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테아 2.2 을유세계문학전집 108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에 보았던 영화 <그녀(Her)>에서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써주는 대필 작가였던 남자 테오도르는 아내와 별거중이었다. 외로웠던 그는 인공체제 사만다와 대화를 하며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테오도르는 인간보다는 인공체제와 이야기하는 게 더 좋았다. 오로지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여 그는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이처럼 외로운 사람들은 누군가를 아주 간절하게 원하는 법이다. 테오도르가 사만다를 깊이 사랑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녀가 인간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그저 그의 곁에 있길 바랐다. 그녀가 비록 인공체제였어도. 




나는 이 영화가 떠올랐다. 리처드 파워스가 인공지능체제인 헬렌의 놀랍도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던 것처럼. 헬렌에게 문학 작품을 읽어주고 습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질문을 하는 모습에서 테오도르와 사만다를 떠올렸다. 리처드 파워스는 연인인 C와 이별후 다시 그가 공부했던 대학으로 돌아왔다. 그가 머물고 있는 곳은 집이라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마치 여행자처럼 혹은 이방인처럼. 



리처드 파워스는 U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가 테일러 교수를 만나 영문학으로 전과했다. 방문학자로 모교로 돌아온 그는 우연히 기계에 음악을 들려주는 인지 신경과학자 렌츠 박스를 만나 새로운 일에 참여하였다. 센터의 다른 과학자들과 시작한 내기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일종의 튜링테스트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영문학 석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리처드는 다른 과학자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나누며 점차 센터에서 그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A에서 현재는 H에 이르렀다. H가 자기의 이름을 물어보자 헬렌이라고 지어주었다. 이름은 특별하다. 그가 헬렌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자 헬렌은 하나의 개체가 되어 점차 리처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리처드는 헬렌을 C처럼 대했고 또한 C의 다른 존재처럼 여겼다. 헬렌은 리처드의 기대보다도 훨씬 빠르게 습득하고 진화하여 모두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다양한 문학 작품과 질문들을 통해 헬렌을 성장시킨다. 성장하는 헬렌만큼 리처드 또한 성장했다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 <그녀(Her)> 뿐 아니라 드라마 <스타트업>에서도 인공지능 영실이 등장한다. 홀로 있을때 누군가의 대답이 그리워진 한지평이 영실을 부른다. 어떤 것에 대한 질문을 하면 자기 방식대로 혹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처럼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것은 외롭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따스한 체온을 인공지능에게라도 느낀다는 것. 현재를 비추는 우리의 풍경일지도 모른다. 



리처드에게 헬렌이 그랬다. 헬렌을 가르치며 리처드는 오랜 연인이었던 C와의 일을 떠올리는데,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었던 것과 다시 U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과정들이 아주 느리게 조금씩 알려주고 있었다. 한 사람을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은 어느 누구나 비슷한 것도 같다. 그가 작품을 냈을 때 좋아했던 것과 반대로 스스로 느껴지는 자멸감 같은 것. 아마도 리처드의 연인 C는 그것을 못견뎌했던 것 같다. 그가 성장하는 만큼 자신은 멈춰져있는 것 같은 그런 감정을 우리도 느끼지 않는가. 




독서는 책 접착제의 냄새예요. 두꺼운 책의 책장을 넘기다가 생기는 주름이죠. 빛바랜 아이보리색 종이라고요. 지식은 시간의 구애를 받죠. 그건 시간에 대한 거예요. (241페이지)



