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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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창비



 

2024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중 단연코 눈에 띄었던 작품이 혼모노였다. 마치 실제 무속인을 보는 듯 사실적으로 그린 소설이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 중에서 이런 소재의 글을 쓴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새로운 소재의 새로운 발상의 작품으로 성해나라는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이기도 했다. 출판사 <무제>의 대표 박정민의 추천사로 더 인기를 끈 작품이지만, 수록된 작품들도 만만치 않았다. 재미있고, 소설을 읽는 게 즐거운 시간이란 걸 깨닫게 해주었다. 소설이야말로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하지 않겠나.





 

먼저 표제작이기도 한 혼모노를 보자. 30년 경력을 가진 무속인의 앞집에 신애기가 새로 오며 소설이 시작된다. 소위 신발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 몸주로 모셨던 장수할멈을 위해 생화를 바치는 등 최선을 다하지만 장수할멈은 감감무소식이다. 그런데 신애기가 하는 말마다 장수할멈의 말투가 배어난다. 즉 장수할멈이 자신에게서 떠나 신애기한테 옮겨간 것이다. 신애기의 집 앞은 신점을 보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그걸 지켜봐야 하는 무력감이 곳곳에 드러났다. 늙은 무속인이 벼린 칼날 위에서 작두춤을 춘다. 피인지 땀인지 모를 것들이 뚝뚝 떨어지며 무속인은 비로소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마치 가짜가 진짜가 된 것처럼 그렇게 신명을 다한다.

 






남영동 대공분실과 오버랩되는 소설을 읽었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는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다룬 게 아닌, 표면적으로는 건축물을 설계한 이들의 이야기다. 인간을 생각하는 건축물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인간을 위한 공간이란 생각하는 바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된다. 어떤 인간이냐에 따라 그 공간은 지옥이 될 수도, 누군가의 권력을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공교롭게 이 책을 읽은 후 인터넷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한 건축가에 관련된 기사가 있었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고통과 치욕의 건축물이 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스무드를 읽고 실소를 터트렸다. 일명 태극기 부대가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예술가 제프의 방한에 맞춰 한국에 오게 된 미국인 듀이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핸드폰 배터리마저 나가자 성조기와 타이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무리를 따라갔다. 성조기를 따라가면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설픈 영어를 사용하는 친절한 할아버지가 여러 사람을 소개해주고 배터리도 충전해주었다. 친절한 사람들이라 여기며 비로소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걸 느낀다. 공동체의 힘은 노선을 떠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매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영화감독을 덕질하는 여자가 느끼는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혼란을 말한 소설이며, 우호적 감정은 스타트업 직원들이 소서리 마을 사업을 컨설팅하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다룬 소설이다. 나이, 성격 혹은 공동의 이익이 미치는 영향을 말했다. 우호적인 감정이라는 것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한낱 물거품이 될 뿐이다. 메탈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시우와 조현, 우림의 변해가는 것들을 담은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메탈 밴드를 꿈꾸고 음악을 만들었던 나날들. 별 뜻 없이 내뱉었던 말 한마디에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처럼. 관계는 되돌릴 수는 있지만, 또 되돌릴 수 없는 거라는 걸 보여준다.

 




부모는 자식에게 좋은 것만 보게 하고,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시간, 좋은 장소에서 태어나게 하고 싶은 건 당연할 것이다. 해주고 싶은 것도 많다. 그래서 잉태기의 엄마 마음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소설에서는 엄마인 화자가 아이를 가진 딸을 쟁취하기 위하여 시부와 경쟁이 벌어지는데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다. 딸의 마음 같은 건 중요하지 않고, 딸이 하는 말도 들리지 않을뿐더러 그저 상대방에게서 딸을 뺏어오고 싶을 뿐이다. 아이러니다. 딸은 또 이것들을 얼마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는가 말이다. 가진 자의 이면에 깃든 복잡한 감정을 보며 쉬운 건 없는 거 같다.




