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순례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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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화유산을 알아가는 일. 교과서에서만 보아 왔던 문화유산을 책으로 만나게 되고 지켜야 할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해서 알게 되는 일.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귀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는지. 아름다움을 발전시켰는지에 대해서 상세히 알아가는 일이 즐거운 요즘이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몇 권 읽고서 우리 문화재를 찾아 다닌 곳도 몇 군데. 책으로 먼저 문화재를 만나고 실제로 앞에서 바라보니 그 아름다움이, 문화재에 대한 지식이 배가 되었다. 실제로 가보지 못하더라도 책으로라도 알게 되는 일. 그것이 우리 문화재에 대해서 알게 되고 지켜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의 문화 예술에 대한 책을 읽고 선암사를 다녀온 일, 경복궁의 근정전 앞 박석의 아름다움을 직접 밟은 일, 그리고 일년에 두 번씩만 전시를 하는 간송미술관을 다녀온 일들. 점점 우리 문화 예술에 대한 사랑이 넘쳐 오른다.

 

이번에 읽은 『유홍준의 국보순례』또한 저자가 말한 대로 우리 문화 특히 보물들을 순례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여백의 미와 붓의 힘찬 터치가 그려진 그림들을 바라 보고, 고고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백자 달 항아리, 고려 청자만의 비색을 나타내는 고려 청자나 불국사의 석가탑 등을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내가 이미 본 것에 대한 기쁨과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김홍도, 병진년화첩 중 옥순봉 조선1796년 삼성미술관 리움

 

은제 금도금주전자. 고려12세기, 미국 보스턴미술관

 

최근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시회를 다녀왔다.

전시회를 그냥 모르고 지나갔을수도 있는데 역사동아리를 하고 있는 아이 때문에 같이 보게 되었다. 보지 않았으면 나는 우리의 왕실 문화를 그토록 섬세하고도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는 걸 몰랐을수도 있었다. 책으로만 만나고 막연하게 직접 눈으로 보았으면 했을 것이다. 의궤 특별전을 보고 우리 왕실 문화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가슴 뿌듯함을 느꼈었다. 유홍준 교수가 책을 낸 이유 또한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알게 해주고 싶었던게 컸을 거라 생각된다. '국보'는 나라에서 문화재로 지정한 국보와 보물에 의미를 국한한 것이 아닌 저자가 명작이라 생각하는 소중한 우리 유물까지를 포함하여 이른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몰랐던 보물 들을 새롭게 알 수 있었고 우리 나라 유물이 외국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잘 지키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림 글씨, 공예 도자, 조각 건축에 대한 100개의 보물을 설명해 주는데 한쪽 면엔 보물에 대한 설명을, 한쪽 면엔 보물 사진을 실어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게, 알아보기 쉽게 저술하였다. 저자도 말했지만 숨어 있는 우리의 '국보'가 얼마나 많을 것인가. '국보순례'가 주욱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역사 동아리를 하고 있는 아이한테도 권해주고 싶은 책이 되었다. 이런 책들을 자주 보아야 우리 문화에 대한 사랑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또한 우리 아름다운 문화재를 지켜나가는 일 또한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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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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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죽고 못사는 사랑에는 참 여러 모습들이 있다.

그 사람이 없으면 죽고 못살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언제 다른 이를 사랑했나 싶게 행복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는 사랑한 사람을 잊지 못해 죽을때까지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오래된 연인들이나 부부들을 보면 사랑의 대상을 사랑하면서도 일탈을 꿈꾸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때 불과 몇 초, 몇 시간, 몇 일, 몇 달. 사랑은 길어야 일 년 이나 삼 년 이라하던가. 그만큼 사랑은 너무 행복하고 아프면서도 때론 덧없기도 하다. 사랑의 덧없음. 죽을 만큼 사랑했어도 다른 이에게 끌리기도 하는 것. 영원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을까.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프랑수아즈 쿠아레 라는 본명 대신에 '사강'이라는 필명을 썼던 작가. 작가의 나이 고작 스물네 살에 이런 사랑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소설을 썼다. 어느 정도 삶을 살아본 사람처럼 사랑과 삶에 관조하는 그런 시선이 느껴진 소설이었다. 이처럼 어린 나이에 이런 소설을 쓸수 있다는 사실. 핑크빛 사랑을 꿈꾸어야 할 나이에 말이다. 책속의 주인공이 서른아홉 살의 여성이어서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다.

