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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북스피어와 은행나무 출판사다. 작가 역시 두 군데서 연재 의뢰가 오자 하나의 사건을 세 자매와 네 형제에 의해 다른 의견과 내용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글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으로 서로 번갈아 읽어야 사건의 해결되는 과정과 결과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런 만큼 두 권의 책을 옆에 두고 읽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사건1에는 자매 편을 먼저 읽고 난 뒤 형제 편을 읽었으며, 사건2에는 형제 편을 먼저 자매 편을 나중에 읽고, 지그재그식으로 사건3에는 자매 편에 이어 형제 편을 읽었다. 읽다 보니 두 권을 읽어야 더 확실한 결말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말이다. 물론 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자매 편에서는 사건의 해결과 함께 스러져가는 상점가의 풍경을 말했다. 손님이 없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려고 고민하는 라면 가게를 비롯해 자매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닭 꼬치 구이집과 주변의 보석 가게, 악기점의 어려운 상황을 사건과 함께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대형 영화관 및 대형 마트도 매출이 부진하다고 한다. 매물이나 임대를 한다는 메모가 적힌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경제 위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것 같아 안타깝다. 일본도 이와 다르지 않은지 상점가의 어려움을 자매 편의 시선을 통해 고민을 토로했다.

형제 편에서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린 동생을 비롯해 네 형제가 각자 어머니를 추억하는 한편, 그림책 작가였던 어머니가 각 형제의 탄생 카드에서 이름에 얽힌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였다. 살아가며, 매끼 먹는 일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마련인데, 가게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혹은 어머니를 잃고 해외로 출장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형제와 자매들이 돌아가며 식사 당번을 한다는 것이다. 나이대가 각자인 형제자매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매력은 하나의 사건을 형제들과 자매들이 함께 해결한다는 점이다. 해결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며 생각하는 바도 달라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형제 편에서는 키가 크고 미남인 맏형과 그를 쫓아다니는 젊은 여성, 비상한 추리력을 자랑하는 중학생 소년,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고등학생이 있다. 자매 편은 어떨까. 덤벙대는 큰 언니, 초등학생인데도 자매 중 제일 똑똑해 사건 해결의 중심에 있는 어린 소녀와 고등학생 자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서예부 전시물을 파손한 범인이 ‘우물 정(井)’자를 남긴 이유를 찾는 방법을 보자.
형제편에서는 폐품을 이용해 만든 작품을 ‘망가뜨린 범인’이 아니라 ‘장식품을 훔친 범인’을 찾는다. 어머니와 하세가와와 얽힌 사연을 통해 그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유달리 어머니를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하세가와가 만든 작품에 붙인 장식품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만든 당사자나 장식품을 빌려주었던 사람과 그에 관련된 이들의 사연이 미스터리 방식으로 전달된다. 형제편의 어머니의 추억이 깃든 작품을 선별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매력적이다.

자매편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상황을 나타냈다. 부모님이 하는 닭꼬치구이 가게에서 파는 닭 부위와 관련해 삶의 방향을 깨우치게 한다. ‘싫고 귀찮은 일을 남에게 떠넘기며 자기는 편하잖아? 하지만 그런 손쉬운 길만 선택하면 얻을 수 없는 것도 분명 있어. 신뢰나, 고생을 함께하며 공유하는 기쁨 같은 거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떠넘기는 사람 주변에는 성격이 비슷한 사람이 모일 테지.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자매편, 225페이지) 자기 이름 때문에 놀림 받는 게 싫지만 부모님의 가게를 좋아하는 쓰쿠네는 고민하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할 줄 안다. 하기 싫은 일들을 떠넘기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말이다.
소설은 따로 읽어도 되고, 사건 별로 읽어도 무방하다. 각자의 매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의 사건을 두고 작품을 번갈아 읽으면 더 큰 매력이 있다는 건 읽은 사람만 알 것이다. 독특한 설정,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당연하겠지만, 번역가 김은모가 두 작품을 함께 참여해 번역 및 진행방식이 매끄럽다. 상점가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매들과 형제들에게 모두 등장하는 가미야마는 꽤 의심스러운 인물로 비친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가미야마의 진실은 가족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물론 형제편과 자매편 모두 각자의 성향대로 가족에게 진심이다.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작품을 소속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싶겠지만 은행나무와 북스피어는 마치 이벤트처럼 각자 한 권씩 펴냈다. 색다른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작품이다. 놓치지 마시길!
※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자매편과 형제편 모두 동일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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