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 당신을 위한 글쓰기 레시피
김민영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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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늘 글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글 실력하고는 상관없는 목마름.

책을 읽고서 몇 년이 지난 뒤 그때 어떤 느낌을 받았더라 생각해보면 생각이 나지도 않아 한두 줄 느낌을 적던 게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벌써 10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나의 리뷰 쓰기는 제자리 걸음. 늘 글 잘 쓰는 사람이 부러웠다. 블로그 상에서도 글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의 글을 보며 감탄했고 많이도 부러워했다. 내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글 잘 쓰는 법은 없겠지만 그래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책을 읽고 글쓰기 강좌나 첨삭을 보고 내가 쓴 리뷰를 봤더니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져 버렸다. 왜그렇게 유치한 글을 썼는지. 주제는 없고 장황하게 내 감정만 늘어놓은 글이었다. 늘 그렇게 생각해왔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특별히 글쓰기 능력이 좋아지는건 아니겠지만 지금 보다는 났지 않을까.

 

시트콤 작가, 영화평론가를 거쳐 출판 기자로, 글쓰기 강좌를 하는 작가로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블로그에서 서평이나 리뷰, 모임 후기를 쓸때 첫 문장의 중요함, 지루하지 않게 쓰는 법을 말해준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 것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몇가지 글쓰기 방법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사물을 바라보는 관찰력과 감수성을 기를 것.

2. 잘 읽기

3. 좋은 문장은 멀리 있는게 아닌 우리 삶 속에 있다는 걸 기억할 것.

4.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

5.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글쓰기를 할 것.

6. 가슴에서 솟구치는 글을 쓸 것.

7. 긴 문장을 배제하고 짧은 문장의 글을 쓸 것.

8. 인문, 사회, 경제, 과학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생각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  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9. 메모를 잘 할 것.(영화 볼때나 여행할때도 메모를 하는 습관의 필요성)

10. 요약을 잘 할 것.

11. 고쳐 쓰기 습관을 기르자.

 

 

이렇게 메모해놓고 한번씩 들여다 보고자 남겨본다.   

 

위 8번에서처럼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라는 대목을 읽을때는 문학 책만 편독하는 습관이 있는 나를 콕 찍어 말한듯 했다. 자기계발서는 거의 질색을 하는 편이고, 평소 문학 계통의 책만 읽는 나는 스스로도 감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다보면 감정에 너무 앞서는 경우도 많아 내 성격이 원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문학만 읽는 사람들은 감성이 풍부해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다양한 독서를 강조하고 있었다. 첫 문장을 쓰고 나서, '잘 읽히도록' 고치는 습관의 중요함도 일깨운다.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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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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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되면 내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이 책 재미있다며 읽어보라고 권하게 된다. 늘 그렇게 해 오다가 아이들이 무지 좋아했던, 그래서 대여섯 번 읽었던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이 쓴 글이라 중학교 1학년생인 아들에게 먼저 권했다. 김려령 작가라고 하니 '그래요?' 하며 반갑게 책을 받아들더니 평소에는 일주일이 넘던 책읽기가 이틀만에 끝났다. 아직도 읽고 있겠거니 했더니 벌써 읽었다며 재미있고 다 읽고 났더니 마음이 따뜻했다 라는 말을 했다. 그럼 독후감을 써 보라고 했더니 싫다고 해 짧게 느낌을 써 보라며 포켓북을 주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도둑질하는 해일, 두 명의 아버지를 둔 지란, 그리고 진오. 세 친구가 만드는 이야기는 따뜻했다. 라는 글을 써 놓았다.

 

사람의 느낌은 나이를 떠나서 비슷한가 보다. 책을 읽고 느끼는 공감대 또한 비슷한 걸 보니 더 그러한 생각이 든다. 그렇다. 김려령의 소설이 그렇다. 나이 먹은 우리 부부나 아직 십대인 아이들이 느끼는 바가 비슷하고 책을 읽고 따뜻함을 느끼는 바도 비슷하다. 『완득이』의 소설 한 편으로 김려령 작가는 우리 가족에게 따뜻함을 주는 작가가 되고, 그 이름 하나로 책을 집어들게 만드는 작가가 되었다. 

