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의 열쇠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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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지어다. 절대 잊지 말지어다.

독일군이 프랑스 북부를 모두 점령하고 남쪽의 스페인 국경을 향해 진격하자 결국 6월 22일에 프랑스 총리 페탱이 히틀러와 정전에 합의했다. 그런 상황에서 프랑스는 무장을 해제하고 국토는 양분되었다. 북부 지역과 북부, 서부해안은 독일의 직접 통치를 받았지만, 남부지역은 나치에 협력한 페탱이 프랑스의 온천도시인 비시에 수립한 정부가 담당했다.(『20세기 전쟁사』111페이지, '제2차 세계대전'편 중에서)

벨로드롬 디베르 일제 검거. 줄여서 벨디브.
1942년 7월 16일 비시정부는 암호명 '봄바람 작전'으로 게슈타포에서 수를 정해 놓고 16세부터 50세 사이 유대인들을 그만큼 넘겨달라고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자 프랑스 경찰은 확대 적용을 해 프랑스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의 두살 정도된 아이들까지 다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고 팔만 명의 유대인 중 살아나온 사람은 몇 되지 않았던 사건이다.

1942년 7월 16일.
현관과 가까운 방에 있던 사라는 새벽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프랑스 경찰이 들이닥쳐 명부를 확인하고 사라의 가족들을 연행해 간다. 이삼일 입을 옷가지들을 챙기라고 하자 사라는 자신의 방 비밀 벽장에 네 살된 동생 미셸을 몰래 숨기고 열쇠로 잠근다. 금방 돌아와서 구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떠났지만, 금방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사라. 엄마와 아빠는 죽음의 열차를 타고 사라는 비밀 벽장에 갇힌 동생 미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다가 드디어 탈출을 하게 된다. 이제 파리의 자신이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 미셸을 구해야 한다.

2002년 5월.
파리에서 미국인들을 위한 잡지사 기자인 줄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에 있었던 벨디브 일제 검거의  '벨디브 60주년 기념식'을 맞이하여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한 벨디브 사건의 취재를 맡는다. 그녀는 아주 잘생긴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고 10살짜리 딸 조에와 함께 살고 있다. 남편 베르트랑의 할머니가 살았던 아파트를 개조하여 살기로 하던 중에 벨디브 사건의 취재를 맡으며 자신의 집과 연결되어 있던 감추어진 비밀을 알게 된다. 줄리아는 자신의 딸과 같은 나이의 사라와 사라의 가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도 궁금해 자꾸 그 일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사라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마치 사라와 운명처럼 엮인 것 같은 사라를, 그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1942년의 사라와 2002년의 줄리아의 교차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라의 시점에서는 수용소에 있으면서도 오로지 동생을 구하려는 절박한 사라의 마음을, 줄리아의 시점에서는 줄리아가 처한 상황과 줄리아가 느끼는 미국인으로서 프랑스인인 시댁 식구들의 이해할 수 없는 점과 사라에 대한 감정들을 그대로 내 마음속에 이입하여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설움에 북받친 듯 그렇게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전쟁은 늘 아픔과 고통을 동반한다. 아마 나는 그런 아픔들을 마주하기가 싫어서 전쟁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전쟁영화도 좋아하지 않는 내게 이 작품은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유대인들을 상대로 자행되었던 나치들의 만행과 내 일이 아니면 된다는 그들의 무관심. 그들의 무관심 속에 지금(2002년)의 프랑스인들은 벨디브 사건도 나치의 만행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세계는 지금도 전쟁이 계속 되고 있다. '인종이나 종교나 정치 이념이 과연 인간의 목숨보다 더 귀할 수 있을까. 이유가 뭐가 됐건 우리 인간에게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을까.'(옮긴이의 말 중에서)이렇게 말한 옮긴이의 말에도 나는 숙연해진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해야 할 사람의 목숨, 그리고 그들의 살 권리를 묵살한 전쟁에 대해서 다시는 있어서도 안되고 잊지 말자고 얘기한다.


