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이경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못된장소잘못된시간 #질리언매캘리스터 #시옷북스

 

만약 내 아들이 내가 보는 앞에서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그래서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었다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먼저 왜 죽였는지 궁금할 것이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관계인지 묻고 싶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경찰에 체포되지 않았으면 할 것이다. 부모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은 무력감일 것이다.



 

열여덟 살이 된 아들 토드가 자신의 집 앞에서 낯선 남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소설이 시작된다. 사랑스러운 아들이 왜 살인자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경찰에 체포되어 경찰서에 찾아가지만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젠이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사건이 일어나기 전, 즉 어제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랑하는 남편 켈리에게 어제로 돌아왔다는 사실과 함께 내일 아들 토드가 한 남자를 살해한다고 말하지만, 그걸 누가 믿겠나.





 

변호사로서 늘 바빠 아들 토드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젠은 과거의 시간에서 이유를 찾고자 한다. 죽은 남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젠은 과거의 시간으로 가며 토드를 살핀다. 토드의 차를 미행하고 그가 만나는 사람을 알고자 한다. 타임리프 소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가 대부분인 경우에 반해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은 점점 더 과거로 향한다. 토드에게 있었던 중요한 일들의 시간 속으로 가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침묵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꺼렸던 남편 켈리를 조금씩 의심하며 독자를 미스테리 속으로 이끈다. 즉 남편 켈리가 숨기는 것이 있었을 거로 짐작한다.



 

젠이 과거의 시간 속으로 향하는 도중 이제 막 신임 경찰관이 된 라이언 하일스의 상황이 전개된다. 긴급출동 업무는 지루했으나 리오의 권유로 조사하는 비밀 업무를 맡는 과정이 젠의 상황과 함께 반대로 진행되는 식이다. 젠은 과거 속으로, 라이언은 점점 현재로 향한다. 라이언이 누구인가를 파악하며 소설이 맞물리는 지점을 찾게 한다. 라이언이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를 밝혀내고자 조사하는 업무는 과거와 현재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시간여행을 다루는 소설을 읽다 보면 정해진 게 있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도 변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과거에 누군가의 목숨을 구했다면 인과관계의 변화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젠이 과거로 향할수록 드러나는 진실에 숨을 쉴 수 없다. 누군가 속이고자 계획한다면 말려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젠이 알아낸 일과 과거의 기억이 맞물려 하나의 사건으로 향한다. 속수무책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추리소설 형식임에도 가족의 관계란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모로서 자식을 양육한다는 것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 서로가 바라는 게 다르겠지만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짜 중요한 것임을 밝힌다.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어렸던 아이들에게 좀 더 다정하게 대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싶다. 반복되는 과거, 점점 어려지는 자녀와 젊은 남편, 젊은 나,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관건일 것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타임슬립과는 차별되는 작품이다. 과거로 갈수록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어쩌면 절대 의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진부하지만, 짜릿하고 소위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몰입감이 좋은 소설이었다.

 


 

#잘못된장소잘못된시간 #질리언매캘리스터 #시옷북스 ##책추천 #소설 #소설추천 #문학 #영미문학 #영미소설 #스릴러소설 #미스테리소설 #추리소설 #가족소설 #스릴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제스틱극장에빛이쏟아지면 #매튜퀵 #창비

 

미국의 총기 학살 소식이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줄만 알았다.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칼부림을 하거나 등산로에서 여성을 공격하는 사건이 나날이 발생하고 있다. 주변에서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사회가 두렵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고 깊은 슬픔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슬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방법 하나가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이고 두 번째가 적극적인 행동으로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를 마주하는 일일 것이다. 만약 사건 발생 당사자, 즉 가해자의 동생이 우리 집으로 왔다면 제대로 반겨줄 수 있을까.

 


