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딸 - 맛있고 심플한 삶, 코즈모폴리탄의 이야기
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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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타고난 음식 솜씨도 있겠지만 음식 만들기를 즐기고 또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그 모습, 또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하는 그 마음들이 정말 경외스럽다. 나는 솔직히 요리에 자신이 없고 또 요리 만드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다. 겨우 한 끼 먹을 음식도 겨우 해내는 사람이랄까. 친정 엄마께서 음식 솜씨가 좋으셨다. 식당에서 근무하기도 하셨고 주위분들로부터 음식을 맛있게 잘 만든다는 칭찬도 많이 받으셨다. 그렇게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어떤 음식을 먹었을때 어떠한 재료가 들어갔는지 집으로 돌아가서 몇번이고 다시 만들면서 실험을 해보는 모습을 보고 과연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다르구나 하고 느꼈다. 엄마는 한식 음식을 잘 하시는 편이었는데 세 자매중에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자매는 우리집에서 셋째가 조금 그러한 편이다.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하고 또 집에서 잘 만들어 먹는 걸 보고 그나마 엄마의 음식 솜씨를 닮은게 조금은 고맙기까지 했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저자도 말했다시피 몇시간이고 고생을 하며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었을때 가족이 혹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 정말 맛있게 먹어주면 그 몇시간의 고생은 기쁨으로 가득차버린다. 음식을 잘 하지 못하는 나도 어떤 음식을 만들었을때 가족들이 맛있다며 음식을 다 비울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수도 없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 그것은 사랑이 듬뿍 담기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을 보면 나는 깊이 감동을 받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나카가와 히데코 역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프랑스 요리 셰프인 아버지 때문에 어렸을적부터 요리 만드는 것을 곁에서 배우고 혹은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음식에 대한 관심을 혹은 음식 솜씨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요리를 잘할 수 밖에 없겠다. 프랑스 요리 셰프인 아버지와 플로리스트인 어머니. 또한 서독의 일본대사관의 전속 요리장이셨던 아버지때문에 독일에서 몇년간 살았던 전적이 있다. 또 일본으로 건너가 호텔 요리사로 계셨던 아버지의 곁에서 요리를 배우고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교환학생으로 동독에서 학교를 다니고, 또한 한국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던 저자의 이력답게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살았던 저자의 이력이 만만치 않다. 한국 사람인 남편을 만나 귀화하고 한국에서 아들 둘을 키우며 스페인 요리 교실을 열고 있는 다양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셰프의 딸로서 결국에는 다시 요리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나카가와 히데코 씨의 이번 책을 읽으며 요리를 즐겨하고 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에 우리 또한 그랬듯이 십대 아이들은 음식이 서구화되어 서양음식을 많이 좋아한다. 서양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들에 비해 지극히 한국적은 음식을 먹는 우리들은 아이들이 스테이크등을 먹고 싶다고 하면 겨우 일년에 몇번 음식점에 가서 먹이곤 하는데 이처럼 엄마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되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에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함까지 느낄 것 같다. 엄마의 정성으로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 엄마는 더욱 행복할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저자의 아버지가 셰프여서 혹은 저자가 셰프의 딸로서 자부심이 강한 모습을 보며 솔직히 많이 부러웠다. 아버지에게 배운 음식을 아이들에게까지 전수해주며 그 맛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저자의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요리를 전수해 줄 것인가 솔직히 한두 가지라도 물려주고 싶은데 과연 어떤 것을 물려줄까 고민 좀 해보아야 할 일이다. 잠깐 고민해보고 김장 김치라도 물려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의 시어머니 요리 방식과 우리나라 음식의 간을 할때 소금 약간, 젓갈 약간 이렇게 만드는 사람의 대충 가늠이 아닌 적정한 양을 이번 김장때부터라도 정확하게 기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저자가 요리 레시피를 준 음식 중에서 내가 좋아하기도 하는 '햄버그스테이크'를 꼭 만들어 보리라 다짐을 했다. 그래서 나도 서양 요리를 한 가지는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내놓을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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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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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의미.
무조건 한 집에서 사는게 가족은 아닌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집에 모여봤자 각자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거나 겨우 밥 먹을 때만 나오곤 하는 게 가족의 의미는 아닐것 같다. 한 집에 단 세 식구가 살아도 제각각 다른 생각을 오히려 가족보다도 더 못한 이야길 하고 화를 내고 서로 상대방에게만 책임을 전가시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어찌 가족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좋은 일에는 함께할 수 있지만 좋지 않는 일이 벌어졌을때 특히 그러한 사람들. 그 사람들을 진정한 가족이라고 말할수는 없을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가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모습은 어떠한가. 사춘기 아이들을 두면 아무래도 서로 예민해져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기 뜻을 전하려 하고 그것이 어른이 보기에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자꾸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생긴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들에도 각 가정마다 조금씩 차이가 날거라고 생각한다. 갈등이 생겼을때 대화로 얘기하며 옳지 않는 행동을 하는 아이를 보면 야단도 치겠지만, 아이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피하기만 하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엔도네 가족처럼. 

