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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박에스더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우리나라의 제도 중에서 마음에 맞지 않는것이 많아도 이 나라를 떠나서 살 생각은 해보지 않은것 같다. 한번씩 꿈꾸는 외국으로의 여행이면 몰라도.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그래도 살기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끝없이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도 그렇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체면을 차리느라 자신이 정작 하고싶은 것도 못하는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중에 나도 하나이니 뭐 할말은 없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자고 해도 어느샌가 '이런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때문에 머뭇거리는 나를 발견하니 말이다.
우리의 이런 마음들을 콕 찝어 말하는 책을 만났다.
KBS 방송국의 출신의 박에스더라는 저자가 통쾌하고도 신랄하게 우리나라를 비판하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원하는 글 말이다.
작가도 말했지만, 외국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나이가 아주 많이 차이나는 사람과도 친구로 지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이를 떠난 친구. 오히려 동년배의 친구보다 훨씬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람.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나이 많은게 무슨 벼슬이라고 '너 몇살이야?' '머리에 피도 안마른것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내가 어른이 된다면 절대 나이 갖고 유세하는 어른은 되지않아야겠다는 다짐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의 내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어떤가. 무의식적으로 '내 나이가 몇인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보도국 기자로서 경찰, 법조, 교육, 국회 등을 출입해서인지 정치쪽으로도 통렬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 자신들이 맞다고 생각하며 국민을 설득해야할 그들도 자신들이 그어놓은 틀 안에서만 움직이고, 막힌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도 무릎을 쳤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내 주변에서도 그렇고 많은 젊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걸 보았다. 요즘처럼 살기 어려운때에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좀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월급 안나오는 일이 없는 일명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다들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고 있다. 취미가 무엇인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건 제쳐두고 부모가 원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들 말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질문을 했다 한다. 무엇이 하고 싶었냐고. 어떤 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고 뭔가 다른일을 해보고 싶었다 한다. 외국같은 경우는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는 일일 것이다. 나 또한 부모로서 아이들이 직업을 선택할때 교사나 공무원 같은 그래도 편해 보이는 직장을 갖길 원할테니까.
저자는 성에 대해서도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터놓고 얘기하자고 말한다.
사춘기 아이들을 둔 부모 입장에서 저자가 말한 몇 가지를 여기에 써두고자 한다.
우리가 10대들에게 정말 가르쳐야 할 것은 (중략) 성은 나이나 결혼의 유무 같은 사회적 제약과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이고, 성관계는 오로지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합의 하에 이뤄지는 배타적 행위라는 가장 원초적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 (291페이지 중에서)
성적 감정은 육체적 본성의 성격도 동시에 갖고 있어 절제를 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성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책임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것, 임신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갖고 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 등을 가르쳐야 한다. (300페이지 중에서)
우리가 우리나라라고 부르는 대한민국이 좀더 변했으면 하는 의도에서 이 글을 썼다고 했다. 우리와 상대방의 많은 '차이'를 인정하고 좀더 변화되는 대한민국을 누구나 꿈꾸어 보자고 한다. 나도 대한민국이 좀더 변했으면 한다. 변화의 과정에서 다른 이와의 '다름'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것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