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무덥습니다. 사실, 한여름에 비한다면야 아직 제대로 더운 것도 아니지만, 지금이 5월초라고 생각하니까 더욱 날이 무덥게 느껴집니다. 우리 마음의 준비 없이 다가온 여름이 저희들을 당혹스럽게 합니다. 이를 교훈 삼아 우리 반 아이들은 준비 없이 차가운 겨울을 맞이하지 않도록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넉넉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3학년 6반 담임교사 이주형입니다. 저는 지난 4월에는 지독한 감기로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5월이 되니 거짓말처럼 감기가 달아나서 이젠 쌩쌩합니다. 그 동안 학부모님께서는 건강하게 잘 지내셨는지요?
우리 반은 지난 4월 10일에 김해 연지공원으로 소풍을 갔었고, 14일에는 두 번째 학력평가 시험을 쳤습니다. 25일, 휴무토요일에는 자습 없이 학교 전체 방역 때문에 하루 쉬었습니다.(학생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4월 말에는 학력평가 성적표가 나와서 학생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연지공원 소풍 때는 날이 무척 더웠습니다. 학창 시절의 마지막 소풍인지라 3학년 담임선생님들께서 신경 써서 몇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해 갔지만, 날씨 때문에 다 해 보지도 못하고 와서 아쉬웠습니다. 대신 그 다음날(토요일) 점심시간에 학교 체육관에서 소풍 때 못한 프로그램(O/X 퀴즈대회)도 하고, 준비해 간 상품도 나눴습니다. 우리 반은 특별히 보물찾기도 한 번 더 했습니다. 보물로는 ‘과자 한 봉지’를 걸었는데도, 무척 좋아해서 준비해 온 저도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14일의 학력평가는 시험이 꽤 까다로워서 학생들이 당황했습니다. 자기 평소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점수보다 낮게 나와서 걱정하는 친구들도, 불안해하는 녀석들도 많았습니다. 사실은 자기 점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하는데, 그렇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가 봅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자존감’을 자신이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담임의 바람을 덧보탭니다. 아울러 학력평가 성적표가 나온 날은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한 번 물어봐 주십사는 부탁을 학부모님께 드립니다.(이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거 잘 알지만, 그래도 담임으로서는 그래 주십사는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5월에는 13-16일까지가 우리 학교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시험 기간에는 일찍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다음날 시험 준비를 계속할 텐데 학부모님께서 챙겨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21일은 (사설) 모의고사를 칩니다. 대형입시학원에서 만든 문제를 학교별로 응시 희망을 받아서 치는 시험이라 수익자가 그 비용을 부담(9,000원)해야 합니다.
또 5월 23일, 휴무토요일의 자습시간을 이용해서 졸업앨범 사진을 찍습니다.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평일이 아닌 휴무일에 사진을 찍습니다. 개인 일정상 휴무토요일에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들은 뒤에 따로 날을 잡아서 찍을 예정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6월 4일(목)은 모의수능평가를 치는 날입니다. 올해 수능시험 응시생들이 거의 대부분 참여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험에 대비해서 특별한 비법이라는 게 있을 수 없습니다. 열심히 해 온 학생들은 그저 해 오던 대로 묵묵히 해 가는 수밖에 없고, 아직도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 방황하는 친구들은 얼른 제자리로 돌아와 온 마음을 다해 책을 펼쳐 주기를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학부모님과 저의 간절한 바람이 녀석들의 마음을 좀 붙잡아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학부모님들도 그러시겠지만, 저도 학교에서 담임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절감합니다. 저는 그저 많은 시간을 교실에 앉아 아이들과 함께 이 시간을 견디는 것으로 제 임무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부디 저를 무능하고 게으르다 타박하지 마시고, 너그러이 기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반은 시험이 끝나는 16일, 토요일이지만 모두 같이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으려고 합니다. 학부모님께서 귀찮으시더라도 도시락에 밥이랑 반찬 1개씩만 챙겨 보내주시면 예닐곱 명이 모둠을 짜서 같이 맛있게 먹겠습니다.
다행이도 내일부터는 날씨가 제 자리로 돌아간다는군요. 지금은 온 천지가 초록 잎의 물결입니다. 이 초록 잎이 더 짙어질 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2009년 5월 11일에 3학년 6반 담임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