어트린 사람도 국민-주민-이고, 노무현에 열광하는 사람도 국민-주민-이라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인터넷의 추모 열기는 이상스럽다.)

   세 번째는 퇴임한 후에 봉하마을로 가서 본 기억이 난다. 작년이었나? 아마 그랬을 것이다. 작년 봄이었을 거 같다. 그 때도 거의 맨 앞줄에 서서 노무현 대통령을 또렷이 본 기억이 난다.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 두 분이랑 함께 갔었는데, 그 때 대통령에 대한 내 느낌이 곱게 늙은 '시골 할아버지' 같았다.  

   아, 이젠 저 곳에 터를 잡고 오래 계시겠구나, 싶었다. 차라리 잘 됐다. 지긋지긋한 수구꼴통 언론과의 싸움도 좀 수그러지고, 환경 운동이든, 나무심기든 조금은 더 근원적인 사람살이 방식에 힘을 쏟는 게 더 좋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랬는데...... 내 마음속의 영원한 대통령. 그가 죽었다. 먹먹하고 먹먹하고,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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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5-2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대통령 퇴임하고 진정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구나..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쏟는 것이 더 어울리겠구나. 그걸 꼭 그렇게 못하게 했어야 했는지. 정말 세상이 원망스럽습니다. 손녀에게서 할아버지를 뺏어야 했는지.

느티나무 2009-05-25 20:20   좋아요 0 | URL
무서운 세상입니다. 정말, 누군가의 부음을 듣고 이렇게 떨리긴 진짜 처음이었어요. 음, 야속한 세상, 불쌍한 사람. 행복한 대통령. 많은 게 겹칩니다.

BRINY 2009-05-2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선후보 결정할 때 정말 신났었거든요. 뭔가 될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더 실망도 컸지만...후우...

느티나무 2009-05-25 20:22   좋아요 0 | URL
'실망'이란 말 이젠 쉽게 안 하려고요. 그냥 그런 것도 이젠 다 마음에 묻으려고요. 그냥 그래요, 마음이! 떨리고, 힘들고, 무섭고...
 

   지난 주에 학년 모임에서 가볍게 족구를 했는데 (사실, 족구는 내가 가장 잘 하는 운동) 그 때 살짝 넘어온 공을 받으려다 넘어지는 바람에 손을 땅에 짚었는데, 그 때 손목이 약간 삐끗했다. 이후에는 별 이상이 없는 거 같아서 저녁에도 노래방에 가서 놀기도 했다. 

   그날 밤 집에 와서 누웠는데, 손목이 욱신거리고 아파서 왜 이렇지, 혼자서 계속 생각하다가(노래방에서 템버린을 너무 열심히 쳤나?하는 생각을 한참동안 했다.ㅋㅋ) 다음 날 아침에 족구하던 그 상황이 생각이 났다. 파스 한 장 붙이고 시험 감독하다가 저녁에도 아픈게 똑같아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찍으니까 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단다. 압박 붕대 한 장 주고, 진통제 주사 한 대 맞고는 나왔다. 

   주사를 맞아 그랬던지 놀란 근육이 진정을 하는지 다음날은 괜찮은 것 같더니 하루 더 지나니까 계속 손목이 욱신거리고 손바닥을 위로 펴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의원으로 갔다. 태어나서 처음 가는 한의원이라 모든 게 신기했다. 침을 맞는 것도, 물리치료를 하는 것도, 뜸을 뜨는 것도 다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문제는 이틀이 지나도 아픈 건 여전하다는 거다. 

   손목이 약간 욱신거리고 늘 통증을 느끼고 있는 것만 해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고, 괜찮아진다는 느낌이 없으니 짜증이 좀 느는 것 같다. 손목 조금 아픈 것도 이런데 진짜 몸이 많이 아프다면 진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왼손이라 글을 쓰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다른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는 진짜 불편하다. 오늘도 집에 가서 온찜질을 하고 자야겠다. 음, 사는 건 왜 이래 팍팍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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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2009-05-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 정돌 가지고...석달째 한의원에 돈을 퍼붓고 있는 저도 있잖아요^^ 역시 저도 차도가 없어 짜증이 극도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인사말은 생략하고..부탁있어요. 이번에 저희 독서모임에서 '신문읽기의 혁명'을 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저도 이 책이 처음이라는거죠. 읽으면서 생각해볼 수 있게 과제를 내 주고 싶은데 저도 이제 읽는 중이라 뭘 내줘야할지 난감해요. 도움을 주세요. 전 김현숙입니다

느티나무 2009-05-20 12:02   좋아요 0 | URL
저는 그거 읽으면서, 신문기사 비교 검토하기 했었어요. 특정 신문의 기사가 진실은 아니다,라는 걸 직접 겪어보라구요. 일주일치 신문(두 종류 이상)을 읽고, 같은 내용을 다룬 기사인데, 관점인 반대인 기사를 소개해 달라. 스크랩을 해 오고, 관점이 다른 내용 부분에 표시를 해 오면 제가 복사를 해서 기사의 내용을 아이들도 함께 보면서 차이점을 설명하는 방식? <뭐, 이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별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제가 해 본 건 이게 답니다.^^;; 석달이면 이제 지칠 때로군요, 한의원.ㅋ

김현숙 2009-05-2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어젯밤에 읽으면서 그 생각했는데 솔직히 제가 자신이 없었어요. 역시 그 방법이 좋겠네요. 감사감사. 한의원 이제 쉬고 있습니다. 이거 원 도저히 감당도 안되고 힘들고 돈도 많이 들고..요즘은 온갖 정형외과 다니는 중. 그리고 제1회 청소년인문학읽기대회 신청서 냅니다. 너무 많은 걸 하죠? 하하 샘 덕을 볼 것 같네요 독서토론동아리활동을 기록해서 1차심사하거든요. 혹시 통과하면 밥 한번 삽니다.

느티나무 2009-05-20 13:54   좋아요 0 | URL
이걸로 하신다면 결과가 좋기를 바랄게요^^ 여기 김O수 선생님이랑은 목요일에 점심 먹으러 나가요... 올해도 담임이 아니시니까, 독서활동으로 한 해를 보내시려는군요. 전, 학년에 매몰되어서 제가 읽고 싶은 것도 못 읽어내고 있는데... 부러워만 하지 말고, 정신을 차려야겠어요. 그럼 다음에도 좋은 결과 알려 주십시오. 얼른 나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