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방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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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싶다.
그냥 알고 싶은게 아니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싶은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우길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과는 다른 부모들에게 자신들의 마음을 내보이는 것을 싫어하고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한다. 아이들은 그냥 얘기해도 될것을 숨기려들고, 친구들과만 얘기하려는 것이다. 부모들도 아이들처럼 그런 적이 있으면서도 자신들도 한때는 반항아 였다는 걸 새까맣게 잊고 아이들만 나무라는 것이다. 왜 제멋대로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곧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아이들을 자신만의 아이려니 생각하고 보호하려고만 애를 쓴다. 아이들도 하나의 인격이 있는데도 우리는 그 염려때문이라며 아이들을 엿보고자 한다.


실제로 내 친구중 하나는 아들녀석이 하도 문제를 일으켜 아들 몰래 녀석의 문자를 그대로 볼 수 있는 장치를 해 놓았다고 한다. 그 친구의 아들녀석이 현재 중학교 3학년인데 한때 가출의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문자를 주고 받았는지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 내 아들녀석도 아예 휴대폰을 들고 살고 문자며 메신저를 이용해 친구들과 이야기하길 좋아하는데 휴대폰을 보면 아예 처음부터 다 비밀번호 설정이 되어 있다. 때로는 아이들의 어떤 친구랑 무슨 문자를 주고 받는지 혹은 주로 누구랑 통화하는지 궁금해 보려고 해도 아예 차단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아이한테 왜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았느냐니까 '제 프라이버시 잖아요.' 이런 말을 했다. 그걸 알면서도 부모인 나는 궁금하긴 했다. 세상이 하도 무서우니까라는 변명으로. 


나도 아이들의 부모라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아들의 친한 친구가 자살한 뒤로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는 아들 녀석을 보는 마음이 나도 내 아이를 보는 것처럼 그렇게 느껴졌던것이다.  아이를 믿고 싶지만 혹시라도 나쁜일이 생길까봐 종종거리는 부모의 마음이 이해되었던터다.


책을 읽기 전 나는 이 책을 접하면서 자주 보고는 하는 피가 튀기고 범인을 잡기 위한 일반 스릴러물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뒤집은 책이랄까. 제목처럼 문제가 있어 보이는 아들의 방에 염려하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설치하고 아들을 찾아 헤매는 부모와 한 여자가 살해되고 또 다른 여자가 실종되어 그 사건을 해결하는 이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살인사건이 생긴 어처구니없는 이유까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일이 이 책에서는 주축이 되어 있지 않고 상처를 받은 아들과 다른 집의 자살한 아이의 부모, 또한 누군가의 한 마디의 말로 상처를 받아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받은 아이와 그 부모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가족이란 대체 무엇인지, 가족을 믿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고, 혼자서 해결하는게 그게 진짜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조심스럽게 알려준다.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다였다. 최선의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게 해주면 된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너무도 무작위적이어서 그보다 더한 것은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생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다. (513페이지 중에서)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한마디 말이 상대방에게는 제대로 살아가기가 힘들 정도로 커다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 마디의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잖은가.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인격체로 나와는 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를 위한 다짐이기도 하다. 내 아이이되 내 개인 소유물이 아니므로 아이들을 대할 때도 최선의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존중해줄 것. 아이들을 사랑할 것. 아이들을 학부모의 시선으로 보지 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볼 것. 이런 것들을 생각해본다.


