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매듭을 푸는 법 - 뒤엉킨 마음을 풀어야 삶도 풀린다
이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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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이 불안할 때 우리는 의외의 행동을 하곤 한다.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자꾸 남 탓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속 불안은 모두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데도 들여다 보질 않으려 한다. 내면 깊숙히 숨어 있는 불안의 존재를 들여다 보고 불안 요소들을 밖으로 빼내어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대처 자세가 필요하다. 시험 성적이 엉망일 때 십대의 아이들은 그 스트레스와 성적 하락으로 인한 불안감을 견디지 못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기도 하고 급기야는 자살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십대의 아이들 뿐만이 아닌 어른들의 불안도 마찬가지. 마음속 불안으로 인해 직장 동료들을 시기하며 어느 한 사람을 따돌리기도 하며,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도 왠지 불편하기만 하다. 들여다보면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 때문인데도 자꾸만 무시하려고만 한다.

 

살아갈 나이보다 살아온 나이가 많아질때,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앞을 향한 시간보다 뒤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문득 예전 같지않은 자신의 모습과 마주할 때, 지나간 시간과 그 시간 속 젊음을 간직한 자신에 대해서 더욱 그립고 애틋하다. 그래서 더욱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현재의 시간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211 페이지 중에서)

 

내적 갈등과 심리적 취약성을 나타내는 마음속 매듭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 굉장한 어려움을 느낀다. 직장생활 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 또는 사랑하는 연인 관계에서도 힘들어하는 걸 볼 수 있다. 상대방을 많이 사랑하는데도 자꾸만 불안해 하며 결국에는 헤어지고 마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해서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회식자리를 어려워하며 자꾸 빠지는 어느 한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린 시절에 가슴 아프고 두려웠던 일들을 애써 숨겨왔던 이유였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혼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놀림을 받았던 것들이 상처로 남고, 매사에 자신없어 하는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성년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그런 이유들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부모가 이혼한 것이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 자신 말고도 그런 가정들이 많다는 것. 자신이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그들도 자신을 진정으로 대하리라는 것을 알수 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관계를 떠날 수는 없다. 좋은 관계란 그 관계 속에서 내가 진정한 나를 드러내고 이해받으며, 나 자신도 투명하게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관계다. 또한, 갈등이 없는 관계가 아니라 갈등을 풀어 나갈 힘이 나와 상대 모두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 더 커질 수 있는 관계가 좋은 관계다. (중략) 관계의 시작이며 관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내면을 먼저 성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68페이지 중에서)

 

자신의 내면과 마주 하는 일. 내 안의 또다른 나와 소통하는 것만이 우리의 마음속 매듭을 푸는 일이다. 마음속의 고통과 마주하는 일이 곧 마음의 매듭을 푸는 일이다. 어른이지만 마음속은 어린아이 그대로 였던 내 안의 나와 마주하다보면 우리는 한층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좀더 행복해지는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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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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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그다지 우거진 숲도 아니었지만 사람의 발길도 뜸한 이른 아침의 숲은 왠지 두려움이 일게 했다.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들리는 숲의 자잘한 소리들을 들었다. 조금이라도 다른 소리가 들릴라치면 가슴부터 뛰었다. 누군가 나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낯선 사람들도 무섭지만 갑자기 동물들이 뛰쳐 나올것도 같았다. 아는 길이었지만 인적이 없는 숲은 지금도 두렵다. 가다가 사람들을 발견했을때의 그 안도감이 생각난다.

만약 지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우거진 숲에 들어섰다가 방향을 잃어 길을 헤맨다면 그것만큼 두려운 일도 없을 것 같다.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도무지 나가는 일이 보이지 않을때의 그 두려움.  숲의 이야기, 숲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 숲의 두려움을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1부는 실종된 형을 찾으러 숲으로 들어간 이하인의 이야기이다.

치통때문에 자신을 매일 패기만 했던 형을 찾아달라는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에 형이 관리인으로 근무하던 서쪽 숲으로 갔다. 새로운 관리인 박인수는 전 근무자를 알지도 못하고, 벌목꾼을 관리하는 진선생을 소개시켜 준다. 마을 사람들에게 형 이경인을 아느냐고 물었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형의 소재를 알고 싶어하는 변호사 이하인은 진선생을 만난 후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2부에서는 숲의 관리인 박인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루종일 할 일이 없이 일지를 기록하는 일만이 전부인 그의 숲에 들어오게 된 이야기와 그의 과거, 현재의 기억들이 춤을 춘다. 꿈을 꾸었던 것처럼, 자신이 한 일들이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 꿈속에서 벌어진 일들이기도 하다. 3부는 마을 사람들인 숲에 얽힌 비밀들을 풀어줄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사람들 같은 최창기, 이안남, 한성수가 말하는 숲의 이야기이다. 

