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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 한 남자 ㅣ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 지음, 우달임 옮김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읽는 많은 연애 소설의 끝은 거의 결혼이다.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우리의 염원.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결혼으로 이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면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다는지, 이혼하는 일이 없었겠지. 주변에서 이혼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처음엔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사랑의 감정은 무뎌지고, 같이 사는 '가족'이 되어 버리는 것같다. 예전의 설렘이나 떨림은 먼 기억속의 추억이 되어 버렸고 이제는 무덤덤하게 변해 버렸다. 마흔 즈음, 무언가 짜릿한 느낌을 갖기 위해 처음 사랑을 시작했던 스물다섯 살의 풋풋하고 건강해보이는 여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어느새 가슴이 뛰기도 하는 것. 그런 것들이 결혼의 보편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여기, 사랑해서, 모든 걸 함께 하고 싶어서 결혼한 한 남자가 있다.
아내와 결혼해 두 아이가 있는 남자 벤, 그는 아내 엘로이즈를 많이 사랑하지만 그 옛날처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고, 엘로이즈를 때때로 사랑하는 것 같다. 그녀와 성관계라고 할라치면 그녀가 피곤한지, 오늘은 할 마음이 있는 건지 조심스럽게 손을 내민다. 이번엔 육 주 만이었고, 그 전엔 십 주 만이었다. 일 년에 여섯 번 정도 하는 부부사이. 아내 엘로이즈의 거절로 침대에 누워있는 벤의 심장은 저 아래로 무너져 내린다. 그토록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사랑했던 만큼의 열정은 이제 거의 사라져 버린것도 같다.
오래된 관계에 대한 이야기.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했다.
낭만적인 사랑을 시작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오랜 시간을 지난 뒤 어떻게 변해 가는지,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를 묻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어갈수록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이렇게 비슷한지. 적나라한 그들 부부의 모습에 속으로 혼자 웃고 있었다. 벤의 말하는 진심과 솔직한 말들은 주변 사람들의 모습,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그가 진지하게 고백하는 듯한 글들은 우리를 뜨끔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은 이상이지만 결혼은 일상이다. 결혼 생활을 하는 벤의 소소한 일상적 고민들. 예를 들면 늦게 까지 남아서 일하는게 아이들에게서 벗어나는 것 같아 너무도 후련하면서도 아이들의 침대맡에서 잠을 재워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아내가 아닌 아름다운 젊은 여성과의 일탈을 꿈꾸지만 엘로이즈가 없으면 자기가 곧 죽을것 같은 애틋함도 느껴진다.
삶에 연습이 필요하듯이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하는 일에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하는 사랑법에 문제가 있으면 방향을 바꾸어 사랑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전폭적인 사랑, 아무 대가도 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았다. 우리가 아이에게 사랑을 주듯 그렇게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 부부간에도 그런 사랑을 한다면 싸울 일도 없을텐데 우리는 자꾸 바라게 된다. 우리가 부모에게 받았던 사랑과,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을 기억하며 우리는 서로의 배우자를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하는 것 같다.
한국의 『달콤한 나의 도시』정이현 작가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여행의 기술』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의 공동기획 장편소설이다. 알랭 드 보통은 장편소설『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이후 십칠 년만에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결혼과 함께 새로운 시작인 부부 관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철학적인, 알랭 드 보통 특유의 느낌이 들어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는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라고 할수도 있고, '사랑과 결혼에 대한 환상이 다 깨졌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40대인 남자의 이야기에 역시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속웃음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만 알것이다.
이제 곧 정이현의 20대의 사랑이야기『사랑의 기초 _ 연인들』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