할런 코벤의 책은 두 번째인데 이 책은 가족에 대한 화두를 던져 준다. 상을 많이 받은게 책 읽는 사람한테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미스테리 부분 문학상을 3개나 석권했다는 이런 홍보글에 동조를 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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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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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때 느껴지는 그 특별함을 좋아한다.
그저 그런,,,, 어디선가 본 듯한 글보다는 새로움이 느껴지는 특별한 책들이 마음에 더 들어온다. 툭툭 내뱉는 듯한 시니컬한 말투와 단문의 글에서 느껴지는 간결한 문체와 유머스러움이 배어 나와 그 신선함이 나를 반하게 만들었다. 청소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시선을 갖고자 청소년 문학을 굉장히 좋아하고 자주 읽는데 아,,, 이 책 너무 재미있었다. 책을 읽으며 어찌나 낄낄거리며 읽었던지 눈물까지 찔끔거릴 정도로 웃게 되었다.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컬링이 무엇인지 제목이 왜 『그냥, 컬링』인지 의아했다. 컬링이라는 스포츠를 나는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이런 스포츠도 있었나 싶었다. 책을 읽다가 중학교 1학년생인 아들녀석에게 이 책 너무 재미있다며 '컬링'이라고 아느냐고 하자 컬링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랬었다. 아는 사람도 있었구나. 그만큼 비인기 종목이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아마 영화 '국가대표' 하기 전의 스키 점프보다 더 생소한 종목이라고 생각되었다.


열일곱 살, 공부에 전념하기에는 좀 빠른듯도 하고 그렇다고 중학생처럼 마냥 놀기에도 어중간한 시기 일수도 있는 나이. 그 열일곱 나이의 을하는 우연한 기회에 며루치와 산적에게서 '컬링'이라는 것을 하자는 권유를 받게 된다.  '컬링'이라는 것은 네 명이 한 팀을 이루어 맷돌처럼 생긴 '스톤'을 빗자루처럼 생긴 브롬을 이용해 '하우스' 안에 넣는 동계 스포츠. 그들의 컬링 연습장을 우연히 방문하게 된 을하는 컬링 이란 것을 알게 되고 맷돌처럼 생긴 돌에다 자꾸 비질(빗자루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폭소를 터트린다. 이런 스포츠도 있었나 싶었지만 어느새 컬링의 매력에 쏙 빠지고 만다. 네 명이 한 팀으로 이루어 경기를 해야 하는데 한 명이 모자란 이들은 10월에 있을 대회에 나가고자 여름 방학때 야구선수들이 전지훈련 가듯 강원도로 전학간 박카스네 집으로 가게 되어 새벽부터 일어나 넓디 넓은 산의 감자를 캐며 전지훈련을 하게 된다.


이들이 컬링을 하며 할 수 밖에 없는 마력, 루저 스포츠를 하는 이들의 고충이 있는 스포츠 소설인 동시에 청소년기를 거쳐가는 이들의 아픔이 보이는 성장소설이기도 했다. 시종일관 우리를 유머스럽게 하고 이들의 스포츠를 통한 뜨거운 우정을 지켜보며 나는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동시에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이들이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나는 그렇게 웃길수 없었다. 우리의 허를 찌르는 유머를 구사하는 이들의 대사들이 너무도 맛깔스럽게 그려졌다. 이런 느낌이 나는 책이 나는 정말 좋더라. 인생이 불안하기만 한 열일곱 살의 이들에게 우연히 다가온 루저의 스포츠는 외계인 같은 청소년 시절을 좀더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누군가 내게 왜 책을 읽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나도 그냥,,,, 좋아서,,, 라고 하지 않을까.
왜 컬링을 하느냐고 물을때마다,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어 그냥,,,, 이라고 말했던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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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화 시편 - 행성의 사랑
고은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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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노벨 문학상을 발표할 때면 거론되어지는 이름이 고은 시인이다. 그 이름이 불리워지기를 나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혹시나 불려지겠지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발표를 기다리고는 했었다. 물론 언론매체에서도 고은 시인 댁 앞에서 발표를 기다린다는 말을 전하고는 했었다. 다른 이름으로 발표되면 다들 아쉬워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솔직히 고은 시인의 시집을 읽어본 기억이 없는 것이다. 아, 이런. 어쩌면 시인의 시집 하나도 갖고 있지도, 읽어보지 않고 그의 노벨 문학상을 기다렸단 말인가. 왠지 죄지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실 부끄러웠다. 그러다가 이번에 신문에서 시인의 아내에게 보내는 연시집을 발간했다는 기사를 보고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것도 제목이 아내의 이름을 딴 『상화 시편』이다. 이런 설레이는 제목을 보았나.