머제스틱 극장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에서 살아남은 피해자 루카스가 칼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소설이다. 칼은 융 심리학을 전공한 정신분석가다. 칼 또한 머제스틱 극장에서 아내를 잃고 비통해했다. 칼이 더 이상 분석을 할 수 없다고 전했지만, 루카스는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칼에게 편지를 쓴다. 자신의 감정, 슬픔, 사건이 일어난 후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전하며 이제 그가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을 분석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루카스는 아내 다아시를 사고로 잃었지만 천사로 변하여 날개 달린 모습으로 곁에서 안아주고 살아갈 방법을 전한다. 칼에서 편지를 쓰라고 한 것도 다아시였다. 다아시의 친구인 질이 그를 보살피려 집으로 들어와 함께 지낸다. 어느 날 그의 집 뒷마당에 엘리가 들어와 텐트에 불을 밝힌다. 엘리는 머제스틱 극장에서 총기를 난사했던 제이콥의 동생이었다. 엘리는 고등학교에서 자신에게 상담을 받았던 학생이었다. 루카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엘리를 보살피며 그가 학교로 돌아가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를 바랐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마제스틱 극장에서 일어났던 사고를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당신이라는 존재를 떠올리기만 해도 도움이 됐어요. 오늘 밤 여기서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도움이 돼요. 당신이 없었다면 분명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269페이지)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고통받는 생존자와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마음과 영혼을 달리기 위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가해자의 동생인 엘리를 처음엔 배척했으나 그게 서로의 고통과 슬픔을 치유하는 일임을 깨닫고 동참하기로 했다. 일련의 과정을 글로 쓰는 작업은 치유의 시간이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하나되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저 빛 속에 우리가 있어. 이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와 머제스틱 마을 사람들이.

우리.

우리가 빛이에요. (338페이지)


 

고통과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과 동시에 루카스는 엘리의 미래를 위해 길을 열어주며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보살피듯 했다. 정신분석가에게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받았던 상처에서 치유 받는 모습을 보인다. 아내 외에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던 루카스는 엘리와 함께 영화를 만들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타인에게 마음을 열 수 있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한 것 같다. 마음을 열 수 있는 계기, 마음의 변화가 필요한 순간,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면 된다.

 


작가 스스로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었기에 융 심리학을 외울 정도로 읽었다고 했다. 자기의 경험을 살려 융 분석심리학이 소설 전체적으로 내포되어있다. 융 심리학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대비는 학문이기도 하다. 답장 없는 칼에게 계속 편지를 보내다 보면 소설의 말미에는 답장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지 못한 결말이 안타까웠다. 타인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과 나 자신의 고통을 이기는 방법은 다른 것 같다.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며, 사랑에 관한 이야기,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머제스틱극장에빛이쏟아지면 #매튜퀵 #창비 #미디어창비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영미문학 #치유 #박산호 #힐링소설 #힐링 #신간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린 레터 - 잎맥의 사랑 연대기
황모과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린레터 #황모과 #다산책방

 

소설은 상상의 산물이다. 물론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인 건 상상력의 세계를 글로 표현한 것이다. 아울러 작가의 상상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사랑하는 이여, 부디 건강하길, 어디서든 안전하고 평안하길. (51페이지)

 



책 소개글에 혹해 구매 후 읽게 된 책이다. 보라. ‘얼음산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이륀이 비티스디아라는 식물의 잎을 해석하려고 애쓴다. 비티스디아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희귀종 식물이다.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들어 잎새에 간직하고 그걸 해석하는 이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잎맥의 사랑 연대기'라니.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황모과의 그린 레터는 디아스포라의 소설이면서도 사랑의 연대기여서 마음 한구석에 따뜻해지는 작품이었다. 디아스포라의 세계를 그리는 대부분의 작품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린 레터는 식물을 매개로 하여 인연과 그로 인해 평생의 사랑을 간직하고 찾아 헤매는 내용이다. 희망의 메시지, 사랑의 메시지로 가득하여 디아스포라라는 생각을 잠시 잊었다.





 