 

 

서른아홉 살의 실내장식가인 폴. 그녀에게는 5년간 사귄 남자친구 로제가 있다. 로제와의 사랑에 익숙해져 어느 누구도 사랑할수 없을 것 같고, 거울 속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자꾸 늙어만 가는 것 같다. 로제는 어린 여자와의 하룻밤을 위해 밤에 폴을 혼자 두는 날들이 많아졌다. 외롭고 로제를 향한 사랑에 힘들어하는 폴에게 어느 날 스물다섯 살의 젊디젊은 미남자 시몽이 다가와 적극적인 구애를 한다. 이처럼 외로울때 시몽 같은 젊은 남자가 구애를 하면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늦은 밤 집안에 홀로 울고 있는 것보다 잘생긴 시몽과 함께 저녁을 먹고 그가 고백하는 사랑에 묻어가고 싶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더군다나 자신은 늙어가고 있는데. 사랑스러웠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늘어지는 피부가 점점 도드라지기 시작하는데 자신의 마음을 채울 남자가 나타났다면 나도 폴처럼 설레어 할 것 같다.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 인지도 몰랐다.  (57페이지 중에서)

 

 

열네 살 연상인 클라라 슈만을 남몰래 사랑했던 브람스는 사실 프랑스에서는 그다지 사랑받지 못한 음악가라고 한다. 책 속에서 시몽이 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고 묻는다.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어도 음악회에 간 폴. 처음 이 책을 보았을때 나는 당연하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인줄 알았다. 브람스를 좋아하느냐고 묻는 물음표인줄 알았던 거다. 책을 거의 다 읽을 때까지도. 프랑수아즈 사강은 물음표를 넣지 않았다. 말줄임표를 넣었을뿐. 그들의 잠시의 일탈이 이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사랑 모습이기도 하다. 사랑의 영원성을 나타내기 보다는 덧없음. 죽도록 사랑할 것 같아도 그처럼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사실. 과연 서로의 필요에 의해 사랑을 찾지만 또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냥 가버린 상대방에 대해 서운해하고, 사랑의 열정은 저만큼 흘러가버릴 것 같다. 또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될 그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비쳤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책 표지가 정말 예쁘다. 내가 좋아하는 마르크 샤갈의 「생일」이라는 그림이 있어서 더욱 좋았던 책. 폴과 로제의 모습을 보이는 듯한 그림이다. 이처럼 폴은 로제와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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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투명한 빨강
김지운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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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을 만났다.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것. 그 어떤 모든 것보다도 마음이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마음 외에 주변의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의 얼굴이라든가, 몸매라든가, 풍기는 분위기라든가. 그 사람의 마음을 알기 전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가 되어 마음속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그가 건네는 장난 스러운 말 한 마디. 그윽한 목소리, 다정함이 묻어나는 말투에서도 사랑을 예감한다. 아,,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 같구나. 하고 느껴지게 되는 것. 소소한 일상들 중에서도 마음이 가는 것은 아무도 붙잡을 수가 없다. 그가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던 간에 이미 사랑에 빠져 버린 사람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가장 투명한 빛을 발했을때 만난 사람.

그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부터 사랑이었단 걸 너무 뒤늦게야 깨닫게 되는 사랑. 그때 마음을 고백했더라면, 그때 어떻게든 말을 붙였더라면 하고 만약이란 가정을 자꾸 하게 되는 것. 우리는 항상 뒤늦게야 알게 된다. 그런 안타까움.

 

연홍주 냄새다.

  

불량스러운 말투며 시비를 거는 듯한 태도를 하고 있지만 그가 웃을때면 드러나는 해사한 웃음. 이토록 투명한 웃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 차경욱. 연홍주라는 예쁜 이름을 두고 아주 달콤한 술 같다는 말을 하며 '술이야'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남자가 점점 좋아진다. 그림을 가르치기 보다는 그리는 것을 곁에서 봐주는 그림 선생님인 연홍주에게 그는 처음에 은돌의 삼촌으로 다가왔다. 그에게 그렇게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다가가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강영흔 작가 좋아하세요?

  

응, 좋아해.

 

얼마나요?

  

무지 무지 무지 무지 무지

 

 

사랑은 기쁘기만 한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만은 않는가 보다.

