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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직업 - 20년 차 신문기자의 읽고 쓰는 삶 ㅣ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곽아람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12월
평점 :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타지역으로 이사했을 때 느꼈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갑자기 시작된 육아에 적응할 수 없었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시는 감옥에 가까웠다. 그 생활을 삼사 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좀 더 빨리 책을 읽을 걸 하고 후회했다. 물론 아이들 위주의 책은 읽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읽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시 직장을 나가면서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다양한 블로그를 탐색하던 중 만났던 게 곽아람 작가가 운영하던 블로그였다. 작가가 쓴 글에 감동을 받았다. 특히 그림에 관련된 글에 감탄했고, 자주 들여다보았다.
나만 아는 작가와의 인연이 좋았다. 작가가 펴낸 책을 꽤 읽었고, 신간 소식에 늘 귀 기울인다. 이번 책은 작가가 20년 동안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느끼는 쓰는 직업에 대하여 말한다. 작가의 글을 쓰는 직업과 주말에 쓰는 글로 인해 20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우리도 매일 직장을 그만두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눈을 돌린다. 어떤 사람들은 요리를 배우고 어떤 사람들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학원을 다닌다. 나는 요가를 하고 책을 읽었다. 퇴근 후 읽는 책으로 인해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일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의 감정이나 문체가 들어가지 않은 건조한 글이 신문의 역할이다. 최대한 건조한 문체로 사실만 전달할 것을 배우는 신문기자의 일을 좀 더 다르게 보게 된 거 같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인이 가져야 할 냉정함이 있어야 하는데, 사적인 작가의 글은 무척 다정했다. 신문기자라는 직업과 잘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은데, 이 말은 자주 듣는 모양이었다. 아마 여성적인 외모와 감성적인 글 때문일 것이다. 자기의 문체를 버리고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말해야 하는, 나를 버리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 기자도 녹록치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직장인에게 월요일은 맞이하고 싶지 않은 요일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주일에 한 번은 당직을 서고 토요일 출판팀을 이끄는 작가는 금요일까지 마감을 마쳐야 토요일 신문을 낼 수 있다. 월요일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 있는 나도 일요일 저녁부터 부담스러워지니 모든 직장인의 애환이 아닐까.
토요일 책 관련 기사를 좋아하여 오랫동안 보수신문을 구독해왔다. 인터넷 기사가 일반화되고 신문을 읽지 않은 기간이 길어지자 구독 해지를 했었다. 정치면을 잘 보지 않기 때문에 관심 없었는데 보수신문을 읽는다고 주변에서 꽤 많은 말을 들었었다. 저자도 보수 신문인 조선일보의 기자로 20년을 근무하고 있다. 기사를 올렸을 때 정치적 성향이 다른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의 댓글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취재를 할 때마다 자문한다. 이 일은 옳은가? 기사를 쓸 때마다 생각한다. 이 글은 공정한가? 나 자신이나 회사의 이익보다 공익을, 옳고 그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직업을 가진 것에 때로 감사하다. (179페이지)
문화부 출판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의 직업의식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오르한 파묵을 인터뷰하며 찍었던 사진이 표지에 사용됐고, 『빨간 머리 앤』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번역해 소개했던 역자 신지식 선생님을 향한 그리움, 키라 나이틀리를 인터뷰하며 느꼈던 감정을 말했다.
해마다 10월이면 출판계는 들썩인다. 노벨문학상을 누가 탈 것인가 인데, 늘 예상을 벗어난다. 노벨문학상에 관한 글은 직업인으로서 노벨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조이스 캐럴 오츠보다는 덜 유명한 사람일 것, 출판 자료가 적당한 맞춤형 수상자가 받기를 바랐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작가의 수상. 노벨문학상 특집을 준비해야 하는 노고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자들의 진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책을 꺼내 읽는다. 출퇴근 시 읽으려고 가방에 책 한 권은 꼭 가지고 다니고,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 책을 읽어야 한다. 나를 버티게 하는 책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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