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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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십 대, 이십대, 혹은 아이의 육아를 제대로 하고 싶다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 있다면 육아에 전념하던 때다. 아이에게 매달려 있던 시기, 잠 못 자던 시절이다. 물론 돌아간다면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기는 하다. 많이 안아주고 짜증 내지 않고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루하루가 전쟁인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쓴 글 모음집이다.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아빠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엄마들의 육퇴시간이 생긴 걸 보면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여전히 육아는 힘들다. 직장생활과는 별개로 퇴근 후 집안일과 육아에 지친 엄마 아빠들의 고군분투가 아이를 키웠던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다섯 명의 아빠들이 모여 돌아가며 육아일기를 발행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저녁 9시에 발행되는 썬데이 파더스 클럽회원들의 이야기에서 고단하지만 행복한 모습을 발견한다. 아이가 커 가는 시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안타까울 정도로 무척 빠르게 큰다는 사실을 알면 더없이 중요한 시간이다.

 


처음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결성할 때부터 아내의 육아휴직에 이어 아빠의 육아휴직에 따른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아빠들의 레터와는 별도로 뒷 장에는 엄마들이 아빠들을 바라보는 일기가 실려 있어 더 풍부한 경험을 하게 한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함께 웃고 우는 경험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 더 자주 안아주고, 더 자주 아이 볼에 입 맞추고,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35페이지)

 


아이는 이미 내 삶으로의 초대에 기꺼이 응한 존재다.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가 그저 함께만 있어도 행복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하루 5분이라도 그 사실을 깨치며 설레고자 한다. (54페이지)

 


아이의 탄생은 부모의 삶을 훨씬 풍부하게 만든다. 물론 고단하기도 하지만 삶의 기쁨을 주는 원천이다. 아이의 돌봄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해서 아이 낳는 걸 미루는 부부들이 많다. 이제 엄마와 아빠로서의 삶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이가 자라는 것만큼 부모도 훨씬 성장하게 되니 말이다.

 


좋은 아빠가 된다는 건 삶에서의 피버팅을 잘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의 피버팅을 잘하는 사람은, 아빠로서의 삶과 더불어 한 인간으로서의 삶 역시 굳건히 다져가는 사람일 것이다. 내가 굳건해야 아이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라는 중심축을 지지하는 발이 단단해야 아이를 향해 움직이는 다른 발도 재빠르게 움직이며 피버팅할 수 있다. (167페이지)

 


지난 달 중순에 아이 아빠가 된 직원이 있다. 아들이라며 얼른 키워 함께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하던 직원은 아이가 밤에 자지 않아 힘들어한다. 얼굴은 피곤해 퀭하지만 아이를 돌보는 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우리는 조금만 기다리라고, 백일 정도가 되면 밤낮을 가려 잠을 잘 거라고 말해준다. 축구하는 게 큰 즐거움인 직원은 현재 축구를 못해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고 말한다. 힘내라며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직원뿐만 아니라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에 공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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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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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어렵고, 엄마가 아파 아이들이 많거나 어떠한 사정으로 할머니 혹은 친척에게 맡겨진 아이들이 많다. 성인이 되어도 부모와 데면데면하는 사이가 되던데, 경험이 없기에 그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할머니도 아닌, 거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맡겨진다면 버림받았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는 것밖에는.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소녀가 있다. 일요일 미사 후 아버지는 집이 아닌 엄마의 고향으로 소녀를 데려간다. 언제 데리러 온다는 말도 없이 떠난 집에서 불안한 하루를 시작한다. 긴장한 탓에 침대에 오줌을 싸도 아주머니는 습기 때문이라며 젖은 매트를 밖으로 꺼내 비누와 따뜻한 물로 세탁해 햇볕에 말린다. 킨셀라 아저씨도 아주머니의 말에 동조하는 다정한 면모를 가졌다.




 


소녀는 킨셀라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 내 집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엄마와 아빠보다 더 보살핌을 받았기 때문에 어쩌면 집에 돌아가기 싫었을 것 같다. 그걸 시기라도 했을까. 아주머니에게 줄 물을 받으러 우물에 갔다가 누가 잡아당기는 듯했다. 집에 돌아가기로 했던 날보다 조금 늦춰졌지만,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겼다.