 

 

이하인이 형 이경인을 찾으로 숲에 들어오고 마을 사람들인 최창기, 이안남, 한성수를 차례대로 만나며 형의 실종을 파헤쳐나가는 중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자 우리의 주인공이 갑자기 죽어버린 그런 허무함을 느꼈다. 형을 찾으러 온 이하인이 죽어버리면 형 이경인은 누가 찾는단 말인가. 사실 밤에 1부를 읽기 시작했는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두려워 한밤중에 책을 조용히 덮기도 했다. 나무들이 빽빽한 숲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기에. 2부에서 또한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술에 취한 박인수의 행태를 보며 실종된 이경인을 유추할 뿐이다. 3부 또한 마찬가지. 관리인 박인수와 숲에서의 비밀을 쥐고 있는 최창기나 이안남, 한성수가 벌목꾼으로 있었을때 어떠한 일들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독자들을 후련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모호한 결말로 인해 계속 서쪽 숲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숲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경인이 실종되었으며, 또한 새로운 관리인 박인수가 보여주는 행태를 보며 박인수의 모습에서 이경인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마치 거울처럼 그들의 모습이 비슷하다. 박인수의 행동이 과거의 이경인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부엉이 소리 또한 마찬가지.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부엉이가 이 책의 어떤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것 같지만 그것 또한 애매모호하다. 사방을 둘러보는 부엉이의 눈, 무언가를 했을텐데. 무슨 일인가를 했을텐데 그것 또한 모호하다. 우리의 상상에 맡기는 것인가. 많은 장치를 숨겨놓고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한다. 마치 불안한 우리의 삶처럼.

 

『서쪽 숲에 갔다』로 편혜영 작가를 처음 만났는데 글이 참 마음에 든다.

미스테리 소설인가 싶으면 아닌 것 같고, 우리를 글에서 꼼짝 못하게 하는 글발도 마음에 든다. 고요히 서 있는 나무들로 뒤덮인 숲속에 가면 이 서쪽 숲이 떠오를 것 같다. 덩굴 때문에 발이 감기고 교교한 소리를 내는 검은 숲. 그 숲속에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 들도 떠오를것 같다. 기억속에 숨겨 놓은 숲에서의 일들을, 숲속으로 간 사람들을. 숲속에서 들리는 모호한 소리들에 귀 기울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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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12-08-04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호함, 알지못함으로 인한 불안, 그게 우리네 삶이란 해석에 반했네요.^^
 
내 욕망의 리스트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김도연 옮김 / 레드박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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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의 공무원으로 네 아이를 키우셨던 아빠. 가진 게 없었기에 더 버거우셨으리라.

매주 주택 복권을 구입하셔서 주말이면 맞춰보시며 1억원의 꿈을 꾸셨다. 전혀 안될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한가닥 희망을 걸어 보는 것. 그 시절의 조그만 희망이었으리라. 그때는 주택복권이었고 요즈음엔 로또가 유행이다. 나 또한 로또를 몇 번인가 사 보았다. 특별히 우울한 날이나 사무실에서 스트레스 왕창 받아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을 때 몇 번 구입해놓고는 일주일간 행복해 했었다. 혹시나 로또에 당첨이 된다면 이러저러하게 써야지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했었다. 그런데 안되더라. 불로소득은 내게는 너무 먼 당신이더라. 지금도 가끔씩 로또에 당첨되는걸 꿈꾼다. 로또를 구입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지.

 

 

이 책은 프랑스의 카피라이터로 유명한 그레구아르 들라쿠르가 로또에 당첨된 마흔일곱 살의 여자 주인공 조슬린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담았다. 아름답지도 날씬하지도 않는, 더군다나 남편에게 그다지 사랑받지도 못하는 듯 보이며 수예점을 하는 조슬린에게 로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웃에서 미용실을 하는 쌍둥이 자매는 조슬린과는 다르게 로또 매니아이다. 그녀들 때문에 우연히 구입하게 된 로또가 당첨되어 버렸다. 당첨금을 받아 온 조슬린은 그 많은 270억원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래된 신발 밑창에 네 번 접어 숨겨 놓는다. 그런데 남편이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 그후 남편 조슬랭은 신발 밑창에 있던 당첨된 수표를 가지고 타국으로 달아나 버린다. 조슬린Jocelyne의 'e'를 긁어 뺀 조슬랭 Jocelyn으로. 이럴때 조슬린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남편이 수표를 가져가기 전 그녀는 자신이 욕망하는 리스트를 적어 보았었다.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것, 예를 들면 샤넬 백이나 에르메스 스카프를 사고 싶다던가, 남편과 어디 여행을 가고 싶다던가, 두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 하는 것등. 조슬린의 리스트를 보며 문득 내 욕망의 리스트를 한 번 만들어 볼까 싶었다.

