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날은 없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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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밖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집안에 오면 따뜻한 기운으로 인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곳. 가족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가족에게서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면 가족은 지옥 속의 인물들이 되어 버린다. 폭력도 습관인 것 같다. 한 번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르면 그게 두 번이 되고 습관처럼 되는 것 같다. 감정을 어떻게 주체할 수 없어 아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면, 아들은 동생에게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되고, 동생은 또 강아지나 다른 것에 화풀이를 할 수 밖에 없다. 폭력이 계속 반복된다. 왜 그러는지 깊이 들어가보면 상처와 눈물이 있다. 그걸 마음 깊숙이 묻어 놓고 다른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야기한다.

 

 

다른 이도 아닌 가족의 형제남매간의 폭력으로 인해 폭력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폭력의 원인을 살펴보며 그 상처가 얼마나 아팠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느 한 사람 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 모두가 대화하고 소통해야 된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다. 집안이 사막같다. 황량한 사막 (71페이지 중에서) 같다고 말하는 중학교 3학년의 강민과 강민의 형 강수 형제, 강민에게 하마라고 불리우는 거식증에 시달렸던 미나와 민욱 남매. 어쩌면 이세상 모두의 이들에게 위로를 보낸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아버지가 형에게 말을 듣지 않는다고 때리고, 형 강수는 강민을 때린다. 강민은 또 집안에 키우던 강아지를 때리는 등 폭력이 반복된다. 강민은 아버지가 밉다. 아버지가 형을 때리지 않으면 형은 자기를 때리지 않을 것이고 자기는 또 애꿎은 강아지 찡코를 때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도 죽이고 형도 죽이고 싶다. 그러다가 강아지 찡코를 죽이고야 만다. 미나, 거식증으로 인해 정신과 전문의 오원장에게 심리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찡코의 사진을 보게 된다. 찡코는 미나의 외삼촌댁 옆집에 있는 키는 크고 삐쩍 마른 소년이 키우던 강아지다. 강아지 사진을 들여다 보던 중 강아지의 까만 눈망울이 그만 미나의 가슴속으로 들어와 버린다. 그 뒤 자꾸 강아지의 말이 들리고 꿈까지 꾸게 되자 미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 미나는 잊고 있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되고 본인이 아픈 상처로 인해 해리성 기억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정내 폭력은 집안 일이라며 쉬쉬하는 경향이 많다.

남편이 아내를 때린다던가, 부모가 아이들을 때리는 경우도 이웃은 알고 있지만 남의 집안 일이라는 이유로 관심 보이는 것도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형제간의 폭력은 부모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한다. 형제니까, 형제들은 서로 맞기도 하고 자란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녀가 말을 해도 오빠니까, 형이니까 그럴수 있지 하고,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는 다른 사람 보기 창피하다며 쉬쉬 하게 되어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가족에게도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으로도 되지 않으면 심리 치료나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폭력에 얼룩져 마음을 다쳤던 강민과 미나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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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누와르!
나서영 지음 / 심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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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근처에 동네 빵집이 있었다. 직원들 간식 살 때 가끔씩 이용했었다.

자주 이용하니 몇개 더 얹어 주시기도 하고 그래서 다니던 곳인데 언젠가 빵을 사러 갔더니 가게가 문을 닫아 버렸다. 걸어서 5분 거리였는데 없어져버리니 아쉽다. 빵을 사러 가려면 저 아랫 동네에 까지 내려가야 해서 불편했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가게 문을 닫았을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요즘엔 빵집도 프랜차이즈 시대라 사람들이 거기에서 이용하는 바람에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것이었다. 많은 동네 빵집들이 문을 닫았다. 그대신에 프랜차이즈 빵집은 성황을 이룬다. 요즘엔 커피나 음료까지 같이 판매하는 바람에 더욱 그렇다. 어디 빵집 뿐이랴. 슈퍼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슈퍼가 꽤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거의 찾아 볼수가 없다. 대형 마트가 곳곳에 생기는 바람에 설 자리가 없다. 싸고 좋은 제품이 많은 대형 마트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싼 제품을 구입할수 있어서 좋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막막한 일이 되어버렸다. 일단 장사가 안되니 세를 감당할 수 없고 끝에는 폐업까지 해 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 들을 담았다.

