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연애 - Navie 268
요조 지음 / 신영미디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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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사랑이야기가 좋다.

이 나이 먹어도 아직도 사랑을 꿈꾼다. 남이 하는 사랑, 그걸 들여다 보는 일이 왜이리 설렐까. 그들이 사랑하고 그들이 아파하는데 그들을 바라보는 나는 왜이리 설레는지 모르겠다. 이 나이 먹어서 말이지. 신파 이런거 딱 질색이고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바라보는게 좋다. 얼마동안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읽지 않았더니 마음이 굳은것 같았다. 마음이 좀 말랑말랑해지고 싶었다.

 

 

낭만적인 연애를 꿈꾸는 이재이.

재이에게 낭만적인 연애란 곧 사랑이 샘솟는 연애를 뜻한다.

그런 그녀가 맞선이란 걸 보았다. 자칭 연애의 달인이라는 이모의 말을 빌리자면 요즘은 얼굴도 간간이 뜯어먹고 살아야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잘 살 수 있단다. 얼굴을 안 본다느니, 마음이 중요하다느니 하는 말은 다 내숭이고 가식이라는 이모의 말을 기억하고 서정우 씨라는 남자를 탐색한다. 그의 얼굴을 눈썹에서부터 홑꺼풀의 눈, 오똑하니 잘생긴 코와 입술도 그정도면 마음에 든다. 그의 모습을 살피던 중 그의 잘생긴 귀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의 큰 키 또한. 선 보러 나온 서정우란 남자는 '결혼이 꼭 숙제같다'고 말한다. 운명과 낭만적인 연애를 꿈꾼다는 재이에게 서정우 씨는 '현실적인 결혼을 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남자가 그다지 싫지 않다. 재이가 그다지 싫지 않다는 말이 없는 그 남자 서정우 씨는 그렇게 재이와 연애란 걸 시작하게 된다.

 

 

"나는 서정우 씨 때문에 매일매일 가슴이 떨려요."

 

"그거, 압니까?"

 

"뭐요?"

 

"이재이 씨 가슴 떨리게 하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그런데 번번이 내가 더 떨린다는 거."

 

스물일곱 살의 이재이는 쑥쓰러워 문자도 잘 안하는 말이 없는 남자와 연애란 걸 시작하게 되었다. 덜렁대고 잘 웃지만, 소심하고 뒤끝이 은근 있는 재이는 그 남자가 어쩐지 좋다. 떨리면 그 잘생긴 귀부터 은근히 빨개지는 그 남자가 점점 더 좋아진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서정우 씨가 로맨스 소설에서처럼 회장의 아들도 아닌,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닌 무척 평범한 남자다. 그냥 대기업에서 열심히, 묵묵히 일하는 남자. 바빠서 연애도 제대로 못해 연애엔 쑥맥인 남자. 그 서정우 씨가 점점 이재이에게 빠져들고 있다. 맞선을 보고 연애를 시작한다는 거. 맞선처럼 낭만적이지 않는게 없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맞선에서도 이렇게 사랑에 빠져들 수 있구나. 무릇 연애란 것은 다 낭만적이 되어가는 구나. 사람이 사람에게 빠지는 것만큼 낭만적이 되는구나.

 

 

내가 본 두 번의 맞선. 그 시간들이 참 곤혹스러웠고 불편했는데 두 사람이 인연이 되려면 이렇게도 마음이 통할 수 있구나 싶다. 어느 누구의 사랑보다도 설렐수가 있구나 하고 느꼈다. 재이의 1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재이의 모든 감정이 다 드러나 있다.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서정우 씨의 말 한 마디에 울고, 또 괜시리 웃기도 하며 잠 못 이루는 사랑에 관한 그 모든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무릇 사랑이란 거 그런거지. 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고, 확인하고 싶은 것. 내가 '아'라고 말했을때 상대방은 '어'라고 알아들을 수도 있는 것.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말해주었으면 싶은 것.