너무도 투명한 빛을 발하던 그때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있을 그들의 모습들. 나는 그마저도 가슴이 먹먹해져 와 한동안을 꺽꺽대고 있었다. 연홍주가 차경욱을 바라보는 모습. 차경욱이 연홍주를 바라보는 그 애틋함에 막 가슴이 아팠다. 그동안 너무 아팠을 차경욱이 안타까워서. 그런 차경욱을 바라보는 연홍주가 애틋해서. 차경욱이 지구상에 없다면 지구가 떠내려가게 울 연홍주의 그 마음이 너무 애틋해서. 책속 주인공의 슬픔이 나의 슬픔을 끌어낸것처럼 그렇게 먹먹해 했다. 그냥 사랑이야기를 읽을 뿐인데 왜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지. 연홍주와 차경욱을 내 사랑으로 동일시 했나 보다. 이들이 언제나 행복하기를. 만일, 만일 그때 ... 그랬더라면. 이런 말들을 두 번 다시 하지 말기를 간절함을 담아 말하고 싶다.

 

 

김지운 작가의 이런 말투가 좋다.

어리광을 부리는 주인공 들의 모습. 단문에서 우러나는 그 마음들. 통통 튀는 단문 속에 드러나는 그런 풋풋한 주인공들을 보면 우리를 추억속에 젖게 하기도 한다. 우리가 가장 풋풋했던 그때를 기억하게 만든다. 책 속에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 속 인물들을 만나는 일도 즐겁다. 다 연결되어 있는 그들의 이름들이 희미해져 다시 그들이 나왔던 책들을 훑어보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서 왠지 편안함을 느꼈다. 전보다 편안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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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 당신의 별자리 시리즈
린다 굿맨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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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펼쳤을때 맨 먼저 하는 일이 1면의 사진과 제목을 훑어본 다음 별자리 운세 보는 일이다. 나는 여태 사주나 점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100% 믿지는 않지만 오늘은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나 하는 호기심이고 설레임이다. 하루를 점치고 오늘은 이런 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것. 별자리 운세는 내게 그런 의미다.

 

 

이 책 『당신의 별자리』는 열두 별자리에 대한 심리를 다룬 책이다.

신문이나 잡지 한쪽에 자리잡은 별자리 운세를 재미삼아 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이끌만한 책으로 백과사전만큼의 두꺼움을 자랑하는 양장본으로 그 두께에 흐뭇한 책이었다. 단점이라면 쇼파나 침대에서 뒹굴며 책을 보던 습관을 이 책은 단번에 바꿔 놓았다는 것. 책이 워낙 크고 무거워서 도저히 누워서 볼수 없는 책. 꼿꼿하게 앉아서 쿠션을 두 개 정도 무릎위에 올려놓고 보았던 책이다. 책속의 내용은 역시나 내가 원했던 모든 것들이 들어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별자리를 읽으며 그 사람이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느끼기도 하고 각 별자리들의 특별함에 혼자 킬킬 거리기도 했다.  

 

 

 

『당신의 별자리』에서는 각각 열두 별자리의 심리를 각 별자리를 알아보는 방법과 남성의 별자리, 여성의 별자리, 어린이 그리고 사장과 직원으로서의 별자리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상대방이 이야기를 해놓고 왜 결정을 미루고만 있는지, 우리의 상사가 어떻게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사실까지도 알수 있었다. 그냥 무심코 아이들의 심성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앞으로의 아이들 별자리의 고유한 특성도 감안해야 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각 별자리의 직원들의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열두 별자리의 특성을 보며 사랑Love과 동격이라는 천칭자리, 큐피드의 섬세한 전략을 타고난 천칭자리는 어떠한 이성의 마음도 사로잡을수 있다지. 천칭자리 남성을 조심해야 해. 천칭자리 여성 또한 얼마나 매혹적인지. 배우자가 있는 분들은 천칭자리를 조심하시길 바란다.

 

 

만약에 우리가 별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물고기자리를 하고 싶다.

'물고기 자리'라는 이름도 예쁘고 신비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태어난 날을 바꿀수는 없는 법. 나는 양력 12월 22일부터 1월 20일 사이에 태어난 염소자리이다. 지배 행성인 토성인으로 마치 깃털이불처럼 포근해 보이고 그렇게 행동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단단한 못처럼 강인하다는 염소자리. 무리 속에 없는 듯 그림자처럼 섞여 있다가 서서히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나. 수줍음이 많고 다정하고 때로는 고집이 세기도 하지만 대체로 부드러움을 가졌다. 절대로 남에게 해를 입힐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어지는 든든한 사람. 야심을 숨겨놓고 있는 사람이 염소자리라고 한다. 쉬잇, 성공을 향하는 여러분은 염소자리를 특히 조심하시길.