나는 종종 SF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느낌의 SF소설은 너무 다정하다. 작가가 물리학과를 전공하였다 하여 물리학적 시선으로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너무도 문학적인 소설가잖은가. 그저 감탄할 따름이었다. 리처드가 헬렌에게 질문을 제시했을 때 생각지 못한 헬렌의 대답은 그를 놀랍게 하고 헬렌이 나날이 진화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한 장면을 지켜보는 독자들 또한 헬렌의 지적인 진화에 감탄하게 된다. 리처드가 무엇을 기대하였건 간에 기술의 발전은 매우 놀랍다. 앞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체제가 공존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인간을 위해 일하기 위해 만든 기술이지만 정작 그 기술에 짓눌려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많은 소설에서의 미래는 다소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리처드 파워스의 소설에서 말하는 미래는 어쩐지 따뜻할 것만 같다. 인간과 인공지능체제가 서로 감정을 공유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조금쯤은 예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미래를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느냐 하는 묵직한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더불어 기술 발전의 집약 형태인 인공지능과의 공존에 대하여도 묻는 작품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외로움을 달래 줄 이가 인공지능체제여도 되지 않을까. 작가의 작품을 좀더 알고 싶다. 그만큼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갈라테아  #리처드파워스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책  #책추천  #책리뷰  #소설  #소설추천  #문학  #과학소설  #SF소설  #SF문학  #순문학애호가  #인공지능  #AI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0-11-16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처드 파워스의 <오버 스토리>를 매우 흥미롭게 읽어서 이 책을 주저하지 않고 구입했습니다. 내년 초에 읽을 예정인데 기대 만발입지요. ^^

Breeze 2020-11-16 11:47   좋아요 0 | URL
오버스토리를 꼭 읽어봐야겠어요. ^^

han22598 2020-11-17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에스에프 소설....저도 좋아합니다. 처음 들어본 작가인데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

Breeze 2020-11-23 09:51   좋아요 0 | URL
무척 좋았습니다. han 님도 한번 읽어보면 좋아하실 거 같습니다. ^^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없어 그 원리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내야 하고 그래야 유지될 수 있다. 기업에 관련된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그 회사의 직원 혹은 대표가 되어 그들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에서도 나와 상관없는 회사인데도 그들이 회사를 구하고자 할때 마음속으로 열심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았었다. 이처럼 개인의 이익보다 때로는 큰 그림을 그려 궁극적으로 더 필요한게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들이 많다. 영화 뿐 아니라 소설도 마찬가지인데 이케이도 준의 소설을 몇 권 읽고 났더니 그가 추구하는게 무엇인지 알겠다. 은행에서 일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이케이도 준은 일이란 무엇인가, 일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그리고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것에 편승해 독자들은 소설속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나오키상 수상작이라하면 일단 재미있으며 감동적이라는 것은 많은 독자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이 작품은 145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변두리 로켓 시리즈로 후속작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한자와 나오키』가 먼저 나오고 『일곱 개의 회의』와 『루스벨트 게임』이 출간된 뒤 다소 늦게 출간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도 다른 작품과 비슷한 상황이 주어진다. 중소기업 쓰쿠다 제작소를 운영하고 있는 쓰쿠다에게 매출액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주거래처에서 구매 방침이 변경되어 주력 부품은 자사에서 제조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문제는 주거래처가 쓰쿠다 제작소의 매출 연간 10억 엔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10억을 메꿀 제품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데 대기업 나카시마 공업으로부터 특허를 침해하였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 더불어 주거래은행은 필요한 운영자금에 대하여 대출신청을 하였으나 거절한다. 지적재산 지식이 풍부한 변호사를 선임하여 그것에 대비해야 했다. 쓰쿠다 제작소와 계약된 변호사는 아버지 때부터 이어져왔으나 기술과 관련된 지적재산 소송과는 맞지 않았다. 



독자들에게 미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기업이 나카시마 공업이었다. 특허를 침해하였다며 소송을 낸 이유는 쓰쿠다 제작소가 가진 정밀한 기술력이 탐났기 때문이었다. 쓰구다 제작소가 낸 특허의 허술한 부분을 채워넣어 좀더 세밀한 특허를 내어 놓았다. 특허권 소송이 길어져 자금난으로 허덕일때 화해안으로 쓰쿠다 제작소를 집어 삼킨다는 계략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일본의 민간 우주로켓 사업을 추진하는 대기업 데이코쿠 중공업은 엄청난 개발자금을 투자하여 벨브를 만들어 특허를 내려고 하였으나 이미 특허를 낸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액의 특허 사용권 계약료를 제시하며 쓰쿠다 제작소를 찾는다. 