 

 

이 뿐만 아니라 내가 이 책이 더 좋은 이유, 요조 작가는 따스한 시선을 지녀서이다.

재이의 대학 시절 과외 제자인 윤지우에 대한 마음을 내 보일 때다. 재이가 서정우 씨를 좋아하는 마음보다 윤지우에 대한 애정을 보는 장면들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뭉클함. 그 따스함. 표현 못할 애정이 참으로 뭉클했다. 번번이 재이가 지우에 대한 마음을 표현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이런 재이가 참 좋아졌다. 이렇게 조곤조곤 사랑을 이야기하는 글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서로에게 떨림을 느끼는 그 순간.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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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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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인 『스노우맨』을 읽었던 그 놀라움을 기억한다.

정통 수사물인데다 노르웨이의 드넓게 펼쳐지는 시린 눈풍경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 책. 우리를 잠못들게 했던 책으로 인해 요 네스뵈의 이름을 각인시켰던 그런 책이었다. 한 작가의 책을 알게 되면 그의 전작들을 살펴보고 싶은게 책읽는 이들의 공통적인 면일것이다. 역시나 나 또한 요 네스뵈의 전작들을 살펴 보았다. 해리 홀레의 다른 시리즈가 있었으면 더 반가웠겠지만 『헤드헌터』라는 작품이 보였다. 많은 기대를 안고 읽게 된 책이다. 이 작품을 먼저 읽었다면 무척 재미있게 읽었겠지만,『스노우맨』을 먼저 읽은 이에게는 그 짜릿함이 덜했다. 아마도 해리 홀레 시리즈와는 다른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한듯하다.

 

헤드헌터. 기업에 고급 인력을 연결해 주는 사람. FBI의 9단계 심문 기법을 활용하여 다른 이들의 속내를 파악하고 그가 추천한 인재는 단 한 번도 채용 심사에서 거부당한 적이 없는 업계 최고의 헤드헌터 로게르 브론. 그는 168센티미터의 단신으로 아내는 자신보다 키도 크고 몹시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키에 대한 콤플렉스와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로게르 브론은 아름다운 아내가 자신을 사랑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지만, 그녀가 간절히 원하는 아이를 줄수 없다. 그래서 그는 막대한 비용을 써가며 둘이 살기에는 너무 넓은 집과 그녀에게 화랑을 안겨준다. 집과 화랑을 유지해야 하는 과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그는 은밀히 고가의 미술품을 훔치고 팔아넘기는 일을 하고 있다.

 

로게르에게 채용을 의뢰한 GPS 기술 관련 회사인 패스파인더의 CEO 후보인 클라스 그레베에게 루벤스의 사라진 명작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작품을 훔치면 자신에게 올 이득을 계산하고 그 작품을 훔치지만 자신의 동료가 살해되고 만다. 이때부터 작품의 내용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한 그의 활약이 전개된다. 자신을 사랑해 마지 않던 아내의 진심도 의심스럽고,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클라스 그레베를 피하기 위해 동료의 오두막집으로 가지만 그 장소 또한 들통나고 만다. 그레베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 누구를 이용했는가에 대한 사실은 좀 실망스럽기도 했다. 우리는 더 짜릿한 무언가를 원했나보다.

 

책 내용 중에서 가장 웃기고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 보라고 한다면 로게르가 그레베로부터 피신하기 위해 우베의 오두막으로 숨어들어 변소에 갔던 장면이다. 변소에 가 앉아 있을때 그레베와 그레베의 사냥개가 오두막으로 들어오자 자신을 완전히 숨기기 위해 변소의 탱크속으로 빠지는 장면이다. 메탄가스가 가득차 있는 곳에 몸을 숨기고 있자 볼일을 보기 위해 변소로 들어온 그레베의 엉덩이가 눈 앞에 있던 일. 그리고 그레베의 엉덩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일. 온통 똥이 묻어 있는 상태로 트랙터를 몰다가 마을 주민 누군가에게 발견된 일.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상상하는데 냄새가 나고 구역질이 올라왔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라면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기도 했고.

