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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평점 :
어쨌든 살아가고 있다. 매일매일의 일상을 견디며 살다가 지나 보면 그때가 좋았다고 여길 수도 있는 법. 행복과 고통이란 한 끗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고통스럽다고 여기면 고통스러운 거고, 행복하다고 여기면 행복한 법이다. 상실 혹은 미움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고통스러운가. 그러면 다른 생각을 하면 된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흘러가는 대로 두면 된다.
어떤 책에서는 ‘나’라는 데 큰 의미를 두고 나에게 집중하라는 말을 많이 했다. 타인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는 우리. 미나미 지키사이 스님은 우리의 존재를, 뜻하지 않게 태어났다가 타인에 의해 규정된 ‘나’로 규정되어 살아간다고 말한다. ‘나’답게 만들어주는 존재인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지적한다. ‘나’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법과 삶의 지혜를 명쾌하게 알려준다.
거친 비유를 들었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만큼 흔들리기 쉽다. 나는 ‘나’라는 기억의 집합체이면서 다른 이가 ‘나’임을 인정해줄 때에야 비로소 세상에 존재한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내가 ‘나’라는 근거는 사라지고 ‘나’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18페이지)
이십 대의 우리를 생각해본다. 삶의 의미를 찾느라 방황하고 고민했다. 때로는 엇나가기도 하며 지나왔다. 마음 편하게 살면 되는 것을 너무 불안해하며 살지 않았나, 우리들의 고민이 무색하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관계를 새로 짤 것. 관계의 균형을 맞출 것. 한발 물러서 균형을 맞출 것, 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참고 견뎌서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몸을 던져 희생할 필요도 없다. 내가 제일로 소중하다는 착각, 진짜 내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착각, 꿈을 이루며 사는 게 잘 사는 거라는 착각은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 다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또렷이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면 ‘사는 것도 힘들지만은 않네’ ‘산다는 거 꽤 괜찮은 거네’ 싶은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95페이지)
책이 술술 넘어간다. 맞장구치며 공감하게 된다. 별 볼 일 없는 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막막하지만 내가 뜻을 둔 일에 마음을 쏟아보고, 해야 하는 일보다 해야만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매 초기인 아버지를 간병하는 아들은 한계에 도달했고 그가 먼저 쓰러질 것 같았다.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 지칠 수밖에 없다. 관계의 틀을 바꿀 것인가, 관계를 끊을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
누군가의 말을 오래 들어주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관심사가 다른 타인의 고민을 하룻밤 내내 들어준 적이 있던가. 중간에 지쳐 잠이 들고 말 것이다. 사람의 관계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죽을 작정으로 호수에 뛰어들었다가 죽지 못한 남자의 사연을 밤새도록 들어준 스님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을 뿐 아니라 절을 찾는 사람들과 발걸음을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가족 관계에서도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법이 필요하다. 적당한 거리는 타인과의 거리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삶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다. 왜 죽음이 가장 중요한 일인가 하면, 누구도 죽음의 정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정체를 알면 손이라도 써볼 텐데, 아무도 이 중요한 사건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데다 사는 동안은 달리 알 방도가 없다. (193페이지)
삶은 죽음을 향한 여정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딱히 어떤 일을 하지 않아도 모두 죽는다. 더불어 죽음을 넘어서려 하지 않아도 된다. 죽음은 어차피 알 수 없으니 죽음을 받아들이며 사는 방법을 깨치면 된다, 고 말한다. 그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 내가 하고 싶은 혹은 해야만 되는 일을 하며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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