거액의 특허 사용료를 받느냐, 그 자금으로 새로운 기술개발을 하느냐 기로에 선 쓰쿠다는 한때 자신이 우주과학개발 연구원이었으며 로켓 발사의 실패로 모든 책임을 지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변두리 중소기업을 이어받았던 전력이 있었다. 그는 고민한다. 회사에 어떤 것이 좋을 것인지. 자기가 품었던 꿈에 대하여 고민한다. 10년 후 미래에 어떤 기업을 운영하고 있을 것인지 깊은 고민 끝에 그는 결정을 내린다. 



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하였다. 꿈은 오래전에 품었던 것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특화된 기술력이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좀더 편하게 회사를 다니고 싶었던 직원들도 모두 한 마음이 되는 장면은 상당히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쓰쿠다 곁에는 좋은 직원들이 있었다. 은행의 파견 직웠이었지만 누구보다 쓰쿠다 제작소를 위해 일하는 도노를 보면서 한 기업의 대표의 주변에 어떤 사람을 있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는 듯 했다. 



이케이도 준의 작품은 역시 통쾌하다. 힘든 상황이 주어지고 그것에 대하여 해결하는 모습들은 닮았지만 새로운 주제로 다가오는 그의 소설은 꽤 매력적이다.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을 뿐 아니라 시리즈로 계속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는 뜻이다. 





















#변두리로켓  #이케이도준  #인플루엔셜  #변두리로켓시리즈  #나오키상  #나오키상수상작  #책  #책추천  #책리뷰  #소설  #소설추천  #일본소설  #일본문학  #한자와나오키  #루스벨트게임  #일곱개의회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0-11-13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두리로켓도 출간되었군요.
먼저 출간된 한자와 나오키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리뷰 읽으니 이 책도 괜찮을 것 같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Breeze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Breeze 2020-11-16 13:04   좋아요 1 | URL
저는 정작 <한자와 나오키>를 보지 않아서 작가의 책을 읽을때마다 읽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지네요.
서니데이님, 한 주도 즐겁게 보내시기 바라요. ^^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소현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클래식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일단 마음이 평온해진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온갖 잡념들을 잊을 수 있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어 일에 대한 집중도도 높인다. 그래서 클래식 방송 채널은 디제이의 멘트가 짧다. 청취자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배제하는 것이다. 다양한 채널로 음악을 듣고 또 주변에서 클래식 음악이 많이 나오지만 내 의지로 제대로 듣는 건 오랜만이었다. 얼마전 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딸의 플레이리스트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클래식이었다. 의외여서 물었다. 클래식 듣느냐고. 얼마전부터 듣기 시작했다는 딸이 대견했다. 클래식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듣는다는 딸아이의 말에 고민거리가 많구나 짐작할 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클래식 음악을 4~5년 집중적으로 들었던 시기가 있었기에 오래전에 들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팝을 듣는 것처럼 그때도 클래식(뉴에이지가 포함된)을 하루라도 듣지 않으면 어찌할 바를 몰랐던 때가 있었다. 피아노 연주곡도 좋아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게 현악기로 하는 연주곡이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혹은 첼로로 연주하는 곡을 특히 좋아한다. 그래서 한때 리처드 용재 오닐에 빠져 있었던 적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에 수록된 QR코드로 저자가 안내하는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음악이 탄생한 배경을 이야기하며 연주곡을 들려주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클래식을 많이 접한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사용해 극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고 어느 주인공이 나올때 고유한 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광고에서도 자주 나오는데 나중에 음악 제목을 듣고는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클래식 음악을 많이 사용하는 분야가 피겨 스케이팅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때문에 그 경기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김연아가 링크에서 아름답게 움직이는 모습은 한 마리 백조와도 같다. 그녀를 이끄는 음악이 있어 피겨 스케이팅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올려놓은 음악 중에서 김연아가 2009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사용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뿐만 아니라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이 사용된 피겨 스케이팅 장면은 다시 봐도 아름다웠다. 팝 음악 뿐 아니라 우리나라 음악에서도 사용되었는데 변진섭의 <희망사항>에서는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가, 노라조의 <니 팔자야>에서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사용되었다. 굉장히 좋아하는 음악 중의 하나가 요한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인데 이 음악은 악동뮤지션이 <오랜 날 오랜 밤>에 사용하였다. <캐논 변주곡> 부분과 블라디미르 바빌로프의 <카치니의 아베마리아>에서 언급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나는 무척이나 좋아하여 한동안 그 음악만 들었던 적이 있었다. <비탈리의 샤콘느>도 좋아하는 선율이어서 오랜만에 다시 들으니 역시 마음 한가득 차오르는 곡이다. 