 


어른 보다 아이가 감정에 예민한 편이다. 누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금방 깨닫는다. 부모가 줄 수 없는 것을 타인에게 받았다는 게 안타깝지만,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내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69~70페이지)


 

아이랑 함께 걸으면 아이의 보폭에 맞춰 걷는 게 당연하다. 아이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은 상대방의 발걸음을 신경 쓰지 않는다. 작은 배려가 아이에게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밀드러드 아줌마와 킨셀라 아저씨의 보폭을 생각해보면 된다. 어떤 사람이 아이를 배려했는지 말이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왜 자꾸 잊어버리는지 모르겠다. 과도한 호기심이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법이다. 어린아이라고 해서 그 말의 뜻을 알지 못하는 건 아니다. 소녀가 듣고 싶지 않았던 말, 하지 않았던 말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다라고 했다. 킨셀라 아저씨의 슬픈 웃음소리가 마음 아프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아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저씨와 함께 우편함까지 빨리 달리기 속도를 쟀던 것처럼, 아이는 킨셀라 아저씨를 향해 내달린다. 아저씨 품에 안기며 아빠라고 부르는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을 붙든다. 쿵쾅거리는 심장의 헐떡임만큼 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말이 짐작되어서 마음이 울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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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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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말하는 듯한 소설을 읽을 때면 마치 우리 주변 인물과 마주 앉아 있는 듯하다. 상실을 겪은 이에게 안부를 묻고 가만가만히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별다른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저 말없이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옆에 앉아 있다가 조용히 일어서 제 갈 길을 가도 다음에 만나면 또 의지가 된다.

 


이주란의 소설이 그렇다. 어느 날의 나에서도 느낀 바지만, 이번 소설에서도 그걸 느꼈다. 소설집이되 마치 연작처럼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느낌의 소설이다. 어머니를 잃고, 남편을 잃고, 직장을 잃은 상실감에서 그저 말없이 지켜봐 주는 것이 사실은 힘들다. 무슨 말인가를 건네야 할 거 같고, 위로의 말이랍시고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주란의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묻지 않는다. 하고 싶으면 하겠지, 하고 기다려줄 줄 안다. 문득 그런 마음이 부러웠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기다림이 부족한 것도 같다.




 


잘 도착했나요?

.

별일은 없고요?

기차 타고 조금 오는데 별일은요.

아무튼 잘 가셨다니 마음이 놓입니다.

저도요. (46~47페이지, 별일은 없고요?중에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함께 서울에서 만나 문자를 나눈 관계. 안부를 묻는 그 한마디가 정겹다. ‘별일은 없고요?’라는 문장에서 많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염려와 안타까움, 혹은 무관심을 빙자한 관심 같은 것들. 아랫집 아저씨의 방화로 그 집에서 살 수 없게 된 수현은 직장 동료의 집에서 머물다가 고향도 아닌 곳의 원룸에서 살고 있는 엄마에게 신세를 졌다.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무심한 질문과 더 이상 묻지 않는 엄마 때문에 그곳에서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엄마의 일손을 돕고, 엄마 회사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상이 편해 보였다.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잊고 싶은 것을 잊는 과정이 아닐까 싶었다.

 


며칠을 함께 지내기만 했을 뿐, 가족이 아닌 사람과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의 집에서 애도의 기간을 보내는 주인공과 함께 머무는 아주머니가 있다. 함께 동네를 거닐고 캔맥주를 마실 수 있는 관계. 때로는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처럼 가까운 장소에서 함께 돕고 함께 음식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더불어 사는 인간의 삶을 보는 듯하다.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옆집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경험했기에 알 수 있는 감정들일 것이다.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다는 문장이 와닿는다.

 


사람이 다 다르다는 것이 가끔은 무섭게, 그래서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만큼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나요? 저 역시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려고 노력했고 상대의 감정을 잘 모르겠다고 느껴질 땐 조심스레 질문을 더 해보거나 그것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듣기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자주 실패했습니다. (184페이지, 이 세상 사람중에서)




 


남편을 잃고 집안에 갇힌 것처럼 지낸 주인공에게 첫사랑인 남자의 이메일은 집 밖으로 나가게 한다. 국숫집과 추억 때문에 상실의 시간을 견디는 이에게 때로는 타인의 조용한 침범이 힘을 줄 때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말없이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자주 놓치는 것이다.


 

어른에서 아줌마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을 내가 지금 나눠 받고 있다는 무자비한 따뜻함 때문이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힘들 때는 속도를 늦추고 멈출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며 밀려드는 감정을 표현한 말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이렇게 또 세상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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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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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메이드와 마주했을 때 얼굴을 기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는 하지만 얼굴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일 년에 몇 달, 장기간 투숙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호텔을 사용하는 손님보다 메이드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내용이라 궁금했다. 무엇보다 소통 장애가 있는 주인공의 활약과 성장을 기대했다.

