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만나요 - 책으로 인연을 만드는 남자
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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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서관이란 곳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많은 책으로 둘러 쌓인 곳. 줄지어 서 있는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중에서 내가 읽은 책을 만나면 반가워서 들춰보고,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의 목록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이 책들을 다 읽어주겠다며 한번씩 쓰다듬으며 제목을 읽어가곤 하는 그 재미를 알것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늘 기분좋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도서관이 나오는 책이라면 너무도 쏙 들어온다. 아마 책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니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책을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을때 우리는 책 속의 장소들을 가보고 싶어한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읽었을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가보고 싶어했던 게 그러했고, 또 우리나라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진주의 『문플라워』를 읽고 나서 책속의 주인공인 로이가 살고 있었던 곳, 남해의 그 장소를 찾아 여행하기도 했다. 그 남해 여행에서 책 속의 주인공 로이가 살았던 집과 그가 작은 돌맹이를 가지고 놀았던 물건리 바다를 가보고 책 속의 장면들, 주인공들이 느꼈던 마음들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었다.

 

이 책 또한 그러한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은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런 소설.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이런 글을 쓰고자 했던 마음에 하루키에게 이 글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는 무명 작가인 고마치. 하루키의 책 때문에 알게 된 젊은 연인들인 나즈나와 와타루.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의 삽화지도를 만든 도서관 사서. 이들은 모두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은 사람들이다. 한 권의 책 때문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인 이 들 네 사람의 인연. 한 권의 책으로 깊은 교감을 하며 만난 이 네 사람이 우연히 모인 곳, 도서관이다. 인연에 관한 이야기,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떤 이는 무얼해야 할지 알수 없었을때, 어느 이름 없는 작가의 책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곳이 바로 도서관에서다. 한 권의 책으로 만나 자신이 읽었던 책을 연인에게 혹은 우연히 만난 이에게 소개하고 그 책을 읽는다. 어느 작가의 책이 좋으면 그 작가의 책을 다 찾아 읽듯이 책으로 만난 우리도 자신이 읽었던, 느낌이 좋았던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소개도 받는다. 이처럼 쌓여가는 책 목록처럼 이 책도 우리들의 그런 모습을 닮았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작가와 책의 제목 또한 도서관의 서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을 읽고 아쉬운 것은 내가 먼저 무라카미 하루키의『해변의 카프카』를 먼저 읽었다면 이 책이 훨씬 더 내 마음에 깊이 다가왔을거라는 점이다. 읽지 않은 상태라 약간 더 겉돌았을수도 있었겠다. 그래서 『해변의 카프카』의 내용이 더 궁금했다. 하루키의 책을 이제는 의무적으로 숙제처럼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바치는『해변의 카프카』의 오마주. 어쩌면 나에게 처음인 다케우치 마코토도 이 책으로 인해 나에게 다가온 인연이려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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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에게 사랑을 묻다 - 플라톤에서 앙드레 콩트-스퐁빌까지
카트린 메리앙 지음, 정기헌 옮김 / 한얼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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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을 생각할때 이러이러한 사람을 만나리라 하며 마음속에 이상을 품는다.

현실은 저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고 부풀리고 부풀린 이상적인 사람을 그리고 있다. 꿈 속에 그리던 이상적인 사람을 만났을때 불같은 열정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하고 그 열정적인 마음이 아주 오래도록 영원할 것 같지만 그 시간이 조금씩 지난 후에 보면 과연 지금도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에게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항상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했던 것 같다. 또 사랑만큼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알게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사랑을 할때는 인생의 즐거움만 가득하고 사랑을 잃었을때는 하루하루의 삶이 고통스럽고 우울한 나날일 것처럼.