한동안 아리아에 빠져 다양한 아리아 음악을 찾아 들었었다. 책에서는 <아베마리아>도 말하였는데, 슈베르트와 구노를 포함한 3대 아베마리아라고 불리는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다. 이 곡은 권상우와 최지우가 출연했던 <천국의 계단>에서 나왔던 음악이기도 하다. 카치니가 작곡한 음악이 아니라 비운의 무명 음악가였던 블라디미르 바빌로프가 카치니라는 이름을 빌어 제목을 붙여 만든 작품이다. 특별한 가사가 없는 매우 아름다운 곡이다. 




문학작품들을 주제로 한 클래식 음악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 『햄릿』의 경우 차이코프스키는 2개의 작품을 만들었다. 베르디가 『오셀로』 를 바탕으로한 오페라 <오텔로>로 만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쇼스타코비치는 영화음악 <햄릿>과 <리어 왕>의 작곡을 맡기도 하였다. 다양한 분야에서 클래식은 우리 가까이에 있어왔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영화, 드라마, 혹은 팝과 애니메이션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QR코드를 사용하여 들어가면 풍부한 지식으로 클래식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연주곡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 음악과 설명을 들으며 우리 주변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클래식에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만들었다.



#클래식이들리는것보다가까이있습니다  #박소현  #페이스메이커  #원앤원북스  #우리주변에숨은클래식찾기  #클래식  #음악  #음악에세이  #책  #책추천  #책리뷰  #음악예술  #예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권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하나의 세계를 접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소설로 읽으며 그동안 무의식적인 문화에 대한 반감과 혹은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감정, 적응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이해는 그 다음의 몫이다. 다른 사람의 성 정체성이 나와 다르다고 하여 거부감을 가졌던 지난날의 나와는 많이 달라졌다. 어떤 것이든 시대에 따라 문화는 변하기 마련이다. 성 정체성 또한 다양하기 마련. 동성애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으로써 그것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2019년 마거릿 애트우드와 동시 수상이라는 영예를 얻은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그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묻는다. 백인 주류 사회인 유럽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더군다나 흑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물론 현재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으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 갈등은 여전하다. 버나딘 에바리스토가 부커상 역대 수상자 중 최초의 흑인 여성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열두 명의 여성을 통해 유럽의 영국 사회에서 흑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아우를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처럼 소녀에서부터 여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들의 삶에 비추어 다양한 색깔들을 직조해 낸다. 열두 명의 여성들을 통해 인종과 계급, 젠더에 대한 질문을 건네는 식이다. 성 정체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소설 속의 여러 명이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고 한번에 한 명의 파트너와 지내는가 하면 일부일처 제도가 싫어 한번에 여러 사람들과 즐기는 여성도 있다. 또한 자신이 남성으로 태어났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고 여성을 상징하는 가슴이 싫어 스스로 가슴을 없애고 젠더 프리에 뛰어든 여성도 있다. 이제 그는 젠더 프리를 추구하는 것에 따라 스스로 성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그네 즉 they라는 인칭대명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연극이 한 편 있는데 작가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앰마 본수가 만든 연극 <다호메이의 마지막 여전사>다. 18세기와 19세기에 여전사가 왕을 보좌했던 곳. 즉 왕이 자는 동안 왕의 목을 벨 수도 있는 남자들을 신뢰할 수 없어 궁전의 경비대가 된 여자들이 있던 곳이다. 성별이 분리된 상황이라면 그들끼리 충분히 관계를 가졌을거라는 생각하에 탄생된 연극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주류의 바깥에서 활동했던 앰마가 드디어 내셔널 시어터에서 연극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소설 속 열두 명의 여성들은 앰마의 딸이거나 친구이거나 그들 주변의 인물들이다. 모두들 앰마의 연극을 보러가는데 자기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알림과 동시에 흑인으로서의 삶, 남성 주류사회에서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았던 여성으로서의 삶을 말한다. 스스로 삶을 개척해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은 우리의 부모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역할이 소설 곳곳에 다양한 인물들 속에서 나타났다. 