 

『완득이』에서도 느낀 거지만 김려령 작가는 특별한 주인공을 우리에게 소개시켜 준다.

『완득이』에서 똥주 선생을 꼭 죽여달라며 하나님한테 기도하는 완득이처럼 그녀의 2년만의 신작 『가시고백』에서는 도둑질하는 주인공 해일이 나온다. 책의 첫머리에서 부터 자기 고백을 하는 해일의 말을 들어보라.

 

나는 도둑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누구의 마음을 훔친 거였다는 낭만적 도욱도 아니며, 양심에는 걸리나 사정이 워낙 나빠 훔칠 수밖에 없었다는 생계형 도둑도 아닌, 말 그대로 순수한 도둑이다. (중 략) 나는 거기에 있는 그것을 가지고 나오는, 그런 도둑이다.

 

마음보다 손이 먼저 움직인다는 해일. 예민한 손놀림으로 습관적인 도둑질을 하는 열여덟 살의 해일은 그리 잘 살지 않는 중급반의 수학을 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일주일간만 빌렸다는 옆자리에 앉는 지란의 전자수첩을 아주 순식간에 훔치게 된다. 맨날 바람만 피던 친아버지, 엄마와 재혼한 새아버지가 있는 지란. 구김없이 잘 사는 줄 알았던 지란도 남모르는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해일은 달걀을 부화시키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고 일기처럼 싸이에 남기고, 반 친구들도 그 사실을 알게된다. 막말하는 진우와 지란은 해일의 집으로 가 병아리로 부화시키는 과정들을 지켜보며 어느새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입안의 가시같은 고백들을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고백하는 이.  고백할 대상이 있기에 할 수 있는 것들.

 

공부에만 온통 빠져있을 고2 아이들이 아닌 저마다 고민이 있고, 힘들게 공부하고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의 낭만과 우정이 있다는 걸 보여 주었다. 다른 아이들을 시기하는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닌 가깝지 않았던 아이들조차 서로 따뜻함을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좋게 보였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런 모습들은 보지 않고 어른들의 잣대를 그어놓고 그 잣대에서만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려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는 감정하고 마음속 감정이 달라서 감정부터 솔직해 지자며 '감정을 설계하지 않는 자, 스스로 자멸할 것이다.'라는 사이비 교주 냄새가 폴폴 나는 문구를 홈페이지 대문에 써놓은 감정 설계사인 해일의 형 '해철'. 동화 '백설공주'에서의 왕비의 거울이 자기 내면의 거울이라며 남을 헐뜯는 것보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똥주 선생 같은 화학샘 '용창 느님'. 마음에 커다란 불을 안고 있는 열여덟 살의 청춘들에게 해철과 용창 느님은 이들의 조언자요, 그들의 앞길을 인도하는 자그마한 등불 같은 존재들이다. 그렇게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게 열여덟 청춘들을 이끌어주고 있었다.

 

해일이 유정란에서 부화시켜 어린 병아리를 키운 것처럼 우리의 각박해진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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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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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 문재인 하면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에 민정수석을 했고 비서실장을 했던 이. 늘 그의 곁엔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다.

 

이웃분들이 올린 리뷰글에서 이 책을 만났을때도 아,, 이런 책을 썼었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읽으며 정치인 문재인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다. 그가 썼던 이 책을 읽어보고자 했다. 사실, 여동생과 제부는 노사모 시절부터 지금은 노무현재단에 푹 빠져있는 사람이다. 정치에 관심없던 나에 비해 그들은 다분히 정치적인 사람들이다. 이번 설에 만났을때도 '나꼼수'니 『닥치고 정치』이야기를 하던 차에 문재인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했더니 아버지께서 무척 재밌게 읽으셨다며 꼭 읽어보라고 당신의 책을 가져다 주셨다. 그래서 읽게 된 책.

 

노무현 대통령과 운명처럼 만나 또한 운명처럼 떠나보냈던게 문재인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2주기에 맞춰 처음 만났을때부터 마지막 까지 운명처럼 엮어있던 그들의 관계를 말한 글이다. 