가장 슬프고, 가장 감동적인 내 온 마음을 울렸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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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차 1
서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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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많은 분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하는 책은 꼭 보고야 마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도 그중의 하나다. 그것도 많은 책을 읽었을때 공감하는 부분이 더 많으면 더 그럴지도. 그 예전에 현빈이 나온 <아일랜드>를 나는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죽자사자 챙겨보았다. 지금도 생각나는 그 드라마 <아일랜드>의 작가가 바로 인정옥 작가다. 인정옥 작가가 오랜만에 TV 드라마로 복귀하면서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고 해서 또 그냥 넘어갈수 없는 나는 부랴부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최신작인줄 알았지만 2005년에 나온 작품을 드라마 시작하면서 재판한 책이었다. 어쩐지 들어본 것 같은 제목이더라니.

비차. 하늘을 나는 수레.
책 첫머리에 임진왜란때 천재과학자 정평구란 사람이 비차를 만들어 진주성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고 왜구를 패하게 했던 사실을 알려준다. 지금으로 말하면 전투기가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새처럼 하늘을 날면서 폭탄을 터트렸다니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뒤처진 것인지.  

구한말. 
생활이 어려워 기생을 하던 엄마가 좋아해 첩으로 들어가 살다가 역관인 아버지가 죽자 그대로 쫓겨나와 주막집을 하며 살아가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엄마가 하는 주막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성당일도 도와주며 그렇게 살고 있는 해인. 제물포 시장을 거닐던중 악소패거리 3인방에게 곤욕에 처하던중 길을 가던 기준과 성주호에게 도움을 받는다. 일을 하던 성당에서 다시 기준과 주호를 만나고 주호가 친일세력의 최대부호인 영신상사의 대갓집 둘째도령이란걸 알게 되고 그들이 외부인에게는 출입이 금지된 저택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잠을 자다가 전부터 첩으로 들어오면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장서방에게 당할뻔 한 해인은 정처없이 걷다가 어느 새 주호의 저택을 발을 내딛게 되고 그곳에서 하늘을 나는 괴물체를 발견한다. 임진왜란때 정평구가 만들었던 비차를 비밀리에 연구하고 만들던 두 사람은 혹시라도 해인이 소문이라도 낼까봐 해인의 엄마 빚을 모두 갚아주는 조건으로 하녀로 일하게 한다. 

마치 외국인들처럼 훤칠한 두 남자인 홍기준과 성주호와 저택에서 함께 머물며, 그들의 고민이었던 풍력통의 결함까지도 보완을 하여 비차를 완성하고 이제는 해인이 함께 비차를 타고 비행 실험을 하며 하늘에서 우리나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점점 멀리가는 비행 연습을 하게 된다. 

그때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의 국왕인 고종은 일본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고 일본은 육지로 떠 뻗어나가기 위해 러일 전쟁을 치루는 시대이다. 친일 세력가들이 판치고 힘들게 살던 조선 청년들은 한편으로는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의심스러운 조선사람들을 고발하고 또 한편으로는 독립운동을 하는 청년들이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기준이 참 마음에 들었었는데 마지막에 이상한 방향으로 가버리니 참 실망을 했더랬다. 그 마음 끝까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기준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수 밖에 없었다는걸 알면서도 안타까웠다. 반면 성주호 도령이 참 인상적이었다. 부잣집 도령이라고 해도 한량으로 있지도 않고, 친일 세력인 아버지에 반발해 항일운동을 하지도 않고, 오로지 사이언티스트로만 있었던 남자였다. 또 과학자 답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서툰 남자. 해인은 TV에서 하는 트렌디드라마의 주인공을 딱 닮았다. 사람 헷갈리게 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같고, 저 사람을 좋아하는것도 같고, 도대체 누구를 좋아하는지,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지 몰라도 헷갈리게 만들었다. 마지막에서야 나왔지만, 아,,, 해인의 이런 점이 마음에 안들어.