앰마의 딸 야즈는 다양한 파트너들과 지내는 동안 엄마가 되고 싶은 강렬한 바람으로 태어난 아이다. 아이의 아빠는 게이 파트너와 함께 사는 앰마의 친구로 그 또한 새로운 변화를 위해 아이를 갖고 싶었다. 정자 기증으로 생물학적 아버지가 되어 야즈는 이 두 사람을 오가며 성장했다. 이렇게 탄생된 야즈가 다양한 시각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야즈의 대모와 대부들은 열 명이 훌쩍 넘었다. 바쁜 앰마를 대신해 줄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사람들 속에서 자유로운 생각을 갖고 자란 야즈는 앰마(작가)가 꿈꾸는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야즈는 다양한 친구들과 대학생활을 하는 한편 모건이 강연하는 '인종, 계급, 젠더' 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자유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보다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했을 인물로 보였다. 




존재에 대하여 말할 때 우리는 그의 부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여성 서사의 소설로써 그들의 어머니들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탄생의 시작점인 어머니와 딸을 통해 인종간의 갈등과 화합, 그들의 정체성을 고민했다. 사랑하는 존재이면서도 어쩔 때는 질투의 눈이 멀기도 하는 관계.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이주를 하였다는 점이다. 그들의 자녀는 부모 보다는 성공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 스스로 삶을 개척해가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삶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소설 속의 여성들은이 남성 보다는 여성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비추었다. 성 정체성 또한 이 소설이 가진 큰 의미였는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은 성별을 가를 필요가 없고 그게 누구든 그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역사 교사인 셜리의 엄마 윈섬이 딸이 좋은 남자를 얻었다며, '복 받은 거야, 셜리, 복 받은 거지' 라고 하는 장면은 꽤 의미심장하다.  연극 <다호메이의 마지막 여전사>를 보는 여성들의 관계가 하나로 합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야 나오는데 어쩐지 감동적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진실과 상황이 그렇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소설은 마침표가 없다. 한 장이 끝났을때에야 비로소 마침표가 찍혀 있다. 그러므로 한 편의 서사시 같은 느낌이 있다. 시적인 표현과 다양한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들이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게 만든다. 소설의 시작은 끝과 같으며 끝은 또다른 시작점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인물들때문에 소설이 가진 의미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깊게 생각해보면 결국 하나의 주제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는 그저 존재한다는 것!



#소녀여자다른사람들  #버나딘에바리스토  #하윤숙  #비채  #책  #책추천  #책리뷰  #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영미문학  #부커상  #2019부커상  #2019부커상수상작  #여성서사  #성소수자  #성정체성  #김영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n22598 2020-11-13 0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종,계급, 젠더의 문제를 함께 다루었다니, 얼마 전에 읽은 컬러 퍼플 책이 생각나네요. 이 책도 궁금하네요 ^^

Breeze 2020-11-11 10:38   좋아요 1 | URL
아마 비슷한 느낌의 소설일 수도 있어요.
한 느낌의 소설일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유색인이 쓴 소설은 그러한 느낌으로 읽는 것도 같아요.
감사합니다. ^^
 
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8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을 읽으며 어쩐지 토머스 하디의 『테스』가 떠올랐다. 아마도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았던 것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 채리티는 버림받았음에도 꿋꿋이 일어나 자기의 길을 가고자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가리켜 성장소설로도 일컫는 것 같다. 여성이 쓴 여성 서사의 글이며 성장소설로 읽히는 이 작품은 『순수의 시대』의 작가 이디스 워튼이 1917년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즈음에 쓴 소설이다. 이상하게 제일 나중에 출간된 소설을 먼저 읽었다. 『여름』 이전에 쓴 『이선 프롬』을 가장 나중에 읽게 될 것 같다. 『여름』은 1911년에 출간된 『이선 프롬』과는 자매 소설이라고 불릴 만큼 여러모로 닮아 있는 소설이라 하니 함께 읽어야 할 소설임에 틀림없다. 



