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시리즈

이번엔 당근마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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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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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힘들 때 나는 소설 속에 빠져들거나 예술 서적을 읽는다. 다른 사람의 생을 사는 듯한 소설이 아니면 그림을 보는데, 상처를 잊을 뿐 아니라 치유의 효과까지 얻는다. 미술 치료의 효과가 크다는 걸 새삼 느낀다.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 서적을 들춰 시름을 잊는다. 조원재의 방구석 미술관을 좋아했다.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좋아졌다.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법 중 자기만의 시각으로 그림을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미술 지식이 쌓이는 건 기본이다.

 


방구석 미술관이후 4년 만에 펴낸 삶은 예술로 빛난다에서는 예술 작품을 통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한다. 삶의 모든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진다는 걸 말하는 것 같다. 습작 시절부터 뛰어난 예술가는 없을 것이다. 자신만의 기법을 개발하고 꾸준한 노력으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예술가가 되었다. 습작 시절의 그림과 완숙미가 느껴지는 그림을 비교해보는 것 또한 즐거운 경험이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예술가 중의 한 명이 빈센트 반 고흐일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여러 일을 경험하며 방황하다가 이십 대 후반에 와서야 화가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번데기와 애벌레 시절을 거쳐 나비로 비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번데기 시절에 그린 그림과 나비가 되어 그린 그림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고흐의 꿈틀거리는 붓질에서 금방이라도 풀들이 일어설 듯 생동감이 넘친다. 습작 시절의 그림은 어떤가. 어둡고 평면적이다. 풍경도 느낌이 다르다. 노랗고 푸른색을 강조해 보는 이로 하여금 햇살처럼 밝게 해준다.





 

모든 일의 시작은 당연히 허접하다. 실수와 시행착오가 숱하게 이어진다. 거기서 배우고 깨달음과 영감을 얻는다. 다음 차례에 그것을 반영해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 그렇게 조금씩 성숙을 거듭해 가다 보면, 끝에 누가 봐도 비범하다 말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즉 예술이 허접했던 이에게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허접에서 비범으로 향하는 길, 그 길이 우리가 삶에서 예술을 행하는 길이 된다. 세잔이 그 길을 예술을 일군 것처럼. 우리가 그 길을 걷기로 택한다면 우리는 예술가가 되고, 우리의 삶은 예술이 된다. (103페이지)

 


저자는 제주에서 일 년을 지냈다고 했다. 허접하기 그지없는 요리 실력에서 일취월장했던 경험을 말하며 세잔과 피카소의 작품을 예로 들어 허접함에서 비범함으로 나아갔던 일화를 말했다. 정물화의 대가 세잔, 추상화의 대가 피카소의 독창적인 진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바늘과 보따리로 작품을 표현하는 김수자의 작품 <바늘 여인> 연작 시리즈는 의미심장하다. 세계 각국을 떠돌아다니며 인파로 가득 찬 거리에서 자신의 뒷모습을 촬영해 그 영상을 바느질로 꿰매듯 엮은 비디오 작품이다. 작가의 뒷모습은 바늘을 연상시킨다. 바늘 여인의 그 의미를 알고 나니 작품이 더 새롭다. 책에 수록된 건 <바늘 여인>이라는 비디오 작품의 사진 한 컷이다. 작품에 스며든 인간애는 감동 그 자체다.


 

이렇게 보면 예술은 결국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를 발견해 내는 것,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것 속에 숨어 있는 오묘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원초적인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148~149페이지)




 


생전에 화가가 거주하며 그림을 그렸던 저택을 개조해 미술관 겸 박물관으로 이용하는 소로야 미술관 사진은 가보고 싶은 장소다. 초록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정원과 세라믹 타일이 인상적이다. 진열된 소품 등 수집품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즐거움을 더한다. 소로야의 <수영하는 사람>은 물에 젖은 인체의 모습이 다른 그림과는 다르다. 바다에서 막 빠져나온 인물의 몸 위에 물을 코팅했다. 소로야 만의 채색 기법이 특별하다.

 