 

해리 홀레 시리즈처럼 정통 수사물이 아닌 작품이고 요 네스뵈가 해리 홀레 시리즈와는 정반대의 다른 작품을 써 보겠다고 쓴 작품이라 한다. 작품에서 그림을 훔치고 그림을 찾기 위한 내용을 은근히 기대했던 내게 기대 만큼의 효과는 주지 못한것 같다. 그런식으로 전개되었다면 더 흥미진진했을텐데 조금 아쉬웠다. 그렇지만 요 네스뵈의 작품을 읽는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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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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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속으로 들여다 보거나 강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그 물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을 갖고는 했다. 어르신 들이 하는 말씀이 있었다. 물을 그렇게 들여다 보지 말라고. 물속에 있는 귀신이 사람을 유혹해 잡아간다고. 지금이야 우스개 소리지만, 그때는 그 말이 무서웠다. 정말이지 물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물이 우리의 혼을 빼앗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그 말은 곧 그리스 신화 속 바다의 요정 '세이렌'을 지칭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싶다. 물이란 우리를 사유하게 만들기도 하고 재앙을 주는 두려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일본의 베니스라 불리는 후쿠오카의 물의 도시 야나가와를 모티프로 상상의 도시 '야나쿠라' 를 만들어 물이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수로가 도시 전체를 가로 지르는 아름다운 곳에서 사람이 연속적으로 실종된다. 실종된 기간 동안의 기억을 잃은 채로 돌아오는 그들.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지만 사라진 그들의 집이 공통적으로 수로가 면해있다. 교이치로는 그의 제자 다몬을 부른다. 대학시절 다몬을 좋아했던 교이치로의 딸 아이코도 야나쿠라 역에 도착하고, 연쇄 실종사건을 조사하던 신문기자 다카야스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실종되었다 돌아온 이들을 인터뷰한 다카야스는 녹음 테이프를 들려준다. 음반 작업을 하는 특성상 다몬은 소리에 민감하다. 녹음 테이프를 듣던 중 인터뷰 도중에 들리는 미세한 소리를 듣는다. 왠지 그리움을 닮은 듯한 소리. 그 소리는 그리운 과거의 어떤 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엔 설명할 수 없는 일, 설명 안 해도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군요. (71페이지 중에서)

 

사건을 조사하던중 도서관에서 다몬과 아이코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다.

습한 장마철, 비가 끊이지 않는 그곳 야나쿠라는 물을 떼놓고는 생각할수가 없다. 5 센티미터 가량의 물의 흐름이 어떤 일을 벌이고 갔는지. 그곳에 있던 사람들 조차 충격에 빠지지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게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오고 만다. 다만 도서관에 있던 개 한 마리만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없다. 야나쿠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어떤 일이 닥쳐올 것인가.

 

기억을 '도둑맞은' 그들.

도둑맞은 건 그들의 기억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모든 것이 도둑 맞았다. 우리가 보는 그들의 참 모습은 어디에 있을까. 의식이 불러온 무의식의 세계는 어린 날의 그리움이다. 두렵기만 했던 것도 어느새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멀리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발하는 달의 모습을 우리가 제대로 알수 없는 것처럼. 달의 이면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을지, 추악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 우리 인간의 모습도 그러한 것 같다. 그처럼 순수해 보이는 사람의 이면에 감추고 있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우리는 확신을 못한다.