이런 작품을 어떻게 드라마로, 맛깔스러운 대사로 나오게 될지 드라마가 너무 기대된다. 또 하늘을 나는 비차를 어떻게 만들어 어떤 주인공들이 해인이나 기준 또는 성주호 역할을 할지. 인정옥 작가를 믿기 때문에 실망은 안할 거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린다. 생각보다 로맨스가 조금 약한 편인데 그것 또한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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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미술관 산책
최상운 지음 / 북웨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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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가 보고 싶은 나라가 프랑스 파리이다. 일생에 한번 갈까 말까 하는 곳.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파리'가 나한테는 어쩌면 꿈 속의 이상향과도 같다고 해야 할까. 또 책을 다양하게 보는 편이긴 한데도 특히 좋아하는 분야가 문학과 예술, 여행서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나의 모든 오감을 만족 시킬수 있는 작품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고 가보고 싶은 나라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의 그림들과 그림에 대한 설명들, 저자가 한 여행의 자취와 느낌을 알수 있는 책이었다. 


1. 루브르 미술관
2.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3. 오르세 미술관
4. 오랑주리 미술관
5. 로댕 미술관
6. 퐁피두 미술관
7. 유럽사진 미술관
8. 베르사유 미술관

먼저 루브르 미술관을 보자면, 그렇지 않아도 유명한 곳인데『다빈치 코드』의 장소이기도 해서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또 가보고 싶은 곳이리라 생각되는 곳이다. 그곳의 가장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의 모습이라고도 하는 모나리자의 그 신비한 미소에 다시 한번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이자 터키의 하렘에 사는 술탄의 애첩을 그린 앵그르의 그림들 중에서 가장 에로틱하다는 그림이다.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그랑 오달리스크>이다.  이 밖에도 푸생과 들라크루아, 와토, 램브란트, 베르메르의 그림이 있다. 베르메르의 그림 중에서 아마도 책과 영화때문에 접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라는 그림을 제일 좋아하는데 이 그림이 없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의 다른 그림들도 볼수 있어서 좋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앵그르, 그랑 오달리스크

자신의 삶이 힘들 때 오히려 가장 행복한 그림을 그린다는 르누아르, 여자 가수나 무용수 그림을 그렸던 드가의 그림도 인상적이었고, 역시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나올때는 설레이기까지 했다. 그의 그림을 겨우 두 점 소개해서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빈센트 반 고흐, 예술가의 초상

그리고 로댕미술관의 로댕의 훌륭한 조각 작품들과 그의 연인이자 제자였던 까미유 끌로델의 조각 작품이 설명된다. 아주 오래전에 까미유 끌로델에 관한 영화를 본적이 있어서 로댕과 끌로델의 관계를 보며 끌로델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었는데 역시나 그에 대한 설명이 있어 나는 끌로델의 조각에 눈이 갔다. 조각에서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는 듯한 마음이 보였다. 난 아무래도 약자에게 더 약한가 보다. 이외에도 여러 미술관의 아름다운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까미유 끌로델, 사쿤탈라

그림을 보는 일은 언제나 행복하다.
책이 머릿속에 잘 들어가지 않을때 화가의 그림들이 나오는 책들을 들춰보고는 한다. 더 많은 화집을 갖고 싶고 화가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 아마도 그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럴것이다. 충분한 그림과 설명이 있어도 더 많은 그림들을 소개해주기를 바라는 욕심일테지.

저자는 미술관에 들어가기전의 미술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도 소개하고, 미술관에 있는 그림과 화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있어서 굉장히 즐겁게 보았다. 그리고 한 곳의 미술관이 끝나는 페이지에서는 본문에서 소개한 그림 외의 같이 볼 작품들과 함께 여행정보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서 파리를 여행하고 미술관을 둘러보는데 필요한 교통도 한눈에 알수 있게 설명을 했다. 언젠가 파리를 여행할 때 특히 그림을 좋아하는 이가 미술관에 가보고자 할때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 같다. 아마 이 책을 배낭 한 곳에 넣고 출발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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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칸타타
육시몬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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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책 소개글을 볼때나 리뷰를 볼때 호기심이 잔뜩 생기는 그런 책들이 있다. 그럴때면 난 그 책을 읽지 않고는 못배겨 안달을 하는 편이다. 이 책 또한 리뷰를 읽고 너무나도 읽고 싶은 마음에 내 손으로 오게 된 책이다. 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아마도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라서 더 호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자마자 무조건 보고 싶고, 갖고 싶었으니.