식물을 기를 때, 음악을 들려주거나 사람에게 하듯 다정하게 말을 건네라는 말을 남편에게 들었다. 처음엔 무슨 소리냐고 반문했지만, 지금은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말을 건넨다. 어서 잘 자라라고, 새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라는 마음을 담는다. 만약 식물이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면, 쿠진족의 비티스디아처럼 사람의 마음을 담고, 잎맥을 받은 사람은 그걸 해석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굳이 잎밖에 내어 말하지 않아도 잎맥 하나로 마음을 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소설이다. SF 혹은 판타지로만 끝나는 소설도 아니다. 분쟁국가의 한 가운데서 양쪽으로 갈라져 오갈 수 없는 지역이 되고, 쿠진족이라는 세계에 있었던 이들은 그들이 속한 얼음산국에 가기 위해서 종이로 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했었다. 분단국가가 된 우리나라를 짐작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푸룬이 로밀야에게 향하는 마음을 담은 엽첩과 반대로 로밀야가 푸룬에게 마음을 전하는 엽첩은 사랑이라는 건 어떤 순간에도 스러질 수 없는 깊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증조 할아버지가 키우던 비티스디아 잎맥을 해석하는 연구에 매달렸던 이륀에게 비티스디아의 해독키를 가지고 있다는 메일이 오는데 어찌 궁금하지 않을까. 쿠진족을 일컫는 무시의 대명사(, 쿠진족이야? 같은)로 치부되지 않기 위해 비록 4분의 1이지만 쿠진족이라는 말을 숨겼던 이륀이었다. 증조 할아버지와 비티스디아 해독키를 가지고 있었던 마을을 만든 선조 할머니가 서로에게 건네는 마음은 감동하기에 충분하다. 푸룬이 가족에게 겉돌았던 이유도 사랑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사랑이 싹트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비티스디아는 결혼을 앞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식물을 키워 사랑하는 사람에게 잎사귀를 건네는 풍습이었다. 비티스디아 잎사귀를 편지 삼아 건넸던 것이다. 비티스디아 정원을 보고 싶다는 이륀의 말에 부끄러워하는 발루의 표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일제 강점기를 생각나게 하는 게 몇몇 보인다. 돈을 벌기 위해 탄광에 가서 일했던 결과와 무참히 살인을 저지르는 국가, 독립을 외치는 단체와 그들을 무시하는 발언에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보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해 식물을 키우고, 잎맥에 깃든 마음을 알게 되는 일.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은 이처럼 어떠한 순간에도 꽃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작품이었다.

 



#그린레터 #황모과 #다산책방 #다산북스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문학 #한국소설 #잎맥 #SF #SF소설 #디아스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라진서점 #이비우즈 #인플루엔셜

 


책이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 전자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종이책이 사라질 것처럼 말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은 출간되고 있고,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종이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책 읽는 인구가 줄어도 책 읽는 사람은 계속 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책을 주제로 한 서점 이야기가 이토록 매력적인걸 보면 말이다. 비단 나 혼자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사라진 서점은 작가 이비 우즈의 네 번째 소설로 아일랜드의 더블린과 파리를 배경으로 한 책과 서점에 관한 소설이다. 구할 수 없는 희귀본을 담당하는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이다.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더블린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보았던 서점을 찾아 헤매는 남자 헨리와 남편을 피해 멀리 도망쳐 서점이 있던 저택에서 입주 가정부로 일하는 여자 마사다. 헨리는 폭풍의 언덕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두 번째 작품이 존재했을 거로 보고 애타게 찾고 마사는 그와 함께 오펄린의 행적과 사라진 작품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한다.






 

마사의 존재가 수수께끼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는 마사는 남편의 폭행을 견디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야기를 등에 새겼다. 사라진 서점이 있던 자리에 터를 잡게 된 마사는 밤마다 조금씩 자라는 나무를 보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군가 놓아둔 오펄린의 책을 읽으며 자신에게 찾아오는 이야기의 힘을 느낀다. 마사와 헨리의 눈에만 보이는 저택의 보든 부인의 존재 또한 궁금하다. 마치 상상 속의 인물인 것처럼 헨리를 집에 초대하고 마사를 남편의 위험에서 구해줄 뿐더러 새로운 삶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마사의 등에 새겨진 내용은 무슨 내용일까. 탐색하는 과정과 그 결과가 흥미롭다. 마사가 가진 능력과 오랜시간 이어져 온 인연의 실타래를 마주한 느낌이다.


 

책은 그저 종이에 적힌 글이 아니라, 다른 장소, 다른 삶으로 통하는 입구라고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는 책과 그 안에 담긴 무한한 세계를 사랑하게 되었고, 이는 오롯이 아버지 덕분이었다. (15페이지)

 


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책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책을 통해 경험하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 책이 새로운 삶의 관문이라고 한 말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희귀본을 팔아 다른 삶의 자본으로 삼았다. 책을 알기에 초판본과 희귀본을 판별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알 수 있었다. 1920년대의 오펄린이 스스로 삶을 지배하는 여성이 된 것도 책의 역할이 컸다.


 

오펄린이 아버지가 남긴 찰스 디킨스 초판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판 자금으로 파리에 처음 도착 했을 때 눈앞에 있었던 서점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서 실비아를 만나 서점인으로서 일을 시작하는데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헤밍웨이가 자주 들렀던 장소로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근처에 실재하는 서점이다. 소설에서는 서점을 운영하는 실비아의 절친으로 아일랜드 작가 조이스를 내세워 그의 책 <율리시스>를 출간하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과 상상의 공간이 혼재하여 매혹적인 작품이다.