 

처음엔 지지부진한듯 산만하게 느껴졌던 글이 어느새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깊이 빠지게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에. 수로로 연결된 물이 우리를 덮쳐올 것 같아 두려움에 떨어 읽게 되었다. 한여름에 찾아오는 장마. 햇볕은 구경할 수 없고 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들릴 즈음, 창문 열어 놓고 자는게 두려울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는 밤, 잠이 들려 할때 내 맨발의 시원함이 두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소리와 함께 스르륵 거리며 뭔가 다가올수도 있으므로. 우리가 자고 있는 사이에 내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르므로. 몇 일간의 기억이 사라질수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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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집 -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
데이미언 톰슨 지음, 정주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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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터 바닥까지 책이 쌓여있는 곳. 방의 사면을 책으로 가득 채워놓은 곳. 그 공간의 유리창으로 비추는 햇볕을 받으며 푹신한 쇼파에 앉아 책을 읽는 나. 그곳에서의 생활을 꿈꿨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좋은 책을 보면 갖고 싶은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공통점이리라. 집을 약간 넓혀 이사하면서 아예 책방을 하나 만들어야지 했다. 잡동사니들을 채워놓을 공간들이 필요해 책방으로 쓰려 했던 곳을 결국에는 사면을 다 책으로 채워넣지 못했다. 거실의 부엌벽의 한쪽 면을 아예 책장으로 채웠다. 그 책장도 모자라 거실의 넓은 탁자에 몇 권의 책, 거실 한쪽 귀퉁이의 낮은 탁자에 또 책이 여러 권, 침대 옆 테이블에 역시 책 몇 권. 우리집엔 책 외에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았다.

 

 

책으로 집안을 꾸미는 이야기를 담았다.

디자이너, 건축가, 화가, 사업가 등 여러 책 수집가들의 개인 서재의 집안 곳곳의 풍경을 담은 책이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계단 밑의 작은 공간이라든지 문 옆과 문 위 공간까지 책장을 짜 만들어 책을 수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변호사 서재 라고 불리는 판례집 등이 먼지가 쌓이지 않게 유리창이 달린 책장. 침대 머리맡에도 몇 칸의 책장을 짜 넣어 책을 수납하는 모습들은 좋아하는 책을 꽂아 두는 곳의 인테리어 효과를 주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쌓아두고 있는 책들은 색깔 별로 혹은 크기별로 진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일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책좀 읽는 다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습성, 읽지 않은 책이 쌓여있는데도 읽고 싶은 책이 보이면 책부터 구입하고 보는 그런 습성 말이다.

 

 

내 아이들의 집안 장식은 필요한 만큼의 책꽂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어른으로 자라면 좋겠다(작가 애나 퀸들런) 의 이말에 나도 공감 백배 하고 있다. 책은 장식의 효과도 크고 과시용으로 사용된다고 말하고 있다. 책을 진열하려는 애서가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하나의 요소가 있으니, 바로 "책을 빌려가는 사람들, 즉 전집의 이를 빼놓고, 책꽂이의 균형을 파괴하며, 짝 잃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피터 드러커)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을 그대로 아는지. 또한 비평가 애너톨 브로야드의 말을 예로 들고 있었다.  "나는 책을 빌려줄 때, 결혼하지 않고 남자와 동거하는 딸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이 된다."  (86페이지 중에서) 애너톨 브로야드의 이 말에 무릎을 치는 애서가 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할때가 제일 곤혹스럽다. 빌려 준 책이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자꾸 책장의 빈 곳을 초조하게 들여다 보는 나를 발견하고 있으니  할 말 다 했다.

 

 

 

 