 

몰리는 호텔 메이드로서 자부심이 강하다. 청소용품이 들어있는 카트. 사물함 문에 걸려 있는 비닐 커버를 씌운 메이드 유니폼을 사랑한다. 웅장하고 화려한 호텔의 일부가 되어 아침이면 출근을 한다. 다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에도 아무렇지 않게 출근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리젠시 그랜드 호텔의 오랜 단골인 찰스 블랙 씨와 지젤 블랙 부인이 머무는 스위트룸에서 블랙 씨의 주검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갔다가 어느 순간 용의자가 되며 몰리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통에 문제가 있는 몰리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데이트 신청을 받고 싶은 로드니나 예의를 다하는 후안 마누엘을 친구라 믿고 도움을 주었으나, 몰리를 이용해 무언가를 취하려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소통의 중심에 있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몰리는 혼자가 되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는 프레스턴 씨의 말을 기억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종종 의외의 상황을 만나고 의외의 사람을 만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연으로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고통은 병처럼 전염된다. 맨 처음에 그걸 견디는 사람에게서 그 사람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번진다. 진실을 말하는 것만이 늘 최상의 해결책은 아니다. 때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진실을 막기 위해 진실을 희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조차도 그걸 본능적으로 안다. (222페이지)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던 페이지를 다시 들춰 읽어보니 문장에서 숨은 장치를 이제야 발견하게 된다. 몰리가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사람을 잃지 않는다. 몰리 곁에 있는 사람을 응원하게 된다.


 

힘든 일을 겪어 봐야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몰리를 감정이 없는 사람 취급하던 이들의 마음도 변하지 않을까. 소설일 뿐이지만, 삶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장애가 있다고 하여 편견과 차별로 사람을 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하지 않았던 것. 자신만의 방법으로 의무와 책임을 다했던 거다.


 

마지막 반전은 놀랍다. 몰리가 지키고자 했던 사람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숨을 쉴 수 없다. 따뜻하고도 짜릿함을 주는 소설이다. 아울러 플로렌스 퓨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 확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겠다. 소설에서 느꼈던 것과 영화에서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를 것이다. 기대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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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 내적 성장을 위한 지친 마음 다스리기
김선현 지음 / 베가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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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것은 나를 위로하는 일. 글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은데, 그림 관련 책은 글이 없어도 수록된 그림만으로도 좋다. 글 보다 오히려 그림이 주는 위로가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동안 보았던 미술 서적은 오래전의 그림 위주였다. 반면 이번 책은 최근에 그린 그림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 그 즐거움이 컸다. 김선우, 콰야, 데이비드 호크니, 에드워드 호퍼, 아담 핸들러 등 수록된 그림만 해도 73점이 된다.

 





최근 MBTI로 자신의 성격을 나타내는 추세다. MBTI로 분류하여 그에 맞는 그림을 소개했는데, 자신의 유형에 맞는 그림과 자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그림을 소개했다. MBTI 성향을 그림으로 재 해석한 국내의 유일무이한 책이라고 하니 그 의미가 크다

 

나의 MBTI는 테스트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긴 하는데, 첫 번째가 ISFJ이며 두 번째가 INTJ. 혈액형이나 다른 심리 테스트와 다를 바 없는 것 같긴 하다. 정확하게 맞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프롤로그와 목차를 읽고는 당연하다는 듯 MBTI로 알아보는 나만의 그림을 먼저 찾았다. 평소의 나는 글의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편인데 말이다. 내 성향에 맞는 그림에 관심을 두고 바라보았다. 성격 유형을 설명하는 부분보다 그림이 와닿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아서 해커, <그림에 빠지다>

 

 

큰 사고를 겪었을 때 잘 극복하는 듯해 보이는 사람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애써 슬픔의 감정을 참으려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표출할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게 된다. 감정의 표현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보라고 권한다. 나의 감정을 제대로 알 수 있어야 컨트롤 할 수 있는 법이다. 초록색과 파랑이 많이 사용된 김선우 작가의 그림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한다. 파랑과 초록이 주는 화려한 색채만큼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법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이겨내는 방법도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거치는 이들을 위한 위로의 그림도 있다. 사춘기를 호되게 보내는 중학생을 비롯해 고등학생, 불투명한 미래를 그려야 하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그림 치료법을 권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글을 읽지 않아도 된다.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오래전에 내가 느껴왔던 치료 방법이다.

 

 



 

묘지에 앉은 여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인간인 이상 누구나 겪는 아픔이지요.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그리워하되 너무 매몰되어서는 안 돼요. Life goes on. 삶은, 그렇게 계속되니까요. (138페이지)

 

미술 치료계의 최고 권위자가 권하는 치료법이니 확신을 가져도 좋겠다. 그림의 힘과 더불어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자신의 MBTI에 맞는 그림을 보고 비교해보는 즐거움이 크다.

 

MZ세대를 대표하는 화가의 그림과 그들을 위해 짧은 설명과 그림 수록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 페이지를 펼쳐도 그림에 빠져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나를 알기 위해 MBTI 테스트를 하듯, 나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책을 펼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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