육시몬이라는 작가의 필명도 재미있다.
작가는 작품속에 꼭 육시몬이라는 사람을 넣는다고 하는 말에도 참 인상깊었다. 작가의 필명이자 이 책 속의 육시몬 신경정신과 원장이 육시몬이다. 성 '육'을 빼놓으면 그래도 상당히 멋진 이름이다. 그 예전에 시詩에서도 나오지 않았는가. 시몬~ 이라고. 이 육시몬 신경정신과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과 그 병원 옥상에 사는 고양이의 이야기 이다.

마한수, 폐소 공포증이 심해 화장실에서 샤워할때도 문을 열어놓고, 막힌 곳의 공포를 이기기 위해 아주아주 큰 소리로 '저 푸른 초원위에~~'로 시작하는 노래를 아주 구성지게 부르는 삐딱한 성격을 가진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다. 

장풍, 팔에 자해 상처로 가지고 있으며 기억상실증에 걸린 모델 포스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이 '하와이안 보이즈' 의 '봉고봉고봉고송'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가 두려우면서도 기억을 찾고 싶어 트로트 가요제에 나가기로 한다.

홍난파, 심한 난독증으로 인해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했지만 이 병원에서는 귀염둥이 역할을 하는 곱슬머리와 커다란 눈을 가진 미소년으로 '봉고봉고봉고송'의 가사를 만들었다.

고양희, 일명 고양이. 한때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로 아이돌 팀을 최고의 팀으로 만든 실력꾼이었다. 일년전 사고로 육시몬 신경정신과 옥상에서 기거하며 심한 불면증과 죄책감으로 인해 오로지 술을 마시며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고양이는 술을 잔뜩 먹고 나서 자고 있다가 목이 말라서 마신게 400만원짜리 양주란다. 의사 육시몬은 그 값을 물어내든지 아니면 신경정신과에서 상주해있는 세 사람을 데리고 트로트 가요제에 나가게 해달라고 한다. 트로트 가요제에서 1등을 하면 4인 가족 몰디브 여행권이 나오는데 그들은 꼭 몰디브를 가고 싶다고 한다.

그들은 몰디브에 가고 싶은 게 아니다. 아니, 몰디브에 가고 싶어하지만 그들의 몰디브는 단순히 외국의 섬이 아니다. 몰디브는 그들의 삶의 희망이다. 몰디브에 가고 싶다는 희망 하나만으로 그들은 하루하루를 살아 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토록 몰디브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들의 고통스러운 삶에 몰디브는 그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진통제이다. (116페이지 중에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 '봉고봉고봉고송'을 듣는데 굉장히 멜로디가 친숙하고 입에 착 달라붙는 마력을 지닌 노래였다. 가사도 재미있고 그들의 춤 또한 흥겹고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해 고양이는 그들의 매니저가 되기로 한다. 그들과 육시몬 신경정신과에서 합숙을 하며 연습을 하는 와중에 그들이 왜 여기에서 있을수 밖에 없는 지 사정도 알게 되고 점점 그들을 이해하며 그들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마주하게 되면 그 상처를 감추기에 급급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이며 희망을 잃지 않고 봉고봉고봉고송을 부르며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그들이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나 또한 그들과 함께 봉고봉고봉고송를 읊어대며  나 혼자 음을 만들어 불러대고 있었다. 흥얼흥얼~~~

상당히 호감이 가는 작가이다.
또한 잔잔한 울림을 주는 작가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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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와플가게
고솜이 지음 / 돌풍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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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솜이 작가의 전작 『수요일의 커피하우스』에서 갓구운 빵과 갓내린 커피만을 파는 주인공들을 보며 작가에 대한 좋은 느낌을 받았다가 이번에 음식이야기와 장사 이야기를 만들어 낸 그녀의 단편집을 읽었다.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도, 잘 만들지도 못하는 나는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때면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음식 냄새를 맡고 그 음식을 먹어본 사람처럼 그 맛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읽게 된 이 책 또한 굉장히 느낌이 좋았다.