고은 시인의 문단 53년만에, 160여편의 시집 중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시집이다.  1983년 5월 5일에 결혼하여 29년차 부부인 시인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초짜 연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도 가슴 설레이고 그리워하는 닭살 돋는 부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아내한테 절대 못 읽게 할 시집이라고 했다고도 한다. 이처럼 서로 사랑하고 아직도 애달파 하는 모습이 참 부럽고 고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인 이상화 교수는 고은 시인의 시집을 영문으로 옮기는 일을 하고 계신다 한다. 아내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고은 시인의 아내를 향한 절절한 사랑을 보시라.

어느 별에서 왔을까
                                     이상화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불쑥 묻지 말아요
어느 별에서 왔기에
우리의 사랑 이리도 끝없고 바닥도 없는 것이냐고
다그치며 묻지 말아요

이 행성의 한 점에서
내가 당신에게로 갈 때
이 행성의 한 점에서
당신은 내게로 온 것이에요
동시행동이었어요

당신의 점 속에 들어 있는 나
나의 점 속에 들어 있는 당신
그것은 우리의 별
우리의 우주
우주
무한팽창하는 우주
우리의 사랑은 무한팽창하고 있어요
무한이라고요
지금의 우주폭발 이전에도 그랬다고요

그리고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불쑥불쑥 묻지 말아요.
                                          2011년 5월 5일 저녁  (14~15페이지)


고백

그곳에 수선화가 모듬모듬 피어 있듯이
새끼제비 주둥이
수선화꽃 피어 있듯이
그곳에 이끼가 끼어
한낮에도 어젯밤의 반지름이 남아 있듯이
그곳에 고사리들이 수군수군 모여 살고 있듯이
아무도 몰래
고사리 울음소리를 듣는
땅속 고사리 뿌리들이 쓰라린 어미로 살고 있듯이
그곳에 억새꽃들 휘날려 어디로 떠나는 듯이
그곳에 갈매기똥의 흰 바위가
밤이나 낮이나
파도소리에 선잠 깨는 듯이
나는
목마르다가
목마르다가
아내의 앞과
아내의 뒤에서
사뭇 서정과 서사의 경계를 넘었다
담 넘었다
울 넘었다
재 넘었다
56억7천만년 중에서
30년을 넘었다

샘물 무지무지하게 깊어 태초같이 김이 났다.   (272~273 페이지)

고은 시인과 아내 이상화 교수의 시를 보면 정말 이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이지 않는가. 열정적이고 서로를 존경하며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저절로 보인다. 출근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모습과 퇴근하는 아내를 위해 자전거를 타고 학교 앞으로 가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아내를 기다리는 시인의 모습은 나 역시 부러운 마음에 만면에 눈웃음을 짓는다. 자전거에 기대에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은 또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 할것인가. 오래 기다릴까봐 조급해하는 모습까지도 상상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지. 어느 방송사의 15일간의 시베리아 기행 청탁이 있었을때도 아내와 함께 가기 위해 거절하고 이제 아내의 정년기념 여행을 위해 남겨둔 시베리아 여행을 2년 남았다며 기다리는 시인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시다.  
                                               
결혼 29년차에서도 이렇듯 연시를 보낼 정도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내 결혼 모습을 들여다 보고 있다. 결혼 17년차, 나는 남편과의 사이가 좋은 편인데도 감히 고은 시인 내외분에게 대면 우리 부부는 아마 그 분들의 발치 저만큼쯤 있지 않을까 싶다. 시인 부부의 마음을 본받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들을 닮고 싶다. 또 올해 10월이 되면 또 두 손 모아 간절히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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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공간 - 작가의 집에 대한 인간적인 기록
J. D. 매클라치 지음, 김현경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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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전주 한옥마을을 여행하던중 '최명희 문학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오래전 20대 시절에 책 읽느라 나를 잠 못 이루게 하고 내 마음을 온통 빼앗았던 『혼불』의 작가. 그 작가의 사진과 친필 원고 등이 탑처럼 높게 쌓여 있는 문학관은 내 마음을 너무도 설레게 했었다. 작가의 조그만 흔적이라도 남겨오고 싶어 사진으로 담아왔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로 시작되는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을 좋아해서 그렇게 외우고 또 코팅되어진 책받침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었다. 그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통영을 방문 했을때 '청마 문학관' 을 가서 그의 친필 원고 등을 보는 일들이 참 행복했었다. 그렇게 작가의 필체 한 조각이라도 만나고 싶어하는 일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기도 하다.