 

성해나의 소설은 다양한 주제뿐 아니라 나타내고자 하는 내용도 다채롭다. 물론 전체의 주제는 가짜의 진짜 사이에서 진짜를 가려내는 작업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악의와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진심을 말하는 듯했다. 성해나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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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 도망가고 싶지만 오늘도 이불 밖으로 나와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어른들에게
김유미 지음 / 나무사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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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용기가필요해 #김유미 #나무사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늘도 출근한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고 말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비애일 것이다. 당장 그만두고 싶다가도 직장생활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찾는다. 넋두리처럼 퇴사하고 싶다고 하지만, 아직은 퇴사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든 생각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산다면 좋겠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하고 싶은 대로 살 수는 없다. 오늘을 살기 위해,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매일 용기가 필요하다.



 

직장에서 마음이 어지러운 일 때문에 이 책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판다의 시간을 그린 유화를 보며 작가가 주는 응원의 메시지에 용기를 얻고 싶었다.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역시 그림을 보며, 작가가 거쳐온 시간에 위로받고 용기를 얻었다. 다시 또 열심히 살아갈 마음의 자양분을 얻었던 시간이었다.





 

퇴근 후에 화실로 가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의 전작 에세이의 제목처럼 물감이 필요해 전업 작가가 되지는 않았다. 퇴근 후 혹은 주말에 그림을 그리며 전시회도 여러 번 했던 작가이며 그림 속에 판다의 시간을 그린다. 작가의 그림이 총 68점이 수록되어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판다와 함께 살아갈 용기를 얻게 한다. 판다가 이런 역할을 했던가, 그저 판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위로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담벼락에 기댄 판다, 꽃 속에 파묻힌 판다, 양탄자를 타는 판다가 우리를 웃게 하고 감동하게 만든다.



 

작가가 지나온 소소한 이야기와 감정들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느리게 걷는 판다의 시간은 응원의 메시지이며,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넘치지 않게 우리를 새로운 도전의 힘을 갖게 한다.

 



거절을 못하던 시절에 나는 거절이 무례이고, 비싼 척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내가 거절을 하면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것이고, 날 다시는 찾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적절하게 진솔하고 정중한 거절은 오히려 나와 상대방의 시간을 모두 소중히 여기는 존중의 표현이다. 한층 신중하게 나간 약속에선 그 만남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서로가 귀한 시간을 내서 왔다는 것을 알기에, 나와 만나준 상대방에게 더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81페이지)



 

누군가가 만남을 청할 때 마음이 불편한 상태로 만나면 그렇게 좋지 않더라.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만나야 상대방과도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엄마와 만난 후 엄마 손 잡고 싶다, 고 혼잣말할 때 조카가 한 말에 용기를 얻어 엄마 손을 부여잡는 순간을 보며 우리에게 망설이지 말라고 한다. 이러한 깨달음은 마음이 열려있다는 뜻이다. 어린 조카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 누군가가 하는 말에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고 귀담아들으라는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혼자서 가는 것이므로, 네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라, 고 말이다. 누군가의 충고와 조언을 듣지만 결국 어떤 일을 결정하는 건 나다.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지켜보고 결정하면 후회해도 누군가 탓할 필요가 없다. 아니면 다른 길로 돌아가면 된다.





 

내 인생 드라마의 시나리오는 결국 내가 써야 한다. 작가도 나, 감독도 나, 주연 배우도 나. 서투른 작가가 쓴 드라마가 재미가 없거나 의도치 않게 새드앤딩이 되어버릴까봐 두렵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음 줄을 써 내려갈 사람은 나뿐인걸. (17페이지)

 



무언가를 도전할 용기를 갖는 것. 지치고 힘든 생활에서 한줄기 빛처럼 떠오르는 것을 향해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것. 모두 내 선택에 달려있다. 마음이 아프다고 자기가 만든 우리 안에 갇혀있지 말고 과감하게 나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리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털고 일어나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우리의 생각은 변하고 새로운 일을 받아들일 용기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어른이지만용기가필요해 #김유미 #나무사이 ##책추천 #문학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그림에세이 #판다 #판다의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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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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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그랬어 #김애란 #문학동네



 

계급의 차이는 돈이 아닐까 한다.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 굽신거리고, 나보다 돈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에게 계급 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본인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시선에서 혹은 말에서 은연중에 드러난다. 반대로 나보다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고 여겼으나 나보다 나은 집으로 이사 간다는 소식을 들어보라. 갑자기 질투의 감정으로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또한 어떠한 사정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할 형편(그것도 전세로)에 놓였는데, 젊은 부부가 집을 사서 이사 온다는 소식에 조금은 우울해지지 않을까.