거실, 서재와 작업실, 부엌과 식당, 침실과 욕실, 계단과 복도, 어린이방에 이르기 까지 책은 우리 들의 곁에서 늘 함께하고 있다. 페인트가 벗겨져 나뭇결이 얼룩져 보이는 오래된 의자나, 책상. 오래된 책의 벗겨진 책등 들도 정겹게만 보였다. 책 제목이 보이게 책들을 탑처럼 쌓아 만든 선반은 어떻게 보면 불안하게 보이기도 한다. 책 한 권을 빼면 책더미가 무너지고 말 것 같다. 책만 쌓아둘 줄 알았지 인형이라든가 무얼 꾸밀 줄을 모르는 나는 부러운 풍경이기도 하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한 쪽의 계단참을 차지한 책들이다. 좁은 아파트를 이용해 계단참의 한쪽에 책을 쌓아두고 있다.  꽤 많아 보이는 책들의 무게로 인해 책들이 무너지지는 않을지, 계단을 오를때 나무로 만든 계단이 망가지지는 않을지 조금 불안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내가 책을 사랑하듯이 아이들도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아니, 책을 사랑하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이 없는 집은 창이 없는 방과 같다. 책을 살 돈이 있는데도 아이들 주변에 책을 두지 않고 아이들을 키울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라고 했던 호레이스 만의 말처럼 늘 책을 가까이 하고, 책 속에서 많은 걸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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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든 당신
김하인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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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50이 넘으신 여자 분이 계신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말도 어눌하고, 걷는것조차 불안해 보일 정도다. 그 분 곁에는 도우미 한 분이 계셨다. 휠체어에 밀고 시장도 보러 다니고 곁에서 많은 것을 챙겨주시는 듯한 분이었다. 그분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나신 줄 알았다. 장애인으로 태어나서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시나보다 그랬다. 그런데 아는 분 한 분이 그러셨다. 원래 학교 선생님이셨다고. 교통사고를 당해 그렇게 된거라고. 교통사고가 나면 나는 다리 쪽만 불편하려니 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그 여자분처럼 그렇게 될수도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벌써 십여 년이 지났다고 하는데 여자분의 남편이 참 대단하시다는 말씀을 하셨다. 직장생활하면서 십 년 넘게 아내를 챙기신다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종종 길거리에서 아내 분을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이나 시장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이 한결 같기가 힘든 법인데 그 남편 분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

 

 

이 책을 읽는데 이상하게 그 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책의 주인공인 훤칠한 석민과 약간 까무잡잡한 그 남편 분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난 솔직히 친정 엄마가 병원에 누워 계셔도 드시고 싶은 음식이나 돈은 좀 내드렸지만 수발을 잘 하지 못했다. 허리가 좋지 않아 간병을 이틀쯤 하고 오면 한의원을 몇일 다녀야 할 정도로 요통을 고질병처럼 안고 있다. 그래서 시부모님도 제발 건강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병간호 하는게 자신이 없어서다. 상황이 그렇게 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과연 내가 이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잠시 하는건 쉽지만 일 년이 넘게 병간호 할수 있을까? 의식도 없는 뇌사상태에 가까운 사람을. 이처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석민이 참 대단했다. 더군다나 아내 선영의 뱃속에 아이까지 있었다. 이런 상황이 난감했다. 뇌사 상태에 빠져도 환자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다 들을수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의학적으로 그처럼 누워있는 상태에서 아이가 자랄수 있다는 것이 믿을수 없었다. 아이가 무사히 자라고 있는 모습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선영이 입원해 있는 동안 직장도 휴직을 하고 지극 정성을 다해 아내를 돌보는 석민의 모습은 우리를 참 부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동네의 그 아저씨처럼.

 

 

김하인 작가의 이름을 유명하게 했던 작품『국화꽃 향기』를 기억한다.

그 작품을 영화화 한 <국화꽃 향기>라는 영화에서의 배우 장진영이 떠오르기도 한다. 영화에서처럼 암에 걸려 유명을 달리했던 배우. 너무 젋은 나이에 가서 많이도 우리를 안타까워했던 배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작품은 해피 앤딩을 다루었으나 『국화꽃 향기』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같은 작가의 죽음을 다룬 비슷한 작품이라 그럴 것이다. 서정 소설이되 좀 밝은 내용의 소설이었으면 하고 바랬나보다.

 

 

선영과의 결혼을 허락 받으러 선영의 집에 갔을때 석민을 향한 선영 아버지의 당부 말씀을 기억하고 싶다.

 

나는 자네가 부자가 되기 위해 인생의 대부분을 숨차게 흘려보내는 것을 바라지 않네.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그 하루가 삶의 마지막인 듯 애틋하고 살갑게 내 딸을 보듬어주면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네. (66 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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