작은 도시 용주군의 시내. 이 곳에는 혜영빌딩이라고 3층 건물이 있는데 1층엔 형제 부동산, 2층엔 한우리회 사무실, 3층은 이권하가 사용하고 있다. 용주군의 군민이라면 혜영 빌딩의 '형제'와 '한우리회'를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 형제는 모두 여섯 명의 남자로 구성된 친목단체였고 한우리회원들은 서로의 가게를 이용하고 매출을 올려주었고 급전이 필요할때도 두말 없이 빌려주는 곳이었다. 이권하가 만들어낸 형제와 한우리회는 용주군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심씨 형제중 심상만은 용주군의 발전에 기여하게 될 '용진 마트'를 내세워 군수가 된다. 용진 마트는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향상으로 용주군이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할거라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거기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을 보지 못했다. 소상인들의 삶이었던 그 모든 것들이 용진 마트 때문에 어떻게 변해 가는가. 언론 매체에서나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문제점들이 이어진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이 밀리면 죽게 되어 있습니다. 죽지 않으려면 더 발전하고 진보하면 됩니다. 경쟁에 밀려 낙오된 자들의 발악입니다. 촛불처럼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115페이지 중에서)

 

 

『이게 바로 누와르』라는 작품은 조폭들의 이야기인가 싶지만 자세히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시장 경제에 대해서, 대기업의 이기심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공생하는 관계일 것 같은 갑과 을의 관계에서도 대기업은 하나도 손해를 보지 않고 횡포를 휘두르는 모습은 씁쓸하기까지 했다. 미래 저 너머의 것이 아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우리들 또한 용주군의 주민들처럼 그렇게 하고 있고, 내 일이 아니라는 것에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반성을 해본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가벼운 소설일것 같았는데 우리에게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내 소비 형태는 어떤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맨 뒷장 작가의 궁금증 열 가지에 대해서는 나도 궁금하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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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패티김 - 열정, 그 자체 패티김의 노래와 삶
패티김.조영남 지음 / 돌베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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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다.

좋아하는 가수라기보다는 노래 잘하는 가수, 자기 관리를 잘 하는 가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서 살다가 돈 떨어지면 한국에 와서 콘서트를 해 돈을 쓸어갔다는 말이 들리기도 했다.  언젠가 우연히 TV에서 그녀, 패티김은 무대를 준비하면서 평소에 신던 구두를 절대 신지 않는다는 말을 했었다. 무대용 의상을 준비하듯 무대용 구두를 따로 쓴다는 것.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는 가수구나 싶었다. 나이가 칠십이 넘도록 공연을 하고 살이 찌지 않기 위해 밥도 조금씩만, 초콜릿 같은건 입에도 대지 않는다는 그의 철저함이 자기 관리가 특별한 가수구나. 이처럼 운동이면 운동, 식습관 등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 왔기 때문에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이 찾는 가수구나 싶었다. 몇 년만 쉬어도 노래 부르는데 삑사리가 나오는 젊은 가수들에 비해 그녀의 노래에 대한 열정, 노력이 가히 패티 김을 따라 올 가수가 과연 있을까 싶었다. 멋진 은발을 보며 염색한 건가 싶었는데 본인의 머리란다. 그녀의 나이 또한 우리 나이로 75세란 사실. 놀라웠다. 이토록 젊고, 노래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가수의 인생을 보는 일. 데뷔 50주년을 맞아 가수 은퇴를 하며 자서전을 냈다. 조영남이 묻고, 패티김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패티김이라는 가수 앞에는 유달리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고 한다.

대중가수로서 '리사이틀'이라는 표현을 쓴 최초의 가수,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주연을 맡은 최초의 가수, 우리나라 개인방송 프로그램을 진행을 맡은 최초의 가수 등 그녀를 따라다니는 최초라는 수식어는 이외에도 많았다.

 

 

처음 미8군에서 노래를 부르던 일, 일본으로 진출해 노래를 하다가 미국 라스베가스에 진출한 일등 노래를 하는 일에 욕심이 많아 진취적으로 도전을 했던 일들. 그때는 거의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왔다. 작곡가 박춘석을 만나고, 길옥윤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힘들었던 결혼생활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가수이고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루머에 나도 모르게 물들어 있었던지 그녀가 말하는 길옥윤과의 삶은 패티김을 다시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봉사활동을 많이 해왔던 것들도 새로웠다. 그녀, 패티김을 너무 좋지 않게만 보아온 자신이 좀 부끄러울 정도였다. 가수 패티김에 대해서는 그렇게 완고하고 도도하지만, 할머니 김혜자는 말 그대로 손자들이 이뻐서 어쩔줄 모르는 보통의 할머니였다. 패티김의 인간적인 면을 엿볼수 있었다.