이 소설이 쓰여진 1917년도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 막바지인 상황으로 여러모로 힘든 시대였을 것이다. 이디스 워튼은 이러한 상황을 뉴잉글랜드의 한 시골을 배경으로 그 속에 갇힌 여성의 힘든 상황을 나타내었다. 어떻게 하지 못할 상황에서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았던 여성으로서 다만 채리티의 선택폭이 좁은 시대였음이 답답할 뿐이었다. 





채리티는 '산'에서 태어났으며 노스도머의 변호사 로열 씨 에게서 보살핌을 받고 자랐다. 마을의 사설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채리티는 이곳 노스도머가 답답해 미칠 것 같다.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러한 까닭에 도시에서 온 루시어스 하니를 보고 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하니가 도서관에 찾아와 색인카드를 물었을때 대답할 수 없었던 채리티의 상황이 이 소설의 큰 축이 된다. 도시로 나가 자유롭게 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하고 도시에서 온 하니를 동경하는 마음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채리티는 로열 씨가 산에서 태어난 그녀를 데려와 키웠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로열 부인이 죽은 뒤 로열 씨는 술을 마신후 채리티에게 청혼을 하였다. 늙은 로열 씨의 청혼이 싫었던 채리티는 마을에 온 하니를 좋아하여 그와 함께 마차를 빌려 돌아다니곤 했다. 하니가 마을의 건축물을 조사한다는 핑계하에 말이다. 채리티는 언덕에 올라 자주 풀밭에 드러누웠다. 나부끼는 바람을 느끼고 풀밭에 뺨을 비볐을 때 느끼는 행복감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채리티가 산에서 태어났음을,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그리워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니었을까 싶다. 



로열 씨는 채리티가 하니와 어울리는 것을 질투했다. 하니가 왜 채리티에게 청혼을 하지 않는지 화를 내었고 하니는 어쩐지 청혼을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로열 씨가 화를 냈을 때에야 나중에 청혼할 것이라는 미적지근한 말을 뱉었을 뿐이었다. 나중에 하니는 채리티에게 두 달 후에 미루던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올 거라며 말하고 떠난다. 단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하니에게는 애너벌 볼치라는 약혼녀가 있었다.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채리티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아이를 떼는 방법 그리고 '산'으로 들어가는 방법이었다. 채리티의 어머니가 자신을 가진후 산으로 들어갔던 것처럼. 


하지만 이미 '산'에서 내려와 변호사의 집에서 안락한 삶을 살았던 채리티가 산에서 살 수 있을까. 도시 사람들이 비인간적으로 침대도 없이, 먹을 것도 부족하며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살고 있는 지저분한 장소에서 살 수 있을까. 자신을 낳았던 어머니는 살아계실까. 어머니의 집에서 태어날 아이를 데리고 살 수 있을까. 이건 채리티가 산으로 들어가려고 마음 먹었을때부터 우려하던 것이었다. 그 때의 채리티는 아이를 뗄 돈도 없었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받았던 돈들은 무엇인가를 사는데 다 써버렸다. 선택의 폭이 좁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결국 채리티는 로열 씨가 주는 안온함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로열 씨를 가리켜 안전한 보호장치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채리티와 로열 씨의 관계가 변화되는 시점이었다. 로열 씨는 채리티를 존중하였고, 로열 씨를 무시했던 채리티는 그에게서 안도감을 느꼈다. 또한 자기를 두고 떠난 하니를 원망하지 않았다. 자기의 사랑과는 다른 의미로 다른 사람과 약혼한 그를 담담하게 인정했다고 봐야 했다. 소설의 처음에 도시로 나갈 꿈에 젖어 있는 채리티에서 한층 성숙해진 눈빛을 하고 있는 마지막 부분에서처럼. 아픈 사랑을 딛고 일어선 성장한 채리티를 만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 시대에 쓰여진 소설 중 가장 성적인 표현이 많은 작품이라고 했다. 지금과는 시대가 달라 그럴테지만 하니와 채리티가 오두막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은 비밀의 연인들처럼 아스라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격정적인 장면이었다니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자못 우스울 뿐이다. 이제 쌍둥이 작품이라고 하는 『이선 프롬』을 읽을 차례다.



#여름  #이디스워튼  #민음사  #책  #책추천  #책리뷰  #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영미문학  #세계문학  #민음사세계문학전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