 

나에게 노무현은 인권 변호사, 그리고 5.18 청문회때 허를 찌르던 명료한 질문. 그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 그렇게 명쾌한 기분이 들었었다. 그리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누군가 그랬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때는 국민들에게 별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대통령을 그만 두고 났을때 더 인정 받을 것이라고. 서민들에게 친절하고 옆집 아저씨처럼 느껴졌던 노무현 대통령을 추억했다. 지금은 가고 안계시다는 게 더할수 없이 허전하다. 그 분의 잠시 몸담았던 봉하를 찾았을때 숙연해지는 기분을 다시 느꼈고, 그 분의 사진들, 묘석을 보고 그 분이 계셔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분의 편한 웃음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에 젬병이었던 내게 정치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고 또한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더 한번 각인 시켰던 『닥치고 정치』와 『문재인의 운명』을 읽으며 돌아올 대선에 대해서 내가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며 정치에 대해서, 선거에 대해서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보니 여론 조사에서 문재인이 박근혜를 바짝 뒤쫓고 있다지.

어떤 새로운 분이 또 나와서 우리를 새로운 정치로 이끌지 모르겠지만 정직한 정치인, 깨끗한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했던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줄 좋은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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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 풍경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아모스 오즈 지음, 최정수 옮김 / 비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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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오즈 라는 작가 이름을 이 책으로 인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스라엘 출신 작가이며 노벨문학상에도 몇번이나 거론되는 작가로 지중해문학상 외국어문학상을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총 여덟 편의 연작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의 배경은 이스라엘이 건국되기도 전 개척자들에 의해 세워진 가공의 마을로 '텔일란'이라는 곳의 주민들의 이야기이다. 각 단편에서 한 사람의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그 단편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이 다른 단편에서도 보이곤 한다.

 

책에서 비춰지는 텔일란은 포도밭이 있고 사이프러스와, 아몬드 나무 등이 있는 한가로운 시골 마을이다. 아내와 헤어지고 딸의 조언을 받아들여 도시 생활을 정리해 어머니가 계신 텔일란으로 내려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가며 살고 있는 아리에 젤니크의 이야기 「상속자」, 단 교육대에서 신장에 문제가 생겨 이모와 함께 지내며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내려온다는 조카 기드온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을 최고의 진단의 가정의학과 의사 길리 스타이너의 이야기 「친척」, 한때 국회의원이었지만 생의 말년을 맞아 마을의 교사로 일하고 있는 딸 라헬과 함께 살고 있는 페사크 케뎀의 이야기 「땅 파기」,

 

마을의 고옥을 사들여 정원이 있는 저택들 지어 파는 부동산 중개업자 요시 새슨의 이야기 「길을 잃다」, 쪽지 한 장을 써서 다른이에게 건네주고 사라져 돌아오지않는 아내를 찾아 헤매는 마을의 면장 베니 아브니의 이야기 「기다리기」, 마을의 우체국장이자 도서관 사서인 서른 살된 이혼녀 아다 드바쉬를 좋아하는 열일곱 살의 소년 코비 에즈라의 이야기 「낯선 사람들, 십대인 아들이 자살로 생을 일찍 마감하자 아들이 좋아했던 노래를 마을 주민들과 함께 부르는 달리아와 아브라함 레빈 부부의 이야기 「노래하기등의 이야기가 있다.

 

마을의 구성원을 보면 아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홀로 사는 중년의 사람들의 외롭고 쓸쓸한 모습들이 보인다. 1939년생인 작가의 최근작이라 그런지 나이 든 사람이 바라보는 인생의 허무함, 외로움, 쓸쓸함 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또한 그의 글에서 나이 든 사람이 바라보는 인간적인 연민이 엿보였다. 어떤 주인공도 탓하지 않고 소설속에서 자신의 생각들을 내보이고 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혼자가 되는 것 같다.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려는 단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모든 것에 열정을 쏟았던 젊은 날의 회상과 이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삶의 모습을 관망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도 저마다 사연이 없는 사람들이 없다. 다 저마다의 사연과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무리 화려하고 화목해 보여도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 조그마한 비밀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책속의 시골 생활 풍경들을 바라보며 우리 미래의 모습들이 보였다. 단면적인 모습이겠지만.