 

김애란의 신작 안녕이라 그랬어에서는 사십대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의 돈과 그것에 얽힌 사람들의 관계 혹은 마음을 다룬 소설이다. 보통 사람들의 지리멸렬한 삶을 다루었다고 해야겠다. 내가 겪었던 내용일 수도 있고, 내 이웃이 겪었던 내용일 수 있다. 혹은 여전히 이런 마음들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마치 주변 사람들 이야기 같았다. 김애란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은 이렇게 현재를 대변하듯 우리 곁에 성큼 들어와 있었다.






 

일곱 편의 소설은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비슷한 면이 있었다. 타인의 공간 즉 집을 방문해 그 집에 놓여있는 가구 혹은 사람을 통해 내 삶의 누추함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물론 속에 담아둔 마음의 찌꺼기들이 샘솟듯 펼쳐지는 모양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감정들이 속절없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홈 파티의 이연은 연극배우로 활동하나 전염병으로 일이 줄었다. 후배의 청에 의해 오 대표의 집을 방문하며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가진 것과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본다.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가르는 것조차 모순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연의 말에 얼마간 통쾌해졌지만, 이후에 일어난 일에서는 아찔했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호기롭게 말하고 일어섰으나 결국 다시 돈에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장면이었다. 이연의 이 연극을 이대로 마치지 않을 생각이었다.’라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다. 마음을 감추는 대사를 한 후, 마스크를 꺼내 얼굴에 쓰고 유유히 걸어가는 이연을 상상해보라.



 

숲속 작은 집의 주인공은 남편과 함께 늦은 신혼여행으로, 값싼 여행비용 때문에 선택한 북쪽 지방에 머무르며 일어난 이야기다. 숙소를 정리해주는 비슷한 또래의 현지 여성을 바라보는 마음과 그로 인한 불편함을 다뤘다. 팁을 어떻게 줄 것인가, 금액은 얼마로 할 것인가, 어떻게 전해줄 것인가를 고민했다. 또한 어머니 혼자 자신을 키워주었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시점에서도 얼마간의 생활비를 드리는 데 대한 불편한 마음이 드러났다. 매월 들어와야 할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걱정하는 마음과 혹시 놓쳤나 싶은 생각에 전화를 거는 부모의 마음, 외국에 나와 있어 송금이 불가하다고 답하는 주인공의 불편함은 우리 모두 느끼는 낯익은 감정이란 게 조금 슬펐다.



 

좋은 이웃이란 무엇일까.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게 첫 번째일 것이다. 층간 소음과 집 밖에 물건을 방치한다던가, 혹은 담배 냄새를 피우는 건 삼가야 한다. 윗집에 새로 이사 오는 젊은 부부가 한 달 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며 찾아오며 소설이 시작된다. 집에서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주인공은 시끄러운 공사 소음 때문에 힘들고 집을 줄여가야 하는 것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다. 이처럼 돈은 사람을 슬프게도 하고, 우울하게도, 좌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안녕이라 그랬어의 은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인터넷으로 원어민과 함께 영어로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카메라에 비친 상대방의 표정과 서툰 언어로 대화를 하는 이야기다. 갑자기 수업에 빠질 때 혹은 그 이유를 알았을 때 모른 척 지나갈 수 없어 건넨 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무심코 들었던 노래 중에 '안녕'이라고 들려 그것을 우기는 장면 또한 익숙한 한 시절을 표방하는 것만 같다. '안녕'이란 만날 때와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다. 한쪽 손을 흔들며 반갑다고 하는 몸짓, 뒤돌아서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인사말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좀처럼 익숙해질 수 없는 언어일 것이다. 그냥 알게 되는 인사,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그리운 단어를 말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천천히 아껴가며 읽으려고 했으나 금방 읽어버렸다. 이렇게 아까울 데가. 더 읽고 싶은 책은 책장이 빨리 넘어간다. 어쩌면 살아가는 지표처럼, 계급으로 나누어진 사회에서 살아갈 방향을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돈으로 그어진 세상의 잣대를 지울 수도 없다. 김애란의 신작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우리에게 '안녕'이라고 안부 인사를 건네는 책이랄까.