 
'시 한 편 한 편이 감탄과 감동을 자아내고 언제나 새로운 기쁨을 선사하는' 시인이자 예일대학교 교수인 매클라치가 미국인 시인이나 소설가, 극작가들의 문학적 걸작들이 탄생했던 장소로 우리를 안내하는 책으로 우리는 작가들의 살았던 그곳으로 여행을 했다. 돈이 없어서 임대를 했고 또는 비싼 값에 구입해서 꾸미고 했던 곳을 잃지 않기 위해 작가를 사랑하는 이들이 집을 여러 사람을 거쳐 살다가 후손들이나 기관에서 구입해 이렇게 작가들이 거주했던 그때의 모습으로 꾸며 놓아 우리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곳을 만들어 내었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살았던 집터들이 망가지고 흔적들이 사라져버림에 안타까워 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작가들의 고향 집들이 이렇게 국가적 차원에서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집의 일부분을 작업 공간으로 할애하는 경우, 작가들은 개인적으로 까다로운 경향이 있고 때로는 신경증적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헤밍웨이는 아침에 글을 쓰기 전 스무 자루의 연필을 깎았고 마크 트웨인은 당구 한 게임을 했지만, 단순이 그들이 습관의 동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글쓰기가 일종의 의식이고 나름의 격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루 중 특정 시간대와 특정한 의자, 특정한 브랜드의 종이, 특정한 종류의 펜과 파이프 그리고 한 잔의 차. 작가들은 벽난로가 깔개 위에서 특별한 장소 주변을 돌고 돌다가 결국 그 위에 앉는 개와 닮았다. 그 의식들은 일종의 연속성을 보장하며 피곤한 뮤즈를 일깨운다. ('책을 내면서'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시나 소설 등의  작가가 살았던 곳을 방문하는 일은 너무도 설레는 일이다. 책 속의 글로 만나는 작가이지만 마치 스토커처럼 작가의 이야기를 찾아 읽고 작가의 곁을 맴도는 이들이 많은 것 처럼 작가가 살았던 곳을 엿보는 일은 즐거움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작가가 살았던 집의 모양, 햇볕이 잘 드는 공간의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는 모습, 책상의 원고들이 놓여 흐트러진 모습, 그리고 작가가 글을 쓰는 와중에 오지 않는 잠을 청했을 침실의 모습 하나하나까지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처럼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었다. 역시 글을 쓰는 작가의 공간 답게 작가의 집에서는 공통적으로 도서실과 서재의 공간이 있었다. 글을 쓰는 작가이면서 또한 열정적인 독자였던 그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을 읽기 좋아하고 도서실에 구비 해놓기를 즐겼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집 주변을 산책하기를 즐겨했던 작가들은 큰 책상이든 작은 책상이든 책상에 앉아 몇시간이고 글을 쓰고 있었다. 햇볕이 잘드는 창가에서 때로는 커텐을 다 내린 어두침침한 곳에서 자신의 취향대로 열심히 글을 썼다.