 

평상시에 인문 서적을 거부해 왔지만 이상하게 나의 마음을 끌었던 인문서적 중에서 철학과 심리학 책에는 아주 관심이 많아 가끔씩 읽고는 했다. 그래서 이번 책 제목을 보고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담은 글들일것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철학자들이란 머리칼을 자를 시간도 없이 어떠한 것에 사색하느라 긴 머리칼을 가지고 사색에 몰두하는 그런 모습이 언뜻 보였다. 그들과 사랑에 대해서는 결부시키지 못했는데 나는 철학자에게 사랑이란 어떤 의미일까 몹시도 궁금했다. 그 사람들은 사랑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 그런 생각과 달리 철학자들에게도 다 나름의 사랑에 대한 생각이 강렬했다. 그 생각이 조금씩 다를 뿐. 

 

지금 현재에 살고 있는 철학자가 아닌 역사적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의 저서 속에서 사랑에 대한 생각들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책이다. 『철학자에게 사랑을 묻다』라는 제목에서처럼 철학자의 사상보다는 사랑에 대한 담론을 말해서인지 딱딱하지도 않고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열 명의 철학자들의 생각을 한 챕터별로 분류해 독자인 우리들에게 거창하지 않게 알기 쉽게 말해준다. 한때 내가 사랑해왔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 철학자들의 사상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한참 누군가를 사랑하던때 사랑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나를 대하는 마음의 열정이 식은것 같아 괴로워했던 그 시간들이 생각 났다.

 

사랑을 하던때 그 열정의 시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우리는 어느 새 열정은 식게 되고 상대방에 대한 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것이 가득차 있으면 열정이 금방 식게 되고 자꾸 결핍의 마음이 있어야 그 열정이 식지 않는다고 한다. 철학자들의 그런 생각들은 요즘 젊은 연인들의 '밀당' 다를게 뭐 있을까.

 

사랑하는 상대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상대의 속에 들어가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육체와 두 영혼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서로를 포옹하는 것이지 상대 속에 녹아들어가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다. (272페이지 중에서)

 

요즘엔 사랑해서 결혼하고도 서로 맞지 않아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졌어도 시간이 지나면 열정은 식게 마련이고, 또 완전한 인간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그런 경우가 좀더 없지 않을까 그렇게도 생각을 해본다. 열정적이지만 불안한 사랑을 하던 때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를 향해 시선을 마주한 사람이 있는 지금이 더 좋은 걸 보면 결혼이란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친구처럼 편안한  사랑도 썩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에 대해 믿지 못하는 사람들.

상대방을 사랑한다기 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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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필 변호사의 연인 - Navie 253
윤영은 지음 / 신영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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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를 한동안 읽지 않다가도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그럴때 문득 로맨스를 읽고 싶어진다.

아마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린 내 마음을 따스하게 데우기 위해 읽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읽지 않으면 왠지 숙제처럼 읽어야지 하고는 한다. 이번에도 그렇게 내게 온 책 이다. 먼저 이웃님댁의 리뷰에서 보고 내가 좋아할 내용이기에 큰일(?)을 앞두고도 위로 차원에서 읽자며 책방에 들러 가져온 책이다.

 

3인칭 소설도 좋지만 나는 1인칭 소설도 괜찮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완전 이입하여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교차로 진행되는 1인칭 시점의 내용이다. 원래의 주인공인 두 명 뿐만 아니라 그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까지 네 명이서 번갈아 가는 1인칭 소설이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네 명이서 바라보는 내용들은 각자의 느낌을 알 수 있어 좋았고 어떤 면에서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할까. 

 

석동필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참내기 여자 변호사와 8년차에 접어든 팀장인 변호사 유지홍의 사랑이야기이다. 같은 팀에 신입이 들어오고 그 신입이 마음에 들 경우 어떤 사람은 적극적으로 하트의 눈빛을 보내며 잘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괴롭히며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럴 때 지켜보는 사람은 참 답답할 수밖에. 어서 마음을 알아 주었으면, 또는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 마음을 모르는 주인공이 다른이를 바라보기라도 할라치면 안타까움에 애가 타기도 한다. 바로 석동필이 그런 경우다. 유지홍 변호사가 자신을 마음에 둔 줄 모르고 박인성 변호사를 바라보고 있는 석동필이 그 주인공. 유지홍 변호사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하지, 말도 못하고 동팔이가 박 변호사와 사귄다고 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박 변호사를 괴롭히기만 하니 나는 어서 고백을 하라며,,,, 바보같은 유지홍 변호사라고 되뇌였다.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손해라고 했던가.