 


 

#안녕이라그랬어 #김애란 #문학동네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돈과이웃 #김애란소설 #단편소설 #단편소설추천 #한국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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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 - 단어 한 끗 차이로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우리말 나들이
MBC 아나운서국 엮음, 박연희 글 / 창비교육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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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나들이 #문해력편 #박연희 #MBC아나운서국 #창비교육



 

1997년도부터 30년 가까이 방송되고 있는 MBC <우리말 나들이>는 언어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에 이어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이 창비교육에서 출간되었다. 잘못 사용하고 있는 말을 되짚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은 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사흘 뒤라는 말에 ‘4일 뒤라고 답하는 드라마의 대사를 보고 문해력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대중매체의 긍정적인 역할이다.



 

문서를 작성할 때 혹은 서평을 작성할 때, 어학사전의 검색 기능을 자주 사용한다. 굳어진 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은 3장에 걸쳐 설명하는데, 1장에서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뜻이 달라 헷갈리는 표현을, 2장에서는 습관처럼 굳어져 틀린 줄도 모르고 쓰는 표현, 3장에서는 문해력과 문장력을 동시에 높여주는 표현을 설명한다.

 






곤욕과 곤혹의 뜻을 보자. 곤욕은 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을 가리키고, 곤혹은 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사용하는 말이다. 곤욕과 곤혹의 뜻하는 바를 기억하면 좋겠다. 예를 들면, ‘면접에서 또 떨어져 곤욕스러웠다.’, ‘면접관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아 곤혹을 느꼈다.’를 보면 명쾌해진다. 제일 헷갈리는 표현 중 하나가 사흘 뒤금일일 것이다. ‘금일금요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 금요일의 줄임말처럼 여겼을 것 같다. ‘금새금세도 자주 헷갈린다. 금새는 물건의 값을 나타내고, 금세는 지금 바로 혹은 금시에가 줄어든 말이다. 무심코 금새라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 깨우치고 이제는 금세라고 말한다.

 



과일 금새가 많이 올라서 사 먹기가 부담스럽다.

장을 보고 났더니 금세 저녁 시간이 되었다.



 

늑약과 조약의 차이도 알아보자. 늑약은 억지로 맺은 조약을 말하고, 조약은 국가 간의 권리와 의무를 국가 간의 합의에 따라 법적 구속을 받도록 규정하는 행위다. 어린 시절 역사를 배울 때는 을사조약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강제로 맺은 조약이기 때문에 을사늑약으로 표현한다.



 

습관처럼 굳어져 틀린 줄 모르고 쓰는 표현 중에 걸맞다다 있다. 걸맞다는 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는 뜻인데 걸맞은걸맞는이라는 쓰는 경우가 많다. ‘분위기에 걸맞은 옷차림과 말투는 중요하다.’ ‘알맞다의 활용형도 알맞은이 맞다. ‘삼가다라는 표현도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도 안내문을 작성할 때 삼가해주세요라고 쓰더라. ‘삼가주세요라고 하며 틀린 표현이라고 말해준다. 책에서도 나왔지만, ‘흡연을 삼가해주세요가 아니라 흡연을 삼가주세요가 맞는 표현이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 중 소개시켜 줘라는 말이 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라는 노래도 있잖은가. ‘소개하다보다는 소개시키다라는 말이 더 맞는 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소개해 줘가 맞는 표현이다.

