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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연애편지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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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을 방랑하던 포포,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대필가 집안의 『츠바키 문구점』을 물려받으며 소설이 시작되었고, 가족을 이루어 살게 되는 과정이 『반짝반짝 공화국』이었다. 이번에 『츠바키 연애편지』에서는 두 아이를 낳고 키우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대필 업무를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포포를 찾아와 대필을 부탁하게 되는데, 과거 대필가였던 사람의 마음과 대필을 의뢰할 수밖에 없던 날들의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두 아이를 낳고, 큐피를 포함해 세 아이의 엄마가 된 포포는 한층 성숙해진 어른스러운 모습이다. 가족들 틈에서 자기만의 시간의 필요성을 느낀다. 과거 인연을 가졌던 사람과 주고받았던 할머니의 연애편지를 발견하게 되며 자기가 알지 못했던 할머니의 과거를 살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가와 이토의 작품이 좋다. 작가의 모습인 것만 같았던 포포를 창조해 잊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할뿐더러 삶이야말로 이처럼 물 흐르듯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한다. 때로는 세찬 물보라가 일 때도 있겠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책의 뒤편에는 실제 쓴 듯한 포포의 편지가 수록되어 있어, 어딘가에서 대필가로 활동하는 포포를 만날 것만 같다. 마음이 약해 쓰지 못했던 편지를 부탁한다면 고심 끝에 들어줄 거 같지 않은가. 대필 의뢰가 들어올 때, 그 상황에 맞는 차를 내리고 간단한 다과를 내와 마주 앉은 장면이 어렴풋하게 상상이 된다.
직접 전하기 어려운 내용을 편지로 써 건네주는 것. 편지지를 고르고 만년필을 골라 정성을 다해 글을 쓰는 포포의 모습이 정겹다. 행복한 가족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남편 미츠로 씨와 서로 겹치지 않은 새벽 시간에 일어나 차를 준비해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의뢰인의 마음에 닿아야 편지를 쓸 수 있는 것. 그 마음가짐을 위한 준비 행동이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귀여웠던 큐피는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포포와 큐피의 다정함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북풍처럼 차가운 관계로 변했다. 그럼에도 포포는 조바심 내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려줄 줄 알았다. 할머니의 연애편지를 태우러 이즈오시마섬으로 들어가 하룻밤을 보내고 거리를 걷다 마주친 큐피와의 만남은 예상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함께 떠나기로 했으나 나타나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우연히 마주칠 줄 알았다. 포포와 미츠로 씨를 이어준 큐피는 최악의 사춘기를 지나는 중이다. 그렇지만 포포와 나누었던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잊겠나.
엄마는 영원히 엄마인 것 같고, 할머니는 영원히 할머니인 것 같다. 과거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에 아파했던 ‘여자’라는 사실을 좀처럼 믿을 수 없다. 포포에게 할머니는 대필가였다는 것밖에 없다. 그런 할머니에게 과거 연인이 있었다는 게 생소했다. 사랑에 아파하고 보고 싶어 했던 할머니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지는 편지를 발견했다. 그 전에 이즈오시마섬에서 토마 씨가 방문했다. 할머니가 미무라 씨에게 썼던 편지를 가지고 왔다. 포포는 책 속에서 할머니가 부치지 못한 편지를 발견해 읽고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손 편지가 귀한 시대다. 필요한 건 휴대폰 메신저나 메일을 사용하고, 친구 혹은 가족에게 작은 선물할 때만 메모를 사용해 간단하게 마음을 표현한다. 그럼에도 손으로 쓴 메모나 편지는 사람을 감상에 젖게 만든다. 편지지를 고르고 펜을 골라 글을 쓰기 위해 온 마음을 기울였을 그 정경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온 편지는 마음을 움직인다. 편지로 전하는 마음을 잊고 있었다. 받는 마음을 알기에 이 소설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오가와 이토의 소설이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더불어 츠바키 시리즈가 계속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대필가로서 살아가는 포포가 좋다. 손님을 맞이할 때 등장하는 차와 간단한 화과자 등의 다과는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왠지 커피가 아닌 차와 과자 등을 내어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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