사랑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그 마음이 넘치고 넘칠때 제발 자신의 마음을 받아달라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면 그 주인공들이 너무도 안쓰럽다. 왜 그런 마음을 미쳐 모르는지 답답해하며. 가난하지만 공부를 잘해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씩씩한 동팔이와 부자집 아들이면서 키도 크고 얼굴도 준수한 남자인 전형적인 로맨스 주인공들의 캐릭터지만 이 두 커플은 상당히 발랄하면서도 귀여운 주인공들이었다. 얼굴은 그다지 이쁘지 않아도 그 사람이기에 우리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뺏기고 만다. 오직 그 사람이라는 이유로.

 

오랜만에 본 로맨스 소설이지만 실망하지 않고,

키득거리기도 하고 눈물도 찔금 흘릴수 있는 책, 마음이 즐거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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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진짜 안 와
박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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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처음인 박상 작가.

일단 작가의 프로필을 보면 소개글이 너무 재밌다. 보통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닌것 같고 그의 소개글 처럼 안드로메다 언저리 쯤에 거처하는 사람 같기도 하다. 그의 표현대로 락도 아닌 '롹음악'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이력을 보면 이것저것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의 삶을 산 사람이다. 그의 소설을 읽어 본 느낌은 '새롭다'이다. 일단 주위에서 쉽게 볼수 없는 주인공들이 나온다. 내게 롹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야 TV에서 본 스타들이 다인 내게 이 책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마치 그의 이력처럼 엉뚱하고도 또한 독특하다.

 

대개 소설속 주인공들의 이름은 일단 주인공 필이 나는 그런 이름인데 반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의 이름은 너무도 평범하고 우리의 기억속에서 금방 잊힐 고남일과 그의 여친인 미영이다. 하긴 주인공의 이름으로 잘 안쓰여서 또렷하게 기억이 나려나,,,,,

 

롹밴드의 기타리스트인 고남일의 영국생활을 담았다.

롹스피릿과 ''롹정신'이 제대로 박혀있는 남일은 되는 일이 없자 얼마되지 않는 집 보증금을 빼고, 아끼던 기타를 팔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까지 받아 그야말로 영국으로 튄다. 자신이 사귀던 같은 밴드였던 여자 친구가 여행간 영국행을 결심했다. 물가가 하늘을 찌르는 곳에서 관광비자로 일자리를 찾고 우연히 미술관에서 미영과 만나자 반가워한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잘 되던 일도 일이 안되는쪽으로만 되자 '롹정신'으로 버텨보려한다.

 

운명의 신이 비극의 끝을 향해 몰아세워도 그 한계를 넘고자 하는 남일의 모습 우리들의 실제 모습과도 닮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은 제대로 없다. 아무리 어떠한 것을 얻고 싶어도 그게 내 마음대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젊은 날의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고자 몸부림을 쳐도 쉽게 되는 게 없었던 것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우리나라와 물가가 비교도 되지 않는 곳에서 6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취업도 할 수도 없었던 남일의 모습은 치열한 젊은 날의 우리의 모습을 닮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모든 악조건이 몰려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롹정신으로 이겨내려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조그만 희망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기다리는 것들 또한.     

 

그가 기다렸던 15번 버스.