그림은 볼 때마다 그 감동이 다르다. 오늘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건 소설을 읽어봐도 마찬가지다. 예술을 알고 나면 작품을 보는 안목도 높아진다.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그림의 위로. 어떻게 살 것인가, 예술이 주는 해답을 만나보자. 지금보다 훨씬 풍부해진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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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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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마음을 열고 타인을 바라본다고 해도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력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도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조금씩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공존하는 소설은 사회적 약자를 테마로 한 소설로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첫 번째로 안보윤의 밤은 내가 가질게는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폭력에 노출된 한 아이를 바라봄과 동시에 폭력에 대처하는 힘을 얻게 되는 내용이다. 어린이집 교사로 있는 는 한 아이가 입학했을 때 아이의 엄마가 아동학대 경험이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매일 아이가 등원하면 옷을 벗겨 아이의 몸 상태를 살폈다. 몸 여기저기에 멍이 발견되자 아동복지국에 신고해 엄마로부터 분리했다. 할아버지 집에서 등원하기 시작한 아이에게 이상징후가 생겼다. 아동복지국이 아닌 경찰에 신고해 아동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가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폭력에 노출된 언니와 함께 지내면서부터다. 습관적으로 타인에게 이용당하던 언니가 안락사의 위기에 처한 개를 입양하기로 정한 것을 인정하면서 상처받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처에 노출된 사람이 같은 상처를 지닌 존재를 끌어안으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서유미의 에트르와 조남주의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는 전에 읽었던 내용이다. 다시 읽어도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이익만을 바라보다가 처한 상황에 다다르다 보면 생각을 바꾼다. 경화가 학원 옆 건물에 요양원 건물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앞장서 반대하다가 엄마가 치매에 걸리자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 학원 옆에 혐오시설이 될 것 같았던 요양원이 엄마의 치매로 자기에게 필요한 시설이 되었다. 상황에 따라 나와 우리 사회가 공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지연의 공원에서는 성 정체성과 함께 폭력에 노출된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말한다. 평소 큰 키와 짧은 머리로 남자로 오해받았던 인물이 여자라고 인정하자 폭력에 노출된다. 공원에서 술 취한 남자는 여자를 때리고 사라졌다. 폭행한 남자를 특정할 수 없었던 여자는 공원이 불편한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한 아이가 다가와서 벤치에 앉으며 우는 여자를 달랜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법. 아이의 작은 위로가 다시 공원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최은영의 고백은 우리의 말과 표정이 어떻게 다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다. 미주와 주나, 진희는 고등학교 때 같은 반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다. 할 말 하는 주나와 달리 진희는 책과 함께 가까워졌다. 셋은 한 명과 가까이 지내면 다른 한 사람이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다. 진희가 미주와 주나에게 고백했다.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에 주나는 역겹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미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희는 생일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람은 나 아닌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는가 보다. 미주는 주나의 말 때문에 상처받았을 거로 여겼지만, 주나는 미주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미주는 진희가 고백하던 날의 자기의 표정을 알지 못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마음이 드러나 있었던 거다. 말 보다 더 잔혹한 표정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랜만에 김숨의 단편을 읽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고장 난 보일러를 바꿀 돈이 없어 영하 15도를 웃도는, 등골까지 파고드는 한기에 몸서리쳐지는 밤을 보내는 한 노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짖지 못하는 개를 안락사의 위기에서 구해온 아내를 생각한다. 개라도 품으면 몸이 따뜻해질까. 얼어 죽지 않으려고 개를 끌어안고 자는 에스키모들의 개의 밤 이야기를 떠올린다. 온기를 찾는 노인이 안타깝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저 골목길 어딘가에도 온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른 척하고 있지 않은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김미월의 중국어수업은 전문 대학의 부설 한국어 학원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가 주인공이다. 수는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학생들은 비자를 받으러 한국어 수업에 등록했다. 중국인이 한국에 장기 체류를 위해 필요한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곳이 학생 비자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머물 공간을 그려본다. 애인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버는 남학생의 상황을 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수 또한 계약직으로 3개월마다 재계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가 속해있는 공간은 누군가가 나서야 드러나는 것 같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관심과 배려가 타인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보자. 사는 게 버거워도 마음 한 조각 나누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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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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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간다 미시마초의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는 흑백의 방이 있다. 객실에 손님을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하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듣는 이는 흑백의 방에서만 듣고 잊는다. 별난 괴담 자리는 조카딸 오치카가 시집을 간 후, 차남 도미지로가 이어받았다. 그림에 재주가 있는 도미지로는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끝나면 이야기를 바탕으로 묵화를 그린다.


 

기이한 이야기 세 편이 있다. 일본의 괴담은 우리 옛이야기처럼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가 많다. 먼저 열한 살 때 웃는 법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주사위와 등에, 수신과 사랑에 빠진 오라버니의 이야기 주사위와 등에, 죽여도 죽지 않은 인간이 아닌 자들의 이야기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미야베 미유키의 좀비물이다. 좀비물은 다양한 주제로 우리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입동 즈음, 연못에 얼음이 얼었는지 궁금해 막대기로 연못을 휘젓던 소년은 익사체 한 구를 발견한다. 시체를 건져 처리 방법을 논의하던 중 시체가 일어나 사람을 덮쳤다. ‘인간이 아닌 자에게 물린 사람은 눈빛이 흐려지고 몸에서는 시체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익사체와 똑같은 괴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익사체는 과연 어디에서 왔는가, 그 궁금증을 해결할 괴담이 한 부부에 의해 펼쳐진다.




