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합천읍내 - 영상테마파크 - 오도산자연휴양림 - (말목재)
오도산 일출 - 합천댐 - 영암사지 - 바람흔적미술관 - (의령) - 부산
합천축협에서 운영하는 한우식당[축협프라자]. 값도 싸고 맛도 있는데, 인터넷 자료는 무척 부실했다(소위 말하는 입소문이 없었다.). 반신반의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삼가 쪽에 괜찮은 한우식당이 있다지만, 우리 수준엔 여기도 황송할 따름이다. 맛나게 점심을 먹고 행복했으니 그걸로 족하다.
입장료 2,000원. 예전에 좌파 드라마라고 황당한 비난을 받았던 '서울, 1945'라는 드라마 세트장이 그대로 있어 일제시대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후에도 나는 이름도 잘 모르는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 옆에 바로 에덴의 동쪽, 이라는 드라마 세트장이 있는데, 사실은 이게 더 볼거리가 많았다. 198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그 시대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우리들이 여러 번 감탄사를 터트렸다.
테마파크에서 휴양림까지 가는 길은 합천호를 왼쪽에 두고 구비구비 펼쳐진 호숫길을 돌아가는 길인데, 운전자만 아니면 느긋하게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자연휴양림은 무척 조용하고, 시설도 깨끗해서 만족스러웠다.
사실, 이번 여행은 오도산 일출에 대한 명성이 출발점이었다. 일출은 새벽 6시 29분. 5시 30분에 나서기로 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45분에야 휴양림을 나섰고, 중간에 길을 못 찾아서 헤매느라 서둘러 올라갔다. 차로 달려도 25분 정도 걸리는 험하고 먼 길이다. 6시 27분 오도산 정상 부근에 도착!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일출을 기다리고 있으나 아무도 말하는 이가 없었다.
잠시 후에 떠오른 해. 늘 뜨는 해지만, 오도산에서 바라본 해는 특별한 느낌이 있었다. 날이 흐려서 일출의 순간도 희미하고, 산 아래 굽어보이는 작은 봉우리들도 흐릿했지만 막 새로 떠오른 해를 본다는 것은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봤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생명의 경이로움을 체험한 사람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아무튼 짜릿한 경험이었다.
합천댐을 한 바퀴 도는 길을 백리 벚꽃길이라고 했다. 이른 가을이라 벚꽃은 당연히 없고, 단풍도 아직 철이 일렀다. 그래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초록잎이 무성한 벚나무길도 좋았다. 더구나 한적해서 심심하기까지한 도로 덕분에 더욱 멋진 합천호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일행들은 합천댐 수문위 도로에 차를 대고 댐 아래를 내려다 보고 왔다.(올드 보이의 마지막 장면에 이 곳이 나온다고 한다.) 댐 근처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으나 영 아니올시다, 였다. 길목,이라는 상호가 붙은 식당에는 다시 가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직 다 쓰러지지 않았다! 영암사는 없어졌지만 그 터는 아직 그대로이고, 다행히 모산재도 그 옛날 그대로이다. 아마도 그 옛날 모산재의 힘찬 기운에 어울렸던 아름다운 절이 있었을 것이다. 이건 확신에 찬 짐작이다. 왜냐하면 쓰러진 절집 앞에 아직도 곱고 귀여운 석등 하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석등 하나 뿐만이 아니다. 석등에 올라가기 위해 세운 양 옆의 돌다리도 예사로 만든 물건이 아니다. 석등을 앞으로 끌어내기 위해 세운 축대도 무척이나 정교하다. 그러니 영암사로 알려진 이 절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석등과 석축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아름다운 건물을 세웠을까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영암사지 입구는 나날히 번창한다. 그게 조금 낯설다. 10년 전 처음 영암사터를 찾아갔을 땐 황량한 곳이었다. 입구를 조금 지나치니 길가에 밤이 떨어져 있다. 누군가 껍질만 버려둔 것이라 여기고 무심히 넘기려는데, 어떤 것은 퉁실한 밤이 그대로 있다. 그렇게 주운 밤이 30개가 넘었다. 행복했다.
바람흔적미술관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남들도 좋아하는가 보다. 그러니 나만 잘난체하는 것도 우습다. 바람흔적미술관이 앉은 자리가 참 좋다. 이건 3층 옥상에 올라가기만 하면 누구나 다 안다. 미술관이 황매산을 뒷배경으로 삼고 탁 트인 들판을 내려다 보고 있다. 앞마당에 조금씩 파손된 작품들이 보인다. 주인이 남해로 떠났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복이가 미술관에서 참 잘 논다. 그래서 표정이 무척 밝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다. 여기선 혼자 내버려둬도 잘 뛰어다니고 아무 거나 줍고 잘 만진다. 만져도 부모가 나무라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 혼자 신난 거다. 가을의 기울어가는 햇살을 받아 얼굴이 살짝 황금빛이다.
합천 영상테마파크 내 에덴의 동쪽 촬영 세트장
함께 같던 일행들과 이진복 (배경은 1980년대의 달동네를 보여주는 세트장)
오도산 자연휴양림 숙소 앞에서 산책하러 나서는 중!
오도산에서 바라본 일출 1
오도산에서 일출을 바라보는 일행들
오도산 일출과 발 아래 펼쳐진, 안개에 잠긴 산봉우리들
오도산 정상에서 산 아래를 굽어보는 억새들
황매산 모산재와 쌍사자석등
바람흔적미술관에서 1
바람흔적미술관에서 2
바람흔적미술관에서 3
바람흔적미술관에서 4
미술관에서 행복한 이진복 1
미술관에서 행복한 이진복 2
미술관에서 행복한 이진복 3
미술관에서 행복한 이진복 4
미술관에서 행복한 이진복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