 

 

 

 

이 책은 패티 김과의 오랜 인연으로, 벗으로서 조영남이 묻고 패티김이 대답하는 대담 형식으로 되어 있는 글이다. 응접실에서 차를 마시며 그들의 속닥거리는 대화를 듣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인생이 온통 노래였듯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북트레일러에 나왔던 그녀의 수많은 히트곡 중에서 '이별'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거야 때로는 보고파 지겠지 둥근 달을 쳐다보면은 그날밤 그 언약을 생각하면서 지난 날을 후회할거야

피상적으로만 알던 그녀의 인생과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알게되니 그녀가 너무 멋졌다.  

그녀의 멋진 노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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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속 세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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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에서의 쓰카자키 다몬. 물의 도시 야나쿠라에서 연쇄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이로 나왔었다. 음반 작업을 하는 프로듀서이자 프랑스 여자인 잔이랑 살고 있었던 남자. 무언가에 깊이 얽매이지 않으며 과객이자 지나가기만 하는 사람. 물의 도시에서 좀처럼 정체를 알수 없었던 다몬의 8년 뒤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다섯 편의 옴니버스 소설집으로 되어 있다.

나는 먼저 어떤 특정한 음악을 들었을때 그 음악을 듣고 죽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자 궁금함에 조사하게 되는 「악마를 동정하는 노래」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죽음을 부르는 노래라고 부르는 '글루미 선데이'를 기억한다. 실화를 한 영화였고, 그 속에 삽입된 음악때문에 많이 이들이 자살했다고했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보면서 솔직히 두렵기도 했다. 나 또한 그 음악을 들으며 우울증에 빠지지나 않을까도 생각했었다. 영화의 그 장면장면들이 참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었다. 그렇게 음악을 들려주었을뿐인데 사람이 여러명 죽었다. 우연히 음악을 들려주었던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세이렌'이라 불리는 사람을 만나보기 위해 마을로 들어왔다. 그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남자의 집을 방문했다. 정원이 잘 되어있고 정원 뒤로 보이는 숲의 모습이 참으로 멋스러운 곳이었다. 숲이 머금고 있는 정령들. 숲을 따라 부는 바람의 방향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을 만나기도 하는 것 같았다. 깊은 숲속에서는. 우울할 때 듣는 음악, 즐거울 때 듣는 음악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로다. 우울했던 기분을 음악으로써 달래고 거기서 위안을 얻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이처럼 사람을 우울하게 하고 죽음을 부르는 음악도 있다는 게 여러 양면성을 느끼게 된다. 우리 마음속에 공존하는 선과 악이 있는 것처럼.

 

 

당신은 언제나 과객, 지나가기만 하는 사람. 스스로도 잘 알면서 그러십니까. (121페이지 중에서)

 

 

두 번째는 야간 열차에 올라탄 네 명의 남자동창들. 술 종류를 잔뜩 싸 들고 와 밤새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며 모였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이자 이 책의 제목인 '불연속 세계'와 가까운 「새벽의 가스파르」다. 기억은 참 이상하게 왜곡되는 것 같다. 자신에게 다가온 어떤 일에 대해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기억을 무의식중에 바꿔버리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기간 동안에 있었던 일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그 모든 장면이 상세하게 그림처럼 기억하고 있는 이와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람이지만 전혀 기억을 못하고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큰 충격을 받았을때 정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처럼.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

 

 

이 두 작품 외에도 음반 작업을 하다가 강을 따라 산책중에 만나는 사람의 이야기인 「나무지킴이 사내」, 대학의 인디밴드로 활동하다가 프로로 데뷔하기 위해 뮤직 비디오 촬영을 오게 된 곳에서 이 밴드의 멤버이자 그 마을 출신인 다모쓰, 그가 영화 촬영하는 장면만 보면 마을의 누군가가 죽어버려 마을을 기피했던 「환영 시네마」, 기술 번역을 하는 도모에와 함께 사구(바람으로 운반된 모래가 쌓여서 만들어진 언덕)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떠나온 여행지에서 있었던 이야기「사구 피크닉」등이 있다.

 

 

온다 리쿠의 작품을 너댓 권쯤 본것 같다.