 

 

내 욕망의 리스트

 

지겨웠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에게는 휴가를 내게 해 아이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나는 것.

아빠한테 깨끗한 집 한 채 사드리는 것, 소일거리하시게 쬐그만 밭도 사드리면 더욱 좋겠지.

광주 근교에 조그만(10평짜리 정도) 한옥집 하나 지어 신랑 주어야지. 역시 조그만 밭 하나 있어야겠지.

조슬린처럼 샤넬 백을 하나 사고 예전에 배우 이영애가 들고 왔다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정판 백도 하나 사야지.

발이 아프겠지만 지미추 구두 몇 개쯤.

아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옷, 스마트폰, 신발 등등.

아이들 이름으로 예금 통장 만들어주기.

신랑에게 줄 SUV 차량.

내가 갖고 싶어하는 책들, 예를들면 진작부터 리스트에 들어 있는 최명희의 <혼불> 세트를 갖고 싶고,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세트>도 갖고 싶다. 새로 나온 것들 마다 다 구입하는 거지.

우리의 노후를 보낼 예금 통장 하나.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또 뭐가 있을까?

 

 

책의 뒷편에 보면 옮긴이의 말에서 어느 유명인사가 '나는 돈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싫은 것은 돈이 부족한 것이다.'라고 했다던가. 우리가 돈이 부족하지 않다고 느끼는 정도는 어느 만큼일까. 자신들이 현재의 수입에서 조금 더한 금액일까. 돈이 많으면 사람들은 딴 생각을 한다고 한다. 돈이 많기 때문에 곁에 있는 소소한 일상 보다는 다른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예를 들면 배우자를 놔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 등.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는데 우리는 너무 돈의 노예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로또에 당첨된 대부분의 사람이 처음에만 행복했지 다들 불행하게 산다고 들었다. 그렇게 사이 좋았던 사람들도 이혼하고,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기까지 하고, 그 많던 당첨금을 다 탕진하고 금새 빈털털이가 되는 것. 오히려 로또에 당첨되기 전부터 훨씬 불행한 삶을 산다는 말을 듣고 난 1등 보다는 소소한 금액인 2등에 당첨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 돈이면 조금 부족할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더 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 그것을 잃지 않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건넨다.

 

 

아,,, 그나저나 오늘 퇴근하면서 로또나 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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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한정판) -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 그림이 있는 포에지 1
정현종 지음 / 열림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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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시를 잘 알지 못했다.

이웃분의 블로그에서 한정판으로 나온 시집이라는 말을 듣고 혹시라도 구입하지 못할까봐 부랴부랴 구입하였다. 책을 받아보니 책이 너무 좋다. 1,000권 한정판으로 나온 시집이라는 것과 권수가 찍힌 넘버링에 마냥 행복할 뿐이다. 이래서 한정판 시집을 구입하나 보다. 아래 오른쪽 사진에서 보이는 인지에 넘버링이 적혀있다. 1,000권 중에서 860권째의 책. 왼쪽 사진의 양장본 표지도 네델런드 산 클로스를 사용해서 고급스러움과 애장본의 가치를 더한 시선집이다. 작가의 손글씨와 그림이나 필체가 정겹게 다가온다. 작가를 잘 알지는 못했어도 작가에 대한 사랑이 마구마구 샘솟는 느낌이 든다.

 

 

작가의 시를 읽기 시작했다.

첫 편에 있는 시 「섬」이란 시이다. 달랑 두 줄이지만 그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섬의 부둣가로 향하게 한다. 짠 내음, 바위를 때리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 그렇게 우리를 섬으로 인도한다. 이 짧은 시를 읽는 순간 갑자기 섬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 이 시 때문이었구나, 싶다. 정현종 이라는 시인이 그토록 유명했다는 말을 실감했다. 많은 우리들에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시인이구나. 이토록 감성을 두드리다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얼마전에 올린 리뷰 중에서 황인원의『시 한 줄에서 통찰은 어떻게 시작되는가』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시가 있어 리뷰에 올려놓은 시가 있었다. 바로 정현종의 「방문객」이라는 시였다. 시선집 속의 시를 읽다가 얼마나 반갑던지 다시 또 몇 번을 외고 있었다.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마음에 드는 시가 아래의 시이다.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것을

 

시집 『섬』은 열림원 민병일 부사장도 말했다시피 우리나라에도 외국의 책처럼 예술품처럼 만들겠다며,  컬렉터를 위한 소장 가치를 높인 애장본이라서 그 가치가 더욱 빛이 난다. 마치 작가의 손때 묻은 책을 받은 것처럼 그렇게 흐뭇한 책이다.