 

 

별자리에 대한 백과사전이 있으므로 이제부터 난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때 그 사람의 생일을 알게되면 그의 별자리를 찾아 읽어보게 될것 같다. 그는 상사로 있을때와 직원으로 있을때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어린아이때는 얼마만큼 사랑스럽고 고집을 피웠는지, 사랑을 할때는 상대방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 것인지, 전체적인 느낌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게 될것 같다.

 

 

오늘(6월 23일) 아침 신문을 펼치고 별자리 운세를 들여다 본다.

당신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재능으로 만들어 나간다면 크게 성공하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노력만이 이룰 수 있는 비결이니 허황된 꿈을 갖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라고 나왔다.

 

 

나는 염소자리입니다. 이 리뷰를 읽는 당신은 어떤 별자리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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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아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3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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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렸을적엔 자살같은 것 꿈도 꾸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삶이 너무나 힘든지 자꾸 자살을 꿈꾸나 보다. 먹고 살기가 쉬워진 만큼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은 수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학교 성적과 친구들과의 관계는 더 각박해지고 이기적인 아이들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이 정도까지 심하지는 않았던것 같다. 우리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왕따도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고 몇일이 지나면 다시 사이좋게 지내기도 했었다.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극단적인 생각을 했을까.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 마음속의 병을 그렇게 키우고 있는 아이들. 이 모든 것들이 공부하느라 마음껏 뛰어 놀지 못해서 생기는 건 아닐지. 놀이터에서는 같이 놀 친구들을 만날 수 없고, 학원엘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냥, 컬링』의 최상희 작가가 새 책을 냈다.

그 책에서의 웃음 코드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했다. 웃을 일 없는 요즘에 책에서나마 마음껏 웃어보자. 하지만 책 내용은 생각보다 우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아이들의 왕따, 왕따로 인한 자살을 말하는 글이었다. 왜 이런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 걸까. 아이들의 마음은 왜 이렇게 피폐해지는 걸까. 아무리 사춘기를 앓고 있다고 해도 이 정도 까지 아이들을 괴롭힐 수 있단 말인가. 

 

 

추리소설을 너무 좋아해 '명탐정 고명달 사무소'를 낸 철없는 아빠 때문에 졸지에 명탐정의 아들이 된 소년 고기왕. 소위 명탐정이라는 아빠가 하는 일이라곤 거의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일들 뿐이다. 고양이를 찾아 준 인연덕에 다시 사건 의뢰를 받았다. 바로 오유리 라는 아이의 행운의 열쇠에 관한 사건 의뢰였다. 한 달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는 걸 안 소년 고기왕은 아빠와 함께 사건 의뢰를 맡는다. 그저그런 사건이려니 했지만 기왕이 조사하는 와중에 오유리가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오유리 반 아이들을 만나자 반 아이들의 진실이 하나하나 드러나게 된다. 아이들은 자살하기 전에 몇번이나 살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곁에 있는 친구들, 가족들에게도 수없이 신호를 보내지만 무심한 우리들은 그걸 깨닫지 못할 뿐. 내 아이들이 그러지 않는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늘 불안하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었다.

오유리의 사건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중학교 2학년생 기왕의 모습은 애니메이션 속 코난과도 좀 비슷해 보인다. 마치 애니메이션 속의 코난처럼 유리의 친구들을 만나고 만남 속에 숨은 말들을 찾아내는 기왕은 명탐정의 아들에서 점점 명탐정이 되어가는 것 같다.

 

 

사춘기 아이들의 왕따와 자살에 대한 아주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었음에도 중간중간에 나오는 작가의 위트는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밥을 달라는 철없는 아빠의 모습에서도, 또한 집세의 살림 걱정을 아들에게 미루는 아빠의 말들은 우리를 우울한 글에서 잠시 쉬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두운 내용임에도 우리를 너무 우울하지 않게 만드는 내용들에서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주인공인 기왕이도 과거에 아픔이 있었지만 꿋꿋하게 이겨내지 않았던가. 아이들 스스로도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줄 알아야 하겠고, 누군가의 손내밈을 너무 늦지 않게 알아채야 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는 걸. 아이들게도 말하고 싶다. 내가 그 대상자가 될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고.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 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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