다른 작품들을 읽을때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달의 뒷면』을 읽고 이어『불연속 세계』를 읽고 나니 왜 온다 리쿠를 가리켜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 칭하는지 알것 같다. 온다 리쿠의 작품은 왠지 그리움을 담고 있다. 몽환적이면서도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먼 세계를 생각하게 하고 그곳을 두려움과 함께 그리워하게 되는 그런 감상들이 느껴지는 것이다. 장편을 선호하는 나에게 장편인 『달의 뒷면』보다 단편인『불연속 세계』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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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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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반쯤 전에 『인생의 베일』을 원작으로한 <페인티드 베일>이란 영화를 보았다.

중국 오지의 마을에서 콜레라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을 보살피는 남자, 그리고 그의 아내의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였다. 배우 에드워드 노튼과 나오미 왓츠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를 보면서 나는 너무 늦게야 자신의 사랑을 깨우친 키티를 보며 너무도 슬퍼 엉엉 울었던 영화였다. 아름다운 화면과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도 좋았었다. 그 원작이 있다는 말에 꼭 읽어보고자 했다. 화가 폴 고갱의 이야기이기도 한 『달과 6펜스』의 작가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이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서머싯 몸은 사랑의 상처로 인해 힘겨워하지만 그걸 극복하고 조금씩 성장해 가는 키티의 삶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진정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게 인생이 아닐까 싶다.

 

사랑이란게 뭘까.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니 사랑하는 것? 상대방은 나를 향한 사랑에 푹 빠져있어도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끝까지 짝사랑으로만 남게 되는가.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의문스럽다. 동시에 서로 사랑에 빠지는 것도 행복인 것인지.

 

 

어머니 때문에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랑 결혼한 키티는 세균학자인 남편 월터를 따라 홍콩으로 온다. 무료한 생활을 하던중 파티에서 멋진 몸매와 유려한 말솜씨를 가진 남자 찰스 타운센드를 만나 불륜에 빠진다.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키티. 불륜 사실을 월터가 알아버렸다. 꼭 해야할 말 외에는 말을 하지 않는 남자인 월터는 그 사실을 알고도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찰스를 때려눕히기라도 해야 하는데 이 남자는 그런 일을 혼자서 고민하고 조용히 처리를 한다. 바로 콜레라가 만연한 시골 골짜기 메이탄푸로 떠나기로 했다. 키티를 사랑했던 것만큼 고통을 겪었던 월터는 고민끝에 메이탄푸 행을 결심했던 것이다. 어리석고 경박한데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키티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월터였다.

 

생명을 내놓을수 밖에 없는 곳. 죽음의 냄새가 깃든 곳에 절대 갈수 없다는 키티는 찰스를 찾아가 찰스도 이혼하길 원하고 자신도 이혼하겠다 하지만 말만 번지르했던 그 남자는 아내와의 이혼은 절대 안된다고 뒤로 발뺌을 한다. 그제야 찰스의 마음을 알았던 키티. 그런 찰스의 행동까지 예상했었던 월터였다. 십여 일에 걸쳐 메이탄푸로 오게 된 키티는 그곳에서 또한 무료한 생활을 견딜수 없어 한다. 자신과 눈도 맞추지 않는 월터, 키티의 신발이나 벽을 바라보고 말하는 월터 때문에 더욱더 힘들어한다. 무료한 생활을 견딜수 없었던 키티는 워딩턴을 따라 간 병원으로 사용하는 수녀원에서 다른 삶을 보게 된다.

 

 

냉철하고 이지적인 남자, 월터.

그토록 키티를 사랑했지만 자신한테 온건 아내의 부정이었다.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들. 영화에 비해 책은 거의 키티의 감정 상태를 많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찰스에 대한 마음, 남자다운 매력이 그다지 없어 사랑할 수 없었던 남편 월터에 대한 감정들.

 

우리는 왜 항상 너무 늦게야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될까?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어리석은 일을 겪은 후에야 깨닫게 되는 걸까? 가장 행복할 때 불행한 일이 생길까봐 두려운 것처럼. 우리는 진실된 자신의 속마음을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키티가 마음을 열었을때 그에게 진정한 용서를 빌 수 있었다. 긴 상처와 커다란 고통, 짧은 사랑, 짧은 행복.

그들은 보는 나는 너무도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책을 놓자마자 다시 영화를 보았다.

책속 키티의 감정들을 절제한 화면 속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거의 원작을 따라가지만 결말부분은 오히려 책 보다도 더 마음에 들 정도였다. 사랑의 상처로 인해 고통을 겪지만 그 고통속에서 성큼 성장해가는 키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 사랑이란 이토록 숭고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녀의 성장이야기, 그녀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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