이 시선집 참 정겹다. 시를 읽으며 또다시 내면으로의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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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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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들 중 윤동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을까.

많은 이들이 윤동주의 시를 읊고 시가 적힌 종이를 가슴에 품고 다니듯 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윤동주의 시가 적힌 연습장을 갖고 있었고 그의 시들을 코팅해서 갖고 다니곤 했었다. 그의 시를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윤동주를 가슴에 품었다. 마치 첫사랑을 좋아하듯 그렇게.  

 

소설가 이정명은 『뿌리 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로 너무도 유명한 작가이다. 그가 한국인이 좋아하시는 시인이자 스물여덟 살에 옥사한 윤동주(1917~1945)의 이야기인 『별을 스치는 바람』을 새로이 냈다. 그의 신작 만으로도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데  '별 헤는 밤' , '서시' 의 시인 윤동주의 생애 마지막 1년의 삶을 이야기한다. 후쿠오카 형무소를 배경으로 청년 시인 윤동주와 그의 시를 검열하고 불태운 냉혹한 검열관 스기야마 도잔의 이야기이고,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이 조선인 들을 포함한 사람을 비인간적이고 잔혹하게 다룬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한 사람은 감옥의 창살 안의 죄수로, 한 사람은 감옥의 창살 밖에 있는 간수로, 그들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의문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책속의 화자, '나'는 열아홉 살의 학병으로 헌책방을 하는 어머니 덕에 책속에 파묻혀, 책속에서 말하는 문장들의 영혼을 느끼며 살아왔다. 전쟁 때문에 군복을 입었고, 책속에 숨은 책벌레를 잊었고, 문장이 말하는 영혼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높은 담장에 둘러쌓인 이 차가운 형무소 안에서 점점 영혼이 말라가고 있었다. 그는 근무교대를 하고 나서 한 사람의 시체를 발견한다. 악마라고 불리울 정도로 심한 행동을 했던 검열관 스기야마 도잔의 시체를 발견하고, 누가 스기야마를 죽였는지 사건을 떠맡게 된 와타나베 유이치. 유이치는 스기야마의 품에서 시가 적혀진 종이 쪽지를 발견하며, 누구의 시 인지, 누가 옮겨 썼는지, 그에 따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윤동주 개인의 삶을 다룬게 아닌 시를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열아홉 살의 학병이자 간수를 내세워 윤동주와 윤동주의 시를 사랑했던 스기야마를 바라보고 있다. 지쳐있던 그의 영혼에 한줄기 빛처럼 다가왔던 윤동주의 시는 스기야마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고, 문장 속에서 서로의 영혼을 들여다 보았다. 단 한 줄의 문장에서도 서로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거울을 통해 그 사람을 들여다 보듯 한 줄의 시에서 그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다.

 

 

시는 영혼을 비추는 우물이에요. 우리는 더두운 영혼의 우물속으로 두레박질을 던져 진실을 깊어 올리죠. 그리고 시로부터 위로 받고, 지금부터 배우며, 시를 통해 구원받아요.  (1권, 236페이지 중에서)

 

 문학은 참 여러가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지쳐있는 우리의 영혼을 숨쉬게 하고, 병든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한 편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마음을 달래고 많은 위로를 받는다. 그런 우리들 처럼 스기야마도, 유이치도 윤동주의 시에서 그렇게 한줄기 빛을 느꼈다.

  

제국을 위해서였다는 그들의 만행에 다시 한번 나라 잃은 설움을. 핍박받는 그 형무소에서도 한줄기 희망을 위한 시를 쓰는 윤동주가 너무도 안타까웠다. 책에서는 윤동주가 사랑했던 시인들, 문학 작품들이 자주 언급된다. 윤동주의 시 21편이 전문 그대로 수록되어 있어서 마치 윤동주의 시집인양 그렇게도 생각되어졌다. 솔직히 윤동주의 시를 사랑했어도 그의 시를 많이 알지 못했는데 제대로 볼수 있어서 그 기쁨이 컸다. 색색의 포스트 잇을 붙여 가며 그의 시를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젊은 날에 가버린 그의 삶이 너무 안타까워서도 읽었다.   

 

고흐의 서간집과 화집을 사랑하고 유난히 별을 사랑했던 윤동주가, 특히 좋아했던 고흐의 그림을 나도 다시 한번 들여다 본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란 그림속에서 고흐를 느끼고 윤동주의 마음을 느낀다. 그림을 보며 나도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란 시를 읊어본다.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넬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후 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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