 



과거 TV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심심한 사과라는 말에 심심해요?’라고 말장난한 경우가 있었다. 어떠한 사건이 생겼을 때 대표가 고개 숙이며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한다. ‘심심하다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야 심심하다라고 말해도 상관없겠지만 심심한 사과에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사투리도 외래어도 아닌 알고 보면 표준어를 부록에 포함했다. 사투리 혹은 속된 말이아닌 표준어를 보자. 까지다, 꼬불치다, 꼽사리, 농땡이, 딥다, 싸대다 등이다. 가장 놀랐던 건 아따. 나는 아따가 전라도 사투리인 줄 알았다. 또한 오지다도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는 뜻이라니 우리 말 참 어렵고도 재미있다.



 

문해력의 중요성에 대하여 자주 이야기한다. 무심코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알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바른 언어생활을 위한 길잡이에 한 번 빠져보자. 어느 순간 문해력이 좋아진 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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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요리합니다, 정식집 자츠
하라다 히카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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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요리합니다정식집자츠 #하라다히카 #문예춘추사

 



일본소설을 읽다 보면, 음식을 주제로 한 내용이 많다. 음식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함께 있다는 기분을 갖게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채널마다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프로그램이 많다. 아무래도 가난했던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어른들께 식사하셨어요?’라고 하는 우리의 인사 풍경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하라다 히카도 이와 다르지 않은지, 음식과 술에 관련된 소설이 몇 권 된다. 아마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하라다 히카의 작품인 것도 있었지만, 음식을 만들며 혹은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상했던 대로 음식을 만들며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 그로 인한 애틋한 마음과 여성들의 연대를 나타내는 소설이었다.

 





주인공 사야카는 남편을 위해 정성껏 요리하여 음식을 내놓는다. 남편은 퇴근 후 식사하면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걸 좋아한다. 반면 사야카는 식사가 끝난 후간단한 안주와 함께 마시는 걸 선호한다. 그런 이유로 남편은 사야카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집에서 나간다. 혹시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여 그가 퇴근 후 자주 다닌다는 정식집 자츠를 방문한다. 사야카의 입맛에는 음식이 달지만, 자츠에는 술 한잔을 곁들여 식사를 하는 손님이 꽤 있었다. 점원을 구한다는 벽보를 보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정식집 자츠는 조우 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선대 조우 씨가 하던 가게를 물려받았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곁들인 정식과 단품 메뉴를 조우 씨 혼자 하고 있던 곳이다. 사케 한 잔을 시켜놓고 아껴가며 먹는 손님들이 있는 곳이다. 냉동 크로켓을 주로 내놓던 조우 씨는 어느 날 수제 크로켓을 만든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수제 크로켓을 내놓는다.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친다. 감자 껍질을 벗기고 으깬 뒤 볶은 다짐육을 섞는다. 타원형으로 모양을 만들어서 늘어놓고, 밀가루, 계란물, 빵가루를 준비해 감자에 밀가루와 계란을 묻히고 빵가루를 뿌려놓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재빨리 튀겨 뜨거운 크로켓 정식을 먹을 수 있게 한다.




 

문득 사야카는 생각한다.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것은 아직 낯설지만, 갓 튀긴 크로켓 정식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시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뜨거운 크로켓과 차가운 맥주 한 잔이 그리워지는 장면이었다. 여행지에서 혹은 좋은 음식이 있는 낮에도 맥주 한 잔을 주문하는 우리와 달랐다. ‘낮술의 즐거움을 모르는 게 조금은 안타까웠다.

 




정식집 자츠에서 일하며 점점 변화하는 사야카와 선대에 이어 자츠를 운영해 온 조우 씨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백화점에 납품하는 손수건 회사에 다녔던 시절을 거쳐 친척인 정식집 자츠에 오게 된, 미사에로 불렸던 기억을 회상한다. 가족과도 멀어지고 오로지 자츠에서만 일했던 삶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있다. 사야카는 조우 씨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점점 변해간다. 밥을 먹으며 술 한잔을 곁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달까.




 

삼십 대와 칠십 대 두 여성의 연대를 볼 수 있었다. 홀로 일어서는 과정이 요리를 통해 이루어졌다. 따뜻한 음식을 앞에 두고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의 안부를 챙긴다.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인물들이어서 반가웠다.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조금씩 기대는 이들의 우정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마음을요리합니다정식집자츠 #하라다히카 #문예춘추사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일본소설 #일본문학 #정식집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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