부와 상징인 도쿄의 고급주택가인 히바리가오카에 사는 세 가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겉으로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가족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런 게 과연 가족이라고 말할수 있는가 의문에 쌓이게 하기도 한다. 의사인 아버지, 미인이고 다정다감하게 보이는 어머니, 의대에 다니고 있는 큰 아들과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딸과 역시 농구부 주장을 맡고 있는 막내아들이 살고 있는 다카하시네 집에 살인사건이 생긴다. 그 옆집에 살고 있는 엔도네 가족, 그리고 나이 드신 히바리가오카의 토박이 할머니인 고지마 사토코가 이웃으로 살면서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에 대처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행복의 기준을 뭘까.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도 하지만 막상 경제적인 것이 행복의 기준은 아닌 것 같다. 부유하게 살아도 불행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많은 돈은 없어도 가족이 서로 화합하고 자신들의 모습들 뒤돌아보고는 한다. 책에서도 사토코의 말을 빌어 '타산지석'이라는 말을 기억하면 좋겠다. 실제로 주변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는 그것을 거울삼아 아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를 다시 되돌아 보게 되며 가족간의 대화를 하고 좀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뱅글거리며 돌아가는 관람차에 앉아 내려다보면 히바리가오카에 사는 사람들처럼 우리들의 모습도 그렇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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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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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 
또한 특히 싫어하는 분야도 있다. 싫기도 하고 또 관심이 아예 없었다고 할까. 내게 정치가 그렇다. 정치에 대해서, 정치인에 대해서 거부감과 무관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선거일에도 내게는 공휴일일뿐이었다. 이처럼 정치에 무관심한 내게 한 사람이 자꾸 눈짓을 한다. 요즘 최대 이슈인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중의 하나. 바로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이다. 나는 지금도 김어준에 대해서, '나는 꼼수다'를 한번도 듣지 않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그가 말을 거침없이 한다는 것. 아주 시원시원하다는 것. 그의 책을 읽고 마음이 탁 트인다는 것. 한동안 난리였었던 사건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알기 쉽게 말한다는 것을 알겠다. 

거침없이 말하는 그.
그런데 그의 말들이 싫지가 않다. 욕을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도 그가 하는 말은 마치 교주처럼 그렇게 믿고 싶고 그를 따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 말하는 정치에 관한 책을 읽었다면 나는 몇페이지 읽지 못하고 금새 질려서 책을 놓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어준이기에 나는 '정치'를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가 말하는 정치는 손이 닿지 않는 간지러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그만큼 킬킬거리며 읽게 되었다.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게 쿨한 건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사람들에게, 좌우 개념 안잡히는 사람들에게, 생활스트레스의 근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당들 행태가 이해 안 가는 사람들에게, 이번 대선이 아주 막막한 사람들에게, 그래서 정치를 멀리하는 모두에게 이번만은 닥치고 정치,를 외치고 싶거든. (29~30페이지 중에서) 

정치가 이렇게 재미있을수도 있구나.
매일 아침 신문이 오면 정치면은 아예 건너뛰고 큰 머리글자만 대충 보고 넘어가는 내게 이 책을 읽음으로서 이제는 정치의 양상이 어떻게 변해가나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게 이 책을 읽게 해주시는 역할을 했던 그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가 그 분의 리뷰를 보지 않았으면 이런 책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 않았을까.

그리고 '나는 꼼수다'의 PD인 시사평론가 김용민 교수의 방송을 아침마다 들으면서 참 명쾌하구나, 그의 목소리가 참 즐겁구나 하고 느꼈는데 김어준 총수의 글도 즐겁고 명쾌하다. 한마디로 속시원하다. 그가 말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되었고 앞으로 어떠한 사람이 나오면 나는 관심있게 그들을 지켜볼 것 같다. 이제는 김어준이 말하는 정치에 한 발 다가섰다. 정치도 유쾌하게, 즐겁게 라는 모토를 가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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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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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던가.
숫자 퀴즈를 재미삼아 한 적이 있었다.
마음속에 숫자 하나를 생각해 봐. 그리고 그 숫자에다 몇을 더해. 그리고 또 숫자 몇을 더해. 그 수를 다 합하면 '몇'이 될거야. 우연찮게도 그 숫자가 맞아 떨어져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느냐며 놀라워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자세한 숫자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이 책은 숫자 게임을 말하는 책이다.
운명을 믿느냐며, 1부터 1000까지의 숫자 중에서 하나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맨 먼저 떠오르는 숫자를 머릿속에 그려봐'. 그리고 속지에 끼어져 있는 편지를 꺼내 읽어보라며 편지를 보낸 사람은 머릿속에 생각했던 숫자가 658이 아니냐며, 커다란 비밀을 알고 있다는 협박 편지를 보냈다. 당신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으면 사서함 주소로 289.87달러를 입금하라는 편지를 받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던 숫자를 맞추었다면 도대체 나를 어떻게 아는 사람인지 나에 대해 너무도 자세히 알고 있는 듯한 편지를 받았다면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가족, 혹은 주변 사람에게 비밀로 하고 보내라고 하는 그 금액을 보낼지도 모른다. 우리는 마음속에 갖고 있던 비밀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너무도 불안해서 보내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그 첫 편지를 받았던 멜러리처럼 말이다.