 


판타지와 이야기의 힘이 살아 있는 소설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다.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것, 책이 가진 매력과 그 역할을 말해주는 작품이었다.

 

 

#사라진서점 #이비우즈 #인플루엔셜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영미문학 #영미소설 #아일랜드소설 #더블린 #서점 #서점이야기 #베스트셀러 #로맨스 #TheLostBooksho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는 유튜버
하마구치 린타로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는유튜버 #하마구치린타로 #소미미디어

 

유튜브를 통해 요리를 배웠다고 하거나 기계 등의 부품을 고치는 방법을 배웠다는 사람이 많다. 유튜브는 접근성이 좋아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고, 가장 잘 아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 그로 인한 재미와 즐거움, 자기만족을 주는 플랫폼이 된 것 같다. 주변을 돌아보면 유튜브 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영상을 보는 것 보다 종이가 좋은 나는 한참 후에야 유튜브의 세계에 입문했는데 좋아하는 배우나 코미디언이 나오는 콘텐츠를 가끔 보는 편이다. 자주 보는 것 중의 하나가 전과자정도다. 유튜브는 현재의 가장 핫한 플랫폼으로 한동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는 단계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건 알 수 없다.

 


유튜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 가벼운 이야기일 거로 생각했다. 아빠가 유튜버가 되겠다고 결정하면서 그로 인한 숨겨진 이유를 탐색하면서 눈물과 감동이 있는 소설로 변했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침대에 누워 웃으며 책을 읽다가 눈물이 나와 어쩔 줄 몰랐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미야코섬은 오키나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잦은 태풍의 영향으로 태풍을 대비할 수 있는 콘크리트조 주택으로 되어 있다. 특히 바다가 아름다운 미야코섬에서 그림을 그리며 장차 도쿄에 있는 미술대학에 가고 싶은 우미카(海香)가 주인공이다. 우미카는 게스트하우스 유이마루를 운영하는 아빠 유고와 산다. 처음에는 손님으로 왔지만, 지금은 이곳의 스태프가 된 겐키와 잇큐, 아빠의 친구 고타로 삼촌과 가족처럼 함께 살고 있다.


 

학교에 갔다가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유튜버 히카링 이야기를 듣고 아빠한테 말했다. 유명해지면 돈도 벌고 텔레비전에 나올 수도 있다는 말에 아빠는 유튜버가 되겠다고 선포했다. 우미카의 아빠 유고는 대책없는 사람에 가깝다. 유튜브 만드는 방법을 듣고는 당장 시작하기로 했다. 오래전에 코미디언으로 활동했었던 전력으로 회심에 차 있었다. 조회수가 5. 첫 업로드의 성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우미카가 자기의 시를 읽고 있는 아빠를 때렸던 영상이 시쳇말로 떡상을 하며 십만이 넘어가는 유명한유튜버가 되었다.

 


여기에서 의문이 드는 게 유고는 왜 유명해지고 싶은가다. 이만하면 우미카를 도쿄의 대학에 보낼 만큼 돈을 벌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멈추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에 불이 나도 영상을 끄지 않고 계속했다. 소설은 현재의 상황과 과거 도쿄에 있었던 상황이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코미디언으로 유명해지고 싶은 유고와 고향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도쿄에서 견습생처럼 일하는 고타로, 만화가의 꿈을 안고 있는 고미야미 마사키의 고군분투와 우정이 그려진다. 유고가 왜 유명해지고 싶은가 그 이유는 과거의 내용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아는 순간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를 것이다.

 


피가 이어져 있기만 하고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가족이 아니다. 서로를 진심을 다해 믿고 이해하는, 진정한 가족이 나한테도 생겼구나 하고 말이죠. 그리고 가족에게는 다녀왔습니다’ ‘잘 다녀왔어?’라는 말을 나눌 수 있는 집이 필요해요. (339~340페이지)

 


유튜브의 세계를 아주 상세하고도 감성적으로 그렸다. 클리셰처럼 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도 작가의 역량에 따라 작품이 달라진다. 번역가도 말했다시피 뻔한 이야기인데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감동적인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었다. 식상한 이야기에서도 감동할 줄 알게 하는 것. 비슷한 내용의 소설을 자꾸 읽는 이유와 같다.

 

 


#아빠는유튜버 #하마구치린타로 #소미미디어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일본소설 #일본문학 #유튜버 #가족 #미야코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