자신이 숨을 쉬고 가족과 생활했던 곳.
나중에 유명한 작가가 되었지만 생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때문에 힘들게 생활해야 했던 작가들. 글을 쓰기 위해 틀어박힌 작가를 위해 방해하지 않고 내조를 했던 가족들의 모습과 작가의 고독, 사랑과 행복이 함께 했던 곳. 그곳의 책상에서 작가의 걸작이 탄생했던 곳이다. 작가의 숨결과 감정들이 스며 있는 곳. 그곳을 들여다 보는 일은 작가의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작가들의 걸작들을 읽는다. 그들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그들의 안식처에서 고독과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묻어나오는 그들의 감정과 풍경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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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 - 당신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김원 글.사진.그림 / 링거스그룹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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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페이퍼>라는 문화 전문지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그 문화 월간지를 본 적은 없다. 그 문화 월간지가 궁금하던차에 백발두령으로 불리우는  <페이퍼>의 창간한 발행인이 처음으로 책을 내놓았다 했다. 15년동안 PAPER를 만들어오면서 매월 한 통씩 독자들에게 적어 보냈던 편지들과 저자가 최근에 찍었던 사진들을 엮어서 낸 책이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있을것이다. 책을 낸 사람도 책을 읽는 사람도 기분좋게 만들 푸근하게 다가오는 그의 글씨와 하늘 저편을 바라보게 만드는 그의 사진, 그리고 글들이었다.


그의 글들을 읽으며 줄을 긋고 싶은 글들이 많았다. 너무도 공감하고 왠지 마음을 빼앗는 글들이었다. 이 가을의 소슬바람을 느끼게도 하는 글. 무언가 꿈꾸고 싶고 자꾸 떠나고 싶은 그런 감성들을 자극시키는 글들 이기도 했다. 그가 찍어 놓은 사진들을 봐도 머나먼 하늘 저편을 지긋이 바라보며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도 할 수 있는 그런 사진들이었다.


그의 글들 중 잊지 않고 읽어 볼 몇몇의 글들을 여기에 남겨보고자 한다.


그렇게 길고 긴 5분을 지나 보내면서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중에 단 5분 동안만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있는지?
얼핏, 생각하기에는 하루 중에 단 1분도
온전히 나만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단 5분씩만이라도
내 영혼을 위해 그 시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3페이지, '하루에 단 5분씩만이라도' 중에서)


저는 이제 나이가 조금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잠만 자고 나면, 머리맡에 선물처럼 주어지는 그 하루하루가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슬퍼하고 괴로워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깝고 소중한 하루하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아 오늘 하루도 멋지게 살아야지!'하는 자기 최면을 걸곤 합니다.
하루하루를 멋지게 만들어 가다 보면,
언젠가는 '멋진 인생'도 저절로 찾아오겠거니..... 하고 말이죠. 하하.
(241페이지, '하루하루를 멋지게 만들어 가다 보면' 중에서)


오늘 당장 저지르지 않으면,
평생을 두고도 하지 못할 그런 일들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내일이 수백 번 다시 찾아와도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있습니다.

내일은 언제나 그저 내일일 뿐이니까요. 하하 (277페이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중에서)


나이가 들어서인지, 가을이 왠지 싫다.
뜨거운 여름엔 너무 더워서 힘들기도 하지만 여름이 좋은 이유는 땀을 흘리며 내가 살아있다는 기분을 강하게 느끼는 반면에, 가을은 왠지 너무 쓸쓸하다. 일단 추위 타는 내게 찬 바람이 싫고 눈가에 느껴지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보여서 싫다. 아마도 가을이 가장 싫은 이유중의 하나는 내가 계절을 느끼는 만큼 내 나이를 느끼는 것이다. 얼마남지 않는 올해, 또 한 해가 가겠구나. 나이를 또 먹어가는 구나. 먹어서 없어지는 나이가 아닌 자꾸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이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이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하지만 가을 기분이 강하게 느껴져 쓸쓸할때 이 책을 만나 위로가 되었다. 그리 길지 않은 글과 저자의 마음들이 고스란히 보인 글, 또한 사진들을 보며 마음을 다독였다. 책의 표지에 써진 '당신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라는 소제목도 굉장히 마음에 다가오는 책이었다. 마음이 외로워 쓸쓸함을 느끼는 당신에게 예전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를 것이다. 내가 무심코 버려 두었던 또는 미루어 두었던 소중한 시간들이 생각나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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