우리가 나이들면 외진 시골 마을에서 저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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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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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선을 그어놓고 살아가고 있다.

하나의 선을 그어놓고 선 너머의 사람을 부러워 하기도 하고 질시하기도 하며 때로는 무시하고 멸시하기도 하는 이중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한 것을 갖고 싶어하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질투로 이어져 미지의 사람을 죽도록 미워하기도 한다. 아마도 금지되어 있는 선일수록 더 넘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일것이다. 

 

이 책은 자신에게 금지된 선을 넘고자 욕망했던 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금지된 선, 그 금지선이 자신을 비웃고 있을때 자신이 무언가 강하게 원하는 것이 있을때도 절대 넘어오지 말라며 빛을 발하는 황금빛 선이 너울거릴때 저 너머의 선으로 넘어갔던 아이. 그 아이의 과거의 이야기이자 현재의 이야기.  

 

영국의 명문사립학교 세인트오즈월드. 아버지가 학교의 수위로 일하고 있어 허름한 사택에서 사는 아이에게 세인트오즈월드는 동경의 대상이자 들어갈 수 없는 금지된 곳이었다. 다니던 학교 서니뱅크파크 종합학교에서 책을 좋아하는 스나이드는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늘 아버지가 일하는 세인트오즈월드의 금지선을 넘어 누군가의 교복을 훔쳐 입고 그 학교 학생인양 운동장을, 교실을, 지붕위를 기웃거리던 아이였다. 때로는 체육 수업하고 있는 아이들 틈에 섞여 있기도 했던 스나이드는 교실 복도에서 열네살의 리온을 만나 자신의 이름을 '줄리언 핀치백'이라 가르켜주고 말썽꾸러기 리언과 함께 무언가를 훔치기도 하는 등 서니뱅크파크 학교를 가지 않고 세인트오즈월드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스나이드의 단 하나의 친구. 스나이드에게는 스나이드만의 친구였으면 했다.

 

세인트오즈월드를 처음 접했을 때처럼 무단침입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런 느낌은 세인트오즈월드의 아름다운 건물들과 햇빛을 받아 빛나는 창문들을 처음 보았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리언이라면 이런 느낌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세인트오즈월드의 본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세인트오즈월드의 품격과 역사와 오만한 독선을 말이다. 리언에게 세인트오즈월드는 그냥 학교였을 뿐이다. (360페이지 중에서)

 

15년뒤, 스나이드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하층민인 자신에게 금지되었던 곳의 신임 교사로 부임해 그들 틈으로 섞여 개인 보다는 학교의 명예와 전통을 더 중요시 했던 곳을 무너뜨리고자 한다. 서서히, 치명적으로.

 

15년 전부터 세인트오즈월드의 고전어학인 라틴어를 가르키고 있는 로이 스트레이틀리와 정체를 알려주지 않는 스나이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섯 명의 신임 교사인 컴퓨터 교사 미크, 지리 교사 이지, 외국어 교사 미스 데어, 영어 교사 킨, 체육 교사 라이트 중에 스나이드가 누구인지 정체를 밝혀주지 않는다. 나름대로 스나이드가 누구일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인물이 아닌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스나이드가 세인트오즈월드를 증오하고 무너뜨리고자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었다. 스트레이틀리와는 어떤 인연으로 묶였길래 그를 맨 마지막에 손 봐주고 싶어할까. 작가는 불친절하게도 서서히, 막바지에 왔을 때에야 우리들에게 진실들을 알려준다. 그때 15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나이드의 정체 또한. 우리들의 마음을 궁금하게 하고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만들더니 우리를 놀려 주듯이 전혀 다른 진실들을 내놓는 것이다.

 

내게는 영화 '초콜릿'으로 알게 된 작가. 작가는 명문 리즈 사립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던 경험으로 이 책을 썼다 한다. 교사 시절을 회상하며 썼던 터라 십대 아이들의 성격과 집안등 사실적 묘사가 뛰어나고, 아이들을 가르키는 교사들의 세세한 모습까지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방대한 분량인데도 쉼없이 스나이드와 스트레이틀리의 속삭임을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스토리를 좇아가기에 바빴지만 다 읽고 나니 다시 첫 장부터 펼쳐보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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