기다리면 아무리 기다려도 안오고, 기다리지 않으면 대여섯 대가 지나가는 15번 버스. 그에게 15번 버스는 기다림을 가르켜 주는 존재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고 꿈을 꾸었을때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준비하며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듯이, 언젠가 남일에게도 그 버스를 타려고 기다릴때 금방 올 수 있는 버스가 될 것이다. 그가 지치고 힘들때 안드로메다 저 위쯤에서 그에게 응원을 보내고 계실 롹스피릿님이 지켜보고 계시지 않는가.

 

롹스피릿님~! 오에스님과 잭 다니엘만 드시지 말고 남일의 인생에 희망의 빛 한 줄기를 내려주시지요~!!   

새로운 느낌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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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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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떠올릴때면 늘 『노르웨이 숲』이나 『해변의 카프카』가 떠오른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책인데 왜 나는 여태 읽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집의 책장에서 분명 그 제목의 책들을 보았고 또 가지고 있는 것도 있지만 이상하게 읽은 기억이 없다. 아마도 읽지 않았지 싶다. 내가 기억하는 그의 책은 겨우 『1Q84』 한 권 뿐. 이렇게 빈약할데가. 겨우 한 권 읽고 어찌 하루키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1Q84』를 읽으며 하루키라는 작가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이렇게 어마어마한 글을 쓰는 구나 하고 생각했을뿐. 그리고 그의 책을 좀더 읽어봐야지 해놓고도 여태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이번에 읽은 하루키의 『잡문집』은 하루키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책으로 그는 책 서문에서 이 책을 '설날의 복주머니'라고 표현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복주머니. 무엇이 나올지 몰라 기대하며 열어보고, 그 속에서 발견한 놀라운 물건, 그리고 감동을 느끼는 것 까지 이 책은 그의 말처럼 '설날의 복주머니'와도 닮았다. 내가 생각한 하루키는 글 잘쓰고 또한 책들이 많이 팔려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의 책을 읽다보니 그는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어 재즈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재즈를 너무 사랑해 재즈 카페까지 했다는 걸 알고 감성이 참 풍부한 작가구나 싶었다. 그리고 놀라운 건 다른 나라의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아주 여러 권 번역 작품을 냈다는 것도 또한 새로웠다. 그러한 부분을 읽으며 그가 번역한 작품은 어떤 느낌이 들까도 궁금했다.

그는 글을 쓸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장편 소설을 쓰고, 조금 쉰 후에 어느 작가의 작품을 즐겁게 번역한다고 했다. 작업을 할때 어느 한 작업을 시작하면 다른 작업은 마음속을 침잠하게하여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다른 작업을 할때 역시 그렇게 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는 게 놀라웠다. 소설가 들의 글쓰기야 그만큼 고통의 시간을 견뎌 나오는 만큼 작가의 고통도 만만치 않을텐데도 하루키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하는 것 같다. 일본 작가이되 마음은 세계를 떠도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혼자 서툰 손놀림으로 '나만의 방'을 조금씩 만들어갔던 것입니다. 나는 그때 위대한 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고(쓸 가능성도 없었고) 사람들은 감동시키는 글을 쓸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저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한 편하고 기분 좋은 장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나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물론 그 방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안하고 유쾌한 장소가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47페이지 중에서)

수상 소감이나 음악에 관한 것, 번역 하는 것과 번역되는 것, 본인의 미발표작인 짧은 글과 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엮어 낸 말 그대로 잡문집이다. 그는 잡문으로 표현했지만 잡문집을 읽은 나는 하루키에게로, 새로운 하루키를 알게 된 느낌이다. 그의 책을 읽을 때 음악과 함께 한 느낌이다. 재즈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 책 『잡문집』을 읽을때는 재즈 음악소리가 들렸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과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에 열심히 띠지를 붙이고 그가 사랑한 작품도 꼭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오히려 소설보다 마음에 더 들어왔던 책이었다.

그의 이런 일상적인 모습들을 대하고는 하루키가 다른 나라의 작가가 아닌 우리 곁에 있는 작가들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그가 좋아진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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