음식을 만들다 보면 정성을 다해 만든 날이면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만족스러운 음식이 나오게 된다. 하기 싫어서 만든 음식은 역시나 무언가 양념 하나가 빠진 것처럼 간이 맞지 않아 이것 저것 첨가하다보면 더 맛이 이상해져 식탁에서도 인기없는 음식이 되어버리고 만다. 음식맛에 마음이 들어가는 것 같다. 들어가는 마음만큼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고 할까. 선천적으로 미각이 살아있다는 요리 잘하는 사람은 빼고 말이다.



자전거 와플가게
나 혼자 식사
카스텔라 오븐
스트로베리 파이
에스프레소 자동차


장사나 음식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의 말처럼 다섯 단편 모두 음식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전거에 와플 재료를 싣고 골목길 모퉁이에서 자전거 와플가게를 차린 주인공이 발레를 배우는 꼬마 여자아이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감자 와플을 만들어 낸 주인공의 이야기 「자전거 와플가게」
자전거를 타고 가 꼬마 아이가 기대어 서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장사할 준비를 하는 분주한 주인공의 모습과 그 아이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만들어 보는 그녀의 모습과 집으로 돌아가 사방 벽에 갇힌 몇계단 낮은 현관과 그녀의 외로움들이 전해져 왔다. 그녀는 외로움을 알기에 꼬마 숙녀가 혼자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냈을 것이다. 서로의 모습을 알아 보고 아이 옆에서 장사를 하고 아이 옆에서 말을 건냈겠지. 그러면서 서로에게 위안을 얻었으리라.

「나 혼자 식사」에서 차를 타고 시장에 가 린넨 식탁보와 식기 세트를 구입하는 주인공을 보며 친구도, 가족도 없이 혼자서 식사를 하는데도 이렇게 예쁜 그릇에 담아 식사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생활에서도 주인공처럼 우아하게 식사를 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그렇게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개학을 해 퇴근후 혼자 식사해야 하는 나는 그냥 대충 먹게 된다. 요즘 내 저녁 메뉴가 거의 너비아니와 계란 프라이를 해 토스트 두 쪽으로 저녁을 먹는데 나 혼자 식사를 하는데 너무 차이나지 않는가.

할머니와 함께 살적에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우주선 모양의 「카스텔라 오븐」할머니와의 추억이야기인 카스텔라 만드는 방법. 신문지를 깔고 부은 카스텔라 반죽이었지만 할머니의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더 맛있었고 방법을 버릴 수 없었던 할머니를 생각하는 따뜻함이 보인 내용이었다.

과일 알레르기가 있어서 딸기라면 질색인 주인공에게 새엄마가 파이 한 조각을 건네 주면서 "자, 한번만 먹어 봐, 스트로베리 파이야." 라고 말한 후부터 딸기는 먹지 않아도 스트로베리 파이는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인 「스트로베리 파이」

우리가 사랑을 깨닫는 것은,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는 것과 같다. 그때부터 우리는 사랑을 피상적인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피부조직처럼 섬세하고 친근한, 늘 옆에 있었으나 알지 못했던 진짜 사랑의 모습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스트로베리 파이」 149페이지 중에서)

자동차를 개조해 카페를 한번 해보겠다는, 아들과 단둘이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는  「에스프레소 자동차」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 재미없다고 하자 다니지 말라고 한다. 그것도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나같으면 감히 생각지도 못할일을. 나 같으면 어떻게든 학교의 좋은 점을 말하고 어르고 달래서 학교를 보낼텐데. 아,, 고지식한 인간이로구나, 나도.  

책을 다 읽고 보니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거의 혼자다.
처음부터 혼자인 사람은 없겠지만 이상하게 혼자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혼자서 살아가면서도 특별하게 외롭다고 느끼지도 않고 꿋꿋하게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만들며, 혹은 그 음식을 파는 일을 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왜 이렇게 외롭게 살아가나 싶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우울해 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열어간다. 그것도 아주 자유롭게. 타성에 젖어 있는 우리의 마음을 새로운 감각으로 일깨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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