대학때 친구였지만 25년동안이나 연락을 하지 않았던 멜러리로부터 긴급하게 조언 받을 일이 있다는 메일을 받은후 찾아와 이 말을 했을 때 한때 잘나가는 강력계 형사였던 데이브 거니는 경찰의 도움을 받으라며 조언해주지만 경찰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도리어 혼란만 가중시킬거라는 우려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지만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운영하는 정신 수련원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시체 주위는 그림속의 빨간 장미처럼 온통 빨간 피로 물들어있다. 멜러리의 죽음에 괴로워하는 데이브 거니는 계속 이어지는 연쇄살인에 숫자 게임의 연결고리를 생각하고 살인범을 추적하고자 하지만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 살인범과 경찰을 우롱하는 그가 전하는 메시지. 숫자 게임에 점차 빠져드는 우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벌이는 두뇌게임, 그리고 경찰들의 경험과 사건을 해결하는 뛰어난 두뇌로 점점 사건속으로 빠져든다. 

강력계 형사를 그만 둔 데이브 거니는 자신에 대해, 가족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가족에게 일어났던 사고 때문에 자신을 가만두지 못하고 자신의 모든 삶을 살인범을 찾는 일에 몰두하고 살인범의 심리를 명료하게 파악하려는 그의 수사 방법에 정신없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밝혀지는 숫자의 조합, 그 놀라움에도.

존 버든 신드롬을 일으켰던 뉴욕 최고의 형사 데이브 거니 시리즈의 첫편을 시작으로 그의 다른 작품이 곧 출간된다니 다시금 데이브 거니의 매력속으로 빠져들것 같다. 이제부터 편지가 올때 아주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게 되지 않을까. 그 속에 숫자라도 있으면 더 놀래서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을까. 아주 새롭고 독특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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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가든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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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만난게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이었다. 일본 뒷골목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에서 기리노 나쓰오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고 작가의 느낌이 강렬해 기억에 남는 작가였다.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호감있는 작가이다. 잔잔한 글을 쓰는 작가도 마음에 들지만 여자 탐정으로서 활약하는 미로의 모습은 전 작품에서부터 인간적으로 다가와 마음에 드는 탐정이다. 다른 작품에서처럼 냉정한 탐정도 아니요 조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괜한 질투에도 휘말리는 인간적인 탐정이랄까.

미로 시리즈를 여러 권 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이 미로 시리즈의 첫 단편집이라 한다. 단편집인만큼 어떤 사건에 대해서 깊게 들어가지않고 쉽게 해결하지만 사건 해결을 하는 미로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번 편에서는 미로의 여고시절을 그린 작품도 곁들여 있다. 미로가 고등학교때 만난 히로오의 이야기. 미로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히로오의 시점에서 미로를 추억하고 미로의 세계에 푹 빠져버린 히로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역시나 단편은 독자들에게 친절하지는 않는것 같다.
미로의 여고시절이 나온「로즈 가든」에서의 미로는 도무지 알수 없는 소녀다. 친아버지가 아닌 젠조와 남자친구인 히로오에 대한 미로의 관능적이고 알수 없는 욕망이 그려진다. 소녀 '미로'에게 속절없이 빠질수 밖에 없었던 히로오와 알수 없는 미로의 마음. 그녀의 마음에 다가가고자 불에 다가가는 나방처럼 그렇게 빠져드는 전남편 히로오의 이야기이다. 미로와 아버지의 관계, 그 사실이 과연 진실인지 미로의 상상인지 진실을 알수 없어 그 다음 내용이 너무도 궁금해 아쉬움이 생겼다. 더 이어져도 되지 않았을까. 단편을 읽을때 느끼는 그런 아쉬움이다. 
 
미로가 사는 맨션에 사는 주민들 사이의 악의적인 관계를 그린 「표류하는 영혼」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과 그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혼자 두지 말아요」. 지하철 선로에 떨어져 죽은 여자가 왜 죽었는지 파헤치는「사랑의 터널」. 이 단편들 모두 환락가인 신주쿠 2초메에서 살고 있는 미로에게 들어온 일들. 첫 편에서도 읽었다시피 작가 기리노 나쓰오는 욕망이 들끓고 있는 곳의 사람들의 관계와 사람을 사랑하므로 생기는 욕망의 어떻게 변하는지 섬뜩함을 주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서, 혹은 그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우리는 어떻게 욕망이 변질되는지 보여준다. 

그녀가 조금 마음에 두고 있는 그리고 가끔씩 도움을 받기도 하는 도모 씨와의 관계도 괜시리 재미있다. 여성 작가가 여성 탐정을 내세워 보여주는 사회에 깊숙하게 숨겨져있는 욕망과 그 욕망을 위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또 너무도 여성스럽기까지 한 여자 탐정인 무라노 미로의 이야기가 매력적일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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