 


우렁이 각시라는 전래 동화가 있다. 질냄비 각시라는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 구메가와 강에서 나루터지기로 일하는 오토비의 오라버니는 혼담이 들어와도 늘 거절해왔다. 밤에 자고 있는데 오라버니가 누군가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을 내다보니 아무도 없었다. 오라버니는 누구와 이야기했던 것일까. 주사위와 등에는 미신의 결정체인 것 같다. 주사위 신이라고 들어봤는가. 신들이 모여 주사위로 노름을 한다. 주사위 신인 육면 님이 등에 신과의 노름에서 졌다. 사람들은 저주하기 위해 등에 신에게 빈다. 혼인을 위해 떠났던 누이를 누군가 저주했던 모양이다. 등에가 씌어 돌아온 누이를 대신한 소년이 등에를 타고 신들의 도박장으로 날아가 더부살이한다. 신들의 도박장에 화재가 발생해 다시 고향 마을로 돌아온 소년은 뜻밖의 사건을 목격한다. 도미지로를 지키는 오카쓰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람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거다. 신과 사람의 역할에 대하여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기이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우리는 이야기에 목말라 있는 모양이다.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에 책장을 들춘다. 흑백의 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이끌기 위해 도미지로는 추임새를 넣듯 질문을 하고 귀를 기울인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야기에서 에도 시대의 삶과 정치를 알 수 있게 한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품에서 도미지로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며 가문의 대를 이룰 일이 없는 차남이다. 남의 가게에 고용살이를 떠났던 형이 돌아오며 소설은 끝나는데, 미시마야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듯하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항설백물어시리즈처럼 계속될 백 가지 이야기가 궁금한 이유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미야베 미유키는 시대물에 특화된 작가다. 에도 시대의 사람 냄새나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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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이 온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10
이지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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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는 것 같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삶.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삶이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아이를 버리는 사람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 보았으면 어땠을까. 언젠가 배우 최우식이 나오는 영화를 보며 그룹홈의 역할을 알았던 것 같다. 그룹홈이란 복지제도의 한 형태로 시설보호보다는 가정보호의 필요를 느껴 관리인과 몇 명의 아이들이 가족처럼 살게 하는 제도다. 아이들을 방임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에게서 분리하여 가족의 형태를 이루는 제도는 장단점이 존재할 것이다. 사회복지사의 행동과 관리에 따라 상처받거나 차별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룹홈은 가족을 이루는 삶이 어떤 거라는 걸 알게 해준다는 점에도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완벽이 온다는 그룹홈에서 만난 청춘들의 삶과 희망, 가족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인터넷 뉴스에서 접한 적이 있다. 시설에서 성년이 되면 몇백만 원의 생활자금을 받고 홀로 서야 하는 자립 준비 청년의 두려움에 대해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고, 자기가 세운 울타리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한다.




 


그룹홈에서 자립을 위해 나온 민서는 간간이 연락하던 해서 언니를 만나 산부인과에 함께 다니면서 그룹홈에 있었던 시절을 떠올린다. 선생님 한 분과 네 살이 많은 해서 언니와 한방을 썼고, 다른 방에는 쌍둥이 자매인 설과 솔 언니가 함께 지냈다. 주말마다 아빠와 할머니가 있는 집을 방문하던 설과 솔, 엄마와 함께 살 거라는 해서 언니와 달리 민서는 갈 데가 없었다. 친권마저 포기한 아빠는 사라졌고, 또다시 버림받을까 봐 두려웠다.

 


기다림이란 두려운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도망갔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에게 부모란 언제든 없어질 수 있는 존재였다. 나는 아빠도 언젠가 나를 버리지 않을까 늘 두려웠다. 그게 언제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헤어짐이 오늘은 아니기를 바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179페이지)

 


민서는 누군가와 깊게 감정을 나누기를 주저했다. 아빠처럼 누군가 자기를 버리지 않을까.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감정을 숨기고 마음을 주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는 오늘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해서 언니가 갑자기 연락을 끊었을 때 두려웠던 마음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법이다.

 


민서와 해서, 솔 언니에게 그룹홈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해서 언니가 임신하고 남자 친구가 도망가 자기의 삶을 탓했을 때, 민서가 없었다면 해서 언니는 망가졌을지도 모른다. 솔 언니에게 해서와 민서가 없었다면 정작 살고 싶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리라. 그들이 처한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룹홈에 살았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정의 형태를 가졌던 곳이 있었기에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묻는다. 타인보다 못한 가족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타인이 모여 서로 의지하고 산다면 그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완벽한 가족을 갖고 싶었던 해서가 아이의 태명을 완벽이라고 짓고, 완벽이를 기다리는 그 마음이 애틋했다. 완벽이를 기다리는 세 사람의 미래는 희망적이었다. 비로소 웃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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