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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소설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백수린 외 지음, 이승희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4월
평점 :
테마소설의 특징이 하나의 주제로 된 소설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작가들만큼 다양한 생각에 빠질 수 있다. 우정을 테마로 한 소설을 읽으며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 함께 읽은 작품이 가족을 테마로 한 소설이어서 여러모로 비교하며 읽을 수 있었다.
『함께 걷는 소설』에서는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과 이유리의 「치즈 달과 비스코티」, 강석희의 「우따」, 김지연의 「굴 드라이브」, 천선란의 「그림자 놀이」, 김사과의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김혜진의 「축복을 비는 마음」이 수록되어 있다.
마른눈, 자국눈, 가랑눈, 국어사전에서 발견했던 무수한 단어로도 충분치 않았던 눈송이가 휘날리는 장면을 떠올려본다. 고양이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맞고 있는데도 그걸 잊고 아름다운 눈송이를 바라보는 사람을 말이다.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에 나왔던 장면이다. 타인을 생각한다는 건 말짱한 거짓말인 것만 같다. 내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눈이 멀어버리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유리의 「치즈 달과 비스코티」에서는 돌과 이야기하는 남자가 나온다. 글쓰기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보름달이 뜰 때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쿠거의 이야기를 믿게 되는 내용이다. 강석희의 「우따」는 파리의 학교에서 만난 친구 우따와의 추억이 얽힌 이야기다. 제임스 T. 우드를 왜 ‘우따’라고 불렀는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인종과는 상관없는 인간적인 우정을 느꼈었다.
김지연의 「굴 드라이브」는 1년씩 계약직으로 일하던 직장을 다니다가 월수입 3백만 원의 직장이 있다는 삼촌의 말에 서울에서 고향으로 간 동희의 이야기다. 삼촌의 굴 양식장에 갔다가 고등학교 때 자기를 미워했던 반장을 만나는 내용이다. 자기를 싫어했던 이유를 말하지 않고 용서해달라고 말하는 반장에게 끝까지 용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날 반장이 해주었던 굴부추볶음을 엄마에게도 해주었으나 맛이 다르다. 요리는 그리움의 또 다른 이름인가 보다.
김사과의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는 대학교에서 한비를 처음 만나 인연을 이어 온 소설이며, 김혜진의 「축복을 비는 마음」에서는 청소업체의 직원으로 경옥과 한 조가 되어 청소하는 인선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사장의 행동에 비로소 의문을 가진다. 추가로 발생한 청소에 대한 수고와 비용을 생각하게 되었던 거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집을 청소할 땐 마음이 너무 불행해지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축복을 비는 마음으로 청소한다는 인선의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머릿속에 거울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비출 수 있는 거울이다. 그 거울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관찰하고 모사하며 공감을 이끌어 낸다. 상대방의 화난 마음, 상처받은 마음, 그로 인해 내 안에서 피어나는 공감대의 형성. 그 감정이 나를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한다. (145페이지, 「그림자 놀이」 중에서)
천선란의 소설을 읽으며 SF소설의 즐거움을 찾았다. 과학문학상을 받은 작가답게 흡입력이 좋고 공감력이 뛰어난 작가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는 수술을 받은 서이라는 우주 탐사를 떠난 김도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받는다. 20년 만에 돌아온 김도아는 떠났을 때와 다르지 않은 젊은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우주 방사선에 수없이 피폭되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진행된 상태였다. 감정에 공감할 수 없는 시술을 받은 이라는 도아가 돌아온 뒤 자꾸 가슴께가 아팠다. 자기도 모르게 아픈 심장을 문지르고 있었던 거다. 함께 그림자놀이를 하며 고통을 잊게 해주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던 까닭이다. 아픔을 나누어 가졌던 것을 기억했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지 않나. 잠시 스친 인연이어도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사이가 좋은 관계가 아니었어도 그 시절을 함께 거쳤다는 거로 우리는 동질감을 느낀다. 함께 걷는 관계만큼 좋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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